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동자동 희망나눔센타'에 들렸더니, 주민들이 종이공예 수업을 받고 있었다.
요즘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는 붓글씨, 종이공예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가르치고 있다.
돈벌이와 연결될지는 모르지만, 보람 있는 여가생활로 작가적 품성을 기르는 것이다.




입구에는 임대주택 이주자 신청을 받는다는 공고가 붙어 있었다.
그렇지만 신청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임대주택 이야기에 다들 손사래를 쳤다.
“어렵게 사는 것이야 마찬가진데, 방 좀 넓다고 대수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도 없는 모르는 곳에 징역 갈 필요 없다고 했다.
좁고 후진 쪽방이지만, 밥 한 끼라도 얻어먹기 편하고,
아는 사람 많은 쪽방에서 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역이라는 교통이 좋은 점도 작용하는 듯 했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연명하니, 그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살면 얼마나 살 거라고, 그냥 한 곳에서 살고 싶은 거다.
가족도 친구와의 연락도 끊겼는데, 가면 외로워서 못산다고 했다.




신청마감일이 지난 23일 다시 들렸더니, 마감일은 내일까지 연기되어 있었다.
아래 공고를 참고하여 넓은 공간이 필요한 주민은 서둘러 신청하기 바란다.
짝이라도 있는 분은 비좁어 살 수 없지 않은가?

사진, 글 / 조문호







입주신청 받는 임대주택














지난 수요일엔 하늘이 무너질 듯한 천둥소리를 내며
장대 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누구보다도, 동자동 공원 앞에서 노숙하는 친구들이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인네 치마폭 같은 조그만 천으로 가리고 앉았으나,
쏟아지는 빗물을 감당하기엔 속수무책이었다.






이불을 비롯한 모든 살림은 흥건하게 젖어버렸고,
노숙자들은 물에 빠진 쥐처럼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주제에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다. 



 


이곳은 서너 달 전, 방세 보증금 50만원을 다 까먹고
쪽방에서 쫓겨 난 사람이 임시 숙소로 사용하던 곳인데,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그들의 피신처가 된 곳이다.






본래 쓰레기나 폐품을 모아두는 막다른 길 모퉁인데다,
한적한 구석을 주차된 차들이 가려주어 쉽게 노출되지 않는 점도
거처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시민 입장에서야 없애는 것을 원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역 주변을 어수선하게 하는 것 보다 낳지 않겠는가?






지금은 이덕영, 원종훈, 이경환, 강 원, 김창원, 박상일씨 등
여러 사람이 밥 타먹는 시간이나 자활 나가는 시간외는
언제나 함께 머무는 노숙인들의 쉼터가 되어버렸다.






햇볕이나 비를 피하기 위해 조그만 천으로 하늘을 가렸으나,
쏟아지는 비는 그대로 흘러 내렸다.
비가 잦은 요즘은 수시로 빗물에 젖을 수밖에 없는데,
그들은 갈아입을 옷도 없는 단벌거지가 아니던가.





서민복지를 입이 아프도록 노래 부르지만,
큰 그림보다 바닥에서 헤매는 이런 일부터 좀 도와주어야 한다.
그 흔해 빠진 천막하나 쳐주는 것이 그리 어렵겠는가?






자활로 쪽방에 들 형편이 될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천막 하나 쳐 다오.
외관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다.
사람 나고 돈 나지, 돈 나고 사람 났던가?



사진, 글 / 조문호


















올 해로 아홉 번째인 동자동 사랑방마을어버이날 잔치가

지난 57일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동자동 새꿈 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매년 어버이날마다 쪽방 주민들을 위로하는 어버이 잔치가 동자동 사랑방주관으로 열려왔다.

주민에게 모금한 돈으로 손수 음식을 장만하는 등 서로 정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다.

다들 꽃 달아드리는 이웃의 손길을 다소 어색한 눈길로 바라보았으나,

따뜻하고 흐뭇한 마음이 번지는 게, 금세 느껴졌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쪽방 촌에 거주하는 분들은 대개 자녀가 있어도 찾아오지 않거나,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며 살아가는 외로운 분들이다.

