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사진가 정영신씨와 함께 김수길씨 사진전이 열리는 인사동 ‘나우갤러리’를 찾았다.

전시장엔 사진가 김수길씨와 민병제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영신씨의 작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작품들을 살펴보니 마치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고분의 벽화를 대하는 듯 했다.

리얼리티보다 미적 요소들이 두드러진 사진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내포되었으나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여러 장의 필름이 겹쳐진 추상적인 이미지는 오래된 희미한 기억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작가의 사적인 기억에서 비롯된 문제의식이 때로는 낯설기도 하지만, 작가의 사색적 고백처럼 다가왔다.






10여 년 동안 같은 작업만 반복해 온 김수길의 '시간 지우기'는 개인전만도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 그의 사진을 접했을 때는 비 사진 적이라는 느낌이 앞섰으나, 이 또한 다큐멘터리 사진의 한 형식임에 틀림없었다.

중첩된 각각의 필름마다 기록된 시간과 특정 장소가 존재하고 있으니, 한 장소에 대한 작가의 기억이 구체화된 것 아니던가. 

그러나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보기가 주저해 지는 것은 사실적인 기록성보다 미학적 관점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사진을 하기 이전에 음악과 영화에 심취했고, 미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작가였다.

그러하니 기록적 관점보다 미학적 관점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어쩌면 자연스런 결과로 여겨진다.





욕심 같아서는 사진에 저장된 구체적인 기억의 데이터가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월과 함께 작업이 농익게 되면 모든 걸 초월할 수 있는 그만의 시각언어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같은 장소를 시기별로 찾아다니며 변해가는 공간을 기록하였다.

사라져가는 도시의 단면을 한 편의 영화처럼 엮어내고 있다.





그의 작업을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감성이라 못 박을 수 없는 것은 엄연한 기록적 현실이 존재해 있고,

그 일련의 작업은 작가의 고뇌와 삶의 파편들이 응축된 데이터베이스 역활을 하기 때문이다.

로지 한 눈 팔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를 고집해 온 '시간지우기' 작업은

누가 뭐래도 김수길표 기록법이며 이야기법이다.






지난 14일 오후5시에 가진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는 사진인보다 인사동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이영준씨의 시 ‘사육된 비둘기’가 기타 음율에 실려 낭송되기도 했다. 






이순심 나우갤러리 관장을 비롯하여 소설가 배평모, 시인 이영준, 김낙영, 화가 장경호, 김 구,

무용평론가 이만주, 유카리관장 노광래, 사진가 권양수, 인사동을 사랑하는 공윤희, 유진오,

이일용, 민병제, 손인수씨 등 많은 분들이 함께 하며 전시를 축하했다.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나누었다.


김수길의 '시간을 지우다'전은 인사동 '갤러리 나우'(02-725-2930)에서 21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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