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나이가 45억년이다. 그 영겁의 시간 동안 지구의 환경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변하고 있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인류의 문명은 지구의 종말을 재촉할 뿐이다.

지질학자들은 빙하기가 도래한 후에는 지구도 화성처럼 죽을 것이라고 했다.

이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중심에서 벗어나,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라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명의 첨단화로 편리하게 사는 대신 환경오염은 날이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리고 사람 사는 것 또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인간성 상실로 몰아가는 문명의 첨단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기계처럼 살아가는 비정한 현실을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 중독성에 어쩔 방도가 없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인간의 욕망은 부풀어 올라, 터지기 직전에 있다.



    

 

지난 15일부터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는 김남진씨의 ‘Time Landscape’는 자연의 준엄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광활한 자연 배경에 끌어들인 조그만 인간의 형상으로, 자연회귀를 바라는 그만의 목소리를 토해내었다.


전시 작가인 김남진씨는 사진가이지만,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팔방미인이다.

기획자이자 갤러리 관장으로 사진 전반에 관한 일을 하지만, 돈 벌이 와는 거리가 멀다.

월말이면 갤러리 임대료 마련하느라 허우적거리지만, 결코 가난의 늪인 사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사진기획자 답게 사진의 경계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태원의 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선보였으나.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기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의 사진이다.

사진이라기보다 자연과 인간을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융합시킨 개념미술에 가깝다.



    




배경을 이루는 장면들은 미국 서부의 사막과 협곡을 지나치며 바라본 풍경이라고 한다.

데스밸리를 시작으로 유타 주의 에스컬란티, 브라이스, 캐니언랜즈, 모아브, 아치스와 지온 국립공원에서 만난 지구의 모습은

적게는 수백 만 년 전에서, 수십 억 년 전에 형성된 지구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형형색색의 암석이 빚어 낸 경관과 여러 겹의 퇴적암층으로 이루어진 협곡지대에서

지구의 깊은 속살을 본다는 경이로움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 풍경을 끌어들여 자연 속에 존재하는 미미한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시간의 지층 속에서 과거의 단초를 찾는 고고학자의 상상력처럼, 태고에 존재했을 것 같은 자연의 생명 이미지를 찾아내고자 했다.

광활한 자연을 담은 디지털 사진을 바탕으로, 20여 년 전에 찍은 알몸의 아날로그 필름 이미지를 디지털 스캔 작업을 통해 합성시킨 것이다.

시간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만의 이미지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가 찍은 자연 풍경 속에는 작은 프레임에 갇혀, 오므리거나 뛰쳐나갈 것 같은 다양한 자세의 알몸이 중첩되어 있는데,

태초로 돌아가려는 부질없는 인간의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원초적인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사진에는 자연 생명 이미지가 세월의 시공을 넘나들며 꿈틀대고 있다.

야성의 자연 속에서 벌이는 인간의 몸짓이 또 다른 시간 풍경을 연출했다.

결국 거대한 자연 속의 인간이란 미미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작가 김남진씨는 “Time Landscape’을 통해 자연에 동화되고 화합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자연적 삶을 나타내면서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엄준한 힘을 드러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 오프닝은 지난 15일 오후630분에 있었다.

별도의 오프닝 행사도 없이 양재문씨와 김영호씨가 사진전을 갖게 된 동기와

작품성향을 이야기했고, 김남진씨도 마지못해 나와 작가의 변을 풀어놓았다.


전시는 갤러리브레송’(02-2269-2613)에서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평일은 오전 1030분부터 오후 630분까지이고, 공휴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그런데, 남의 전시에는 사방팔방으로 연락해 불러 모우는 양반이,

정작, 자신의 전시는 연락을 안 해, 페북 보고 찾아 온 사람뿐이었다.

하기야! 스스로 자기 광고하기도 껄거롭겠지만, 사진가들이 작품 살 형편도 되지 않잖은가?

주위에 사진 좋아하는 컬렉터들에게 작품 추천이나 좀 해주길 바란다.

유명도가 있는 중진작가의 작품(95cm x 140cm 규격) 가격이 300만원이라면 싼 편이다.





그 날 참석한 분은 사진가 김문호, 양재문, 김영호, 이수철, 정영신, 박춘화, 박신흥,

이주영, 권 홍씨 등 20여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냥 헤어질 수는 없잖아...

충무로 명문 해물탕집에서 호프집으로 전전하며, 축하주 핑계 삼아 퍼 마셨다



사진, 글 / 조문호







































사진가 김문호씨의 ‘성시점경’전이 지난 30일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개막되었다.


전시된 김문호 사진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병든 영혼의 실체를 보았다.
마약보다 더 무서운 돈에 중독된 자들은 병든 자체도 모르고 살지만,
덜 중독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냥 세상 돌아가는 데로 관조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진가 김문호씨가 병들어 가는 그 실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회 모순과 왜곡된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한 김문호만의 독보적인 사진세계다.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방황하는 군상들을 그만의 어법으로 하나하나 채집한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끝장이다”며 날선 비판을 해댄다.
사회를 비판하고 문명을 비판하지만, 결국은 돈에 끌려가는 인간을 비판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살풍경이 펼쳐진 도회지로 나왔다. 하지만 번쩍이는 것들만 많고 빛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우리 사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최악의 지표들,

청년실업, 최저임금, 노인빈곤, 살인적 노동, 가계부채, 자살률, 무엇보다 일상화된 부패와 갑질....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내내 ‘헬조선’, ‘이생망’ 같은 몹쓸 단어들이 떠나지 않았다.”