그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음식을 대접하며,

모처럼 이웃과 어울려 대포 한잔 나눌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식사 대접에는 공원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하지만,

이 날만은 '동자동사랑방'에서 제공한 술을 마실 수 있으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미역국과 밥, 부침개, 족발, 소주, 막걸리, 음료수 등 준비한 음식들을 사랑방 식구들이 부지런히 날랐고,

주민들은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과 약속한 빨래집게 사진 나눔전도 열었다.

이번에는 사진가 정영신씨의 프린트 협찬으로 가능했는데,

공원에 쳐 놓은 빨래 줄에는 작년 추석 이후에 촬영된 85장과,

지난 빨래줄 전시에 걸었던 사진 중에 추가로 원하는 15점 등 모두 100점을 내 걸었다.



 


그런데, 뭔가 착각한 동자동 사랑방임원 한 사람이 사진 설치에 제동을 걸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행여 잔치 분위기를 헤칠까 대꾸하지 않은 채, 설치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지나서야 걸었지만,

이건 분명 짚고 넘어 갈 사안으로, 당사자의 사과와 사랑방조합의 공식 견해를 요구할 것이다.



 


서로 돌려보기 싶도록 빨래 줄에 건 사진들은,

본인이 갈 때 거두어 가기로 되어 있으나, 잊어버렸는지 행사가 끝났는데도 절반이 남아 있었다,

나 역시 안애경, 류성조, 정영신씨 등 손님 맞느라 사진을 챙겨 드리지 못했다.

어쩌면 사진을 빌미로 다시 술 한 잔 나눌 수도 있으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미처 만들지 못한 사진이나 추가로 촬영된 사진은 올 추석에 돌려드릴 작정이다.

동자동 사랑방추석잔치는 고향 떠나기 하루 전에 치루지만,

빨래줄 사진 나눔 전은 작년처럼 추석 당일에 실시할 예정이다.

고향이나 가족을 찾아 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한 배려이니,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본인 사진이 없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 혹시 거리나 공원에서 만나면

어이~ 사진 한 판 멋지게 찍어 줘라고 말을 하라, 결국 남는 건 사진뿐이다.

그 기록들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사가 될 것이다.





행사가 끝난 후, 찾아 온 손님들과 어울려 서울역 284’에서 열리는 “Market EuRang"에 들려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공예의 일상화전도 들려보고, 서울역 맛집에서 늦은 점심도 먹었다.

돌아오다 보니, 서울역 주변에서 쓰러져 자는 김지은씨 등 노숙하는 친구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은 어버이날 행사조차 끼일 수 없으니, 카네이션은 커녕 따뜻한 밥 한 끼 챙겨먹지 못한 것이 뻔하다.

빈속에 독주만 들이켰으니, 저렇게 쓰러져 잘 수밖에...




 

행사를 치룬 공원에는 몇 몇 분들이 남아 한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이상준씨는 나에게 전해 주라며 김도이씨가 맡겨 두었다는 비누와 향이 든 선물 봉지를 주었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그의 고마운 마음 잘 간직하겠다.




 

옆에 있던 이기영씨가 나를 불렀는데, 갑자기 호칭이 달라졌다.

평소에는 어이~“라며 만만하게 대하는 친구가 "조기자, 나 좀 보세라고 점잖게 말하지 않는가.

닭발을 먹고 있어 "닭발에 걸려 헛소리냐고 대꾸했더니,

나에 대해 모르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찾아 온 여인들과 총총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여러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이기영씨야 인터넷을 하지 않으니 아무 것도 몰랐으나,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기자라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았다.



    

 

배운 짓이 사진 찍는 일과 글 쓰는 일 뿐이니, 이곳에서나마 보탬이 되면 좋지 않냐고 말했으나,

예전처럼 편안한 사이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기자와 주민 사이에 생기는 거리감 같은 경계가 쉽게 해소될 수 없을 듯 하다.

여지 것 가장 우려해 왔던 일이 현실로 다가 온 셈이다.



 


이날 잔치에는 동자동사랑방김호태 회장을 비롯하여 많은 주민들이 협력하여 일사불란하게 치러졌는데,

외부 손님으로는 예술감독 안애경씨와 사진가 정영신, 김 헌씨, 그리고 류성조, 이보영씨 등

여러 명이 함께하여 보람된 어버이날 행사를 도우며 지켜보았다.

