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14

며칠 전 Daum의 무례한 갑질에 치를 떨어야 했다.

성수동 '도서박람회' 행사 일환으로 열린 양승우씨 '마지막 카바레'

전시 사진을 비교적 신체 노출이 적은 사진만 골라 올렸는데,

그 다음 날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를 한 달간 정지한다며 로그인 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당한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문제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었지만,

문제가 된다면 당분간 외부인 접근을 차단한 상태에서

최소한 소명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조건 삭제해 버리면 그 자료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Daum의 ‘인사동 사람들’이란 블로그는 오랜 세월 주변에서 있었던 일들을

일기장처럼 상세히 기록해 온, 나에게는 소중한 자료 공간이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억이 흐릿해져 블로그가 기억의 저장고가 되기도 했다.

하루에 한 건씩 쉬지 않고 올린 게 오천 칠백여 건이나 되는데,

그 많은 데이터를 긴 세월 제공한 고객에게 어떻게 이런 갑질을 할 수 있는가?

당장 블로그에 포스팅을 못하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참여하는 카페도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보내온 이메일조차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 당장 모든 게시물을 삭제해 Daum의 '인사동 사람들'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소중한 자료를 옮기는 일이 남아 있어 참아야 했다.

부랴부랴 정동지에게 부탁하여 Naver에 ‘인사동 이야기’란 새 블로그 부터 하나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 많은 자료를 한꺼번에 옮긴다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 하나하나 옮겨가며 지우기로 했다.

이제부터 Daum 갑질에 대한 저주의 칼춤을 출 것이다.

닷새 동안 새 블로그 틀 짜느라 전전긍긍하다 처음 올리는 글이 손녀 하랑이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마 그동안 있었던 일 중에 가장 위안이 되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며칠 전 아들 햇님이가 생일 축하하는 자리를 만든다기에

정동지와 함께 구파발 ‘오복미역’ 식당으로 찾아간 것이다.

거리두기로 한동안 손녀를 보지 못했는데,

그동안 하랑이 말솜씨도 많이 늘었지만 애교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늙은 할애비께 보내는 윙크에 온갖 시름이 다 녹았다.

"하랑아~ 부디 건강하게 자라다오"

 

사진, 글 / 조문호

 

며칠 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손녀 하랑이가 왔다.

 

 

 

아들 내외와 녹번동에 왔는데, 그 사이 기저귀 찬 처녀가 되어있었다.

 

 

 

문제는 준비해 둔 수박사탕을 너무 일찍 준 게 탈이었다.

 

 

 

요즘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언어 구사력이 대단하다는데, 커서 앵무새 같은 아나운서 될까 걱정한 탓일까? 사탕을 입에 넣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정영신씨가 정선에서 얻어 온 두릅을 챙겨 주며, 만지산 집에 불난 이야기를 꺼냈다.

 

 

 

 

집에 불났다는 소식에 마음 편한 자식이 있겠냐마는 오래된 필름 태운 걸 안타까워 했다. 여지것 많은 분들이 걱정하며 위로했으나 아무도 해결 방법을 조언해 준 사람은 없었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 주며 해결할 사람까지 주선하겠단다.

 

 

 

또 하나 들려준 소식은 몰고 다니던 고물차가 퍼져 장모님이 차를 사 주었단다. 

 

 

 

 

하랑이는 끝까지 사탕을 입에 물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들 햇님이가 공공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가

두 달이 지났으나 가보지 못해 마음 조렸다.

 

녹번동으로 오겠다는 연락조차 오지 말라고 깔아뭉갠 것은 코로나가 걱정되어서다.

 

최근 들어 노숙자를 비롯해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 늘 불안한데,

지난 주 검사를 받아 음성판정을 받고서야 서둔 것이다.

이사 간 아파트가 어떤지도 궁금했지만, 손녀 하랑이의 두 번째 생일이 다가 온 것이다.

