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로 여덟 번째 열리는 동자동 어버이날 행사가 지난 5월8일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동자동 ‘새꿈 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해마다 어버이날을 맞아 ‘동자동 사랑방’(대표 김호태) 식구들이 마련하는 잔치인데,

주민들로 부터 모금한 돈으로 손수 음식을 장만하는 등 서로 협력하여 정 나누는 자리다.

외롭게 사는 쪽방 촌 빈민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음식을 대접하며, 이웃과 소통하게 한다. 

다른 음식 나눔과는 달리 반주까지 곁들일 수 있었으니, 더욱 즐거운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공원에서 술을 못 마시게 되어 있지만, 이 날만은 '동자동사랑방'에서 제공한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주민들과 노숙인 등 약300여명이 모여 모처럼 이런 저런 정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미역국과 밥 부침개, 과일, 소주, 막걸리, 음료수 등 준비한 음식이 푸짐했으나,

굶주린 이들이 너무 많았는지 오후2시까지 시간을 채울 수가 없었다.

이 잔치는 다른 곳에서 전혀 후원을 받지 않고, 마을사람들 성금으로만 치루어 졌다는 점이 좋았다, 

잔치비용으로 총 250만원을 들였다는데, 229명의 주민으로부터 한 푼 두 푼 모은 모금액이

전체 소요비용과 비슷한 2,513,230원이었다”고 한다. 주민들이 일 손을 보태고 협력한 애착의 산물이었다.

어려운 쪽방주민들이 더 어려운 노숙인들을 대접한 고마운 자리였다.

그리고 ‘동자동 사람들’ 빨래집게 사진 나눔전도 열었다.

공원 주변 나무 사이로 쳐진 빨래 줄에다 에이바이텐 규격의 사진 135장을 내 걸었다.

7개월 동안의 기록에서 골라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함이었다.

몇 달 전에 찍은 결혼사진을 여지 것 전해 주지 못했으니, 그동안 당사자를 만날 때마다 얼마나 민망스러웠겠는가?

돈 좀 생기면 한꺼번에 돌려주겠다며 미뤄왔는데, 어버이날을 기해 일을 저지른 것이다.

만든 사진도 주로 초상사진이나 기념사진 등 본인위주의 사진을 골랐는데, 엿쟁이 마음이니 너그러이 이해하기 바란다.

그리고 서로 돌려보기 싶게 빨래 줄에 사진을 걸어두고, 본인이 집에 갈 때 거두어 가기로 하였으나,

안내 글을 못 보았는지, 술이 취해 잊어버렸는지, 절반이나 남아 있었다,

만든 사진이야 다음에 전해주면 되지만, 미처 만들지 못한 사진이나 추가로 촬영하는 사진은 올 추석잔치에서 돌려드리기로 했다. 

본인 사진이 없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 혹시 동자동 거리나 공원에서 만나면 “어이 조기사! 사진 한 판 멋지게 찍어”라고 말하라,

결국 남는 건 사진뿐이다. 그 기록이 우리의 역사이고, 크게는 대한민국 역사다.

이날 잔치에는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회장과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우건일 이사장, 남영동 동장 마필승씨가

나와 주민들에게 인사를 드리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했고, 정의당 용산지구 정연국위원장, 사진가 김 원, 정영신씨도 참석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건강한 여름 맞으시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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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은 동자동 쪽방주민을 위한 2017년 상반기 결핵검진이 있은 날이다.

‘서울역쪽방상담소’ 사무실 앞에서 실시한 결핵검진은 시간을 정하지 않고 하루 종일 검진해, 편한 시간에 받을 수 있었다.

‘대한결핵협회’에서 나온 검사원 외에도 ‘서울역쪽방상담소’ 정수현 소장과 전 직원들이 나와 검진을 도왔다.

나도 검진을 받아야 했다. 여지 것 결핵검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검진을 모르는 게 약이라며 기피해 왔으나,

이젠 검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식생활 등 공동체 생활을 하는 입장이라 남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액스레이 촬영과 객담 검사를 준비하니, 일을 돕던 김만귀, 문규도씨가 라면10개와 우유 한 팩을 선물로 주었다.

결핵검진 봉사현장을 주민들에게 알리려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뒤에서 사진 찍지 말라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뒤늦게 나오던 심경섭씨였는데,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하는 회의나 행사는 항상 취재에 제동을 걸어 왔던 사람이다.

상황 파악도 않은채, 무턱대고 초상권침해를 내 세운다.

찍어도 친분 있는 분들 위주로 촬영하고, 당사자가 싫어하면 그 자리에서 삭제해 자기가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공공의 행사는 취재하여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무슨 권한으로 주민들의 알 권리인 취재를 방해하는지, 소장이 눈치를 주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전형적인 완장부대의 월권행위였다.


쪽방상담소의 특별한 직책도 없을텐데, 먹고 살기위해 하는 짓일까?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통에 파생된 완장부대는 전형적인 적폐청산 대상이다.

권력에 빌붙어 국민들을 괴롭혀 온 잔재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현실이 서글펐다.

자기가 행하는 짓이 무슨 짓인지도 모르는 사람과 구차하게 시비하기 싫어 물러났다.

다음에 만나 조용히 설득해 볼 작정이지만,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주민대표선출이 있는 오는 4일의 주민자치회의에는 녹음기도 휴대할 작정이다.

주민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해 얼굴 노출되기를 싫어하는 분은 피해서 촬영할 것이다.

