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낭만과 풍류가 사라진지 오래다.

고서화점들이 몰려있던 70년대 쯤,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신 민병산, 천상병, 박이엽선생과

친구인 강 민, 민 영, 채현국, 황명걸, 신경림씨 같은 문인들이 관철동에서 옮겨오며 인사동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것이다.

 

80년대 들어서는 술 때문에 먼저 간 사진기자 김종구, 서양화가 강용대, 이존수, 김용태, 시인 최영해씨와,

미국으로 이민간 최정자시인, 늙은 총각 구중관, 공윤희, 시인 김신용, 박종수, 조해인, 박중식, 김명성, 소설가 배평모, 

서양화가 이청운, 박광호, 최울가, 이목일, 전강호, 김언경, 도예가 김용문, 신동여, 사진가 이수영을 비롯해 

노광래, 김민경, 장익화, 장 춘, 이해림씨 등 많은 예술인들이 모여들었으나,

유명세로 몰려드는 인파와 그에 편승한 장삿꾼들의 얄팍한 상혼에 인사동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게 된 것이다.

 

고풍스럽던 예전의 가게들이 화장품점이나 싸구려 중국산 민예품에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이젠 아예 잡동사니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돈에 의해 변하는 인심과 흐르는 세월은 아무도 말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인사동 골목골목을 돌다보면 가뭄에 콩 나듯 옛 기억을 소주잔에 부어 마시는

사라지기 직전에 있는 예술가들 몇몇은 남아 떠돈다.


하루라도 인사동에 나오지 않으면 온 몸이 쑤신다는 ‘인사동아리랑’을 노래하는 시인 강 민선생,

인사동에 사무실 얻어놓고 팔리지 않는 시집 만들며 노래나 부르는 음유시인 송상욱씨,

제주에서 무작정 상경한 후 대폿집 문간방 빌려 사무실로 쓰는 민속학자 심우성씨,

불편한 몸이지만 빠지지 않고 인사동 작업실을  지키는 사진가 한정식선생을 비롯해

극작가 신봉승, 임재경, 김동수, 이계익선생 등이 계신다.

 

그 외에도 사업장을 인사동에 둔 '아라아트' 김명성,'통인가게' 김완규, '옥션단'의 김영복, '유카리화랑' 노광래,

그리고 인사동에서 대폿집하는 '푸른별이야기' 최일순, '유목민' 전활철씨 처럼 생계와 연관되어 터 잡고 사는 분들도 있다.

 

예술로 빌어먹는 술꾼들이 외상술에 개똥철학 풀던 그런 대폿집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으나

그 시절의 낭만과 풍류를 못 잊어 마땅히 갈 곳도 없는 인사동을 배회하거나,

그 때 그 사람들이 그리워 만날 날만 기다리는 유목민들은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행위예술가 무세중선생, 시인 조준영, 화가 장경호, 이청운, 연극배우 이명희,

뮤지션 김상현씨 같은 인사동파 예술가들이 있기에 모두들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편하게 죽치고 앉아 회포를 풀 장소도 마땅찮거니와, 모두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 같다.

가끔 지인들이 전시회를 열거나 출판기념회라도 하면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호사는 누리지만,

술자리 분위기가 예전 같잖다. 이 것 저 것 눈치보여 마음이 편치 않은데다, 신나게 놀 수가 없다.

기록이라도 남기고 싶어 부지런히 사진은 찍어왔지만, 이젠 기력마저 떨어진데다, 

그 동안 찍어 모아 둔 사진 정리할 일이 더 급하게 되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은 잘 이해될지 모르지만,

낭만과 풍류가 있었던 당시의 인사동 문화는 질퍽하면서도 따뜻한 정으로 이어져 있었다.

모두들 주머니는 비었으나 밤새 외상술 마셔가며 예술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노래했던 것이다.

이제 모두들 가버리거나, 떠나고 싶어도 마땅히 갈 곳마저 없어,

그 흐릿해 가는 추억만 까먹는 사람들이 인사동을 떠돌 뿐이다.

그래! 이런 케케묵은 감상들을 널어놓는다는 것 자체가 늙었다는 것 일게다.
결국 늙으면 죽는 것이겠지만, 저승에서 만나게 될 선생님들 뵐 면목이 없다.

 

지난 사진첩을 뒤적이며, 그 때 그 시절의 추억들을 꺼내본다.