 

지난 주말 정영신씨와 함께 하랑이 옷과 딸기를 사 가지고 갔는데,

은평구 수색에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라고 했다.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아파트’라는데, 무슨 아파트 이름이 이리도 길며

난데 없는 DMC와 롯데캐슬은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외우기도 힘든 외래어를 붙여야 아파트 품격이 올라가는 걸까?

시골 시부모가 못 오도록 어려운 이름을 선호한다는 우스개가 생각났다.

 

가보니 아파트 단지가 어마어마한데, 주차장이 넓어 어디로 나가는지 구멍 찾기도 어렵더라.

이렇게 근사한 아파트를 저소득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아파트로 제공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는데,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실망이더라.

 

13평이라 그런지 하랑이 장난감만으로 집안이 꽉 찼다.

그런데, 공공임대 전세가 일억이 넘고, 월세와 관리비가 오십 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전세 이자까지 합하면 도대체 집세가 얼마나 된단 말인가?

 

햇님이는 정의당에서 지역관리나 하는 처지라 별다른 벌이가 없다.

호구지책으로 며느리가 아르바이트로 나서 먹고 사는데, 어렵게 벌어 집세에 다 들어갈 형편이었다.

그 흔한 엄마 아빠 찬스 한 번 얻지 못한 부모 잘 못 만난 서러움이다.

 

가진 자들의 투기로 서울 집값과 전세 값 폭등에

주택난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이제야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이만한 공공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운이 좋은 편이라는 말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손녀 하랑이를 보니 많이 자랐더라.

언어 구사가 제법이라는데, 무엇에 삐쳤는지 나와 눈 맞추기조차 피하네.

엄마 가슴에 파묻혀 눈치만 살피다 그만 잠들어 버렸는데,

손녀 재롱도 못 보고 가야 할 판이었다.

 

새근새근 잠자는 모습까지 귀여웠으나, 이 녀석 손을 보니 작은 손이 아니었다.

손과 발이 애비를 닮았다는데, 햇님이 손도 내손과 마찬가지니 부전자전이었다.

 

집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손녀 장난감이 너무 많았다.

내 생전 장난감 냉장고가 그리 큰 것도 처음 보았지만,

실내공간의 많은 부분을 장난감이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 풀지도 않은 어린이 책이 쌓여 있는 걸 보니,

어디서 사용하던 장난감과 헌책을 분양받아 온 것 같았다.

 

한 시간쯤 잤을까? 드디어 하랑이가 일어났는데,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은지, 입이 툭 튀어 나와 있었다.

 

좋아 한다는 ‘춥파춥스’사탕도 마다하고, 좋아하는 딸기도 본채 만채다.

결국 소꿉놀이 장난감을 풀어서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혼자서 잘도 놀았다.

 

드디어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관심 끌기 위해 카메라를 주며 할아버지 사진 좀 찍어 달랬더니, 나보다 더 잘 찍었다.

 

손녀 웃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올 줄 알았는데, 늦게야 신난 것이다.

하랑이 기분 풀릴 때 까지 기다리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서둘러야 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깜짝 놀랄 선물을 준비하여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텐데,

뭘 준비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인사도 할 줄 아네.

하랑아! 다음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 거라. 

안뇽~

 

사진, 글 / 조문호

 

 

난, 생일을 유달리 싫어한다.

나만을 위한 특별한 날이 부담스러워서다.

어릴 적부터 생일은 어머니를 위한 날이라고 여겨왔다.

오죽하면 미역국을 싫어했을까?

 

젊을 때는 음력 생일을 가족들이 챙겨주었지만,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음력 생일은 잊어버렸다.

한 동안 생일은 잊고 지나칠 때가 더 많았는데,

정영신씨를 만나며 피곤할 정도로 생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음력생일이 양력생일로 바뀌었고,

그 미끌미끌한 미역국 먹는 일이 유일한 생일치레였다.

그냥 지나치기를 바랬으나, 페이스 북을 시작하며 더 큰 곤욕을 치룬다.

