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오후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쪽방 거지는 걱정할 것 없으나 길거리 사는 거지는 지랄 같다.

이불 삼은 종이 박스도 젖어버리지만, 몸 젖는 것보다 마음 젖는 것이 더 서럽다.

노숙인들이 비 오는 날, 술을 더 많이 마시는 이유다.

 

다들 비 피할 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누군가 랩처럼 비닐을 몸에 감고 버티는 자도 있었다.

깡다구로 버티는 것일까? 아니면 움직일 기력조차 없는 것일까?

무슨 천형의 죄를 지었기에 이 지경으로 살아야 할까?

 

 

그래도 지은이는 우산을 하나 챙겨들고 서울역광장을 돌아다녔다.

똑같은 노숙자지만 지은이는 낙천적으로 산다.

한 번도 화를 내거나 불평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 옷이 그 옷이지만 나름대로 바꿔 입어가며 멋을 엄청 부린다.

 

만들어 주기로 한 시진을 준비하지 못해 일부러 눈 마주치기를 피했으나

멀찍이서 보고 다가와 사진 찍어달라며 포즈부터 취해준다.

다음엔 꼭 사진을 뽑아오겠다고 변명했더니,

밀린 사진이 석 장이라며 찍은 회수까지 기억했다.

 

지하도를 건너오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 인사를 한다.

그는 마스크 쓴 나를 알아보는데,

나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그를 왜 기억하지 못할까?

치매 환자라며 이름이 뭐였더라고 머리를 조아리니,

박완호예요 박완호라며 어이없어한다.

 

그런데, 자칭 인사동 광대라는 자가 서울역엔 어떻게 진출했나?

하기야! 나 역시 인사동 찍사가 서울역 부근에서 놀지 않는가.

서울역광장은 거지들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동자동으로 건너와 공원에 갔더니, 젖은 땅에 앉아 여럿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누군가?

근 일 년 가까이 종적을 감추었던 유정희가 나타난 것이다.

너무 반가워 젖은 자리에 끼어 앉았는데, 그동안 감방에서 몸조리하고 왔단다.

싸움판에 끼어 덤터기를 썼다는데, 폭력전과 별까지 달았다며 씁쓸해한다.

 

사진사용 동의서를 받기 위해 일 년 가까이 서류를 갖고 다녔는데

원고 마감하고 나서야 나타났다며 안타까워했더니,

형님! 우리 사이에 그런 게 뭐 필요합니까?”라며 오히려 섭섭해한다.

 

나 역시 그의 말처럼 찍힌 사람들에게 사인받으러 다니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만약 찍힌 사람이 고소를 해도 이왕 단 별, 몇 개 더 단다고 나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출판사 등 제삼자에게 줄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위의 충고를 외면할 수 없었다.

노숙하는 친구들은 머무는 곳이 일정치 않아 만나지 못하면 부득이 사진을 뺄 수밖에 없었다.

 

출감기념으로 소주 두 병 사 와서는 빗물에 칵테일해 마셨다.

그런데, 건너 자리에 있던 상일이가 내 옆으로 옮기더니 말을 붙인다.

다들 나에 대한 호칭을 형이나 어르신 아니면 사진작가라 붙이는데, 이 친구만 늘 사장님이라 부른다.

~ 배도 안 나오고 이래 삐적 말라빠진 사장이 어딧노?”라며 싫어해도 자기는 그 말이 편하단다.

 

오래전 상일이가 나온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아는 친구가 그 내용을 찾아주어 보았다는 것이다.

결론은 어려운 처지를 알려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일반인들은 노숙하는 친구를 범죄자처럼 피하지만,

이야기를 해 보면 다들 심성이 착한 사람들이다.

이 야박한 세상에 착하게만 사니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은 한 자리에서 끝장을 보지만, 몸이 축축해 더 마실 수가 없었다.

쪽방에 올라와 옷부터 갈아입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는 중에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가짜 미투로 독박 쓴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최효준씨가 쪽방을 방문하겠다는 것이다.

달짝한 복분자 술을 한 병 사왔는데, 부족한 알콜 농도는 복분자로 보충했다.

