지난 16일은 ‘서울역쪽방상담소’의 화요카페에서 식품을 나누어 주는 날이다.
모처럼 시간이 맞아 배급장소인 ‘새꿈어린이공원’으로 나갔는데, 주민들이 30분 전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이날 나누어 줄 식품은 고구마라는데, 220명에게 나누어 줄 분량이라 했다.
줄 선 인원을 짐작할 수 없어 차례를 기다렸으나,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줄도 서지 않고 돌아 다니던 김창헌씨가 내 앞으로 다가와 말 걸었다.
이 친구는 한 동안 사라졌다가 올 추석 무렵에야 나타났다.
듣기로는 교도소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확인 차 물었다.
어제는 새벽 두시에 전화를 걸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무슨 사연이 있는 듯 했다.






“일 년 2개월 동안 도대체 어디 갔다 왔어?”
“빵에 갔다 왔지”
“무슨 죄로 갔냐?”고 물었더니 “집시법 위반”이란다.
거짓말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런데, 하는 이야기가 하나같이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만 했다.
페이스북을 자기가 개발했다는 둥, 내일 히말라야로 떠난다는 둥,
대통령 전용기로 간다는 둥, 횡설수설해댔다. 아무래도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작년에는 멀쩡했던 사람이 일 년 남짓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침 지나가는 김용만씨를 만나 프린트 해둔 사진을 가방에서 꺼내 주었다.
또 한사람 전해주지 못한 유정희씨를 찾았는데, 병원에 입원한지가 한 달가량 되었다는 것이다.
동자동에서 보이지 않으면, 교도소에 갔거나 병원에 수용된 것이다.
교도소에 간 사람은 언젠가는 나타나지만, 병원에 간 사람은 다시 만나기 힘들다.






시간이 되어 고구마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는데, 도무지 줄이 줄지 않았다.
30분을 더 기다려서야 차례가 돌아 왔으나, 나누어 주던 고구마는 소진되고 없었다.
내 뒤에도 백 명 가까이 줄 서 기다렸는데, 다들 허탕 친 것이다.
줄 세우기는 매번 타는 사람만 타는 불공평한 나눔이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처사라 한사코 반대해 왔지만, 잘 시정되지 않는다.






몇일 전 쪽방상담소에서 마련한 주민자치회의에 참석하였더니, 김갑록소장이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화요카페의 식료품은 봉사단체에서 나누어 주는 것으로, 매번 200명 정도의 분량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 분은 방문하여 나누어주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매 주 나누어 주는 것을 한 달에 한번으로 조정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주민들을 네 파트로 나누어 첫째 화요일이나 둘째 화요일 등 해당되는 화요일에 찾아가게 하면 될 것 아닌가?
좀 더 주민들의 입장을 헤아려, 줄 세우기만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자꾸 하면 싫다는데, 언제까지 이 노래를 계속 불러야 하는가?
제발 ‘줄 세우지 말라’는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 다오.

거지 배급주는 꼴로 그렇게도  생색내고 싶나?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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