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변승훈씨의 '통인화랑' 초대전 '手作禪'展이
지난 3월 18일부터 29일까지 인사동 통인화랑(B1층)에서 열리고 있다.



변승훈씨의 작품 영역은 분청의 생활도자에 국한되지 않고,

회화적, 부조적 도자에 이르기까지 폭 넓다.


 

달 항아리 형태의 분청에서부터 덤벙 기법으로 제작된 그릇,

기하학적 오브제와 목탄 드로잉을 도자 부조로 표현한 벽화에 이르기 까지

그의 창작 영역은 끝이 없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해 온 다양한 작업을 골고루 보여준다.

새로운 작품으로는 민중의 삶을 신화로 구워낸 이색적인 도예도 선보였다.

마치 운주사에 흩어진 이름 없는 불상을 닮았는데,

안성 장터에서 몇 십년동안 자리를 지켜온 할머니들의 모습이라고 한다.


 

생활도자에서 벽화도자를 거쳐 이젠 민중 신화에 이르렀는데, 가히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는 도자와 회화의 경계를 무너트리며,

드로잉으로 분청사기의 평면화 작업에 일가를 이루었다.

분당 요한성당과 대화성당 등의 도자벽화에서 보여준 작업이 대표적이다.


 

그는 드로잉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그릇을 만들면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단상을 목탄으로 드로잉해

이 모든 것들을 흙으로 구워낸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삐죽삐죽 솟아나는 나무 형태의 정감어린 작품이 눈에 띈다.

도판을 조각조각 나눠 구운 뒤 조각보 잇듯 이어 붙여 분장을 하거나

유리를 녹여 붙여 자연 색을 냈다.


 

달 항아리 형태를 분청으로 나타낸 작품은 한 겹 한 겹 쌓아올린 분장 속에

마치 먹이 화선지에 퍼진 것 같은 무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고요한 선의 세계를 체득하게 한다.


 

구석구석 자리 잡은 작품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서민적인 느낌을 주는 투박한 질감이 정겹다.

분청이야말로 우리민족의 숨소리를 듣는 듯 친근하다.


 

한국의 원초적 아름다움을 드러낸 분청은 무심하면서도 은근한 자연미를 담고 있다.



 

울퉁불퉁 제 멋대로 생긴 독에서부터 투박한 질감의 그릇 등

하나같이 어머니의 정과 한이 담긴 듯 친근하다.

작가는 분청을 자신의 어머니라고 지칭할 만큼 우리 정서에 깊숙이 빠져있다.



그의 작품에서 삼베 같은 투박한 직조의 결이 느껴지는 것은

홍익대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한 그만의 감성이요 감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청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변승훈의 手作禪(수작선)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사진, / 조문호














 




몇 일 동안 여러 가지 고민에 휩싸여 죽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코로나119'로 사회적 거리두기란 캠페인에 방콕해서 그런 게 아니라

김명성씨로부터 전달받은 돈도 한 몫했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검찰이나 정치꾼들의 비인간적인 꼴에 간도 뒤집히지만,

몇 일 전에는 동자동 쪽방 촌의 유영기씨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왜 나쁜 놈들은 잘 살게 놔두고 착한 사람만 데려가는지 모르겠다. 과연 신이란 게 존재하는 것인가?.

종교라는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역할은 하지만, ‘신천지꼴을 보니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벌금 내라며 김명성씨가 200만원 상당의 사진을 팔아주었는데, 죽어도 벌금을 내기 싫은 것이다.

그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말할 것도 없고, 판결 내린 판사도 똑 같은 놈이었다.

돈에 눈깔 뒤집혀 자연환경을 망가트리는 개인의 명예가 중요한가? 공익이 중요한가?

그런 개좆같은 판결에 승복하는 자신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서울역을 떠도는 부랑자나 쪽방 촌 친구들을 불러 모아 마지막 만찬이라도 벌이고 싶었다.

요즘 식당도 텅텅 비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 아닌가?

그러나 나를 걱정해 주는 이들이 눈에 밟히기도 하지만, 죽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몇 날을 누워 이런 저런 생각만 하다 보니, 일단 주변정리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쪽방에 갇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페친을 정리하는 일 뿐이었다.

그동안 내가 지적한 일의 반감으로 뒤통수치거나, 한 통속이 되어 반응 없는 페친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대부분 오래된 인연이라 차마 친구 끊기를 못했는데, 이참에 100여명을 골라 삭제해버렸다.

그 대신 페친이 넘쳐 받아주지 못했던 잘 모르는 분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분풀이 치고는 치졸했으나, 엉뚱한데 신경 쓰지 않고 내 일에만 전념하겠다는 각오였다.


 

지난 18일은 모처럼 외출할 준비를 했다.

정영신씨께 연락해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열리는 변승훈씨와 강경구씨 전시를 보기로 했다.

개막식은 오후 다섯시였으나 요즘 전염병 때문에 사람 많이 만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오프닝에 날아들 똥파리를 피해 일찍 나선 것이다.


 

인사동도 며칠 전과 달리 사람들이 제법 나왔더라.

달라진 풍경이라면, 때 거리로 몰려다니는 외국관광객이 사라졌다는 것과

수도약국 앞에 마스크 사려고 줄선 행렬이었다.


 

강경구씨 전시가 열리는 통인가게’ 5층부터 올라갔더니, 관우선생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따라주는 와인 한 잔들고 전시작들을 돌아보았는데, 작품이 너무 좋았다.

마치 고뇌하는 오늘의 인간상을 그린 듯한데, 어찌 보면 이글어진 내 모습 같기도 했다.

좋은 작품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다음에 볼 전시는 지하에서 열리는 변승훈씨의 도예전 手作禪이었다.

반갑게도 작가 변승훈씨도 있었고 이계선관장도 있었다.

