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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방랑 시인으로 불렸던 김홍성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가 나왔다.

첫 시집 바람 속에 꽃씨 하나에 이은 두 번째 시집으로 2006문학동네에서 펴냈으나,

16년 만에 문학동네 포에지 58호로 복간한 것이다.

 

지난 31일 오후5시부터 인사동 풍류사랑에서 열린 복간기념회에는

김홍성시인을 비롯하여 썰이 빛나는 소설가 이시백씨, 독보적인 전기 작가 이충렬씨,

세상의 아침출판사를 운영하는 전상삼씨, 지리산으로 들어간 소설가 임헌갑씨,

문학동네편집인 유성원씨, 장터 사진가 정영신 동지, 박시우씨, 박인씨, 영창씨 등 모두 12명이 함께했다.

 

그런데, ‘풍류사랑옆자리에 반가운 분도 있었다.

조준영시인과 건축가 임태종씨, 인사동 지킴이로 통하는 공윤희씨였다.

약속없이 반가운 사람을 우연히 만 날 수 있는 곳이 인사동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복간 기념회는 김홍성시인의 죽마고우 이충렬씨가

중대 문창과 동문을 비롯한 몇몇 분만 연락했다는데,

평소 떠벌리는 것을 싫어하는 주인공의 의중을 헤아린 것 같았다.

 

나 역시 참석할 군번은 아니지만, 한 때 인사동을 풍미한 문인들 모임인데다,

포천 명성산 기슭에서 두문불출하는 전설 속의 주인공을 어찌 보고 싶지 않겠는가?

 

김홍성 시인을 모르는 분을 위해 먼저 작가부터 소개해야 겠다.

그는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여 십여 년 동안 여행 잡지인

나그네’, ‘사람과 산등 여러 잡지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1990년 오지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히말라야로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네팔에 정착했다.

2002년 카트만두에 '소풍'이라는 조그만 밥집을 차려,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시와 기행문을 써 왔다.

그리고 사진전도 몇 차례 가진바 있는 사진가이기도 하다.

 

김홍성 시인은 두 권의 시집 외에도 트리술리의 물소리’, ‘천년 순정의 땅, ‘히말라야를 걷다’, 꽃향기, 두엄냄새 서로 섞인들’,

우리들의 소풍’, 히말라야, 40일간의 낮과 밤’, 시인 김홍성의 히말라야 기행', ’꽃피는 산골’, ‘먼지 속에 꽃씨 하나‘,

온길 삼만리 갈 길 구만리등을 펴낸바 있다.

 

2006네팔 카트만두 밥집과 히말라야 떠돌이 생활 20여년을 정리하고

고향인 포천으로 돌아 온 것은 간암에 걸린 아내의 병이 깊어서다.

그러나 아내는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시집 출간을 앞두고 세상을 등져,

 그 시집은 아내를 그리는 사부곡(思婦曲)이 되어버렸다.

 

"오래 멀리 떨어져 사는 게 서럽지 않다 / 그만큼 많은 비와 눈이 우리 사이에 내렸다 냇물이 되어 흘러갔다 /

눈물은 아직도 뜨겁지만 이내 식는다 이제는 천천히 오래 우는 것이다 /

후회가 아니다 용서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우는 게 편해진 것이다

['그리움' 부분]

 

그의 시에는 말 못할 슬픔과 풀꽃처럼 여린 감성이 오간다.

 

"먼산 너머로 노을이 질 때면 / 기러기라도 울며 날았거늘 / 샛별이라도 글썽였거늘 //

빈 하늘 텅 소리 나게 두고 /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는 / 쓸쓸한 사랑 깊어진 끝에 / 태풍이 지나갔다 //

쓸쓸한 사랑아 / 산에 가자 / 태풍이 지나갔다

['쓸쓸한 사랑'부분]

 

한마디로 울음의 곳간이다. 기러기도 울고 샛별도 울고 산도 울었다.