 

사진, / 조문호

 

 

 

The Turn of Life

 

최미향展 / CHOIMIHYANG / 催美香 / photography 

2021_0910 ▶ 2021_0916 / 일요일 휴관

 

최미향_#마른 슬픔_새틴 바라타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100×66.6cm_201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서진아트스페이스

SEOJIN ARTSPACE

서울 중구 동호로27길 30

Tel. +82.(0)2.2273.9301

www.seojinartspace.com

 

서진아트스페이스에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신작작가 창작지원 공모'에 당선되어 이번 전시를 열게 되었다. 최미향 작가는 현재 홍익대학원 사진디자인학과에 재학중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50대의 여성이면 누구나 한번쯤 겪고 지나가는 갱년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은유적이며절제되고 압축된 상징어법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지나간 일에 대한 추체험도 아니고 미래에 대한 막연함도 아닌 자신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내용을 풀어냈다. "사람들은 누구나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크게 느끼게 되는 시기가 있다. 호르몬에 의한 신체의 급격한 변화는 심리적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 시기엔 몸과 마음의 불일치로 내적 갈등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런 변화는 누구나 한 번쯤 겪고 지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사춘기가 제2의 성을 찾아가는 시기라 한다면 갱년기는 그런 성을 상실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사춘기를 조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사실이다. 허나, 사춘기와는 반대로 제2의 성을 잃은 시기로 받아들이기에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사회적인 역할과 맞물려 더욱 그러해 진다. 갱년기가 병은 아니지만 육체적인 변화로 인해 심리적으로 겪게 되는 우울, 의욕상실, 불안, 강박, 분노, 소외, 허무 등 추상적인 감정들을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담담하게 표현해 보려 한다." (최미향)  서진아트스페이스

 

최미향_#복종_새틴 바라타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0×50cm_2020
최미향_#찰나의 연속_새틴 바라타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0×50cm_2020

어느 날 다가온 육체의 감옥을 직시하며 ● 가장 이상적인 예술은 삶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예술이 내적인, 외적인 삶의 기록이라면 사는 것과 기록하는 것이 자명하게 일치되지는 않는다. 사진 한 장 없이 수 천 년을 지내온 그동안의 인류 문명이 무색하게 기록하는 하는 삶이 일상화된 SNS시대다. 최미향의 사진 작품들은 그러한 두 갈래 길에서의 긴장을 표현한다. 자신의 삶이 담긴 작품들은 지나간 일에 대한 추체험도 아니고 미래에 대한 막연함도 아닌 자신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스타일은 아니다. 절제되고 압축된 상징어법을 구사하며 작업의 중심에 자신을 위치시킨다. 역사 인류학자 리하르트 반 뒬멘은 『개인의 발견』에서 개인의 어원에 내재된 통일성을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개인은 어원상 'in-dividuum', 즉 더 이상 나뉠 수 없는 개체를 뜻한다. 그러한 개인은 '집단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개체'를 말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가족과 동일시되었기에 개인으로서의 여성은 새삼스러운 것이다. 작품 속 여성들이 사회가 바라보는 여성과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 사이의 간극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극화되는 이유이다.

 

최미향_#오늘은 또 어떤 일이_새틴 바라타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0×50cm_2020
최미향_#변해가네_새틴 바라타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0×50cm_2020

여성에게 50세 전후는 인생 2막이 펼쳐지는 생애주기의 시작임과 동시에 심리 생리학적으로는 갱년기와 겹친다. 육체적이자 정신적인 고통인 이유는 호르몬상의 문제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에도 존재한다. 이번 전시는 전체적으로 진중한 분위기다. '힘든 것도 슬픈 것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작품에는 비장미가 흐른다. 군더더기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에 집중하는 절제된 선택들로 채워져 있다. 회색이나 검정 같은 무채색은 어둡고 묵직하며 초록이나 보라 같은 유채색 또한 수동적이며 우울한 느낌을 준다. 색감에서의 전체적인 세련됨은 느낌의 이면에 불과하다. 몸의 대표적인 부분인 얼굴 없이 무엇인가 설득력 있게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작가는 2대 3 비율의 프레임을 택함으로써 초상화의 기본 틀을 활용했다. 관객이 마주하는 화면에는 그 무엇이 있더라도 초상의 느낌을 주는 암묵적인 시각의 관습이 있다. 그것은 얼굴 없는 초상화도 가능함을 알려준다.

