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노숙인 남씨가 인력시장에서 퇴짜 맞고 뱉은 하소연이다.

“씨발~ 노숙하는 놈은 사람 취급도 안 하네.

폐품은 재활용이라도 하는데, 폐품보다 못한 거 아이가?“

억장 무너지는 자학의 말이었지만 맞는 말이다.

 

지난 겨울 서울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90명이나 쏟아질 때 남씨도 실려 갔으나

아직 감감소식인걸 보니 아마 고행의 여정을 끝낸 것 같다.

갖가지 지병에다 먹은 것조차 없으니, 살아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부디 저승에서나마 폐품이 아니라 사람대접 받고 살기를 바란다.

 

서울역광장에서 방황하는 노숙자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멀쩡한 놈들이 일 안하고 빈둥거린다‘고 나무라지만,

배운 기술도 없는데다 제대로 먹지 못해 힘도 쓰지 못한다.

거기다 행색마저 지저분하니 누가 일을 맡기겠는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들을 위안하는 것은 오직 술 뿐이다.

술을 얻기 위해 구걸하고, 술이 취해 정신 놓는 일이 반복된다.

술마신 자는 노숙인 쉼터를 비롯해 어디에도 받아주지 않는다.

언제 올지 모르는 천국행 열차를 기다리며, 지옥 언저리를 맴돈다.

 

지난 주말의 밤 늦은 서울역 광장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대우빌딩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무색했다.

더러는 패잔병처럼 쓰러져 잠들었고, 몇몇은 가로등아래 둘러 앉아

세상 뒤엎을 음모라도 꾸미는 것 같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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