 

시집 복간기념회는 눈물이 술이 되었는지, 부어라 마시어라 넘치는 술잔 속에 시낭송이 이어졌다.

낭송한 여러 편의 시중에 절창 두 편만 소개해야 겠다.

 

원산하숙

 

무적이 우는 날이면 / 눈먼 고래처럼 무적이 우는 날이면 / 원산하숙 연못가 꽃밭에서는 /

옥잠화가 피었어 / 안개비 속에서 / 하얀 옥잠화가 피었어 / 고향땅이 그리워서 /

홀아비로 늙어 죽은 / 원산하숙 아저씨가 가여워서 / 슬프도록 어여쁜 꽃 / 옥잠화가 피었어 /

무적이 우는 날이면 / 눈먼 고래처럼 무적이 우는 날이면

 

다시 산에서

 

친구여 / 우리는 술 처먹다 늙었다 / 자다가 깨서 찬물 마시고 / 한번 크게 웃는 이 밤 /

산아래 개구리들은 / 별빛으로 목구멍을 행군다 / 친구여 / 우리의 술은 / 너무 맑은 누군가의 목숨이었다 /

온 길 구만리 갈 길 구만리 / 구만리 안팎에 / 천둥소리 요란하다

 

술이 시가 되고 시가 술이 되는 자리는 그렇게 끝났으나, 어찌 이차를 가지 않을 소냐!

 

호프집 부얶으로 들어갔으나 아쉽게도 맥주는 마실 수가 없었다.

통풍이란 요상한 병에 걸려 그 시원한 맥주 맛 못 본지가 십년도 넘었다.

 

 김홍성시인이 산정호수 캠프까지 가려면 녹녹치 않은 거리라, 아쉬운 작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동지와 함께 ‘유목민에 들렸으나, 주인도 술친구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발길 돌린 예당에는 장경호, 안원규, 공윤희씨가 반겼는데, 뒤늦게 사진가 김수길씨도 나타났다.

 

옆 자리에는 사진가 정명식씨가 있었다.

 

깊은 인사동의 밤은 술이 술을 마시게 했다.

술인지 독약인지, 술 마시다 '예당'에서 눈을 감아버렸다.

차라리 그 길이 저승길이라면 편하련만, 비틀 비틀 꿈길이더라.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 조문호

 

 

 

 

 

 

인사동을 유달리 좋아했던 사업가 강선화씨가

지난 28일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부고를 접했습니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상주 : 김진규(아들)

빈소 : 서울성모장례식장23호실

발인 : 2021년 12월30일

 

지난 날을 추억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아래는 인사동에서 찍은 생전의 모습과

‘인사동이야기’ 사진집에 게재한 강선화씨 글입니다.

 

 

"인사동에서 만난 두 사람"

 

인사동은 친정집 같은 포근함이 있다. 숱한 세월 드나들며 많은 예술가들을 만났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화가 박광호씨와 사진작가 조문호씨를 꼽을 수 있다. 애잔하고 즐거운 두 사람의 상반된 기억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박광호씨의 그림과 그의 삶은 너무 애잔하다. 전람회장에서 만난 그의 삶도 기구하지만 벽에 걸린 그림들이 마음을 적셨다. 생선뼈만 그려진 그의 그림을 구입했는데, 볼 때마다 애잔한 감상에 빠져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조문호씨는 인사동 ‘풍류사랑’에서 소설가 배평모씨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몸 바쳐 최선을 다하겠다는 충성서약 같은 첫 인사로 어리둥절하게 하더니, 갑자기 술상 밑을 기어 내 앞으로 나와 놀라게 하기도 했다. 시종일관 개구쟁이처럼 좌중을 웃기는 그의 모습이 너무 신비스러웠다. 그의 절창 ‘봄날은 간다’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사람의 감정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한번은 ‘천포문학회’ 모임을 영월에서 가진 적이 있다. 시 낭송회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결정판은 아침에 찍은 기념촬영이었다. 참석한 삼십 여명이 사진을 찍기 위해 뜰 앞으로 모였는데, 대뜸 조문호씨가 “무슨 졸업사진 찍냐?”며 바지 지프를 내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눈 깜짝할 순간에 모든 상황은 끝났다. 그 많은 사람의 표정이 천태만상인데, 내 생애 찍은 기념사진으로는 최고의 걸작이었다.

