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복作, 사라진 꿈, 153 x 208cm,장지에 아크릴, 2023

‘나무아트’ 기획전 ‘무장지대’ 2부가 지난 17일 개막되었다.

 

2월 6일 부터 16일 까지 열린 1부에서는 강재구(사진),김진하(사진), 송창(설치), 이태호(입체), 임종업(대성동마을 스냅+르뽀), 정기현(영상, 설치) 작가가 참여했다.

 

김진하_망각의 한 방법-소원에 대하여_사진몽타_61×182cm_2023
강재구_private#1~3_젤라틴 실버 프린트_각 70×55cm_2002
송창_大兄-바라보기_스팽글, 필름출력_설치, 232×546cm_2020
이태호_분단풍경_여러가지 재료_100×85×168cm_2021
임종업_대성동-DMZ의 숨겨진 마을_르뽀_도서출판 소통_2021
정기현_topos_도라전망대 설치전경_2021

지난 17일 부터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2부에서는 이명복(회화), 류연복(목판화), 손기환(회화), 이동환(회화+입체),  이인철(디지털 회화) 김억(목판화) 작가가 참여한다.

 

류연복_꽃 한송이_소멸다색목판화_97×72cm_2018
손기환_DMZ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200cm_2015~21
이동환_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같은 풍경_장지에 목탄, 먹, 안료_60;134cm_2023

지난 15일 전시장에 들렸으나 아쉽게도 문이 잠겨 1부를 놓쳐버렸고, 2부는 정영신 동지와 함께 개막시간에 맞추어 찾아 간 것이다,

 

이인철_파주2_디지털 회화_2023
김억_DMZ-백령도에서 고성까지_목판화_2020

김진하관장을 비롯하여 제주의 이명복씨와 김 억, 류연복, 손기환, 이인철씨 등 참여 작가를 두루 만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이승미, 김 구, 장경호, 김은태, 강욱천, 성기준, 정기현씨 등 여러 명이 전시를 관람한 후 '산골물'에서 조촐한 뒤풀이를 가졌다.

 

손기환작

아래는 전시를 기획한 김진하관장의 ‘무장지대’ 서문이다.

 

"1953년 유엔사와 북한의 휴전 협정에 의해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 분계선과, 그 선을 기준으로 남북 2km의 남방한계선/북방한계선에 의한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되었다.

 

비무장지대. 말 그대로 무장이 해제되어야만 하는 곳. 그러나 현재 동서 256Km, 남북 4Km인 이곳엔 수백 만 개의 지뢰가 설치되어 있을 거라고 전해진다. 게다가 북한 G.P는 북방한계선 남쪽 1.6Km, 남한의 G.P는 남방한계선 북쪽 1.2Km까지 진입된 곳도 있다. 그러니까 양 G.P간 실 거리는 기껏 1Km의 거리. 모두 중화기로 무장한 긴장된 상태다.

 

이인철작

일촉즉발 상태인 이곳이 어찌 비무장지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비무장지대』라는 네이밍에 근거하자면, 폭 4Km의 이 공간을 제외한 북과 남쪽 국토 전체는 역설적으로 『무장지대』란 뜻이 아닌가.

 

지난 70년 간 우리는 분단 현장 남측 『무장지대』에서 분단 정치, 분단 문화, 여타 분단 이데올로기에 의한 온갖 부조리한 현실을 온 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국토 어디를 가더라도 만날 수 있는 벙커, 참호, 철조망, 그리고 우리들 일상에 존재하는 군사 시설들... 뿐인가, 과거 교련을 위시한 반공과 군사 교육, 관제 행사 동원, 여타 학술과 문화 예술과 대중문화에까지 드리웠던 검열과 블랙리스트의 기억까지 소환된다.

 

김억 작

그 레드 컴플렉스의 작동은 최근에도 남북 관계를 더 경색 시키고, 한발 더 나가 전쟁 위기까지 부추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적 의제에서 한반도 분단 극복과 무장지대 탈출을 위한 지성적 담론과 사회 문화 운동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동환작

이런 현실에서, 평소 사회 역사적 주제로 작업을 하던 작가들이 정체된 분단 논의에 파문을 일으키려 함께 이 전시에 참여했다. 이 작가들이 직접 체험한 『무장지대』에 대한 예술적 발언이, 지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분단 논의에 던져 지는 짱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김진하

 

오는 2월 26일까지 열리는 '무장지대'전을 많은 관람바랍니다.

