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거리 공연 ‘7080 차차차’

지난 3월 26일 수요일, 인사동 일대에 느닷없이 익숙한 선율의 재즈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음악을 듣고 하나둘 몰려든 시민들이 이윽고 광장 전체를 뒤덮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박수 갈채가 쏟아져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가 생활 속 문화 확산을 위해 올해 첫 시행한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이 민간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 번째 매마수를 맞아 문체부는 전국 각지에서 거리 공연을 펼쳤다. 인사동 입구 남인사마당에서 펼쳐진 ‘7080 차차차’ 역시 그 중 하나. 거리에서 느닷없이 펼쳐진 미니 재즈 콘서트에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어느새 아름다운 재즈 선율에 귀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세 번째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 지난 3월 26일 수요일, 인사동 거리에서 펼쳐진 미니 재즈 콘서트 ‘7080 차차차’

 
이 거리 공연은 어르신들의 문화 향유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특별히 마련된 자리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장호 감독, 이희문 컴퍼니 등이 참여해 ‘소양강 처녀’와 ‘비 내리는 고모령’, ‘군밤타령’ 등의 익숙한 노래들을 재즈 버전으로 재미있게 편곡해 들려줬다.

1974년 영화 ‘별들의 고향’으로 유명세를 탄 이장호 감독도 이날 무대에서 직접 색소폰을 연주해 이목을 끌었다. 이 감독은 “동 세대 팬 여러분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음악과 함께 호흡을 할 수 있다니 기분이 좋다.”라며 특별 무대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7080 차차차’는 어르신들의 문화 향유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문체부가 특별히 마련한 퓨전 뮤직 콘서트이다.

재즈와 국내 대중가요을 퓨전으로 엮은 익숙한 멜로디에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관객들은 무료로, 그것도 대낮에 야외에서 접하는 익숙한 재즈 선율에 모두들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된 공연이라지만 젊은이들도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부터 일찍감치 자리를 잡았다는 대학생 이선경(서울·22) 씨는 “뉴스에서 ‘문화가 있는 날’ 공연 정보를 보고 알게돼 이곳을 찾았다.”며 “마침 수요일 오후에 수업이 없어서 친구들과 가까운 곳으로 구경을 와봤는데 무척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따뜻한 봄 날씨가 더해져 한낮의 재즈 콘서트는 그야말로 성황이었다.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또 곡이 시작될 때마다 이번엔 어떤 익숙한 곡이 들려올까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재즈 선율에 빠져드는 시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재즈를 즐기는 데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영화 ‘별들의 고향’으로 유명세를 탔던 이장호 감독이 이날 무대에 올라 직접 색소폰을 연주해 이목을 끌었다.

 

 

대학생 강형규(경남·21) 씨는 “이번에 서울권 대학에 입학하게 돼 인사동에 구경왔는데, 뜻밖에 정말 좋은 공연을 보게 되니 기분이 좋다.”며 “올해 입학과 함께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해 알게됐는데 이렇게 다양한 세대를 고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 전국 곳곳으로 ‘문화가 있는 날’이 널리 퍼져 우리 부모님도 문화를 만끽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김주휴(66·서울) 씨는 “인사동에 자주 산책을 나오는 편이지만 이런 공연은 본 적이 없었다.

우리 같은 세대들에게도 이런 배려를 해주고 있다니 감사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집사람과 함께 ‘문화가 있는 날’을 꼭 챙기겠다.”라고 말했다.

 

 

                                                                 인사동 거리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공연을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

한시간 여 이어진 미니 콘서트에 많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음악 감상에 열중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인사동인 만큼, 외국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행 차 서울을 방문했다는 버나드 씨(호주)는 “익숙한 재즈 선율 같은데 한국의 오랜 가요들을 재구성해 이렇게 재즈로 연주하니 새롭게 느껴진다. 한국의 문화 거리라는 인사동에서 마침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 운이 좋은 것 같다.”며 “거리공연을 즐기는 한국인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은 “앞으로도 모든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의 주체가 돼 하루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의 거리 인사동답게 외국인 관광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 혜택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직영관 등 전국 주요 영화관에서는 저녁 6-8시 사이에 5천 원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1만 원만 있으면 둘이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얼마 전 개막한 프로야구는 물론 프로배구, 농구, 축구는 초등학생 이하 자녀와 부모가 함께 입장할 경우 50%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립극장이나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역시 각 공연을 할인하고 있으며, 박물관과 미술관은 무료 개방한다. 또한 경복궁, 창덕궁 등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도 무료 개방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이날 공연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음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기대감를 내비쳤다. 대학생 정택현(울산·23) 씨는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한류 외에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문화가 있는 날을 통해 대한민국이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앞으로 문화가 있는 날에 늘어날 혜택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 봄, 문화가 있는 날은 4월 30일과 5월 28일이다. 봄날의 문화가 있는 날은 더더욱 놓칠 수 없다. ‘매·마·수(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달력에 꼭 체크해두시길!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
시설과 혜택 등에 대한 정보는 ‘문화포털(www.culture.go.kr
)’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간 포털사이트에서도 ‘문화가 있는 날’을 검색하면 ‘바로가기’를 통해 웹페이지에 방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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