 

글 / 강선화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인사동,

전통의 거리인가. 예술의 거리인가.

 

오래 전에는 골동의 거리였고,

70년대부터 화랑가가 형성되었다.

 

전통과 예술이 어우러진 인사동도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었다.

 

노포는 문 닫고 새 가게가 들어섰다.

인사동 정취가 서서히 사라졌다.

 

골동가게가 화장품가게로 바뀌고

표구점이 옷가게로 바뀌었다.

 

술타령에 흥건했던 인사동 대폿집들,

예인들의 한숨이 시와 그림 되었다.

 

시를 안주삼아 술잔을 들었다.

시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눈물이 되었다.

 

밀어닥친 역병은 마지막 풍류마저 앗아갔다.

폭우와 달리 물러 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작가들은 눈치 봐가며 작품을 내 건다.

전시로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팔리기는 커녕 보는 이도 드물다.

가슴만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거리는 안방에서 탈출한 사람으로 분주하다.

버스킹의 음율은 장송곡 같다.

 

신이시여! 이제 광란의 춤을 거두세요.

인사동에 봄바람 일게 하소서!

 

사진, 글 / 조문호

 




화가 박흥순씨가 아들 조햇님에게 결혼 선물을 보내왔다.
4년 전에 그린 내 초상화로, 아들 내외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단칸 방의 좁은 공간이라 결혼사진 걸 자리도 빠듯할 텐데,
징글징글한 애비 얼굴을 매일 보는 게 큰 고문이 아니겠는가?
장롱 위에 숨겨두었다 죽어 생각나면 한 번씩 꺼내 보거라.

아무튼, 박흥순씨께 거듭 감사 인사드린다.






인사동 ‘풍류사랑’에 맡겨 둔다기에, 나가는 걸음에 잠시 들렸다.
진즉 정선으로 떠나야 했으나 몸이 편치 않은데다,
모처럼의 ‘인사모’ 모임이 있어 이틀 동안 꼼짝도 않고 드러누워 있었다.


어제는 가봐야 할 사진전만 세 군데나 있었지만, 모두 포기했다.
북촌 ‘서이갤러리’에서는 이완교씨의 전시가 열렸고,
인사동 ‘나우갤러리’에서는 오상조씨의 전시가,
‘토포하우스’에서는 조명환씨의 사진전이 열렸는데, 다 같은 시간에 개막되었다.





이제 전시가 줄줄이 열리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조용한 시간에 들릴 작정을 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사진전 개막식에는 반가운 사람들도 많겠으나,
거들먹거리는 보기 싫은 사람이 많아, 가능하면 안 가는 것이 속 편하다.


문제는 반가운 사람 만나면 사진 찍는 습관 때문이다.
보기 싫은 사람은 안 찍으면 되겠지만, 그게 안 된다.
개밥에 도토리 끼이듯이 꼭 끼어든다.





다음 날 ‘인사모’ 모임 가는 길에 초상화를 맡겨 둔 ‘풍류사랑’에 잠시 들렸다.
술집 안을 들여다보니, 술시로는 이른 시간에 장경호씨가 앉아 있었다.
최혁배 변호사를 기다린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돌아보니 최혁배씨와 휠체어를 미는 공윤희씨가 서 있었다.
제일 반가워하는 분은 보영이 엄마였다.
버선발로 뛰어나가 뽀뽀세례를 퍼 붓는데, 혁배씨가 얼떨떨한 모양이다.





