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한예종 교수 "궁중무용, 현대인 힐링에 딱이죠"
일반인·전공자 75명 춘앵전·처용무 `춤판`
궁중무용 배우기 쉽고 갱년기 여성에게 좋죠

 

 

 

조선왕조가 사라진 후 궁중무용도 갈 길을 잃었다.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54)는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는 궁중무용을 다시 깨워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2008년 궁중무용춘앵전보존회를 설립한 그는 일반인들에게 궁중무용을 가르치는 데 전념하고 있다. 그에게 춘앵전을 전수받은 일반인 25명은 지난해 10월 창경궁에서 공연을 펼쳤다. 올해는 춤판을 더 키운다. 15일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12시간 동안 `궁중무용 잔치`를 벌인다. 일반인 30명과 전공자 45명이 남인사 예술마당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춤을 춘다. 1부에서는 6시간 동안 60명이 6분씩 춘앵전을 추고, 2부에서는 처용무와 학무 등 궁중무용 12개 작품을 공연한다. 3부에서는 박 교수가 복원한 조선 순조 기축년 자경전 야진찬(夜進饌ㆍ밤중에 벌인 궁중 잔치) 궁중무용을 펼친다.

박 교수는 "궁중무용을 궁에서 해방시켜 거리로 내보내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6분이라도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12시간 동안 춤을 춥니다. 하루종일 공연하니까 전시 효과가 분명 있을 겁니다. 그날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춘앵전은 순조 때 효명세자가 모친 순원숙황후의 40세 탄신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춤이다. 이른 봄날 아침 나뭇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몸짓으로 풀어냈다. 꾀꼬리를 상징하는 노란색 앵삼(鶯衫)을 입고 화관을 쓴 채 오색 한삼(汗衫)을 양손에 끼고 추는 독무로 우아한 춤사위를 보여준다.

"가로 136㎝에 세로 274㎝ 화문석(꽃돗자리)에서 추는 춘앵전은 솔로 춤이에요. 좁은 공간에서 추지만 궁중무용의 모든 동작이 다 들어 있죠. 호흡법과 보법(걷는 방법)이 현대인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몸의 균형을 잡아줘요. 갱년기 여성들의 여가 생활로 안성맞춤이죠."

일반인들이 6분짜리 춘앵전을 배우는 데 얼마나 걸릴까. 박 교수는 "3시간이면 충분하다. 동작을 익힌 후 혼자 연습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 바로 연습실이다. 75명이 한꺼번에 춤을 연마할 장소를 찾기 힘들었다. 결국 일반인들은 종로구청에서 연습하고, 전공자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춤사위를 다듬었다.

30년을 궁중무용에 바쳐온 박 교수는 "왕실 춤이 시민 문화 활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면 한다. 일반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놀이처럼 춘앵전을 추고 있어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와 전공자들은 자비를 내서 이번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의 꿈은 인사동 거리에 궁중무용 상설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인사동에 오는 외국인들에게 살아 있는 궁중무용을 보여주고 싶다.

이미 종로구청장님에게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그는 국립국악원 무용단으로 7년 근무하면서 궁중무용에 빠져들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과 제39호 처용무 예능보유자인 고 김천흥 선생(1909~2007년)에게 전수받아 그 맥을 잇고 있다.

 

[MK뉴스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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