오래 된 작품에서 부터 최근작까지 골고루 전시되었는데, 분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변승훈씨만의 독창적인 작업이었다.

특히 최근에 제작한 불상 형태의 작품들을 보며 신은 인간자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작품은 불상이 아니라, 안성장터에서 몇 십년 동안 자리를 지킨 할머니들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술의 힘은 무서웠다. 온갖 근심 걱정을 다 떠안은 불편한 마음이 눈 녹듯 녹아 내렸다.

전시들이 곳곳에서 열리지만, 별 의미 없는 불편한 전시가 더 많은 현실이라 운도 따라야 한다.




인사동에서 믿을 수 있는 갤러리로는 통인가게전시장과 나무화랑정도로 꼽는다.

통인은 대관에 의지하지 않고, 관우선생과 이관장의 안목으로 초대되는 전시라 일단 보증할 수 있고,

나무화랑역시 미술평론가 김진하씨가 운영하는 화랑이라 실망시키는 전시가 별로 없다.


 

좋은 전시들을 보아 기분이 좋으니, 반가운 연락까지 왔다.

정영신씨가 며느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데, 아들 내외와 손녀 하랑이가 온다는 것이다.

부리나케 정영신씨 녹번동 집에 갔더니, 더디어 귀여운 공주님이 나타난 것이다.



귀신같이 생긴 내 모습에 울기도 하고, 제 모습을 담은 동영상에 깔깔거리기도 했다.

변화무쌍한 하랑이의 표정과 쉼 없이 휘젓고 다니는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부근에 있는 연안식당으로 옮겨 외식까지 했는데, 밥도 엄청 잘 먹었다.


 

그래, 좋은 일에 위안 받고 살자. 사는 게 별 것 있겠나.

 

사진, / 조문호













 

 



변승훈 '手作禪' 초대전



변승훈은 분청에 매료돼 작업을 해오고 있다.

변승훈은 분청자기에서 스승 윤광조와 다른 업적을 성취했다.

달 항아리 형태의 그릇을 분청으로 나타내 보인다.

한 겹 한 겹 쌓아올린 분장과 그 속에서 마치 먹이 화선지에 떨어져

퍼진 듯한 무늬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고요함을 경험하게 한다.

분청을 자신의 어머니라고 지칭할 만큼 그의 작업의 토대엔 분청이 있다.

이번 <手作禪:수작선>展은 그동안 작가가 이루려 했던 분청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일정 & 전시장소

2020년 03월 18일(수) – 2020년 03월 29일(일) 통인화랑(B1층)

*Opening Reception : 2020. 03. 18 (수) 5:00 pm






오랜 세월 인사동을 지켜 온 ‘통인가게’ 관우선생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며칠 전에도 전화를 하신 모양인데, 일할 땐 전화기를 곁에 두지 않아 못 받았다.
해 바뀌었으니, 점심식사라도 한 끼하자며 날자를 잡았다.



이젠 나이 들어 몸이 신통찮으니벗들의 술 마시자는 연락도 잘 따르지 못한.

예전에는 술 마시자는 연락만 오면 쪼르르 달려갔으나, 일 끝내기 전엔 천하일색 양귀비가 꼬셔도 못 간다.


 

한 때는 일 보다 노는 것이 먼저였다

노세노세 살아 노세! 죽고 나면 못노나니“ 를 외쳤는, 힘이 따라주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지난 30, 점심시간 맞추어 통인가게상광루에 올라가니, 한겨레기자로 정념퇴임한 임종업씨가 와 있었다.

인사 나누기가 무섭게 진로포도주 한 잔 따라 주었는데, 옛날 생각나는 술로 맛도 괜찮더라.

빈속에 짜~리리리 내려가는 술기운이 아주 매혹적이었다. 역시 술과 사랑은 배부르면 갓댐이다.


 

그날은 새해 복 받아라는 뜻인지, 낙원동 복집으로 데려갔다.

복지리에 막걸리 한 잔 걸치며, 애주가인 관우선생이 말을 꺼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시원한 캔 맥주 하나 들이키는 게 최고의 재미야"

다들 건강 생각하느라 아무리 좋아도 몸에 해로우면 삼가지만, 관우선생은 못 말린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생전의 즐거움이 더 중요하다는데, 술도 말술이라 아무도 못 당한다.

죽고 나면 아무 소용없다며, 자기 죽으면 수의는 물론 쓸데없는 장례에 낭비하지 말라고 당부해 두었단다.

장의차도 필요 없고, 그냥 잠옷 입은 채 화장하여 강화 집터 주변에 뿌리라 했다는데, 역시 관우선생 다웠다.


 

돈 많은 사람들은 대개 돈에 중독되어 인간성을 잃는 경우가 많지만, 관우선생은 다르다.

일찍부터 부친이신 인제 김정환 옹으로 부터 통인가게를 물려받아 한 평생을 예술과 문화에 천착한 때문인지,

사람사는 근본을 중시하고, 풍류와 멋을 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마당도 쓸고 가구도 닦고 배달도 했다.

열 일곱 살에 부친께서 "오늘부터 고사를 네가 지내라"고 했단다. 수시로 지내는 고사는 장사꾼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화여대' 학생들이 가게에 왔단다. 본인에게는 항아리 때 닦는 일만 시키던 부친께서 학생들은 잘 가르쳐주었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 가게에 나가지 않고 "아버님 밑에서 안 배우겠습니다. 이대생들에게는 잘 가르쳐주시면서"라고 투정을 했단다.

"항아리 때를 빼거나 고가구를 닦다 보면 서랍의 크기와 위치 등 디테일을 배울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시며 크게 나무랐는데,

말보다 손으로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스무 세살 되던, 어느 날 부친께서 통장과 도장을 주면서 "오늘부터 네가 통인 주인이다"라고 했단다.