 

생일이 되면 페북에서 나팔 불어대니, 잊고 지나치기는커녕

잘 모르는 페친까지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날려댄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생일을 맞는다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것 같다.

 

지난 9월3일에는 폭우로 정선 만지산에 고립되어 있었다.

이튿 날 아침에 생일밥을 먹기로 약속 했는데, 빠져 나갈 수가 없었다.

정오 무렵에야 물길이 열려 떠날 수 있었다.

 

아침 약속이 저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는데,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평소 네 시간이면 충분한 국도가, 이날은 양평에서 밀리기 시작하여

장장 일곱 시간이 걸려서야 녹번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영신씨는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조촐한 생일 밥상을 준비해 두었는데, 손녀 하랑이도 온다고 했다.

 

좀 있은니 아들 햇님이 내외와 귀염둥이 하랑이가 등장했다.

하랑이가 생일케익까지 들고 왔는데, 그 날은 생일 같았다.

 

하랑이를 웃기려 빠진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더니,

괴기한 모습에 놀란 하랑이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진짜 웃기는 건, 나를 보지 않겠다고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하랑이 마음을 달래려고, 좋아하는 얼음과자를 주어도 반기지 않고

생일케익에 불을 꺼라 해도 시무룩했다.

얼마나 할애비가 얄미웠으면 눈을 반쯤 감고 안 보려 할까?

 

“하랑아~할아비 생일을 축하해 주어 고마워”라고 말했더니

그때사 손 키스를 날려준다.

 

하랑이가 요즘은 어린이집에 다녀 그런지

말도 제법하고 귀여운 짓을 곧 잘한다.

먼 길을 탈출하여 어렵사리 생일상을 받은 보람이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생일을 맞고 싶지 않다.

이젠, 나에게 생일은 없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2일 저녁 무렵, 우리 공주님이 출두했다는 소식이 떴다.

아들 햇님이 내외와 손녀 하랑이가 녹번동 ‘은평평화공원’에 왔다는 거다.

평화공원은 지척이라 냉동실의 얼음과자 몇 개 챙겨들고 달려갔다.

 

공원에는 아들과 며느리가 와 있었는데, 하랑이는 신이나 어쩔 줄 몰랐다.

잔디밭을 종횡무진 뛰어 다니며 무슨 말인지도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댔다.

방에 갇혀 지내다 모처럼 넓은 공원에 나왔으니, 신날만도 했다.

 

방바닥을 기어 다니던 때가 엊그제 인데, 벌써 다 커 버렸다.

쉴 틈 없이 바삐 움직여, 어른 같았으면 몸살 날 것 같았다.

그토록 잔디밭에서 뛰어다녔으나,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

 

하랑이가 유모차를 가르키며 중얼거리는 걸 보니,

자기 차라고 자랑 하는 것 같았다.

소리를 지르거나 뭔가 중얼대는 걸 보니, 곧 말도 할 것 같았다.

 

유모차로 녹번동까지 왔으니, 장거리 운행이었다.

떠나려고 유모차에 태우니, 이미 알아채고 손부터 흔들어댔다.

하랑이는 신나게 놀았으나, 어른들은 재롱이며 기쁨이었다.

 

하랑 공주님! 잘 가세요.

다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줘요.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8일, 하랑이 온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하랑이 온다는 전화는 반가움에 앞서 걱정도 따랐다.
코로나 때문에 어른도 꼼짝달싹 않는데, 젖먹이가 우째 걱정이 안 되겠노?
아들 햇님이가 밖에 일보러 다니는 것조차, 병 옮길까 걱정하는 판에...




어쨌든, 하랑 공주님이 납시니 좋긴 좋더라.

조용한 집이 갑자기 난리 쳐들어 온 듯 복닥거렸다

지 모습 찍힌 동영상에 깔깔거리기도 하고,

책장에서 책을 뽑아보며, 이것저것 살피느라 바쁘다 바빠..