고 그가 말한다.





그동안 ‘온 더 로더’(2009)와 '새도우'(2013)를 지나

이제 '성시점경'으로 한 차원 높은 다큐멘터리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다.





전시장에는 30점이 걸렸지만, 그간의 작업들을 사진집으로 묶어냈다.

‘눈빛출판사’에 발행한 성시점경(盛示點景) IN THE CITY 김문호 사진집엔

80점 (168쪽 양장, 33,000원)이 실려 있고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 인터뷰 글이 실려 있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의 작품들은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강렬한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 전시는 9월 5일까지라 서둘러야 볼 수 있다.





세상은 돈 맛에 눈먼 영악한 자들이 장악한, 가짜가 판친다.

사진판도 마찬가지다. 그는 원로에 가까운 베테랑 사진가지만, 아웃사이더다.
한마디로 낙동강 오리알이다.
줄 서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는데다, 바른 말까지 해대니 미운 털 박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사진가가 그 흔해 빠진 상한 번 받지 못하고,
대표적인 기획전에서도 항상 밀려났다.
끼리끼리 해 먹던 예전에는 눈이 어두워 못 본 것인지,
학연이나 인맥이 없어 의도적으로 따돌렸는지 모르지만,
판이 바뀐 요즘에도 관습에 젖어 못 본채 지나친다.






이번 전시가 김문호씨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할 정점인 것 같다.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으니, 아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손바닥만 한 국내보다 세계 사진시장이 먼저 알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오래 전부터 기다렸던 전시다.
전시 내용은 대략 알았지만, 사진을 비평한 이광수씨나 사진집 출판을 추진한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의 확신 찬 자신감에 나마져 들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전시 개막식엔 늦어 버렸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지만, 매사 하는 일이 그렇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파장이라 와인도 한 잔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남은 술 마시랴, 반가운 사람 인사하랴, 작품 보랴, 똥 오줌 못 가렸다.





곧바로 뒤풀이 집으로 정해진 ‘명문해물탕’집으로 옮겼다.


그런데 술 맛이 귀가 막혔다.
안주가 좋아서가 아니라, 좋아 하는 사람들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거들먹거리는 똥파리들이 없어 기분이 좋으니, 술술 넘어갔다.






부산에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를 비롯하여 이규상, 이주용, 이규철, 김남진, 성남훈, 양재문, 정영신,

김영호, 석재현, 임종선, 이동준. 국수용, 임성호, 권병준, 강제훈, 이수철, 마동욱, 남 준, 곽명우,

윤길중, 이주영, 김은환, 정장식, 송주원, 권 홍, 박춘화, 성윤미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들이 모였다.





특히 김문호씨와 초창기 함께 했던 ‘사진집단 사실’ 멤버들도 여럿 보였다.
안해룡, 김봉규, 이석필씨가 왔는데, 갑자기 추연공씨가 보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화가였으나 외국통신사 사진기자로도 일했었는데,
그를 못 본지가 20년 가까이 되었다. 마침 술자리에 있던 김봉규씨에게 이야기했더니,
가까운 시일에 자리 한 번 만들겠다고 했다.






골목 맥주 집으로 옮길 때는 이미 많이 취했다.
맞은 편에 앉은, 이름도 모르는 여인에게 주책을 떨기도 했는데, 언제 철들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술이나 처 마시지, 사진도 엄청 많이 찍어놨네.





“좀 지루하더라도 술 취한  찍사들, 표정이나 한 번 봐 주이소.”

사진, 글 / 조문호


















































































































































진즉 알려야 하는데, 인터넷도 없는 정선서 삼일을 개기다보니, 늦은 소식이 되어버렸네요.

지난 16일 외국 출장 간 김봉규씨가 김문호씨 자당께서 소천하신 가슴 아픈 사연을 페북에 올렸는데,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상주 김문호씨는 하는 수 없이 댓글로 하소연 했습디다.
행여 걱정할까, 편안하게 돌아가신 호상이라지만,
자신의 몸을 잉태한 어머니의 임종을 가슴 아파하지 않을 불효막심한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정선 가려던 일정을 바꾸어, 정영신씨를 대동하여 안양 장례식장 부터 들렸다.
찜통같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은 문상객들로 넘쳐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생 을의 입장이었던, 김문호씨 보고 찾아 온 문상객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또 하나 놀란 것은 김문호씨가 독자이거나 남매 한 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집 안에 형을 비롯하여, 딸만 넷이나 되는 딸부자였다.
김문호씨를 알게 된지가 어언 30여년 가깝지만, 그동안 아무 것도 몰랐던 것이다.






큰 절로 예를 올리고 나니, 그 많은 문상객 중 사진가는 부산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 뿐이었다.
뒤늦게 사진가 강제욱씨를 비롯하여 김남진, 이규상씨가 나타났지만,

그 밖에 아는 분이라고는 중문학자 임계재선생이 유일했다. 
이광수교수의 쌍스럽고도 시원한 농아리를 안주삼아 졸라 빨고 싶었으나,
정선 갈려고 차를 끌고 갔으니, 어찌 술을 넘 볼 수 있겠는가?