그러고는 "어느 장사든 망하지 않는 장사가 없다. 네가 주인이기 때문에 망하던 흥하던 모든 건 너 하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망하면 동대문시장에서 다시 리어카를 끌고 시작하라"고 했다는데, 무서운 얘기였다.

어린 자식에게 사업을 물려줬다는 소문이 퍼지자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때 부친께서 "난 내 아들을 믿는다"고 했단다.

`아버지가 날 믿어주는데 실수하면 안 되겠다. 놀면 안 되겠다`고 다짐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고미술상에서 시작하였으나, '통인익스프레스', '통인인터내셔날','통인안전보관','파쇄컴퍼니' 등

21개 자회사를 거느린 연매출 8000억원 대의 세계적 물류회사로 키운 것이다.

골동품을 취급하다 보니 고미술품을 국내외에 안전하게 운송하는 일을 생각했고, 운송 일을 하다 보니

서류 보관 업무도 하게 됐는데, 외국계 보험회사와 신용카드사들이 다 고객이란다.

사업과 연관된 고객이 필요한 걸 생각하다 보니 사업이 확장된 것이다.

어느 정도 사업이 자리 잡자, 젊은 시절 못다 한 미술 사업에 매달렸다고 한.



 

그렇지만 그의 명함에는 대표나 회장 대신 늘 통인가게주인 직함을 고집한다.

인사동 허름한 주막에서 예술인들과 어울려 술잔 기울기를 즐기는 낭만파로 살아간다.



'통인가게'가 바라는 것은 세상의 아름다움과 바른 문화에 바탕이 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우리 전통 문화와 미술의 가치를 높이고 보존하며, 우리 문화를 바르게 전달 정착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에 세워졌으니, 4년만 지나면 100주년이 되는 인사동 명물이 되었다.

인사동에서 동헌필방’, ‘통문관’, ‘이문설농탕’, ‘통인화랑등이 서울문화유산에 지정되었으나,

찻집으로 바뀐 동헌필방이나 문 닫은 날이 더 많은 통문관에 비한다면, ‘통인화랑은 인사동 꽃중에 꽃인 셈이다.

통인가게70년 부터 문화 지식인들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해왔다.


 

지하1층에 있는 '통인화랑'은 올해로 42년이 되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공예화랑이다. 당시 분청작가인 윤광조씨 전시가 첫 전시였다.

통인화랑이 공예 부문이라면, 5층에 있는 통인옥션갤러리는 모던 아트 쪽으로, 2주마다 초대전을 연.

"팔리지 않는 작가가 있다면 우리가 그 작품을 사준다. 다행히 나는 선친에게 물려받아 집세를 내지 않아 살 수 있었는데,

그렇게 사들인 작품들이 지금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통인화랑에서 전시한 현대미술 화가로는 박서보씨가 대표적이다. 그1976`묘법` 화풍의 첫 개인전을 '통인화랑'에서 열었다.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하다 2010년 이후 `단색화` 열풍이 불면서 지금은 호당 단가가 가장 비싼 인기 작가가 됐다.

이동엽씨도 '통인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졌는데, 당시 전시된 작품이 모두 팔려 전체 판을 두 번 바꾸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안타깝게도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이동엽씨가  생애 최초로 큰 돈을 만져봤다고 자랑 했지만, 죽고니니 말짱 도루묵이었다.

김구림, 황성준, 강경구 등 수 많은 유명작가들이 '통인화랑'을 거쳐갔다.




그리고 '통인가게'1층은 생활도자기와 규방공예품이 전시되어 있고, 2층은 다류와 청자, 나전칠기 제품이 즐비하다.

3층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되살림 가구를 전시하는데, 되살림 가구란 옛 선조들이 사용했던 가구를 재현하는 것이다.

오래된 한옥에서 나온 고재를 사용해 새로 만든 가구를 말한다. 4층은 백자와 17세기 후반의 앤틱가구가 전시되고 있다.

 


또 한 가지 통인가게의 자랑은 외교사절을 비롯한 각 분야 내로라하는 분들을 초청하는 사교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두 달에 한 번씩 통인오페라를 열고, 일 년에 서너 번 판소리와 국악 공연도 한다.

판소리나 오페라 공연을 정기적으로 여는 것은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기도 한데,

주한 미대사는 테러를 당해 얼굴에 상처를 입은 후에도 오페라 공연을 찾았을 정도로 인기다.


 

나는 음악과 미술은 한 통속이라 음악이 미술을 전달해 준다고 믿는다.

문화예술 수준이 그 나라 품격이고 선진화의 기준이다. 예술인과 예술 애호가들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통인 판소리와 오페라가 우리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관우선생은 말한.


 

그는 거상 임상옥이 말한 상인이 아니라 상도를 지키라는 말을 항상 마음에 담고 산다.

내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널리 베풀어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작가들의 작품을 사서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통인가게' 주인은 또 다른 일을 꾸미고 있다.

통인가게’ 100주년을 맞이하여 통인도자연구소가 있는 강화 고려산 자락에 1, 2200평 규모의 10개 미술관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박물관 아래 절집’, ‘미술관 속 예배당’, 통인현대도자박물관, 청자박물관, 섬유박물관 등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거대한 박물관을 만들기보다

각각의 이야기가 있는 전시공간을 조성하는 게 목적이다.

그동안 그가 수집해온 한국 고가구, 청자, 백자, 미술품 등을 일반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건축가 김동주씨의 설계로 추진되고 있다.


 


미술관에서 불공 드릴 수 있는 불당은 첨단 영상 등으로 꾸며 평소엔 오페라 공연도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 될 것이라 한다.

