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에서 ‘진주청국장’을 운영하는 조영희 누님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갈을 받았다.
어깨뼈를 다쳐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받았는데, 수술결과는 좋다고 한다.




진주에서 여의도로, 여의도에서 양재동으로 40여 년 동안 청국장 끓이는 일에 매달렸으니,
쇠덩어리라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맏딸 박홍전이가 시집도 가지 않고 장사를 이어 받았는데, 골병드는 일이 식당일이다.
돈은 좀 벌었겠지만, 건강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랴!




지난 년말, 일산 사는 동생 조창호와 조옥희, 매제 김종성씨와 함께 병문안 갔다.




누님께서는 “수술을 잘 끝내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며 반갑게 웃었는데,
팔 밑에 받침대를 댄 모습이 어릴 적 본 아이스케키 통 맨 사람 같았다.
‘아이스케키 좀 팔았냐?’는 농담도 했는데, 얼굴만 보아도 즐거운 것이 가족이다.




이제 팔순을 넘겼으니, 식당에서 은퇴할 나이가 넘었다.
여기 저기 놀러 다니면 좋으련만, 시집가서 식당일만 해서 노는 것도 잊어버렸을 것이다. 
기껏 하는 일이 조계사에 기도하러 가는 것 뿐이다.




가족들이 다 수도권에 살지만,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일이 생기지 않으면 만날 수도 없다.
모처럼 만났으니,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지만 할 말은 많았다.




아들 햇님이가 카톡으로 보낸 손녀 하랑이 사진을 돌려보기도 했다.
장가 간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손녀 하랑이 첫돌이란다.




매제 김종성씨는 대학에서 정년퇴임하여, 딸 소원이가 운영하는 약국의 셔터맨으로 봉사한단다.

다들 생활전선에서 물러 날 때가 되었으니, 이제 재미있게 사는 일만 남았다.




못 다한 이야기는 퇴원 후로 밀쳐두고 다들 물러났다.



"새해에는 오짜던둥 건강 잘 지켜 재미있게 삽시더.

조씨 집안이 노는대는 일가견이 있다 아이가"



옛날에는 꽃놀이 술판을 '회초'라 그랬는데, 사전에는 없어 어원을 모르겠네.





"날 풀리마 꽃놀이 술놀이나 한 판 벌립시더!

이빨 사이로 새는 '봄날은 간다'도 색다르게 쌕시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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