 

다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어, 내년에 다시 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진, / 조문호





































































































































































 





어제는 비오다햇볕나는 등, 날씨가 지랄 같았다.

달세 보증금 50만원을 다 까먹어 쫓겨난 친구가 얼마 전 쓰레기장 옆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비 때문에 이불이 젖게 되어, 응급조치로 천막을 치게 된 것이다.

그 것도 이사라고 집들이 한다며 막걸리 4병과 꽈배기 한 봉지를 사들고 갔다.



 

주인은 보이지 않고, 서울역 노숙거사 이덕영을 비롯하여 이경환, 김동진, 정용성 등

몇 사람이 딸막딸막한 술병을 놓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먼저 본 놈이 임자라고, 그들이 집들이 술을 다 빨아 버렸다.



이덕영을 알게 된지는 제법 오래 되었다.

2016년 가을에 처음 만나 찍은 사진이 바로 카메라는 칼이다사진집 표지에 실린 것이다.

일 년 전, 그에게 사진을 뽑아 주었으나, 노숙자 신세라 보관할 곳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도 몰라, ! 그 사진 한 장 더 뽑아줘라고 다그치길래

사진 대신 책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동갑내기인 김동진씨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동사무소 복지과에 가서 이빨부터 하란다.

자기도 이빨이 없어 동사무소 도움으로 말짱해졌다며 자랑했지만, 난 구제 받을 급수가 아니다.

이빨이 없으니, 키스를 해도 걸리는 게 없어 좋더라고 했더니, 배꼽을 잡는다.

"지들이 게 맛을 알기나 하려나."


 

이덕영과 이경환은 천원 짜리 지폐한 장 놓고 가위 바위 보로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그 돈으로 막걸리 사서 같이 마시겠지만, 술을 쏘는 갑이 되고 싶은 거다.



그런데, 결핵검진 받은 사람은 라면을 다섯개 추가로 준다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얼마 전, 안 해도 될 결핵검사 받아 탄 라면을 원용희씨에게 준 일이 있었다.

그게 불법이라면 천 번이라도 법을 어기겠다는 글을 올린적도 있는데, 고맙기 그지없었다.


 

이경환이 이천원만 달라고 하도 졸라대어 돈 가지러 갔다 오며, 쪽방상담소에 라면 타러 갔더니,

여러명이 서예연습 하느라 한창이었다

 노숙자는 라면 끓일 불판도 없어, 청소하는 할매에게 받은 라면을 드렸다.



김용만는 고물하나 주워, 모터 빼내기 위해 드라이브로 나사구멍을 열심히 쑤셔댔다.

자기 일처럼 눈이 빠져라 지켜보는 홍홍임 아짐의 모습이 정겹더라.


 

돈 만진 김에 어버이날  성금 내러 동자동 사랑방에 들렸다가. 그 앞에서 노닥거리는 유한수, 강명국씨를 만났다.

행사는 며칠 남지않았는데, 뽑을 사진도 골라놓지 않고, 사진 주겠다는 생색만 내고 다닌다.

빌어 붙을 데라고는 마음 약한 정영신씨 뿐이니, 하해와 같은 선처를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이번 빨래줄 전시와 관련해 양해구할 일이 하나 있다.

몇일 전 혼자 이야기로, 주민들에게 돌려 줘야 할 빨래줄 사진 걱정을 했는데,

도와주겠다는 분들 전화나 댓글이 여럿 있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사연은, 결코 떠벌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이 빨래줄 전시지 사진을 전해주기 위한 방법인데,

자칫 일이 부풀려지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동네 주민들 잔치로, 오로지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또 한가지 해명해야 할 것이 있다.

인사동 사람들블로그는 나의 사진 일기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메주알 고주알 사적인 생각들을 올리는데, 이걸 페북에 연결하다보니,

때로는 오해를 빚거나 말썽을 일으킨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어떤 이는 사진작가란 양반이 무슨 사진을 그리 많이 올려?”