2탄은 미술관 속 예배당이다. ‘박물관 아래 절집과 같은 콘셉트다. 스님과 목사도 큐레이터처럼 근무하게 된단다.


 

관우 김완규씨는 돈을 쫓는 거상이라기보다 예술가 기질을 가졌다.

고급 요정이 아니라 간판도 없는 인사동 다리밑 선술집을 즐겨 드나들며 주당자리를 꿰차고 있다.

집에선 수시로 난을치는 서화를 즐기기도 하지만화가나 글쟁이들이 모여 막걸리 한 사발 하는 풍류를 더 즐긴다.

그가 살아 있는 한, 예술가들의 참새 방앗간이나 다름없는 '통인가게'에 문화예술인들은 꾸준히 드나들 것이며,

대폿집 어디에선가는 그가 즐겨 부르는 단가 이 산 저 산이 구성지게 흘러나올 것이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 하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가 있나


사진, / 조문호






















지난 30일 오후6시부터 ‘툇마루’에서 ‘인사동을 사랑하는 모임’의 송년회가 있었다.
그 날 여러 곳 모임이 겹쳐 일찍부터 술이 취해 좀 늦어버렸다.
‘툇마루’에는 민건식 회장님을 비롯하여 김완규, 강윤구, 김근중, 박일환, 선우영,
송재엽, 전병태, 조용해, 황성준씨 등 열 명이 나왔더라.




황성준씨는 ‘통인화랑’에서 열렸던 전람회를 끝내고 왔다고 했다.
통인의 전시메일을 받아 일찍부터 알고 있었으나,
전시장 다니지 않으려는 스스로의 약속에, 보고 싶어도 지나쳐 버린 것이다.
작품도 궁금했으나, 당사자를 만나니 송구스럽기 까지 했다.




‘통인’ 김완규회장으로부터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통인화랑’이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근·현대 서울의 발자취가 담긴 유무형 문화유산 16개를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는데,

그 중 하나가 ‘통인화랑’이란다.




고미술품을 취급하는 ‘통인가게’는 4년만 지나면 100주년이고,
같은 건물에 있는 통인화랑은 1975년 개관했다고 한다
일찍부터 미술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여 선정되었단다.
급속하게 바뀌는 인사동 현실에서 ‘통인’이라도 살아남은 게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가천 예술대학 회화조소 교수로 있는 김근중씨는 정년이 되었다는 소식도 주었다.
시원섭섭한 일이지만, 이제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았다.




된장비빔밥을 안주삼아 급하게 마시고는 일어나야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원로변호사이신 민회장께서 나에게 물었다.
“자네 좌빨이라며?”
오기 전 내 이야기가 나온 모양 인데, 미처 대답을 못 했으니 지금이라도 드려야겠다.




“예! 맞습니다.

난, 좌쪽 젓만 빠는 좌빨인데, 우측은 섞어 냄새가 나서 못 빱니다 
회장님 같은 분은 보꼴이라 하지요.
말 나온 김에 어디 까놓고 한 번 이야기 해보입시더.


솔직히 이승만을 비롯하여 역대 보수정권의 대통령이란 자들 꼬라지 한 번 보세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등 하나같이
인간 같은 놈이 어디 있습니까? 다 독재자 아니면 살인마, 도둑놈들입니다.
천벌 받아 총 맞아 뒈졌거나, 줄줄이 교도소 들락거린 놈들 아닙니까?


긴 세월 죄 없는 국민은 또 얼마나 많이 죽였습니까?
보도연맹이나 여순, 제주4,3항쟁, 광주항쟁에 이르기 까지 숱한 양민을 살육한 것을 회장님께선 잊으셨습니까?
난 친일파 쓰레기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며 빨갱이로 몰아 죽인 걸 생각하면, 너무 분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납니다. 


보수정권에서 빌어먹은 쪽바리와 양놈들은 어떻습니까?

죽어 마땅한 짓을 한 쪽바리들은 반성은 커녕 무역보복으로 맞서고,
양놈들은 우리나라를 생화학무기 실험장으로 사용한 것도 모자라
방위비분담금으로 바가지 씌우려는, 날 강도짓을 지금 보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회장님께서 영남출신이지만, 최고 에리트 교육을 받은 분이
사리 분별보다 지역감정에 치우치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나도 경상도 놈이라 고향친구는 물론 형제간에도 정치문제만 나오면 열 받아.
정치 정자도 꺼내지 않습니다.

제발 냉정하게 지난한 역사를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20여년간 선생님을 큰 형님처럼 모셔왔는데, 정치적 견해로 심려를 끼친 점 죄송합니다.
새해에는 정치적 잣대도 몸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조문호 올림



















이 찜통 같은 날씨에 인사동의 시원한 전시장에서 작품에 푹 파묻히는 건 어떨까?
새로이 개관한 ‘이노아트스페이스‘에서는 금보성씨의 ’한글‘전이 열리고,
‘마루갤러리’에서는 이도씨의 ‘서사를 만드는 정물’전이, ‘통인화랑’에서는 김정선씨의 ‘다시 지금 여기에’전이 열린다.


 


그리고 지난 6월 개관한 '베를린미술관‘에서는 융합서예술가 양상철씨의 전시를 비롯하여

24명의 작가들이 함께하는 ’8월의 만남‘전이 기다린다.

여러 개의 전시장에서 보여주는 작품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곳곳에 마련된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몇 몇 아는 전시가 이 정도인데, 인사동 곳곳에서 열리는 좋은 전시가 얼마나 많겠는가?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 혼에 흠뻑 빠지다보면, 스스로를 충전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9일 오후 무렵, 무작정 인사동에 나갔다. 그리운 사람도 많고, 보고 싶은 작품도 많아서다.

제일 먼저 금보성씨의 전시가 열리는 이노아트스페이스부터 들렸다.