    

혼자 먹던 딸기는 어미와 애비는 주면서, 내가 달라니 울어 버리네.

딸기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귀신같은 할애비 꼬라지가 무서운 모양이다.

내 딴엔 하랑이 온다고 안 끼던 틀니까지 끼며 폼 잡았는데...

다음에 올 때는 머리도 자르고 동동 구리무 라도 좀 발라야겠네.


 

요놈의 자슥이 올매나 이뿌고 새칩은지 확 깨물어뿌고 싶더라.

저리 천진난만한 애를 보고도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란 양반은 정신 나 간기 틀림없다.

세상물정 모를 저때가 제일 좋은데, 점점 커가며 인간이 만든 굴레에 물들어가는 것 아이가?

나쁜 것도 배우고, 더러운 돈 욕심도 내고...


 

그 날은 하랑이 덕분에 모처럼 맛있는 음식까지 얻어먹었다.

연안식당에서 꼬막 비빔밥에다 멍게 비빔밥까지 완전 해적판이었다.

이제는 이도 여러 개 생겨 이 빠진 나보다 더 잘 먹더라.

그 큰 숟갈에 입 찢어질까 걱정스러웠다.


 

이젠 잡을 것만 있으면, 제법 아장 아장 걷기도 하네.

온 식당을 뿔뿔 기어 다니며 바닥 청소를 다 한다.

변화무쌍한 표정과 쉬지 않고 휘젓고 다니는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한 것 같다.

처음엔 마누라가 최고라며 호들갑 떨다가

자식이 생기니 자식이 최고라고 치켜세우고,

손자 생기니 손자가 최고라고 난리 피운다.


 

하기야! 옛말에 사랑은 내리사랑이란 말도 있다 아이가?


 

하랑이 덕에 온갖 근심걱정이 눈 녹듯 녹아 내렸다.

맨날 이뿐 선물 사 준다는 말만 해 놓고, 치매 끼가 있어 가고나면 이자뿐다.

다음에는 기어이 선물을 구해놓아 점수 좀 따야것다.


 

하랑아! 우짜던지 건강하게 잘 커그래이~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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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가슴 터질듯한 첫사랑의 감정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손에 잡힐듯 생생하니,

사랑의 바이러스가 어지간히도 진하고 강한 것인가 보다.
주체할 수 없었던 아득한 옛 사랑은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린다.




그 아름다운 사랑은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가'가 잘 말해준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만큼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얼마나 좋았으면 이렇게 노래 불렀겠는가?
고려장해야 할 나이의 사랑타령이 좀 껄쩍지근하지만, 좋은 건 좋은 것이다.
비단 연인에 대한 사랑만이 아니라, 혈육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지난 설날 연휴에 쪽방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 저장된 사진을 옮겨 담느라 정신없는데,

정영신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빨리 와! 하랑이 왔어”
아무리 다급한 일이지만, 모든 걸 팽개치고 부리나케 달려간 것이다.




녹번동 정영신씨 집에 아들 햇님 내외와 손녀 하랑이가 와 있었다.
콧구멍한 집구석에 이토록 정이 철철 넘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몇일 전 돌잔치에서 본 하랑이와는 완전 달랐다.
무표정하게 폼만 잡은 그 때와는 달리 이리저리 비집고 다니며 신났다.




어른들이야 좁은 집이 불편하겠지만, 하랑이는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달라진 환경에 흥미를 느꼈는지, 책을 꺼내기도 하고 설합장을 열어보기도 하고,
문짝에 붙어 있는 장터할머니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며 웃기도 했다.
심지어 제 모습을 찍는 카메라를 돌려보며 깔깔거렸다.
호기심 가득 찬 하랑이는 모든 게 신기하고 즐거울 뿐이었다.


 

나 역시 처다보기만 해도, 그 행복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혈육의 정을 이렇게 뜨겁게 느낀 적이 도대체 얼마만이던가?
햇님이 어릴 때 느꼈던 40 여 년 전으로 거슬렀다.