더 이상 참석하지 못하는 다수 주민들의 알 권리를 방해하지마라.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4일 동자동 골목의 가게 앞에서 김용태씨가 술 판을 벌이고 있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막걸리 한 잔 권하며, 안주로 깎아 놓은 참외조각을 나누기도 했다.
지나가는 나에게도 한 잔하라며 눈짓을 했다.


그는 오늘 갖고 나온 팔 만원을 노숙자들에게 다 풀었다고 한다.
여러 노숙인 에게 나누어주었으니, 대개 술값으로 잘 썼을 것이다.
김용태씨는 노숙자들에게 구세주다.
돈 팔 만원으로 어디에서 그런 기쁨을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런데 그의 행색 역시 노숙인과 다를 바 없는데, 돈은 어디서 나는지 물어보았다.
오래전 은행에서 퇴직하며 받은 퇴직금으로 쓰고 있는데, 그마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자신도 쪽방 달세를 내지 못해 노숙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손이 부어있는 것으로 보아 건강에도 이상이 있는 것 같았다.

여의도에서 열렸던 기초연금 기자회견장 다녀오느라, 힘들어 그냥 헤어졌으나,
다음에 만나면 그의 삶의 철학이나, 지난 이야기를 물어 볼 작정이다.

스스로 선택한 동자동의 삶이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이런 분을 만나면 힘이 솟는다.
모두가 극락을 향한, 저승의 문턱을 두드리는 사람들이다.

사진, 글 / 조문호















빈민들이 몰려있는 동자동에는 주말마다 사랑의 빵을 나누어 주는 작은 단체가 있다.
한강교회 ‘브레드 미니스트리스’의 온정인데, 중요한 것은 한시적인 나눔이 아니라 꾸준하다는 것이다.

몇 년 째 눈이오나 비가 오나 같은 시간에 나타나 200여명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

빵의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아껴 먹으면 일주일은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특히 취사도구 없이 돌아다니는 노숙인에게는 최고의 먹거리다.
밥은 얻으면 당장 먹어치워야 하지만, 빵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고, 반찬이 필요 없으니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빵 나눔에는 지역주민들 보다 외지에서 온 노숙인이 더 많다,

빵 나누어 주는 날이면, 다들 한 시간 전에 나와 줄지어 기다리는 것이다.

나 역시 동자동에 들어온 후로 한 번도 밥을 해 먹지 않았으니 빵이 최고였다.

좁은 방에 취사도구를 갖출 수도 없지만,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설거지하기 싫어 일체 밥을 해 먹지 않는다.

가끔은 ‘식도락’에서 끼니를 때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회용 음식이나 빵으로 해결한다.

줄 세우는 것은 딱 질색이지만, 제일 필요한 것이 빵이니 줄서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선교를 위해 한시적인 사랑의 빵 나눔 행사이겠거니 했는데, 그 지속성에 놀란 것이다.

굳은 날씨에도 한 번도 빠트리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신의였다.
고맙다!

하루빨리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더 배고픈 노숙인에게 빵을 돌려주겠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쪽방 촌에 사시던 김광식(76세)씨가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지난 17일 동자동 ‘식도락’에 차린 빈소에는 많은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의 죽음이 남달리 안타까운 것은 가족 찾느라 한 달 동안이나 영안실 냉동고에 안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처음 병원으로 모시고 갔던 ‘동자동사랑방’조합 우건일씨가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루 게 된 것이다.

가족이 나타나더라도 대부분 시신 포기각서를 써 동자동 사랑방에서 장례를 치루기는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떠돌아야 했던 영령이 안타까워하는 말이다.

돌아가신 김광식씨는 빚 보증을 잘 못 서서 가산을 날리고 가족까지 잃었다고 한다.
재산 잃고, 가족 잃고, 건강까지 잃어 고생하시다 결국은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다.
동자동에 거주하는 대개의 주민들 사정이 이와 별 다를 바 없다는 현실이 더 가슴 아픈 것이다.

장례를 치루는 중에도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자동사랑방에서 장례를 치루면, 주민 모두가 상주가 될 수밖에 없으나,
이 날의 대표상주는 한정민씨가 맡았다.

빈소에는 우건일 조합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김정길, 김정호, 박정아, 선동수,

강병국, 이원식, 유한수, 차재설, 조두선씨 등 많은 사랑방 식구들이 조문했다.

동자동 보안관이신 이창희 경위도 조문하여 저승길 가는 노자 돈을 보태기도 했다.

그리고 이난순씨를 비롯하여 김규수, 구도원씨가 음식준비하고 돕느라 고생 많으셨다.

그 이틀 날 승화원에서 화장하여 꽃동네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길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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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에 들어와 크게 깨우친바 있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이 곳 사람들은 다들 어렵게는 살지만,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내 가슴속에 또아리 튼 부정적인 관념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생각처럼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지만, 난 행복하지 못한 것이다.


동자동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혼자 노닥거리다보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겨를이 없지만,

인사동에 나가거나 일을 하다보면, 또 부정적인 관념이 꿈틀거린다.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에 괜히 심통이 도지는 것이다. 더 수행을 해야 할 것 같다.

하루의 일과처럼 동자동을 한 바퀴 도는데,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매번 보는 골목이고 쪽방들이지만, 볼 때마다 정겹게 다가온다.

가파른 시멘트계단이나 엉클어진 전선마저 친숙하고, 빨래 줄에 늘린 옷까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대개 피폐한 환경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지만, 그 곳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을 알면 사물마저 정겹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달동네가 행복한 동네인 것이다.

내일은 기다려 온 전쟁터에 출전하는 날이다.
동자동 쪽방사람들은 오후2시에 남영역에서 집결하여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하기로 되어있다.

오늘 밤 좋은 꿈꾸었으면 좋겠다.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꿈을...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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