그런데, 입구에 줄지어 선 축하 화분을 보니 가슴이 답답했다.

보내 주는 화분을 어쩌겠냐마는, 이젠 쓸데없는 낭비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전시장을 답답하게도 하지만, 쓰레기가 될 화분에 작품이 파 묻혀 버린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화분 외에는 담을 수 없단 말인가?



전시장에서 심철민 관장과 초대전을 여는 금보성씨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존의 보아왔던 한글 작품과는 좀 달랐다.


 


최근에는 아리랑을 주제로 민족의 정서에 다가간 작업을 해 왔으나

이번에는 한글의 역사성과 생명성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한글에 담긴 정신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 역사성은 암각화의 상형문자를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한글 자모를 바탕으로 철판이나 동판을 부식시켜 만든 부조였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철판의 나이테 속에는 푸른 나뭇잎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철이 한글의 역사를 상징한다면 작은 나뭇잎은 생명의 탄생을 의미했다.


 

금보성씨는 금년에만 아홉 번의 개인전을 열었던, 잠시도 쉬지 않는 열혈작가다,

같은 시간에도 자하미술관에서 열리는 나랏말싸미’ 단체전을 비롯하여

외국이나 지방에서 각기 다른 전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작업에 대한 열정과 창의력은 무엇에 기인하는 것일까?


 


그는 개인 작업에만 열정을 쏟는 것이 아니라, 작가지원에도 온 힘을 아끼지 않는다.  

마치 미술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오는 819일까지 열리니, 꼭 한 번 들려보기 바란다.


 

두 번째 들린 전시는 마루갤러리’1관에서 열리는 이도씨의 서사를 만드는 정물전 이다.



작가가 그린 소재들은 사실대로 재현하기보다 화면을 이루는 계기와 연유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수확과 연결되는 시간으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그 시간은 사람의 강인한 정신을 담아 내었다.

 


작가가 보여주는 도상이 추상적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미 사유되어 정서적 이해로 얽힌 하나의 덩어리였다.

바로 정서적 운동감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사유이고 느낌이다.

단호하면서도 생략된 선들이 만들어내는 완강한 힘이 핵심이다.


 


미술평론가 강선학씨는 완만한 선, 직선이 최소화된 배분의 화면은 구성과 해체라는 자신의 어법을 보여주고,

머뭇거림 없는 단호한 선들과 색상들, 흔적은 최소의 색, 도식화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표정과 관계,

의외로 서사가 이루어지는 정물적 시선으로 인물을 구축하는 독특한 조형성 태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선이 보이는 형태의 단호한 결정, 그러나 그 단호함 밑으로 보이는 중첩된 선들의 민감한 배치, 선의 다의성이 주는 잠세적인 운동감,

대지를 밟고 선 강인함의 현재화야말로 작품을 이해하는 기항지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전시 팜프렛에 적힌 작가 프로필을 보고 약간의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수미술대전' 초대작가상 수상이라 적혀 있었는데, 그 상이 그토록 자랑스러웠던가? 

'정수미술대전'은 박근혜가 만든 '정수문화재단'에서 주는 상이 아니던가?

상이란 것 자체가 작가를 병들게도 하지만, 상에 따라서는 작가를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난, 작가주의 보다 인간주의자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인간답지 않으면 발톱에 때 만치도 여기지않는다.

여류작가 이도씨의 작품은 13일까지 열린다.


 

그리고 마루갤러리신관에서는 김동욱, 김영진, 김용식, 김주희, 김지은, 빅터조, 오재언, 왕에스더,

이우현, 이정연, 장영훈, 정현태, 제소정, 채정완, 최은서, 한민수, 허진의. 호 진 씨등 젊은 작가 18명이 함께 한

젊음 그리고 오늘전이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마루갤러리’2관에서는 세계 유일의 오가닉 그림을 그리는 황복은씨의 별이 쏟아지는 푸른 정원이 열린다,

염색기법에 의한 다양한 천들과 도자들이 어우러져 전시장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베를린미술관개관초대전으로 열리고 있는 제주의 양상철씨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서예와 회화를 융합하여 작업하는 양상철씨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장르를 해체하는 작가다. 

제주의 대표적인 작가로 나무, , . 도자 등을 이용하여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그는 과거의 서예 가치를 미래의 가치로 끌어 올린 가장 현대적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제주밀감껍질을 말려서 가루 낸 것을 석고와 풀, 아크릴로 반죽하여 바르고,

끈적이는 면 위에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붓질로 글 쓰듯이 그려 낸 작품이다.

꿈틀대는 그림의 형상들은 암각화에 새겨진 상형문자를 닮은 것도 여럿 있다



 

 필락해집'이란 작품은 '급한 붓질에 끌려 게들이 모여든다'는 뜻이다.

굵게 내려 그은 붓질이 폭포가 되었는데, 가히 붓질의 힘이 폭포를 능가하였다.

이 그림은 어릴 적 폭포 아래서 게를 잡던, 오래된 기억에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강민기, 권치규, 김기애, 김병규, 김재호, 김지영, 나인성, 남희조, 도태근, 박건재, 박찬걸, 성도형,

송미진, 송현구, 양진옥, 이성옥, 이인숙, 이창희, 이해성, 임세현, 임호영, 장수빈, 주영호, 최승애씨 등

24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8월의 만남전도 열리는데, 두 전시 모두 13일까지 열린다.


 

오는 825일까지 통인화랑에서 열리는 김정선씨의 다시 지금 여기에전도 볼만하다.


 

김정선씨는 오래된 사진 이미지를 이용하여 유화를 그려 온 작가다.