소주 한 잔을 보약삼아 입만 적실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자리의 화두는 이광수교수가 다음 달 펴낼 사진 소설 ‘구보의 하루’였다.
눈이 나빠 글은 다 읽지 못했지만, 소설 형식을 따른 사진인들이 꼭 읽어야 할 내용이었다.
그런데, 실린 사진이 장난이 아니었다. 언제 그 좋은 사진들을 찍었는지 깜짝 놀란 것이다.
얼마나 바쁜 사람이던가? 동에 뻔쩍 서에 뻔쩍 종횡무진 하는 양반이 사진까지 잘 찍어 바리면,

사진에 목숨 건 찍사들이 어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역시 사진은 사진을 전공한 사진가보다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의 사진이 더 좋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기계의 장난에 불과한 사진에 전전긍긍하는 것 보다, 생각이 앞서고 규범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눈빛출판사’ 이규상씨는 오는 8월30일부터 충무로 '반도카메라'에서 개인전을 열게 될 

김문호씨 사진집 제작과 함께, 열반하신 범어사 관조스님 사진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따끈따끈한 소식을 주었다.
사진판을 좌지우지하는 갑들이 긴장하게 될 김문호씨 사진집도 사진집이지만,

불교사진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좋은 일들이니 쌍수로 환영할 뉴스였다.






그 무렵, 사진하는 양아치 한 놈이 나타난 것이다.
눈앞에 있는 선배들을 무시하고, 다른 자리에서 마신 후, 핫바지 방귀 새듯 사라져버렸다.
못난 놈, 그러니까 양아치 소리 듣는게지.

열차 예약시간을 놓쳐 난감해진 이광수교수 따라 일어나니, 그 많던 문상객은 대부분 사라졌고,
눈에 보이는 건, 국화로 뒤덮인 조화였다.
세상에! 저 많은 꽃 값을 돈으로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했는데,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 이광수교수가 말했다.
때로는 명사가 주위에 있다는 가오도 좀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가오 좋지! 그럼 난, 뭣으로 가오 세울 수 있을까?
돈도 명예도 인물도,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 가오 세울 것이 없었다.
차마 입으로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나도 한 때 가오 좀 세웠지. 요 모양 요 꼴 만든 계집 질로..,.”

내가 미쳤나보다. 문상와서 계집 질 타령이라니..

어머님 죄송합니다.
웃어려고 한 이야기니

그냥 웃어 넘기시고,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2016년 한해 동안 '갤러리브레송'에서 진행한 '이 땅의 고수를 찿아서..'


2018년 03월 12일 (월) 03:02:24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지난 2016년부터 매달 두 번씩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국내사진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이광수 교수가 한국현대사진가 열 두 명의 작가론을 묶은 ”카메라는 칼이다“를 펴냈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국내 사진가론이 전무하였다는 사실이다. 평론가들이 외국사진가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반복해가며 거론하였지만, 정작 국내 사진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품이란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사진을 무기로 사진에 대한 신화를 깨었다. 장르도 초월하고 경계도 없애고, 패거리도 없애는 대동의 사진세계에서 멋지게 노는

이 땅의 진정한 고수를 찾는 놀이로 시작되었다"고 저자 이광수 교수는 말하고 있다.


'카메라는 칼이다'저자 이광수교수 Ⓒ정영신


사진을 전공하는 교수와 작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가론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학자로써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역사가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듯 각자 자기의 고유한 역사를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 더구나 평생 우리나라 문화와 생활상을 기록해 온 사진가들의 작가론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 '카메라는 칼이다'의 사진가들과 저자인 이광수교수, 갤러리브레송 김남진관장 Ⓒ정영신


다른나라 사진가론은 줄줄 외면서 우리나라작가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기록해오고 과거의 진실을 어떻게 발견해 왔는지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에 통분했다. 사대주의적 발상이 아니었다면 국내 사진가에 대해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이러한 현실에 주목하여 이광수 교수가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이 최민식 작가론이다.





이광수 교수는 끊임없는 동어반복적인 시간이 응축된 사진 속에 숨겨진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내었고, 그의 예리한 집도에 의해 작가들의 심중에 묻힌 비장의 언어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그는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인도사를 연구하는 교수이자 사진비평가로. 사진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10여년 넘게 사진비평에 혼신을 쏟아왔다.



▲ 강정효작가의 '유해발굴'



이광수 교수는 “작품이 왜 좋은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건지 어떤 사회적, 문화적 효과를 내고 있는지 평가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작가를 대상으로 한 논문을 하나도 찾아내지 못해 작가론을 쓰기시작 했다”고 말했다.



▲ 권철 작가의 '가부키초'


또한 인맥이나 학력등을 배재한 채 50대 이상으로 30년 가까이 고독하게 자기작업만을 고집하는 사진가를 찾아내는 일은 '갤러리브레송' 김남진관장이 맡았다. 그야말로 이 땅에 숨겨진 ‘사진’ 고수를 찾아 소개하는데 꼬박 1년이 걸린 셈이다. '


김남진 관장은 사진가를 찾아내고, 이광수교수는 매달 50매에 달하는 글을 써서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면서 갤러리 브래송기획전 ‘사진인을 찾아서’를 진행한 것이다.