좋은 사진 한두 장만 올리라고 충고하는 이들도 많으나, 그건 내 뜻을 몰라 하는 소리다.



 

그 사진들은 나의 사진이 아니라, 찍힌 분들의 사진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보다, 찍힌 분들이 좋아하는 사진이 더 우선인 것이다.

그들의 취향을 일일이 알 수가 없어, 모든 사진을 올릴 뿐이다.

또한 내가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빨래줄 사진도, 내가 좋아하는 사진보다 그들이 좋아 할 사진이나 영정사진을 뽑는다.


 

사진의 작품성 운운하는 웃기는 소리 제발하지마라.

내 사진은 예술이나 작품이길 단연 거부한다.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길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 순간순간을 기록할 뿐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그리고 어버이날 행사나 빨래줄 전시에 관심 있는 분은 그냥 편하게 오시면 된다

카네이션 한 송이라도 가져와, 자식 없는 불쌍한 어르신들에게 전해드려라.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은 분이라면 대환영이다.

 

57일 오전 열시부터 오후 두시까지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진행된다.

 

사진, / 조문호



























지난 30일, 모처럼 동자동 술꾼들과 어울렸다.

한 낮에 술이 취해 자는 사람도 여럿 있었는데,
쓰레기장 옆이라, 사람인지 쓰레긴지 분간이 안 되더라.
하기야! 사람보다 더 독한 쓰레기도 없을 것이다.






공원에는 김원호씨를 비롯한 여러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으나,
담벼락 밑에 술자리 깐 정재헌 패거리에 끼어 앉았다.
그 자리는 처음 보는 젊은이도 한 사람 있었다.





몇 달 전 영등포에서 이곳으로 옮긴 박선오라 했다.
나더러 영등포에 사진 찍을게 많다며, 아는 체한다.
그 곳에는 자기 이름만 대면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단다.






지난 겨울 카메라 가지고 도망 친 이종민을 아냐고 물었더니,
잘 아는 형이라며 영등포에 가면 만날 수 있단다.
대충 짐작했지만, 만나보았자 이미 날 샌 것이다,
행여 만나면 안부나 전해 달라 부탁했다.






돌아오다 남은 막걸리 한 병을 김정심 아짐에게 주었더니,
막걸리도 좋지만, 사진이나 한 판 박아 달랜다.
찍은 사진은 언제 주냐기에, 어버이날 행사 때 가져가라 했다.






그나저나, 어버이 날이래야 며칠 남지 않았는데, 사진 준비는 언제 할꼬?
일 년에 두 번하는 빨래줄 전시, 없는 놈 제사 날 닥아 오듯 빨리 닥아오네.

동내 담 벼락에는 어버이 날 행사를 위한 모금 안내도 붙어 있더라.

모두 십시일반 힘을 나누자,





그 날 사진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큰일이네!
사나이가 한 입에 두 말 할 수는 없잖아.


“에라이~ 모르겠다. 죽어도 고다”

사진, 글 / 조문호




















몇 일전 ‘대한결핵협회’와 ‘서울역쪽방상담소’가 연대하여 실시하는
상반기 쪽방주민 결핵검진’이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있었다.




공원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꽃잎도 몇 일 사이 다 떨어지고 없었다.
가는 봄이 아쉬워 마시는 것은 아니겠지만, 공원엔 여기 저기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술 마시면 안 된다는 의사 말에
결핵검진 하는 공원 아래쪽에서 서성거렸다.




처음엔 검진할 사람이 더러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한가했다.
다들 결핵검진에 잘 나서지 않으니,
검진한 사람에게 다섯 개 들이 라면봉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난, 한달 전 호흡장애로 병원에 입원 했을 때,
여러 차례 액스레이를 찍어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먼저 찍은 원용희씨가 왜 찍지 않느냐는 것이다,




얼마 전 병원에서 찍었다니까, 더 찍어도 괜찮으니 라면부터 받으라는 것이다.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니까, 아니면 라면 받아 자기를 달라고 했다.
그래 웃 옷 한 번 벗어 가슴 내밀어 주면 될 것을 못 해줄 것도 없었다.
액스레이 찍고 라면을 건네주니, 원용희씨 입이 쩍 벌어진다.