한 동안의 관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세월 동안 사진에 의한 그 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몇 장은 가지고 있을 법한 어렴풋한 형상의 사진 이미지들은 보는 이들에게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풍경이 때로는 그의 주변 친구나 가족으로 짐작되는 인물들이 화면을 메우지만,

그 것들이 누구이며 무엇이고, 어디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작품 속 인물이나 풍경들은 존재론적인 세계에서 규정되는 어떤 것이 아니며

그 어떤 의미를 위해 임무를 부여 받은 것도 아니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인물과 풍경은 그저 그렇게 자리에 있는, 즉 실존하는 어떤 것들이다.


 

기억을 살려내는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보잘 것 없는 일상의 한 부분과

그것이 우연히 망막에 맺혀 만들어내는 색채를 그만의 기억으로 그려낸다.

그 작품이 말하는 것은 무언가를 느끼고 기억하게 하는 순간의 진실이다.


 

사라져가는 자신 안의 어떤 것들을 필사적으로 구출하고 살려내기 위한 인공호흡이며 몸짓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 모든 것들을 살려내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여러분의 삶은 어떠한가? 누구를 위해, 아니 무엇을 위해 불태우고 있는가?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스스로를 충전하러 나가자.



 사진, / 조문호






















 

 

 

 






사람이 그리우면 인사동에 나간다.

어디엔들 사람이야 없을까마는 그곳에 가면 반가운 사람을 만날 것 같은 생각에서다.

그리운 사람들은 대개 세상을 떠났거나 살아 있어도 소식조차 없다.

사라져 그리운 것인가? 그리워라 사라지는 것인가?


 

어쨌든,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고 누군가가 그 자리를 다시 채울 것이다.

나 역시 다시 채워질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떠나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그리움의 보따리가 더 크지만...


 

그래도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인사동이라 눈에 익은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잘 모르는 사이라도 마음이 쉽게 통할 뿐더러, 전시가 열리는 구석구석에 예술가들이 박혀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인사동 나들이는 꼭 보아야 할 전시가 여럿 있어 작정하고 나온 것이다.


 

새로 개관한 이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금보성씨의 한글초대전이 대표적이고,

통인화랑에서 열리는 김정선씨의 다시 지금 여기에전과 마루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도전,

그리고 무엇보다도 궁금한 것은 지난 6월에 개관한 베를린미술관이었다.


 

전시관보다 무슨 전시인지가 더 중요해 미루기도 했지만, 그동안 시간이 잘 맞않았다.

마루지하에 자리 잡은 베를린 미술관은 본래 계절밥상’이 있던 자리로 엄청 넓은 공간이 아니던가?


 

그 자리에 돈 안 되는 미술관이 들어섰다는 것이 궁금하기 짝이 없었는데,

운영하는 지승룡씨를 만나 속내를 들어보고 싶었다.

돈에 중독된 야박한 세상에 예술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100여 평이 넘는 7개 층 전관을 갤러리로 만들어 운영하다

몇 년 만에 빈손 들고 나 앉은 아라아트의 김명성씨가 어찌 떠오르지 않겠는가?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재기의 몸부림에 한 가닥 기대는 걸지만...



가끔은 돈만 마약이 아니라 예술 자체도 마약이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마약이 아니라면 어찌 그 바늘구멍보다 작은 희망에 온 몸을 태울 수가 있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떠 올리며 인사동에 들어섰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어 깜짝 놀랐다.

뜻밖에 만난 활로였는데, 마치 저승사자가 날 잡으러 온 것 같았다.

귀신같은 망또를 휘날리며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신창영씨가 무슨 바람이 불어 지리산에서 인사동으로 날아왔을까?

서각에 달마영혼을 불어넣는 그는 잡귀에 능한 양반인데,

지난 번 페북에서 실연의 애절함을 솔직하게 보여주어, 그 어울리지 않는 순정에 연민의 정을 느끼기도 했다.


 

저녁에 술 한 잔 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병원의 금주령이 걸려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노아트스페이스에서 초대전을 열고있는 금보성씨와 심철민 관장을 만났고,

마루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도씨의 전시를 본 후, 베를린미술관에도 들렸다.



전시장을 내려다보니 누군가 손을 흔들었는데,

초점 맞지 않는 안경을 치켜세워 보았더니, 사진가 박옥수씨 였다.

베를린 미술관지승룡대표와 제주에서 활동하는 양상철작가도 함께 있었다.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각각의 전시관에 부스 전처럼 열리고 있었는데,

먼저 입구에 전시된 양상철씨의 작품을 돌아보며 작가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 전시장은 실험정신을 실천하는 기획전 위주로 운영한다는데,
곳곳에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기도 좋았다.

작품들을 감상하며 사람도 만날 수 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 아니겠는가?


 


박옥수씨와 함께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통인화랑이었다.

전시작가인 김정선씨는 자리에 없었으나, 이계선 통인화랑관장을 만났다.


 

박옥수씨가 시간이 이르기는 하지만, 어디 가서 저녁식사라도 하자고 했다.

가까이 있는 툇마루에서 된장비빔밥에 빈대떡까지 시켰으나, 술은 마실 수가 없었다.

내가 병원 의사 말을 잘 들어서가 아니라, 박옥수씨가 평생 술과 담을 쌓고 사는 분이기 때문이다.



인사동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돌아가신 심우성선생과 사경을 헤매고 계시는 강민선생 이야기가 나왔다.

심우성선생과는 살아 생전 각별한 사이기도 했지만, 강민선생은 주부생활편집장으로 계실 때 여러 차례 뵌 적이 있다고 한다.


 

인사동 터줏대감이 한 분 두 분 떠나가는 빈자리의 쓸쓸함이 밀려왔다.

마침 오늘의 인사동을 대변하는듯한 작품이 떠올랐다.



베를린미술관에서 보았던 양상철씨의 오구동행이란 작품이었다.