▲ 김문호 작가의 '온더로드'


비평가의 책무는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 해석하는 것이다. 허나 우리 사진계에 이렇다 할 작가론 한권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광수교수의 ‘카메라는 칼이다’는 의미가 있는 책으로 사진보는 것을 넘어, 사진을 읽게 함으로써 책에 나온 사진가의 진면목을 독자스스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 김보섭 작가의 '청관'


3부로 구성된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제1부는 ‘시대와 시간을 기록하다’에 권철, 신동필, 최영진, 강정효작가, 제2부는 ‘사람과 역사를 바라보다’에 조문호, 김보섭, 문진우, 김문호, 이재갑, 이영욱작가, 마지막 제3부에는 존재와 예술을 그리는 파인 아트작가로 고정남과 이수철작가를 논했다.



▲ 문진우 작가의 '내 마음속의 다큐 한 장'


‘독대’의 권철사진가는 “도꼬다이.... ‘홀로’의 의미가 강해 사진가 권철을 일컫는 말로 이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고 쓰고, 이어 신동필작가를 논하면서 “신동필의 역사는 민족의 역사다. 그는 투사로서 민족, 자주, 반미, 통일의 도도한 물결을 거스리지도, 시비 걸지도 않고 대의를 따라 함께 걸었다”고 평하고, 최영진작가론은 “그대로 그렇게 그 모태를 재현하고 있다며, 죽어 말라 버린 물고기 한 마리 이미지가 쉬 사라지지 않는다. 노자가 말하고 최영진이 따르는 자연의 미와 추에 대해 생각한다” 고 했다.



▲ 신동필작가의 '또 다른 가족'


풍경, 민속 그리고 역사를 담은 강정효는 “유채꽃 노란 물결에 배어 있는 농민들의 땀을 읽어 주십사 하는 목소리를 낸다. 강정효는 제주의 모든 것을 담되, 그 안에 사람이 우선되는 세상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고 했다.



▲ 이수철작가의 '화몽중경'


인본을 이야기하는 조문호작가는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을 섬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진가라며 조문호에게 이말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있는 말을 나는 찾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오브제로 기록하는 감성적 민족지를 보여준 김보섭 작가는 “그는 사라져 가는 세계를 당당하고 아름답게 본다. 그 위에서 그가 만든 포토제닉한 이미지는 감성으로서 독자들이 과거를 스스로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더 크게 열어 젖힌다”고 쓰고 있다.



▲ 이영욱작가의 '자유공원'


카메라불사 카메라 40년의 문진우 작가는 “사진의 작품성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바로 오래됨에 있다며 찍어놓고 보면 시간이 흐르고, 그 사이에 오래됨이 생긴다. 누구든, 그 오래된 사진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나만 혼자 바보가 되네’의 김문호 작가는 “세계와 역사에 대한 고민이 많고, 사유가 깊은 다큐사진가일수록 그 재현 방식의 이동 폭 이 넓다. 김문호 작가가 그 대표적인 사진가다”고 작가론을 펼쳤다.



▲ 이재갑작가의 '무대 뒤의 차가운 풍경'


“아픈 역사를 이면과 기억으로 엮는 서사시”의 이재갑작가는 “기록할 수 없는 그렇다고 토해낼 수도 없는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것, 이 기억에 대한 담론을 사진으로 작업한다”고 평했다.


사진으로 사진에 대한 신화를 깨다의 이영욱 작가는 “이영욱 사진은 기록에 대해 시비를 거는 메타기록이다. 경험에 대한 기록이 아니고, 해석에 의한 기록이 아닌, 세계본질에 대한 기록이다”고 쓰고 있다.



▲ 최영진작가의 '서해안'


‘끊임없는 기억의 흐름에 정해진 것은 없다’의 고정남작가는 “답도 없고, 옳고 그른 것도 없고, 가치와 의미로 된 규정도 없고, 모두가 있는 작은 곳곳의 자리에서 나 자신만의 세상을 누벼보는 것이다. 사진은 찍는 이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보고 나누는 이의 것이기도 하다”고 썼다.


마지막으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레퀴엠’의 이수철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때로는 합성을 통해, 때로는 덧칠을 통해, 때로는 타 매체와의 협업을 통해 그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레퀴엠을 바친다”고 논했다.


▲ 조문호작가의 '동자동 노숙인'



카메라는 칼이다’의 저자 이광수교수는 “기계가 만들어내는 사진의 역사가 18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하늘 아래 새로운 사진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겠는가? 사진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라도 모든 경우에 통용되는 가치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오래됨’이라고 했다.