 

최미향_#그리고, 다시_새틴 바라타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120×80cm_2020

작품 속 동년배의 여자들은 작가와 다를 바 없는 동병상련을 겪고있는 이들이다. 그녀들은 특정 세대와 성별이 각인된 전형성을 가진다. 대부분 얼굴은 익명적으로 처리되었고 한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보편적 코드를 잡아내고자 했다. 작품들은 관객에게 차분하게 말을 걸고 있지만, 작가의 치열한 자기 응시의 장이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사는 일상 공간을 심리극의 무대로 삼는다. 작품은 독백보다는 대화적 상상력의 결과다. 각각 독립된 장면이라도 전시 전체가 같은 주제를 반향 하고 있기에 상호적으로 참조되어 읽혀진다. 사진이라는 무언극에서 사물의 역할은 크다. 얼굴 자리에 빈 거울을 놓은 충격적인 작품은 실재가 아닌 상상을 투사하는 거울을 비워 놓는다. 보여 지는 여자가 아니라 보는 여자로의 변신이 일어나기 위해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상상의 무대는 치워져야 했다. 작품 속의 거울이라는 장치는 거울의 메타적 차원을 예시한다. 사빈 멜쉬오르 보네는 『거울의 역사』에서 거울은 '너 자신을 알라'의 보조자라고 말한다. 이는 모방의 수동적 거울이 아니라 변형의 능동적 거울을 강조하는 것이다. 거울은 인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이상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할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즉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언제나 거짓말쟁이이며 동시에 훌륭한 조언자인 이 반사상의 이중성을 마주해야만'(사빈 멜쉬오르 보네) 한다. 새로운 단계를 위해 벗겨져야 할 상상의 단계로서의 거울은 내면 성찰의 자리가 된다. 최미향의 작품은 사진이라는 거울로 인간-여성-자신을 상징적 해부대에 올려놓는다. 이 육체적 심리적 해부대는 잔잔하면서도 파장이 큰 서사가 짜여지는 무대가 된다. ■ 이선영

 

최미향_#나를 찾아줘_새틴 바라타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0×50cm_2020
최미향_#거울 속 나는 누구일까_새틴 바라타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0×50cm_2021

사람들은 누구나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크게 느끼게 되는 시기가 있다. 호르몬에 의한 신체의 급격한 변화는 심리적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 시기엔 몸과 마음의 불일치로 내적 갈등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런 변화는 누구나 한 번쯤 겪고 지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사춘기가 제2의 성을 찾아가는 시기라 한다면 갱년기는 그런 성을 상실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사춘기를 조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사실이다. 허나, 사춘기와는 반대로 제2의 성을 잃은 시기로 받아들이기에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사회적인 역할과 맞물려 더욱 그러 해진다. 갱년기가 병은 아니지만 육체적인 변화로 인해 심리적으로 겪게 되는 우울, 의욕상실, 불안, 강박, 분노, 소외, 허무 등 추상적인 감정을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담담하게 표현해 보려 했다.

 

최미향_#왕관을 쓴 여인_새틴 바라타 용지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70×50cm_2021

60년대 생인 나는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였다. 이 시대 대부분의 여성들은 일찍 결혼함으로써 한 가정의 아내, 엄마, 며느리로 저마다 사회적 역할 안에서 살아간다. 나 또한 나보다는 상대방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을 택했다. 최선을 다한 삶 속에 보람도 있었지만 때론, 그 누구의 연결된 존재가 아닌 본래의 독립된 주체로서의 나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신체적 변화와 함께 역할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복합적인 감정들이 생기게 된다. 늘 그렇듯 어제와 같은 변함없는 일상, 뭔가 조여 오는 불안감, 어느 순간 불룩 나온 배, 자식들의 빈자리를 반려견이 대신하고,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무기력함을 느끼곤 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마음과 더불어 여성성 상실로 인한 왜소해진 자아를 표현하고자 했다. 많은 생각들 속에서 뚜렷이 부각되는 바람이 있다면 역할 속에서 규정되기 이전의 하나의 주체로서의 나를 찾고 싶은 것이다. 존재감을 찾고자 하는 맘은 특수한 상황에 처한 사람만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변화의 시기에 있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밟는 절차로 받아들이는 게 옳을 것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있는 50대의 나와 나의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자신의 몸을 낯선 사람처럼 드러내 보임으로써 스스로를 객관화시켰고, 주체이지만 마치 다른 사람인양 낯설게 함으로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솟아오를 수밖에 없는 시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 감정들에 함몰되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잘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갱년기는 커다란 변화의 시기임이 분명하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므로써 나 자신이 소중한 존재란 것을 인식하고 스스로를 잘 가꾸는 시간이 되어야겠다. 아울러 인생 경험을 통한 통찰력과 노년의 여유가 젊을 때의 아름다움보다 가치가 있음을 인식했으면 한다. ■ 최미향

 

 

Vol.20210910b | 최미향展 / CHOIMIHYANG / 催美香 / photography

며칠 전 아침 무렵 공원산책에 나섰다.