난 언제 저런 환대 한번 받아볼까?
생기길 잘 생겼나? 그렇다고 돈이라도 많나?
하는 일이란 게 미운털 박힐 일만 도맡아 하고 다니니,,,ㅉㅉ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1일 오후 4시경, 모처럼 인사동에 나갔다.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광화문미술행동, 100일간의 기록을 보기 위해서다.
이 전시는 이달 초하루에 막을 올렸으나, 내일 내일 미루다 여지 것 보지 못했다.
전시되는 사진이나 설치물은 함께 한 일이라 알고 있으나, 눈도장은 찍어야 했다.

얼마 전, 동자동 일에 너무 소홀해 일체의 오프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나발 분 것이 족쇄가 되어, 꼭 가야할 전시회마저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어디에는 가고 어디에는 안 간다면 욕먹기 십상이라, 얼굴에 철판 깔고 버틴 것이다.

사실 열림식 있는 날에는 사람 만나기는 좋아도 작품 보는 데는 별로다,
꼭 보아야 할 전시는 평소 시간 날 때 들리기로 했는데,

이날은 판화가 류연복씨가 전시장 지킴이라기에 찾아 나섰다.

 

전시장에는 류연복씨 외에도 김준권, 변정대섭, 김이하, 육인순씨 등 반가운 분들이 여럿 있었다.

좀 있으니 죽은 용태형 딸래미 김보영과 그의 친구 김진영씨도 나타났다.

숨겨 둔 막걸리를 얻어 마시며, 오랜만의 회포를 풀었던 것이다.





이 전시는 출판기념회를 겸해 열렸으나, 사실 광장이나 야외에서 전시되어야 했다.

그 많은 설치물과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현수막들을 어떻게 조그만 전시장에 다 펼칠 수 있겠는가.

광화문광장에 모두 펼쳐놓고, 그 날의 감회를 맛 볼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전시된 사진과 현수막들을 돌아보니, 지난겨울의 하루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끓어오르는 분노의 열정으로 추운 줄도 몰랐고, 역사의 순간순간들을 기록하느라 배고픈 줄도 몰랐다.

그 타오르는 촛불의 물결을 바라보며, 사실상 짜릿한 희열도 맛보았던 것이다.

올바른 세상을 향한 국민들의 외침으로 철옹성 같은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이제 적폐들이 하나하나 청산되고, 갑과 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시간이 되어 전시장 문을 걸어 잠그고, 다들 풍류사랑으로 몰려갔다.
그런데 어디를 가나 류연복씨는 인기 짱이다.

그토록 여성 팬이 많은 그가 홀 애비로 사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른 것일까? 아니면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지...
이 날도 풍류사랑에 가자마자 보영이 엄마로부터 뽀뽀세레를 받았다.
"주여! 왜 이리 세상이 불공평하나이까?"

돌아오는 길에 습관적으로 유목민에 들렸다.
뜻밖에도 정영신씨가 유목민술자리에 있었다.

나도 반가워  뽀뽀세례를 받고 싶었으나, 최혁배, 장경호, 공윤희, 배성일, 임경일씨 등

사내들 속에 끼어 있어 들어 갈 수가 없었다.


좀 있으니 옛날 유행가 가사가 생각나더라.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하던, 모를 건 이내심사~






이 전시는 16일까지 이어지고,

오는 20()은 오후1시부터 8시까지는 광화문광장에서 노무현대통령 8주기 추모문화재 사전행사도 열린다.

노무현재단에서 주최하고 광화문미술행동에서 주관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추모예술난장에 많은 분들의 참석을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인사동에서 밤늦게 술 마시고 집에 가다보면 즐거운 일도 종종 만난다.
돈 냄새에 인사동이 싫어도, 옛 친구들 만 날 수도 있고, 아직은 인사동 낭만이 남아있다.

인사동 밤안개 여운이도, 민족 머슴 용태도, 양아치 영수도 다 가버렸지만,
그래도 술집 풍류는 남아 있더라. 여운이가 자주 간 섬에는 ‘유목민’이 남았고,
용태 남은 자리는 ‘풍류사랑’이 있는데, 영수 자리만 오간데 없네...