이 땅에서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숨어있는 현대사진가 12명의 작가론을 해석하고 비평한 이광수교수의 ‘카메라는 칼이다’ 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ㆍ사진상 부정 심사 등 권력놀음에 빠진 사진계 보란 듯…
ㆍ12인의 작가론 담은 책 출간

 

일본 최대 환락가인 신주쿠의 가부키초를 기록한 ‘가부키초’. 알렙 제공 ⓒ권철



이광수(부산외국어대 인도학부 교수)는 2015년 갤러리 브레송 관장 김남진에게 의뢰를 받는다. “사진을 한 지 30년 가까이 되는 50대 이상의 사진가로 장르를 불문하고, 아무런 연줄도 없이 홀로 고독하게 작업하지만 수준이 높은 사진가를 찾아내자”는 것이다. 김남진은 자신은 갤러리 공간을 내어줄 테니, 이광수에게는 작가론을 쓰라고 했다. 이광수는 2016년 1월부터 매달 200자 원고지 50장짜리 작가론을 써 ‘사진인을 찾아서’라는 제목을 달아 내보냈다. 그 결과물을 <카메라는 칼이다>(알렙)에 실었다.

‘사진인을 찾아서’라는 프로젝트는 2015년 제2회 최민식상 심사 부정 사건과도 이어진다. 이광수는 부정 심사 의혹을 앞장서 제기한 인물이다. 이광수는 “작품이라는 것을 만들어 출품하고, 그것을 심사하고, 상을 주고받고 하는 따위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임을 넘어 예술을 해치고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일이다. 그것은 다만 권력을 만드는 일일 뿐, 예술의 속성과 하등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꼭 그것을 전쟁 치르듯 생산해 내야 하고, 평가받아야 하고, 라벨을 붙여야 하고, 등급을 매겨야 하는가”라고도 했다.

 

노숙자103-1_1’ 알렙 제공 ⓒ조문호

 

 

이광수가 보기에 한국 사진계는 “한 줌도 안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남을 재단하고, 군림하고 나눠 주고 나눠 먹는 꼴”을 보이는 곳이다. ‘사진인을 찾아서’는 사진계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취지였다. 라벨과 등급을 뛰어넘으려는 이 프로젝트는 “장르도 초월하고 경계도 허물고, 패거리도 없애고, 갑과 을의 관계도 없는 대동의 사진 세계에서 멋지게 놀고 있는 이 땅의 고수를 찾는 놀이”라고 이광수는 말한다.

이런 취지와 정의에 따라 뽑은 사진작가는 12명이다. 이광수는 기록성을 중시하는 작가로 권철·신동필·최영진·강정효를, 예술성을 중시하는 작가로 고정남·이수철을 꼽는다. 그 사이, 즉 기록하되 예술적 표현력을 상당히 고려하는 작가로 조문호·김보섭·문진우·이재갑·이영욱을 들었다.

 
 


권철은 프로젝트 취지에 걸맞은 작가다. 일본 도쿄 최대 환락가인 신주쿠의 가부키초를 18년 동안 기록한 <가부키초>로 명성을 얻은 그는 느닷없이 귀국한 뒤 제주에 정착했다. “세상을 겪고, 기록하고, 전시하고, 행위하는” 사진가다. 권철은 트럭으로 풀빵 장사를 한다. 거리가 전시장이다. 이호테우 해변과 해녀를 담은 ‘이호테우’전을 해녀 탈의장에서 열었다. 일본에서 촬영한 야스쿠니 사진들은 길거리 전시를 한 후 모두 불태웠다.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한 항거다. 이광수는 “그는 이제 있는 사건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있는 사건을 이미지화한 후 그것을 퍼포먼스를 통해 새로운 사건으로 만들어 가는 사진가”라고 말한다.

두메산골 사람, 노숙인, 성매매 종사자 등 여러 인물 사진을 찍은 조문호는 “오로지 사진과 대상과 소통하는 행위 자체에 만족”하는 작가이고, 그의 작업은 “사람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의 실존적 행위”라고 평한다. 이수철은 “사실의 재현이든, 허구의 표현이든 예술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떻게 하여 전할 것인가”를 잣대로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다.

이광수는 ‘카메라는 칼이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칼은 조폭의 칼이기도, 조각가의 칼이기도 하다. 칼은 실재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광수는 카메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어떤 사진가는 세상을 바꾸고 싶은 꿈을 품기도 하고, 어떤 사진가는 예술의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정진한다.”

한국 최초의 사진 작가론을 표방하는 책은 사진가가 자신의 칼을 어떤 예술 철학으로, 어떻게 쓰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경향신문 2018.3.5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포항 송도의 코모도호텔에서 이색적인 사진 장터가 열렸다.
올 해 처음으로 열린 포항 ‘사진인의 밤’은 사진가 안성용씨가 소장으로 있는

‘포항예술문화연구소’에서 기획 추진한 포트폴리오 특별전으로, 늦가을의 한가한 송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2017 사진의 섬, 송도’에는 사진전문 갤러리와 출판사를 비롯한 40여명의 사진가들이 참여한 사진 페어였는데,

주최 측에서 송도 코모도호텔 객실 40개를 빌려 40여명의 사진가들이 독자적인 포트폴리오 전시를 열도록 한 것이다,

아무튼, 서울의 사진가들과 지역사진가들을 연결해 주는 교두보로서 유능한 신인 발굴을 위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랄 뿐이다.






이번 포트폴리오 전에 구닥다리 늙은이가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모처럼 쪽방에서 벗어나 호텔에서 한 번 쉬어가라는 후배들의 배려 같았다.

