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더위와 싸워야 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후덥지근한 바람을 되돌리는 선풍기소리 조차 짜증스럽다.

요즘 같은 더위의 쪽방은 대개 자물쇠가 잠겨있거나 방문을 열어놓고 있다.

 푹푹 찌는 찜통에서 탈출하여 어디선가 노숙하고 있을 것이다.

 

쪽 팔려 노숙은 안 한다는 맞은 편 김응수씨만 곰처럼 버티고 있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지하철이라도 탔으면 좋겠으나, 사람 접촉이 싫어 안 나간단다.

옆방의 최완석씨는 길 모퉁이에 자리 잡았더라.

이런 더위에는 정해진 거처도 없는 노숙자가 상팔자다.

 

몇 년 전에는 쥐가 천장 전선을 갉아 먹어 정전된 적이 있었는데,

더운 바람이라도 돌리는 선풍기가 작동 안 하니 잠시도 견딜 수 없었다.

원인을 못 찾아 낑낑대다 하는 수없이 노숙을 하게 되었는데,

맞바람이 통하는 건물 입구에 자리 깔아 너무 시원했다,

 

그러나 칼잠 자는 습관으로 귀를 땅바닥에 붙여 누웠더니

자동차 바퀴 구르는 소리가 시끄러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노숙자들이 그 시원한 장소를 탐하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시멘트 바닥에서 잠들어 그런지 그 이튿날 근육통으로 혼이 나,

다음부터 절대 노숙은 하지 않았다.

노숙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더워도 팬티만 걸치고 화장실 물을 뒤집어 써가며 방에서 버텨낸다.

이런 날은 녹번동에서 개기는 게 좋지만, 그 곳은 컴퓨터가 없어 일을 못한다.

사실은 컴퓨터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다 마지막 지하철을 놓친 것이다.

그의 컴퓨터 중독에 가깝다.

 

더위나 식힐 겸 서울역광장으로 나갔다.

자리 잡고 누운 이도 있지만, 광장을 오가며 시간 보내는 자가 더 많았다.

유독 정씨만 성경책을 들여다보고 뭘 옮겨 적고 있었는데,

노트에는 씨알이 될만한 성경구절이 깨알처럼 적혀 있었다.

 

어두워 눈 버린다며 밝을 때 보라고 말했으나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보고 또 보았는지 성경에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했다.

젊을 때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고시라도 붙었겠다고 농담 했더니 빙그레 웃는다.

네가 어찌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을 알겠냐?는 투다.

 

겨울은 쪽방, 여름은 노숙이라 듯이 요즘은 노숙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마음대로 눕지도 못하고 계단에 웅크려 자는 여인도 있었다.

무슨 사연으로 거리에 내 몰렸는지 모르지만, 안 서러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이던가?

김씨는 무슨 꿈을 꾸는지 얼굴을 씰룩거리며 자고,

천씨는 어디 아픈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침이 오면 또 다시 더위와 싸워가며 밥 한술 얻어먹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할 수는 없을까?

 

요즘 뉴스에는 기본소득이니 어쩌니 나팔 불어 대지만,

거리에 내 몰린 노숙인의 생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는 정치인이 없다.

국민을 존중하는 게 아니라 표를 존중하는 더러운 정치꾼들에게 무슨 기대를 한단 말인가?

누구의 노랫말처럼,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