다 부질없는 세상, 혼자 취해 밤 늦은 인사동 거리를 허우적거리며 나오니,
외국인 넷이 연주를 하는데, 무슨 곡인지도 모르면서 신바람 나 엉덩이를 내 둘렀다.
왠 외국여자도 덩달아 엉덩이를 흔들며 파랑새 한 장을 돈통에 집어넣었다.

이제 인사동을 즐기는 주인공이 바뀌었으니, 그 들이 인사동사람들이다.
밤늦게 가끔 인사동에서 연주하는 것으로 보아 여행객은 아닌 것 같았다.
직업으로 하는지, 노는 게 좋아 하는 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연주하였다.

인사동의 밤은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과 함께 저물어 가고 있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4일 오후6시부터 인사동 ‘풍류사랑’에서 고 문영태 화백을 추모하는 화집 및 자료집 발간을 위한 편집회의가 열렸다.

문영태화백의 미망인 장재순여사를 비롯하여 김진하, 김정환, 박 건, 박불똥, 변승훈, 이인철,

장경호, 최석태씨 등 열 명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며, 즐거운 만찬의 시간도 가졌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김진하씨가 대충의 기획안을 짜 왔으나,

평소 가까웠던 분들의 글을 받자는 제안이 나와 다들 공감했다.

이윤수선생의 머리말에 더해 백기완, 주재환, 유흥준, 류연복, 박재동씨 등 생전 일화를 담은

글을 추가로 받기로 하고, 글이 어려운 분은 미술평론가 최석태씨의 인터뷰로 정리하기로 했다.

문영태 작품세계만이 아니라 민중미술 운동가이며 기획자로서 기여한 부분과 함께,

사진 공동 작업이었던, 분단풍경 ‘경의선’ 사진도 수록해야 했으나,

사진가 이지누씨가 당시의 필름을 분실하였다는 전갈에 당혹스러웠다.

당시 ‘눈빛출판사’에서 발간된 사진집이 남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5월까지 자료와 원고를 마감하여 10월 초순경 발행하기로 했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평소 가까운 분들과의 일화를 나누는 중에 문화백의 술버릇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모두 한바탕 웃었다.

문화백이 살아생전 술이 취하면 무의식적으로 옆 사람 머리를 쥐어박는 습관이 있었다.

상대로서는 기분 나쁘지만, 악의 없는 장난기로 넘겼으나, 한 번은 임자를 만난 것이다.

성질 고약한 콧수염 사진가 김영수가 마침 옆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처음 한 번 쳤으나 성질을 내며 하지 말라는데도, 또 웃으며 머리를 친 것이다.

갑자기 벌떡 일으난 김영수가 앉아있는 문영태의 머리를 사정없이 발로 쳐박아 심한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김영수에게 당한 사람은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한 번은 인사동거리에서 화가 강용대가 김영수 앞에서 깐죽거린 적이 있는데,

그 조그만 덩치를 얼마나 힘껏 찼는지 몇 미터 밖으로 뚝 나가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렇게 심한 폭력을 저지르고도 잡혀가지 않은 것이 용했다.

다들 착한 예술가들이라 넘어갔지,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런 폭력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군사정권의 폭력에 진저리를 쳤던 때라, 미제군복에 군화를 신고 다니던 그의 외모부터 같은 무리로 보였다. 

다 세월이 지나니, 웃을 수 있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사진, 글 / 조문호



























 

-정영신사진-

 

 

박근혜가 끝장 난 지난 10일 오후에는 ‘광화문미술행동‘의 뒤풀이가 예정되어 있었다.

탄액이 인용될 것으로 알고, 미리부터 날자를 잡아 둔 것이다. 

그 날 헌재 앞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진가 전민조씨도 보였고, 안해룡, 성남훈씨도 만났다.

 

 

 

 

 

 

 

예견했던 것처럼 만장일치로 가결되는 걸 보고, 모두들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박근혜 구속을 외치며 헌재 앞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다 정영신, 장경호씨를 만나,

시원한 생대구탕으로 점심 식사도 했다.