 

사진 : 조문호, 정영신 / 글 : 조문호

 

 

 

 

 

 

 

 

 

 

 

 

 

 

 

 

 

 

 

 

 

 

 

 

 

 

 

 

 

 

 

 

 

 

 

 

 

 

 

 

 

 

 

 


지난 7월12일 오찬 약속으로 아내와 함께 일찍부터 인사동에 나갔다.
대상포진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다 이젠 우울증까지 생긴 사진가 한정식선생을 만났는데,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아내와는 동병상련의 심정일게다.
‘여자만’에서 식사하고, 선생의 오피스텔에서 차 마시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건강이야기, 사진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등등..

아내가 ‘허리우드’에서 조경석선생을 만나는 사이 인사동거리를 쏘다녔다.
관광객들로 번잡한 인사동 거리에서 송상욱시인과 고창수시인을 만났다.
오랜만이라 반갑다는 송상욱선생의 손에 끌려 ‘인사동사람들’에서 차도 한 잔했다. 
헤어진 후  심우성선생을 만났고, 통인가게 김완규회장과 세계일보 편완식기자도 만났다.

저녁 무렵에는  김명성시인과 사업가 정기범씨를 거리에서 만났고,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오랜만에 나온 김신용시인을 만났다.
“새를 아세요”(가칭)란 소설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왔다는데,
긴 작업을 마무리한 후련함이야 짐작할 만 했다.
'황야의 무법자'를 연상케 하는 그의 휘바람소리가 말해주었다.

예전에는 술자리에서 흰소리라도 지껄이고 노래를 불러가며 마셨기에

긴 시간 술을 마실 수 있었으나, 요즘은 조용히 마셔서인지 금새 취해 버린다.
조경석, 공윤희, 전은미, 김영길, 유진오, 노광래, 김상현씨 등 많은 분들을 만났으나
몸이 견디지 못해 먼저 줄행랑쳤다.

 

그 이틑 날은 마산에서 서양화가 이강용씨가 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서울만 오면 하는 일 없이 인사동에서 사람 만나느라 바쁘다.
‘서울순대’에 미술평론가 유근오씨와 패션디자이너 손성근씨와

함께 있었으나, 끌고 나간 자동차 핑게로 일찍 들어왔다.

 

정선은 정선대로, 서울은 서울대로 가는 곳마다 할 일이 밀려있다.

당장 출판사 넘길 사진원고 찾는 일이 급하지만 인사동이 가만 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떠도는 유목민마저 사라진다면 인사동이 얼마나 삭막해 질까...

 

 

 

 

 

 

 

 

 

 

 

 

 

 

 

 

 

 

 

 

 

 

 

 

 

 

 

 

 






그동안 좋지 못한 일로 휘말렸던 김명성씨가 다시 인사동으로 돌아왔다.

사흘 동안 경북 청송과 포항 등지의 장터를 떠돌다 돌아오던 지난 11일 오후,
김명성씨의 동생 효성씨로 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빨리 기쁜 소식을 전하려는 생각에 차안에서 카톡을 날렸지만, 너무 성급했다.
소식을 접한 인사동사람들이 하나같이 전화를 하거나, 인사동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당사자로서는 당장의 업무파악이나 가족들과의 상면이 더 시급했을텐데...

서울 톨게이트에 진입 할 오후8시무렵, 김명성씨로부터 첫 전화를 받았다.
너무 반가워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지인들의 연락을 받아 박인식씨네 “로마네꽁띠”로 간다기에 함께 만나기로 했다. 


한시간 쯤 후에 도착해 보니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채현국, 최혁배, 박인식, 이세희, 강선화, 공윤희, 전인미씨가 모여 반가운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뒤늦게 ‘경북매일’의 최재왕씨와 정기호선생의 부인이신 조경석씨도 나왔다.
근 50일만의 첫 만남이니 얼마나 할 말들이 많았겠나?

사흘 동안의 강행군으로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새벽녘까지 술을 마셔댔으니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내일 강민선생님과의 오찬약속에서 부터 줄줄이 약속을 잡아 놓았으니,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조용한 서울의 새벽길인지라 안심하고 달릴 수는 있었으나, 집에 도착하니 또 다른 일이 벌어져 있었다. 장모님께서 넘어져,

밤새 일어나지도 못하고 방바닥에 주저앉아 계시는 것이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으나, 결국 집을 비우면 않된다는 말이었다. 낮에는 몇 시간씩 간병인이 찾아와 도와주니 괜찮은데, 밤 시간이 항상 문제였다.