가까웠던 친구들이 떠나버려 빈자리가 많아졌다는 그 쓸쓸한 식탁이

오늘의 인사동을 말하는 시어처럼 머리에 내려 꽂혔다.

 

사진, / 조문호




















 

 

 


다시 지금 여기에

김정선展 / KIMJUNGSUN / 金廷宣 / painting
2019_0807 ▶︎ 2019_0825 / 화요일 휴관


김정선_핑크뮬리 사이로 부는 바람1 swaying Pink Muhly Grass in the breeze1_리넨에 유채_34×53cm_201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60330f | 김정선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9_0807_수요일_05:00pm


후원 / 통인가게_통인인터내셔날무빙_통인안전보관(주)

관람시간 / 10:30am∼06:30pm / 화요일 휴관



통인화랑

TONGI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2(관훈동 16번지) 통인빌딩 5층

Tel. +82.(0)2.733.4867

www.tongingallery.com



Right here, right now .. 한 장의 사진, 그리고 기억들 ● 우리는 모두 그리운 무엇인가가, 누군가가 있다. 때때로 그것들이 실제로 어떠했는지, 어떠한 사건이었는지 그 실체는 알지 못한 채 그저 아름다웠던 한 조각의 기억으로 또는 가슴 저미는 아련한 어떤 것으로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 작가 김정선은 근 20여 년간 계속해서 오래된 사진 이미지를 이용한 유화작품을 내놓고 있다. 한 동안의 관심이라고 하기 에는 너무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사진을 가지고 그 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누구나 몇 장은 가지고 있을 법한 사진들을 어렴풋한 형상으로 그려놓은 작품들은 보는 이들에게 아련한 자신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풍경이. 때로는 그의 주변 친구나 가족이라고 짐작되는 인물들의 사진 이미지들이 갤러리 안을 가득 채우지만 이제는 그 것들이 진정 누구였는지, 어느 장소의 어느 나무였는지는 더 이상 중요치 않아 보인다. ● 김정선의 작품 속 인물이나 풍경들은 존재론적인 세계에서 규정되는 어떤 것도 아니며 그 어떤 의미를 위한 임무를 부여 받은 것도 아니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인물들과 풍경은 '그저 그렇게 있는 것이다.' 즉, 실존하는 어떤 것들이다. 마치 작가 김 아무개가 누구누구고 어떤 사람이고 어느 집 둘째 딸이고 가 아니라 그저 '정선아!' 하고 부르면 마음속에 느껴지는 무엇인가처럼 말이다. 아무 설명도 없이 그리고 심지어는 그것이 지금 현재 생명이 붙어있는지도 중요하지 않은 채 그저 '누구야!' 또는 '아! 그 꽃!'할 때의 그 느낌처럼 말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보는 이에게 자신의 보편적인 기억을 살려낼 수 있는 자유를 선사했는지도 모른다. ● 그녀의 작품은 설명적이거나 구체적인 구조를 가지지 않는다. 바로 그녀의 세계가 주관적인 관념적 세계에 국한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미지 뒤에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이 여전히 자리를 찾지 못하는 고독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느껴지는 까닭도 다소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작품 속 공간과 작가 자신이 현재 자리 잡은 이 공간은 이 만큼 벌어져 있고 작가 자신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 김정선의 작품이 그 간 아름다운 기억에 대해 말하고 있음에도 외로움과 소외라는 정서를 함께 전해주는 것은 그 틈으로 인해 방황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기 때문이다. 마이클 화이트(Michael White)는 '말하는 것으로부터 이미 말해진 것 구출하기(Rescuing the said from the saying of it)'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 의미를 구출(rescuing)하는 것이 그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며 그의 세계를 다시 조망하는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구출해 내기 이전의 그것들은 죽어간다고 비명을 지르지는 않지만 그저 지나쳐 버려질 뿐이다. ● 김정선의 작업은 사라져가는 자신 안의 어떤 것들을 필사적으로 구출하고 살려내기 위한 인공호흡의 행위이자 제스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없어져도 신경 쓰지 않을 모든 것들을 그녀는 필사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김정선_구름 뒤 햇살 silver lining_리넨에 유채_33×24cm_2019