 

 

 

 

 

오후 여섯시 무렵 약속장소인 인사동 ‘풍류사랑’에 갔더니다들 싱글벙글 모여들었다.

 

병신 년 하나 때문에 몇 달 간을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그 날은 '광화문미술행동'의 결산을 겸한 자리였는데, 팔백만원이나 빚졌더라.
광화문 현장에서 김준권, 류연복, 윤여걸, 유대수씨 등 여러 명이 판화도 찍어 팔고 독지가들의 후원도 받았으나,
그 돈으론 한 참 모자랐다. 결국 총대 맨 김준권씨가 끌어안게 되었는데, 결과라도 좋았으니 다행이다 싶다.
가난한 동지들 술 한 잔 크게 대접한 걸로 여기시길... 그 날은 개털인 나도 기분 좋아 술 한 잔 사고 싶더라니까.
그 날 ‘풍류사랑’ 술 값도 꽤 나왔을 텐데, 마침 신학철 선생께서 맡아 주셨다.

 

 


-정영신사진-

 

 

‘광화문미술행동’은 김준권, 류연복, 김진하씨가 지난 12월 초순에 깃발을 든 모임이다,
모두들 박근혜에 열 받아 뭉쳤는데, 시민혁명에 동참하려는 많은 작가들이 모여 판을 키운 것이다.
그동안 열 네 차례에 걸쳐 다양한 퍼포먼스와 전시를 벌이며 촛불시민들과 함께 어울렸는데,
예술이 대중 속으로 녹아든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가난한 작가들이 고생은 했지만, 현장 미술운동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은 틀림없다.



 



 

이제 마지막 ‘촛불역사’사진전만 남았다.
오늘부터 21일까지 광화문광장의 ‘궁핍현대미술광장’에서 열린다.
곽명우, 권 홍, 김문호, 김이하, 노숙택, 박영환, 부은정, 양시영, 엄상빈, 이재민, 정영신,

조문호, 채원희, 최연택, 하형우, 홍윤하, 정덕수, 강민, 김명지, 양혜경씨등

사진가, 시인, 화가, 촛불시민들이 함께 한 전시로, 난 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열림식은 오후4시로 시간나면 한 번 들려 구경하세요.

 

 



 

그 날 뒤풀이에 함께한 분은 김준권씨를 비롯하여 신학철, 류연복, 김남선, 김진하, 장경호, 정덕수, 송용민, 여태명,
김영배, 이인철, 장순향, 이원석, 유대수, 정영신, 정고암, 이도윤, 하형우, 하태웅, 김이하, 김천일, 이철재, 이재민,
윤병권, 강성봉, 이광군, 김보영씨 등 많은 분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뒷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느닷없이 서예가 여태명씨가 '난 빨갱이'라고 자랑했다. 하기야 박사모라면 모인 사람 모두를 빨갱이로 보이겠지만,

그는 확실히 빨갱이 였다. 상의에서 모자, 양말까지 모두 빨간색인데, 팬티까지 빨간색이었다. 

 

 

 



 

이 날은 서촌에 안가까지 준비해 두어 지방 분 들도 집에 갈 걱정 없이 혁대 풀고 마실 수 있었다.
‘풍류사랑’ 안방에는 채현국, 임재경선생과 임진택씨 등 여러 명이 자리하고 계셨는데, 와인 한 병을 선물 받았다.


난, 혼자서는 술 마시지 않아, 류연복씨에게 주었는데, 그 술이 돌고 돌아 정영신씨 손에 들어갔더라.
‘촛불 역사전’ 사진 프린트 도와주러 녹번동에 갔다가, 덕분에 잘 마셨다.

 




술 취해 여럿이 ‘광화문광장’으로 다시 나갔는데, 늦은 밤이라 기쁨의 열기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뒤늦게 광장에 나온 최석태씨를 만났으나, 곧 바로 헤어져야 했다.

그 이틀 날의 마지막 축제를 즐기려면 좀 쉬어야 하니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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