덕분에 2박3일 동안 서울과 지방의 여러 사진인 들을 골고루 만나며, 또 다른 사진들을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다.



 



27일 오후 6시부터 열린 ‘사진인의 밤’ 개막식에서 들려 준 ‘포항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축제 분위기를 더 높였다.

호텔 주변을 뒤덮은 소나무의 솔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가운데 진행된 와인 파티도 인상적이었다.






부산의 이광수 교수를 비롯하여 서울에서 내려 온 사진가 김문호, 김남진, 양재문, 조성기, 곽명우씨, '눈빛출판사'의 이규상씨 등

반가운 분들을 수없이 만났는데, 대구에 사는 오래된 친구 은석이 까지 불렀으니 신바람 난 것이다.

난, 술이 취해 기분이 너무 좋아도 탈인 것은, 너무 오버하기 때문이다.

그 이튿날 술이 깨어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인데, 포항에서 인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장기봉, 김정혜 내외도 있었고,

친하지 않은 후배들도 많지 않았던가?






그 이튿 날의 술자리에서는 조심하느라 말을 삼간 채 술만 마셨더니, 술이 더 빨리 취했다.

이차로 한겨레 곽윤섭기자가 호텔 복도에 마련한 사진인 들의 대담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

사실상, 명목은 전시하러 왔지만, 반가운 사람 만나 술 마시는데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 나이에 더 알려져 전시 한들 어디에 쓸 것인가?






호텔 객실을 사진으로 장식한 이번 전시는 소나무 숲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객실에서 누리는 여유라 그 재미가 쏠쏠했으나,

객실을 지키기도 쉽지는 않았다. 좁은 방을 지키고 앉았으니 들어오던 관객도 걸음을 멈추기 일 수였고, 들어와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방을 비워두고 차 안에서 졸거나 바닷가를 거니는 등 쓸데없는데 시간을 보낸 것이다.

호텔에 컴퓨터가 있는 줄 알고 노트북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포트폴리오 특별전 참여 작가로는 김남진, 김문호, 김형섭, 문제남, 석재현, 안성용, 양재문, 유용예, 이수철, 이재갑, 이한구, 조성기씨 등의

알려 진 작가 외에도 강레아, 권순종, 김덕수, 김동진, 크리스탈, 나호권, 노영이, 박종효, 서경애, 손진국, 신병문, 오상칠, 유소피아, 이두순,

이인식, 이우노, 최흥태, 하정은씨 등 40여명의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다양한 사진가들이 참여하였다. 그 외에도 ‘눈빛’출판사를 비롯하여

서울의 ‘갤러리 브레송’, ‘인덱스 갤러리’, ‘나우 갤러리’가 참여했고, 부산에서는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를 비롯한 ‘리빈 갤러리’ 관계자도 참여했다. 



 


참여 작가인 김문호씨의 ‘온 더 로드’나 양재문씨의 ‘비천몽’ 등 기존에 발표된 포트폴리오는 더 이상 언급 할 필요도 없지만,

현대인들의 고독감을 다룬 문제남씨의 'Untitled', 자연 이미지를 압축시켜 보는 이의 심연을 건드리는 박종효씨의 '소소한 풀잎이야기‘

시내버스 안의 일상적 단편을 날카롭게 잡아낸 김동진씨의 포트폴리오가 눈에 띄었다.

리고 사회적 시대성이나 역사성이 내포된 다큐멘터리사진보다, 아름다운 그림 같이 미를 추구하는 사진이 많아 아쉬운 감도 있었다.





‘제1회 사진의 섬 송도’ 포토폴리오전시는 무엇보다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싶다.

첫 호텔 사진 페어라는 점을 잘 활용하였고, 신인들과 기성작가들을 연결시키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그러나 서둘러 시작된 행사라 문제점도 여럿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홍보가 부족하여 타지의 사진가들이 잘 몰랐다는 점이다.

둘째는 참여 작가들과 주최측간의 행사 진행에 대한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작가가 그 방에 알맞은 디스프레이를 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배치될 방의 구조를 사전에 알려주었어야 했다. 나 역시 전시 할 사진을 준비하라는 연락은 받았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몰랐다.

지난 번 전시에 걸었던 사진들과 미발표 작이 대부분인 ‘장터 사람들’ 포트폴리오를 챙겨 갔으나, 디피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차라리 처음 생각처럼 포트폴리오만 책상위에 내 놓았으면 될 걸, 관람객들이 뒤적거려 사진이 망가질 것을 우려하여

이 것 저 것 오래된 사진들을 펼쳐 놓은 것이다. 옛 속담처럼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는 말이 딱 맞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많은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한 곳에 모아두고 볼 수 있는 별도의 큰 방도 하나 쯤 있었으면 한다.

가난한 사진가들의 참가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참관자들도 효율적으로 살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포트폴리오 전시는 방에 사진을 주렁주렁 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번 포트폴리오전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은,. 가난한 사진인 들이 무리하게 많은 돈 들여 개인전을 여는 것보다

포토폴리오전으로 데뷔할 수 있는 풍토 조성과 그 통로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다.





전시된 객실에는 침대에도 사진이 진열되었고, 소나무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틀을 비롯해 심지어는 화장실에도 사진이 걸렸다.