그 때까지 잠에서 못 깬 노숙자도 있었고,

초장부터 술로 달래는 노숙자도 여럿 있었다.

 

밥 배급은 점심 때 부터 시작하니 다들 빈속일 것이다.

빈속에 들어가는 짜릿한 맛을 알랑가 모르겠다.

나 역시 엊저녁 마신 술에 속이 쓰려 죽을 지경이었다.

 

참아야지. 참아야지를 연발했으나 순식간에 무너졌다.

공원입구 술자리에 한동안 안 보였던 병학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역 확진자 실려 갈 때 저승 따라 간 줄 알았는데 살아있었다.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 어찌 축배를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연을 들어보니, 코로나 걸린 것이 아니라 감방에 다녀왔단다.

죄목이 절도죄라는데, 임자를 알 수 없는 텐트를 잠깐 옮긴 죄였다.

 

그들이 머문 자리는 비에 노출된 곳이라 텐트가 절실했을 것이다.

오래 전 비를 피하지 못해 낭패 당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기 때문이다.

몸 젖는 것이야 샤워 쯤으로 생각하나 이불은 물론 담배마저 젖어버린다.

 

2018.5.17촬영

물에 빠진 생쥐처럼 오들오들 떠는 것이 안 서러워 옷을 갖다 준 적도 있다.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장 발장은 빵을 훔쳐 잡혀 갔지만

집을 훔친 그 역시 생계형 신판 장 발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018.5.17촬영

쪽방으로 올라 와 페북질에 빠져 있으니, 고맙게도 한 젊은이가 도시락을 전해준다.

살기 위해 먹었으나, 배가 덜 고파 지껄이는 헛소리에 다름아니다.

 

가볼 곳이 있어 일어서니, 맞은편 김씨도 나서고 있었다.

어디를 가는지 이 더운 여름철에 정장을 차려 입었다.

 

반질반질한 구두는 파리 똥도 미끄러질 것 같았는데,

아직까지 많은 자금을 빌려 바다 야시장을 개발하려는 허황된 꿈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지척에 있는 ‘KP갤러리’를 찾아갔.

그곳에는 임창준의 기원의 장소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텅 빈 전시장을 돌아보며 빈 자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사진, / 조문호

 

 

서울역광장에 머무는 노숙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노숙인 단속반이 들이닥쳐 외곽으로 쫓겨나야 했다.

단출한 짐을 가진 노숙인들은 잠깐 외곽으로 옮겼다 다시 자리잡으면 되겠으나

짐을 많이 가진 김지은씨만 피박을 썼다.

 

서울역광장에서는 제일 오래된 고참이지만 단속하는 경찰 앞에는 찍 소리도 못했다.

많은 짐이 모두 쓰레기봉지로 들어갔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심지어 라면 담긴 봉지마저 집어넣자 그것만은 간신히 돌려받았다.

단속반이 사라지면 또다시 하나하나 주워오겠지만, 그 시간만큼은 말끔하게 치워졌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노숙자가 노숙자에게 갑 질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힘센 노숙자가 누워있는 노숙자에게 일어나라며 지팡이로 후려치자 지팡이를 잡고 통사정 한다.

단속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행동인지 모르지만, 권력자에 빌붙는 완장부대가 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단속하는 경찰 역시 완장부대에 다름 아니다.

그런 완장부대의 잔재는 노숙자들 뿐 아니라 쪽방촌에도 종종 볼 수 있다.

쪽방상담소 일 돕는 자들의 갑 질은 물론 심지어 모범방범대 마저 그런 우월감이 묻어난다.

독버섯처럼 사회 곳곳에 기생해 온 완장부대의 잔재가 아닐 수 없다.