꼭 껴안고 싶어도, 행여 다찰까 손도 댈 수 없었다.
하랑이가 집에 머문 두 시간 동안은 행복감에 부풀어 잠시도 눈을 땔 수 없었다.
쉬지 않고 사방을 기어 다니며 세상의 재롱은 다 떨었다.

음식도 잘 먹고, 보채지도 않았다.



하랑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 화인더로 지켜보았는데,
어른 같았으면 몸살 날 정도로 바삐 움직이며 표정도 변화무쌍했다.

붙잡고 일어서기도 하고, 말도 한마디씩 하며 숟가락 질도 곧잘 했다.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지, 몸이 부르르 떨렸다.



행복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하늘보다 더 높은 사랑의 감정을 다시 한 번 체감한 것이다.

아름다운 환경에 취했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행복감과는 수준이 달랐다.
잠시도 떨어지기 싫었던 연인의 사랑과도 또 다른 차원이었다.



하랑아! 할애비를 행복하게 해 주어 고맙구나.

부디 건강하게 자라다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남지현과 조햇님의 딸 조하랑의 생일잔치가 지난 18일 불광동 ‘본페뜨’에서 열렸다.




서둘러 나서기도 했지만, 시간 가늠을 잘 못해 한 시간이나 빨리 와 버렸다.
약속 때 마다 꾸물대다 늦게 가기 일수인데, 어지간히도 기다렸던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식장 주변을 30분이나 서성이는 촌놈 티를 내고 말았다.




시간이 되어보니, 돌상은 식장에서 차려 놓았고, 접대도 부페식이라 도와 줄 일이 없었다.
마침 노재학씨와 이정환, 성유나씨가 들어와 식사부터 하며 시간 보낸 것이다.




하랑이 태어 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첫돌이라니 세월이 빠르기는 빠르다.



뒤늦게 나타난 하랑이는 자다 일어났는지 부스스한 모습인데,
처다 보는 초롱초롱한 눈길이 '어디서 본 듯한 영감탱이'로 생각되는 모양이다.
몇 달 만인데, 이제 처녀 티를 슬슬내며 제법 의젓했다.




"아이구야~ 올매나 이뿌고 새칩은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는 말이 딱 들어 맞았다."




손님들의 집중된 시선이 불편한지, 아니면 주인공이라 폼 잡는지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 좋아하는 음식 한 점 먹지 못하고 사진만 찍으니, 편할 리야 있겠나.
타고 들어갈 장난감 승용차에선 핸들을 돌려 보며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자신의 지난 모습이 편집된 영상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갑자기 좋아 하길래, 뭔 장면인지 확인하려다 그 순간마저 놓치고 말았다.

말은 못해도 뭔가 생각하는 건 있을텐데, 그게 뭘까? "하랑이 지금 정신 없어. 묻지마~"




드디어 우리 공주님께서 입장할 시간이 되었다.
세단을 탄 하랑이가 손님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이동했다.
케익에 촛불도 켜고 인사도 했다.




좋아하는 물건 찾는 순서에서는 다들 "뭘 잡을까?" 긴장했다.
실, 돈, 연필, 청진기, 마이크 등 갖가지 물건들을 살펴보더니, 마이크를 덥석 잡은 것이다.



이 녀석이 요즘 인기 있는 프로 ‘보이스 퀸’이라도 본 걸까?
아니면 진짜 가수가 되고 싶은걸까?



더 기가 찬 것은 사회가 아빠 더러 소감 한마디 하라니까 햇님이가 또 눈물을 글썽거리는 거다.
'하랑이를 키워보니, 아내의 고생스러움과 키워준 부모 마음을 알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하기야! 혼자 사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사실 하랑이를 위한 잔치지만, 하랑이는 힘들 수밖에 없다.
돌잔치가 끝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하랑아! 사는 게 다 그런 것이란다.
그리고 하랑이 생일을 축하해 주신 많은 분들, 고맙습니다.




"하랑아~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거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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