창문을 통해 보여주는 바깥 풍경과의 대비 또한 흥미로웠으나, 일부 객실은 조명이 너무 어두워 사진이 잘 보이지 않는 문제점도 남겼다.

사진을 살피다 그만 보조조명으로 설치한 스탠드를 걷어차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는데, 조도를 좀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강구했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3시부터 호텔 1층 로비에서 열린 사진경매에는 출품작 30여점이 경매에 붙여졌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사고파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좀처럼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경매 진행자가 좋은 작품들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러 차례 외쳐댔지만, 사진 보는 안목이 부족한지,

나서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10만원에서 50만원 사이의 비교적 싼 가격에 낙찰되긴 했지만, 그 중 12점이 판매되는 성과도 있었다.


나 역시 경매에 한 점이라도 내놓으라고 종용받았지만, 사람사진을 쉽게 살 사람도 없겠지만, 자칫 아는 분들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어 사양했다.
또한 살만한 사진의 대부분이 에디션 넘버를 다섯 장으로 한정해 놓았기에 추가 프린트가 불가능한 사진이 많았다.

그리고 전지 규격의 사진 한 장에 3백만원에 팔았는데, 경매로 싼 가격에 판다면 먼저 구입한 분들에게 도리가 아닌 것이다.






아무튼, 포항에서 처음으로 열린 ‘사진의 섬, 송도’ 포트폴리오 전시가 우리나라 포트폴리오 전시의 주축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전국에 흩어진 신진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신인발굴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길 바라며,

주최 측과 참여사진가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3일의 인사동은 초가을에 접어든 수요일이라 그런지 전시장마다 사람들로 넘쳤다.
난, 전시 열림식에 가야 할 곳도 한두 군데 아닌데다, ‘유목민’에서 사진인과의 모임도 있었다.

문제는 전시 오프닝이 대부분 비슷한 시간대라는 거다.

연락이 와 인사차 들리지만, 다들 사진 찍어 주기를 바라니 작품만 보고 나올 수도 없다.

바삐 인사동 거리를 가다보니 화가 김구씨도 바삐 지나간다. 나만 바쁜 것이 아닌 것 같다.





먼저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 설숙영씨의 도예전과 네팔드림팀 그림전, 장흥래씨 인물전을 차례대로 들렸다.

눈도장과 함께, 사진 한 두 컷 찍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는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리는 강찬모 초대전에 들렸다.

그곳은 대부분의 손님들이 빠져 나가고 아는 분으로는 작가 강찬모씨와 신성준선생, 노광래씨 뿐이었다,





작품을 보려고 작정했던 ‘나무화랑’의 최경선씨 전시에 서둘러 달려갔다.
이미 김진하관장과 장경호를 바롯한 화가들이 뒤풀이에 가려 내려오고 있었다.

다들 ‘낭만’으로 가자지만, ‘유목민’에서 기다리는 분들 때문에 갈 수 없었다.




‘유목민’에 들렸더니 사진가 김문호, 이정환, 최승희씨가 와 있어 반갑게 술잔을 나누었다.

이정환씨가 준비해 둔 11도짜리 다랭이 막걸리가 별로 독하지 않아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홀짝 홀짝 맛있게 마셨다.





마침 강찬모씨 뒤풀이도 ‘유목민’이라 고중록, 김명성, 조해인, 조준영,

이명희, 최유진, 강경석, 조명환, 임태종씨 등 많은 분들이 옆자리에 있었다.

반가운 분들 인사 나누느라 바빴는데, 뒤늦게 주인공 강찬모화백이 등장나자,

화가 이인섭, 전형근씨, 그리고 구로구청장인 이성씨도 나타났다.




그런데 술이 슬슬 취하기 시작했다. 마구초로 다독였으나 소용없었다.

정영신씨가 나타나자 찍던 카메라 내 맡기고 줄행랑쳤다.

도저히 지하철을 탈 수 없을 것 같아, 김명성씨에게 택시비까지 구걸해 집에 왔다.




집에 들어오자 말자 큰 대자로 뻗어버렸는데, 다시는 11도 막걸리 먹지 말아야겠다.
난, 역시 소주 체질이야!

사진, 글 / 조문호

























































팽목항_2014년 7월 9일



사진가 김봉규의 ‘팽목항에서’사진집 출판기념전이 오는 30일까지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가 시작된 지난 7월25일 오후6시경 '류가헌'을 가기위해 경복궁역에서 걸어 갔더니 너무 더웠다.

가는 도중 전람회를 다녀오던  엄상빈씨를 만났고, 전시장에는 사진가 김봉규씨를 비롯하여 이규상, 이상엽,

한금선, 곽명우, 이규철, 강제훈씨 등 여러 명이 모여 있었다. 반가운 분들 만나 이야기 나누며 곡차도 한 잔했다. 



▲김봉규 사진가.ⓒ조문호



첫 눈에 보인 사진은 작가가 평목항을 처음 찾은 동거차도의 밤이었다.

사진집 표지에 소개되었듯이, 조명탄에 비친 가라앉는 세월호의 선수가 마지막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둠의 농도로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며 어렴풋이 먼 섬의 능선들이 드러났지만, 긴박한 비극의 현장은 적막에 휩싸였다.

사람이나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조명탄만 흘러내렸다.