 

완장부대란 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지만 꽤 오래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의 홍위병들이 찬 완장은 사람 죽이는 완장이었고,

일본 놈들에게 빌붙어 온갖 만행을 저지른 일제의 완장부대는 물론, 한국전쟁 때도 완장이 설쳤다.

 

대개 완장 찬 사람은 건달이 많았는데, 완장 자체가 하나의 권력이었다.

완장을 채워준 권력자의 뒷배를 믿고 갑 질을 해대는데,

옛말에 때리는 서방보다 말리는 시어머니가 더 밉다는 말이 있듯이

권력자보다 그 밑에 빌붙은 완장부대가 더 미운 것이다.

 

한국사회는 완장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쩡한 사람도 완장만 차면 눈에 뵈는 것이 없어진다.

문제는 권력자가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완장을 채워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충성을 위해서는 정의나 법도 따지지 않는다.

 

공직도 하나의 완장에 가깝다.

완장을 차면 국민도 안보이고, 나라도 안 보이고 오로지 임명자의 입맛만 맞춘다.

정권마저 완장을 채워주는 자들과 완장을 차는 사람으로 구분될 뿐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완장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평등이고 공정이고 말짱 공염불에 불과하다.

 

사진. / 조문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진전문출판사인 ‘눈빛출판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사무실을 외곽으로 옮겨가고 유일한 직원이었던 성윤미씨가 그만두고 이규상대표가 북치고 장구치는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초판 천부 찍던 사진집이 오백부로 줄어들었고, 그마저 엄선해서 출판해야 한다니 33년 전통의 출판사가 고사 직전에 몰렸다. 안 팔리는 다큐멘터리 사진집만 냈으니, 여지 것 버텨낸 것만도 용하다 싶다.

 

사진출판사로서 오로지 한 길을 걸어 온 '눈빛출판사'의 궤적은 한국사진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정작 보아야 할 사진인들이 책을 사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언젠가 유명 사진가의 집을 방문하여 서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국내에서 출판된 사진집은 보이지 않고 비싼 수입서적만 잔뜩 꽂혀 있었다. 그러면서 '눈빛출판사'에 자신의 사진집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650여종에 이르는 많은 사진집을 출판했으나 베스트셀러 한 권 없다.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북한 모습을 담은 사진집 '북녘 사람들'이 3,000부 팔렸고, 이경모선생의 사진집 '격동기의 현장'이 1만부, 김기찬 사진집 '골목 안 풍경'이 7000부 정도 팔린 것이 대박 친 사진집에 속한다.

 

만약 ‘눈빛출판사’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사진이 어떻게 되었을까? 살아남을 수 없는 불모지에 뛰어들어 온 힘을 기울여 온 ‘눈빛출판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 다큐멘터리사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땅의 역사와 삶의 흔적을 남기려는 투지가 없었다면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진가 개인 파일에서 잠자다 잊혀 지거나 사장되었을 것이다.

 

‘눈빛출판사’는 긴 세월동안 다큐멘터리사진을 발굴하여 출판해 왔고,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배출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분야인 다큐멘터리사진을 부흥시켰다. 그 고마운 출판사를 위해서보다 사진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사진집은 사 보아야하지 않겠는가? 대중성 없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몰락은 사진가 스스로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사진집 출판에 이변이 생겼다. 이강산 시인이 준비한 사진집 ‘여인숙’이 선주문 형식으로 진행된 ‘텀블벅 펀딩’에 283명의 후원자가 몰려들어 천 팔백 육십 만원을 후원했다고 한다. 물론 그중에는 사진인도 있었겠지만, 일반인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집 출판에 전례가 없었던 일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일이었다.

 

 

그리고 어린이를 겨냥한 서적은 꾸준히 잘 팔린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곤충사진가 이수영씨의 곤충사진집에서 나오는 인세는 그가 작업하는 경비뿐 아니라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도 꾸준히 들어온다고 했다. 그 뿐 아니라 이십 년 전 정영신씨가 글을 쓰고 정영신씨 사진으로 유성호씨가 그림을 그린 ‘시골장터 이야기’(진선출판사)는 23쇄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팔리는 품목이다. 6개월간의 판매부수를 정산한 인세 백여 만원이 지난 7월에 보내왔다는데, 정영신씨에게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책이다. 다큐멘터리사진집으로 그런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요원한 꿈일까?