김정선_물수제비 ducks and drakes_리넨에 유채_130×97cm_2019

김정선_배꽃2 pear blossom2_리넨에 유채_130×97cm_2016


망각의 공간에서 현존의 자리로 ● 작가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작업의 과정을 왜 오랫동안 놓지 못하는가에 대해 자문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선의 작업의 목적은 계속되는 삶과 죽음, 그리고 현존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때 삶이었던 것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다시 살려냄과 기억해냄, 죽음과 삶이 인생의 클라이맥스나 끝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고 보았던 프로이트의 명제에서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게 의미와 삶을 구출해 내는 그녀의 행위는 작가의 삶의 모습이자 예술가로서의 자세였다. ● 그들의 삶은 죽음과 나란히 있음으로 해서 다시 살아 날 수 있음이며 그 생의 기간 동안 더 생생하게 살아 있을 수 있음을 그녀는 그려낸다. 심지어는 그녀 자신이 그 인물들을 다시 흐려버림으로써 죽음에 가깝게 만들어 버리는 한 이 있어도 그것이 기억되고 있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 철학자 카트린 말라부(Catherine Malabou)는 이렇게 덧붙였다. "모든 생명체의 존재의 목적은 죽음이다. 그러나 이 반복적 행위를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반복 속에 우리가 잠시 살다가 가는 것이다." 김정선의 작품은 이 반복적인 죽음과 삶의 명제 앞에 얼마나 우리가 무기력한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얼마나 처절하게 그를 구하려고 애쓰는 가를 보여 주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그녀가 옛 사진을 꺼내는 대신 작업실에 오는 길에 밟히는 민들레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사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기법 상으로는 비슷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지만 작가의 작업 인생에서 큰 변화라고 보여 진다. 관념 속 공간을 헤매던 작가가 드디어 발 밑에 있는 잡초와 같은 노란 꽃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허공 속에서 망각의 뒤편으로 사라져 가는 어떤 것들을 가지고 씨름하던 작가가 문득 '지금 이 순간' 발 밑에 있는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그녀에게 있어서 삶과 죽음, 그리고 살려냄은 관념의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고통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또 다시 망각의 뒤편으로 사라져 갈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작가의 눈앞에서 시선을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 의식적인 시선이 아니라 우연한 발견으로 선택된 민들레의 노랑이 화면 위에서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이 순간의 진실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갑자기 크고 화려한 무엇인가를 그려냈다면 그것은 몇 년 전 내놓았던 '불안함이 깃든 소녀들' 연작에서 그러했듯 다시금 불안의 징조를 보여준다고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 그러나 김정선은 잡초를 큰 화면에 옮겨놓음으로써 기억을 살려내는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보잘 것 없는 일상의 한 부분과 그것이 우연히 망막에 맺혀 만들어내는 색채를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보는 이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그녀는 기억 시리즈에서 여기까지 먼 길을 걸어 온 셈이다. 힘이 들지 라도 그녀의 노력과 작업은 헛되지 않은 것 같다. 그녀의 작품이 뒤에 남기는 것은 무언가를 느끼고 기억하는 이 순간의 진실이며 그의 작품 앞에 선 이들과 그것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주연


김정선_지금 여기에1 right here and right now1_리넨에 유채_112×291cm_2018~9
김정선_해운대 겨울 밤 바다 winter sea in Haeundae_리넨에 유채_130×97cm_2019
김정선_햇살아래 소녀 girl in the sun_리넨에 유채_65×53cm_2019

Right here, right now.A Photograph, and Memories ● We all miss something or someone. They stay around a corner of our heart as a piece of memory or a heartbreaking wound, with their actual existence obscured. The artist, Kim Jeong-Sun, has released oil paintings using old photograph images for about 20 years. Such extended interest in photograph images has allowed Kim to create unique images. Her paintings hazily illustrate photographs with which anyone has similar ones; therefore, viewers are reminded of distant memories. ● Filling in the gallery, her paintings show landscapes or her friends and family members. However, it doesn't seem important who they were and what were where. Kim's characters and scenes refuse to be defined in the ontological world. They also refuse to be given any missions or meanings. The characters and scenes in her paintings are being, just they are. They exist. We know Artist Kim, often not by the answers to questions like "Who are you?", "What kind of person are you?", "Do you have a brother or sister?", and "Who are your parents?". Just say her name "Jeong-Sun" and you get a feeling or an idea about her existence. Without any explanation, even without knowing whether alive or dead, every one of us can bring up our knowing of someone or something simply by crying "Hey!" or "Oh! That flower!". Her paintings let viewers to reactivate and recall common memories. ● Her works neither explain nor frame. Her artistic world has been subjective and ideological, where an artist of warm and beautiful paintings may appear to be a lonely woman wandering and looking for home. Such distance between the artistic and the real world prevents Kim from belonging to one world and keeps her wandering in-between. This wandering image of herself is mirrored in Kim's works. This is why we feel solitude and isolation even when her works show us beautiful memories. ● Michael White emphasized the importance of "rescuing the said from the saying of it." Rescuing one's meaning is extending one's life and viewing one's world. Before the rescuing, one is silently passing away and being passed by. Kim's work is desperate gestures just like resuscitation to rescue and save withering things in herself. These are already forgotten and paid no attention, but she is desperately rescuing them. ● From Space of Oblivion to Place of Existence ● Kim has asked herself why she can't stop this painful work. The purpose of her works seems related to the issue of continuous life and death, and existence: Life and death of things that were once alive, and rescuing them to remember. ● Her efforts remind us of Freud's claim that death and life can be seen not only at the end or climax of one's living but also in shadows overcastting our whole lives. Rescuing meanings and lives of withering things, Kim shows us what the life of an artist looks like. ● In her paintings, withering things come back to be alive and become more alive since their lives are in parallel with deaths. Even when she paints them into faint images around death, she tells us they are alive and remembered. ● Philosopher Catherine Malabou said, "The purpose of one's existence is death. But we don't repeat this action. Rather we live a momentary life in the repetition." Kim's works show how pathetic we are in this repeating cycle of life and death as well as how desperate we are in recuing dying lives. This exhibition shows her change: Kim starts to see dandelions on her way to the studio, instead of taking out old photographs. Although this change is an extension of her previous works in terms of techniques and styles, it shows a huge transition of her life as an artist. The wanderer in the ideological world begins to see ungraceful yellow flowers under her feet. Kim, who had wrestled in the void with things disappearing behind oblivion, just "noticed" things that exist under her own feet "right at the moment." ● She had suffered from the vanity of life, death, and rescuing in the ideological world. She had faced so many things which were eager to receive her attention before passing away into oblivion. The yellow of the dandelion, which was caught unconsciously and accidentally, glows on the canvas because it reveals the truth of this moment. If Kim had painted something huge and brilliant, that might have shown another sign of anxiety, just as her series of work "Anxious Girls" did in a few years ago. Putting the weed onto a huge canvas, Kim vividly depicts the colorful image that a trivial part of the life accidentally creates on our eyes, and continues her effort of rescuing memories. She has wandered such a long path in her series of memory that viewers can't even imagine the route. ● Though arduous, her efforts and works are fruitful. Her works leave us with the truth of this moment that is felt and remembered. ■ Juyeon Han


Vol.20190807a | 김정선展 / KIMJUNGSUN / 金廷宣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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