그 사진 한 장이 운명의 첫날밤에 맞닥트린 김봉규의 처절한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수많은 기자들과 사진가들이 팽목항을 촬영했겠지만, 김봉규씨는 친자식을 떠나보낸 듯한 비통한 마음으로 아파하며 찍었다.

사진가로서의 소명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마음이 더 아팠던 것이다.

다큐멘터리사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대상 속에서 이루어내는 공감인데, 김봉규의 평목항 전시가 빛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공감이었다. 스스로 아파야 아픔이 사진에 드러나고, 보는 이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김봉규시의 '팽목항에서'사진집 표지 (가격 : 12,000원)



김봉규의 사진을 덕목과 공감으로 평한 사진가 김문호씨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다큐사진의 무게, 혹은 삶의 무게, 사진가가 찍는 대상인 당신이 곧 내가 되고 당신과 내가 우리가 되고,

그 "우리"를 "인간"이라는 단어로 환치할 수 있을 때, 가장 진정성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큐멘터리 사진의 무게를 이루는 것, 그것은 대상과 사진가와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감"(compassion)의 무게일 것이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덕목 "공감", 다큐멘터리 사진에 진정성의 무게를 만들어주는 덕목, "공감".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람 같지 않은 사람, 사람 되기는 그른 사람"이라 하고,

그것이 결여되어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진정성이 없는 사진"이라고 말한다.

김봉규의 팽목항 사진에서 읽어내야 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슬퍼하는 유족들에 대한 동정을 넘어서

바로 우리가 적어도 지금 살아 숨쉬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체감해야 할 "공감"일 것이다.

사진이 이렇게도 이렇게 막막할 수 있다니...”




  ▲팽목항_2014년 11월 18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사진기자 김봉규씨가 유가족의 울부짖는 모습이나 시신이 인양되는 비참한 모습이 담긴 직설적인 표현을 비켜간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가족처럼 차마 보여 주기 싫었던 것이다. 그 것만 보아도 사진가가 얼마나 아파하며 그들과 동화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사진들은 ‘객관적 앵글’로 찍힌 신문용 사진이 아니라, 한 인간의 감정에 충실한 ‘주관적 앵글’의 사진이다.

오히려 직설적인 화법보다 간접적인 화법이 더 강하고 여운이 오래간다는 것도 증명한다.


넋을 잃은 듯 절망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먹구름이 뒤덮은 칠흑 같은 바다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들이 마치 지옥의 묵시록처럼 무겁게 닥아 왔다. 가끔 어두운 바다를 배경으로 부표나 십자가, 노란 리본들이 부각되기도 했으나,

대개가 침울한 슬픈 풍경이다. 마치 유령이 나올 듯이 음산하기까지 하여 불쌍한 원혼들이 바닷가를 멤도는 착시현상마저 생겼다.

그리고 사진 곳곳에 작가의 분노가 똬리 틀고 있었다.



▲팽목항_2014년 6월 2일



“여기에 실린 김봉규의 사진들은 대체로 비극의 슬픔과 분노를 적막 속에 감추고 있다.

감춘다기보다는 감춤으로서 표출되고 억누름으로서 드러난다. 이 억누름은 힘을 가해서 얻어지는 물리적 억누름이 아니라,

드러나지 못해서 아우성치면서 심층에 잠겨있는 것들의 드러남을 허용하는 여백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이 억누름과 드러남은 고통스런 분열의 과정인데 그 과정을 통해서 인칭의 국면은 힘겹게 전환되면서 인칭들 사이에

새로운 의미가 빚어지고, 대상은 보이기 시작한다“고 소설가 김훈은 해설했다.



▲팽목항_2014년 4월 27일



이 작업을 이루어 낸 김봉규씨의 사진가로서 집념과 열정에 대해 부언하려 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0여 년전 ‘사진집단 사실’에 함께 하면서다. 그는 사진이라면 물 불 가리지 않았고,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당시는 다큐 사진가로서 살아남으려면 최선의 직업이 사진기자였다.

밥벌이를 겸해 작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사진기자인데, 그가 평소 관심 가져 온 ‘시사저널’ 사무실을 찾아 간 것이다.

사진기자 모집이 있은 것도 아닌데, ‘시사저널’ 주필 방에 들어가 통사정한 것이다. 끈질기게 포부를 밝혀 관철시켰다.

그는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일했고, 그 뒤 ‘한겨레’신문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사진 찍는 일 외에는 한 눈 팔지 않았다.

대개가 취미사진가를 위한 강좌나 촬영지도 같은 부업을 갖지만,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로지 사진뿐이었다.


 


이 ‘팽목항’ 작업 역시 사진 작업에만 몰두하는 그의 열정과 끈기가 이루어낸 성과다.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세월호의 현장을 통한의 시어처럼 기록해 남긴 것이다.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가슴이 미어지는 장면 장면들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이데올로기조차 뛰어넘는 게 사람의 생명이요 인간의 존엄성 아니겠는가?

이제부터 하나하나 밝혀내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어린 영혼들의 원한을 풀어주자.

이 김봉규의 팽목항 전시와 사진집 출판을 계기로 빠른 시일 안에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세월호 앞에는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래사진은 전시 열림식에 다녀 간 분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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