 

작년에는 정영신씨가 ‘길 위의 인문학’ 공모에 선정되어 작업비를 지원받았으나, 2차에서 탈락하여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하게 될 ‘어머니의 땅’ 사진집제작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한다. 정말 운이 없는 출판사다. 나 역시 그동안 작업해 온 노숙인은 책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을 것이 뻔해 출판하자는 제안은 커녕 꿈도 꾸지 못했는데, 우연히 ‘이숲’출판사에서 출판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의외의 출판계약으로 편집까지 마무리한지가 오래되었지만, 서둘 필요는 없다고 했다. 책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책으로 하여금 노숙인들 생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하기에 지원 없는 출판은 무의미했다. 적어도 찍힌 사람에게는 책 한 권씩이라도 전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스럽게도 출판사에서 지원 신청한 ‘노숙인’이 종이책 부분 우수출판물로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정영신씨의 ‘어머니의 땅’사진집이 나오는 9월23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전시를 한다는데, 나도 꼽사리 끼어 인사동거리에서 가두 전시를 할 작정이다. 일반인은 전시장에서 놀고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노는 잔치판을 한 번 만들어 볼 생각이다. 기대하시라!

 

사진, 글 / 조문호

 

 

다들 찌푸리고 사는 동자동 쪽방 촌에도 늘 행복하다는 이가 있다.

서울역 주변을 떠돈 지 10년차인 위씨(66세)인데, 그는 개미보다 매미의 팔자를 타고 났다.

 

지난 9일 깊은 밤, 잠이 오지 않아 서울역광장에 나갔다.

쪽방과 달리 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을의 향취가 묻어났다.

노숙인들은 총 맞은 병사처럼 여기 저기 쓰러져 자고 있었다.

 

그중에는 내외간인지 남녀가 같이 누워 자는 이도 있었고, 한 할머니는 그때까지 자지 않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붓이 아니라 여러 자루의 볼펜으로 반복적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는데, 얼마나 힘차게 그렸으면 스케치북이 닳아 떨어질 정도였다.

궁금증이 발동했으나 저리 가라며 손사래 쳤다. 야심한 밤인데다 여자라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었다.

 

날이 밝으면 다시 찾을 생각으로 돌아서는데, 버스정유장 벤취에서 노래 소리가 들렸다.

오래 전 ‘다시서기’에서 일했던 위씨가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르고 있었다.

너무 반가워 그동안 왜 그렇게 보이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이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쪽방에서 산다며 너무 좋아했다.

 

간섭하는 사람이 싫어, 낯에는 자고 사람들이 잠든 한 밤중에 혼자 나와 논단다.

얼마나 기타를 많이 쳤으면 기타줄 하나는 끊어져 있었다.

이젠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 너무 행복하다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가족으로부터 버림당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족을 버렸다“며

기타하나 들고 나와 떠돈 지가 어느 듯 십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고 한다.

처음엔 대학로 주변을 떠돌았으나 끼니를 해결할 수 없어 서울역으로 진출했단다.

 

천성이 기타 치며 노는 것을 좋아하니 가족을 부양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이젠 이가 빠지고 기타 줄마저 끊겨 볼품없는 노래였지만, 멜라니 사프카의 ‘더 새디스트 씽’을 불렀다.

회한이 묻어났다.

 

“난 울지 않겠어. 내색도 하지 않겠어.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할거야“

 

사진, 글 / 조문호

 

‘가장 고운 빛이 가장 자연스러운 벗입니다’

 

예술가의 초상을 담아주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사진 스튜디오 슬로건이다.

https://www.portraitofartist.net

 

“사진은 당신의 숨어있는 진실을 끌어냅니다.

사진은 당신의 무의식을 해방시킵니다.

당신의 삶을 사진으로 응축시켜 드립니다.“

 

사진가 정영신씨가 사진모델로 나섰다.

촬영은 박건주 (010-5471-0416) 감독이 맡았다.

의상과 메이크업은 본인이 준비했고, 소요시간은 한 시간 걸렸다.

 

촬영 비용은 25만원이지만, 지금은 활인한 10만원에 제공한다.

촬영 후 보정한 사진 원본 4장을 보내 주었다.

사진가가 만족한, 신뢰할 수 있는 스튜디오였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서는 다양한 일들을 한다.