다음 날 잠이 들깬 상태에서 혼자 인사동으로 나갔다.
꾸물대다 시간도 늦었는데, 비몽사몽간에 안국역을 놓쳐 종로3가에서 걸어가야 했다.
약속장소인 ‘포도나무집’에는 강 민선생님께서 30여분이나 기다리고 계셨다.
5월초순 무렵, 강민선생님의 ‘인사동 아리랑’ 시집이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뒤이어 이행자, 채현국, 이계익선생께서 나오셨으나, 술이 들 깬 상태로 마신 탓인지 금새 취했다.

오후6시 무렵 ‘노마드’로 자리를 옮겼더니 김신용씨와 전활철씨가 있었다.
뒤이어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박인식, 윤재문, 정인경, 정기범, 이명희, 임태종, 권영진,
이청운, 김상현, 노광래, 편근희씨 등 많은 지인들이 나타나 오랜만의 회우를 즐겼다.

김명성씨는 몸도 좋아졌지만,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밀린 일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의지도 엿보였다.
그리고 인사동사람들의 뜨거운 성원에 고마워했다.
보답하는 길은 성공하는 일 뿐이라며, 결코 잊지않겠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 모두를 위해, 다 같이 잔을 듭시다”

 

 

 

 

 

 

 

 

 

 

 

 

 

 

 

 

 

 

 

 

 

 



지난 26일 오후3시부터 ‘아라아트’지하1층 커피숍에서 김명성씨 석방을 원하는 인사동 예술가들의 탄원서 서명 작업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민 영, 무세중 선생님을 비롯하여 박인식, 최백호, 기국서, 김신용, 배평모, 조문호, 정영신씨가 직접 탄원서를 작성해 왔고, 강 민 선생님을 비롯하여 조경석, 이명희, 무나미, 정기범, 최혁배, 이행자, 강선화, 김상현, 김완기, 이경숙, 전인경, 허미자, 황예숙, 김희갑, 노광래, 편근희, 윤재문, 전인미씨 등 많은 사람들의 서명이 이어졌다.

서명하러 직접 인사동으로 나 온 분들도 많았지만, 카톡으로 알게 된 분들이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가르쳐 주어 위임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인 김가배씨와 ‘아리랑 명품관’ 유재만 대표는 서명하러 왔다 성금을 내 놓기도 했다.
서명 하루 만에 무려 240여명이 탄원서에 서명해, 빠른 시일 안에 담당 변호사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사동 사람들의 김명성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본 탄원서 서명에 동참해 주신 많은 분들께 거듭 감사 말씀드린다.

 

 

 

 

 

 

 

 

 

 

 






지난 6월12일의 수요일엔 전시장마다 새로운 전시로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일찍부터 전시장을 돌아 보며, 통인 상광루 파티에 참석하느라 초저녁부터 술이 취해 버렸다.
통인에서 이차 만찬장인 '질마제'로 옮기다 길거리에서 정동용시인을 만나 행선지를 '노마드'로

바꾸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한 동안 소식이 감감했던 김신용시인이 어디서 한 잔 했는지

불콰한 얼굴로 '노마드'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렇찮아도 웹진의 '올해의 시상' 수상 소문으로 궁금하던 차에 반가운 만남이 아닐 수 없었다.

뒤따라 이명선, 노광래, 곽대원씨가 등장하였다. 

값진 상을 받아 모두들 기분이 좋아 시종일관 상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그 자리에서 수상 축하 겸 김명성씨를 위한 주연을 6월29일경 '노마드'에서 갖자는 의견이 나왔고,
구체적인 사안은 김명성씨외 몇몇 분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아무튼  6.29선언처럼 6.29 술자리에서도 좋은 선언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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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이 (시인)

 

 

신동여 (도예가)

 

고) 이선관 (시인)

 

 

김언경 (설치미술가)

 

 

이청운 (서양화가)

 

 

 

고) 김영수 (사진가)

 

 

고) 천상병 (시인)

 

박신정 (조각가)

 

 

김신용 (시인)

 

고) 홍수진 (시인)

 

윤희성 (카페주인)

 

장 춘 (불화가)

 

 

윤소정 (영화배우)

 

김상덕 (무직)

 

고) 박재삼 (시인)

 

최울가 (서양화가)

 

배평모 (소설가)

 

고) 이종문 (음악인)


 


전설적인 떠돌이 노동자시인


194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88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천상병문학상, 노작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개같은 날들의 기록>, <몽유 속을 걷다>, <버려진 사람들>, <환상통>, <도장골 시편>, <바자울에 기대다>
등이 있다.
소설 작품으로는 <달은 어디에 있나>(원제: 고백), <기계 앵무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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