보수성향의 친구들은 서민복지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에 쌍심지를 켠다.
국민들 주머니 긁어모은 세금이 쓸데없는데 줄줄 샌다는 것이다.
어쩌면 필요 없는 검진 받아 라면 받는 짓거리도 세금낭비에 해당할 것이다.




아무리 법이나 규범이 중요하다지만,
가난한 사람들 라면 한 개 더 먹는 것까지 탓할 수야 있는가?
그런 몰인정한 법이고 규범이라면 백번 천 번 어기고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6일 ‘동자희망나눔센터’ 2층에서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주관하는 반상회가  열렸다.

오랜만에 열렸으나 주민회의에 참석한 분은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회의가 시작하여 끝날 때 까지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든 것이 고작 11명이었다.





왜 이리 ‘동자동사랑방’을 비롯한 각종 모임에 주민들의 참여가 줄어드는지 모르겠다,

예년 같지 않고 주민들의 참여가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이다.

동자동에 재개발조합이 들어서며 부터 생겨나는 이상한 현상이다.

쫓겨 날 것이 걱정되면 자주 모여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오히려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1일자로 ‘서울역쪽방상담소’ 소장을 비롯하여 전 직원이 교체된 것도 관계있을 것이다.

운영을 맡았던 지난번 소장 정수현 팀이 물러나며, '빅이슈'의 ‘온누리복지재단’에서 운영을 맡았기 대문이다.

김갑록씨가 소장으로 부임하고, 실장에 전익형씨, 복지사에 이선영씨로 바뀌면서 생기는 공백인 것 같았다.






운영하는 사람이 바뀌면 자치회의 회장도 바뀌는지 그들까지 나오지 않았다.

다시 선출한다고 하였지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온갖 똥 폼 잡아가며 거들어주는 완장부대도 보이지 않았다.

도와주는 것이야 좋지만, 주민 위에 군림하려는 월권이 늘 눈에 거슬렸는데, 안 보이니 속이 시원하다.


상담소에서 주는 특혜가 없어서 일까? 아니면 새 운영 팀에 반감을 가졌을까? 



 



이 날 김갑록소장은 출장 중이라 참석하지 못했지만, 전익형 실장이 자상하게 회의를 끌어갔다.

자치회의라기 보다 공지사항을 알려주는 정도에 그쳤지만, 의욕은 넘쳐보였다.

일단 권위적이지 않고 친절했으나, 앞으로 주민들을 위해 어떠한 일을 펼칠지 지켜 볼 일이다.






화요일에는 오후1시부터 1시30분까지 새꿈공원에서 ‘화요카페’를 열어 티타임을 갖는다는 소식도 주었고,

17일에는 방충망을 설치해 주고, 19일엔 삼성에서 나와 설렁탕 1,000그릇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준다고도 하였다.

그런 공지야 벽보로도 충분히 알 수 있으니, 중단된 쪽방주민들에 대한 반찬지원부터 조속히 재개하기 바란다.






그 날 주민회의 참석자들에게 라면 한 박스와 건조한 피부에 사용하는 크림을 나누어 주었다.


다들 힘내어 우리의 권익을 위해 함께 싸우고, 살기 좋은 동자동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자.
“동자동 사람들, 화이팅~”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목련과 벚꽃이 흐드러진 '새꿈 공원'은
이른 시간부터 봄 술에 젖었다.




의리의 사나이 이준기는 땅바닥에 더러 누웠고,
싱겁이 이대영은 뭔 소린지 구시렁거린다.




이홍렬과 몇몇은 개똥 철학 논하고,

몇몇은 화투 놀이에 정신없다.




장난 끼 발동한 이기영은 목발을 휘둘고,

누군 넘어져 얼굴에 피 칠갑이다.




커피집 앞에 얼쩡거리니 주인 노발대발이다.
공원으로 내 쫓느라 생 똥 싼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는 음악이다.




하릴없는 유한수, 김원호, 정선덕은
어울릴 자리 찾아 골목을 떠돈다.




봄 술에 젖은 동자동 사람들,
그 부랑의 세월이 음습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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