 촬영 스튜디오와 사진작품 출력실 외에도

미술평론가를 앞세운 ‘도슨트와 미술관 산책’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조합원들에게 700w상당의 음향기기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현판은 판화가 류연복씨가 만들었다

지금은 음악인을 위한 공연 연습장까지 준비 중이다.

예술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모두 만들어 갈 계획이란다.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 사업을 대행하여 도움을 준다.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내일키움일자리사업’을 스마트협동조합에서 맡아

두 달에 걸쳐 전시와 공연을 해주는 조건으로

가난한 예술가 500명에게 매월 18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6개월간 진행했다.

 

한국스마트조합(이사장 서인형)은 창립 일 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현재 조합원은 300여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모든 예술가들이 함께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예술가들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니까.

 

사무실 위치는 지하철3호선 녹번역 4번 출구에서 눈앞이다.

‘녹번119안전센터’ 건물 3층 ‘은평구사회적허브센터’(은평로 245번지)에 있다.

 

의지할 곳 없는 예술가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사무국장 황경하 (02-764-3114)

 

사진, 글 / 조문호

국회 사진기자단 자료

지난 4일 동자동 쪽방촌에 국민의 힘 정치인들이 대거 몰려와 한바탕 소동을 벌였는데,

당 경선 흥행 차원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분통을 터트리게 했다.

그러나 유력 대권주자들이 모두 불참해 퍼포먼스를 벌인 취지가 무색해 졌다.

 

국회 사진기자단 자료

마침 그들이 방문한 정오 무렵에는 박재동화백의 전시회에 가는 바람에 정치 쇼를 보지 못했으나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하태경, 윤희숙, 김태호, 안상수, 장기표, 황교안, 장성민 등

많은 정치인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국회 사진기자단 자료

이날 행사는 동자동 쪽방촌에 얼음물과 삼계탕을 전달하는 행사인데,

쪽방을 돌며 삼계탕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은 사진찍기 위한 쇼에 불과했고,

나머지 물품은 새꿈 공원에 쌓아놓고 기념사진을 찍고 떠났다는 것이다.

어쨌던 몇몇 쪽방이라도 돌아보아 빈민들의 실상을 목격했으니 정치활동에 참고는 할 것으로 위안했다.

 

이날 현장에선 일부 주민들이 ‘주거권 보장 없는 자원봉사는 기만이다’라는 팻말을 들고

“맹물 말고 공공주택”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한다.

어떤 주민은 윤 전 총장의 ‘부정식품’ 발언을 겨냥해

“부정 물이 아닌지 한 번 보자, 없는 사람들은 다 썩어가는 것 먹으라고 했는데”라는 등 조롱했다고 한다.

 

오후 1시 30분 무렵에서야 동자동으로 돌아 왔는데,

새꿈공원에는 그들이 두고 간 삼계탕을 타기 위해 많은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의리의 사나이 이준기는 세탁소에 바지 맡기러 나온 김에 공원에 들렸지만,

여지 것 물건타기 위해 한 번도 줄선 적이 없다고 한다.

 

모여든 동자동 주민 중에는 보이지 않는 주민이 많은 대신 낯선 사람이 많았다.

홀애비들이 주축인 쪽방촌에 여인네가 많은 것도 이변이었다.

주거권 문제로 주민들의 이동이 많았던 것 같았다.

 

그런데, 물품을 전달 받은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는 주민들이 오는 데로 곧 바로 나누어 주지

왜 오후2시까지 기다리게 하여 더위에 주민들을 지치게 하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늘이 있는 공원을 벋어나 골목으로 장사진을 치기 시작했는데,

여기저기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지것 줄을 섰지만 한 번도 새치기를 하거나 줄서는 문제로 시비가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날은 여기저기서 실랑이가 붙었고 욕설이 터져 나왔다.

서울역쪽방상담소 직원들을 향한 욕설과 비난도 빗발졌다.

하기야! 더위에 지쳐 날카로워 진 심기에 더 이상 참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삼계탕을 가져다 준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까지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삼계탕 주고 욕을 먹으니, 이게 국 쏟고 뭐 데이는 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코로나가 심각한 즈음 이런 난장판을 만들어 확진자라도 생기면 어쩔지 모르겠다.

 

정치하는 놈들이나 쪽방상담소 직원이나 똑 같은 놈들이다.

제발 빈민들을 이용하는 쇼는 이제 그만 하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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