 

류연복작

.

한국 팝아트의 선구자이며 민중미술의 거목인 신학철화백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전이

오는 29일까지 통의동 인디프레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굴곡의 역사가 담긴 신학철화백의 작품세계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나,

우리 현대사의 갈등과 고난을 대하드라마 형식의 포토콜라주로 제작해 왔다.

 

이번에 보여주는 작품들은 포토콜라주를 비롯하여

갑돌이와 갑순이연작 등 선생의 자전적 체험과 역사의식을 담아낸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7일 오후 네시 무렵, 모처럼 전시 개막식에 들렸다.

요즘 전시장 방문은 물론 개막식 행사는 더더욱 자제하지만, 신학철선생 전시는 안 갈 수가 없었다.

 

새로 선보일 작품도 궁금하지만, 개막식에 찾아 올 그리운 분을 뵙고 싶어서다.

특히 신학철선생 전시 때 마다 오시는 춘천의 황효창선생 내외 분을 뵐 수 있었는데, 

어쩌면 다들 살아 마지막 보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이날 전시장에는 신학철, 이효상선생 내외를 비롯하여 춘천의 황효창화백 내외와

김정대관장, 이수호, 박홍순, 정영신, 전강호, 양기환, 채원회, 이명옥씨 등 많은 분들이 와 계셨다.

 

반가운 분들과 인사 나누기도 바빴지만, 새로 선보인 작품 보느라 바빴다.

 

사랑으로 민족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까지 만들어 낸 갑돌이와 갑순이

시리즈는 볼수록 따뜻한 정감과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더러는 민중미술의 거목인 신학철선생의 작가적 무게감이나

체면에 걸맞지 않는 작품으로 여기는 분도 더러 있으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중은 사랑도 못하나?

 

"내가 생각하는 전위는 현실이다. 미술이 현실로 다가가고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현실을 파악해서

현실 속에서 즐겁고 비참한 것을 그림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역사화는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야 되고

우리가 나아갈 길이 뭐냐 하는 정도까지 그릴 수 있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 "   신학철

 

전시장에 손님이 점점 늘어나 뒤풀이 장소로 옮겨야 했다.

 

‘청하식당’에는 장경호씨를 비롯하여, 박불똥, 서인형, 이명신, 정희성, 심정수, 최석태,

김진하, 김재홍, 김 구, 김이하, 안원규, 임경일, 이명희, 조준영, 김정환, 우문명, 이재민,

이강군, 이태호, 발렌티노김, 성기준, 곽대훈씨 등 많은 분이 함께했다.

 

뒤풀이 좌석 배정까지 신경쓰는 장경호씨더러

40여년 동안 신학철선생 따까리 노릇하느라 고생한다고 했더니,

점잖게 손을 흔들며 대변인이라며 정정을 요구한다.

 

카메라전지가 방전되어 끝까지 못 찍어 그런지, 그 날은 술도 일찍 취해버렸다.

서인형씨가 어렵사리 잡은 택시에 실려 왔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네.

 

이 전시는 29일까지 열린다.

 

사진, / 조문호

 

모처럼 인사동에 전시 보러 나갈 일이 생겼다.

몸이 아파 더 이상 일을 만들지 않기로 작정했건만, 살아 있는 동안은 하던 일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눈감고 모른 척한다는 게 더 큰 고통이었다.

보고 싶은 작품을 못 보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꼭 가보아야 할 전시도 여럿 있었다.

마치 속세와 인연을 끊을 듯 매몰차게 밀어붙였으나, 몸이 좀 나아지니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제 버릇 개 주지 못한다.’는 옛말이 딱 맞다.

 

그동안 핸드폰은 네비게이션 전용으로 사용했으니, 전화도 못 받은 것이 아니라 안 받은 것이다.

유일한 소통 공간이라고는 페이스북 뿐인데, 그마저 가끔 들리니 세상 돌아가는 소식마저 어두웠다.

 

모든 게 사진에서 비롯되는데, 사진을 찍지 않으니 아무런 의욕이 없었다.

카메라에 찍힌 순서대로 지난 시간도 기억하는데,

찍힌 사진이 없으니, 할 말은 물론 치매 환자처럼 어제 일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침, 인사동 마루아트에서 열리는 함께 맞는 비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얼마 전 주흥수감독의 부탁을 받아들였는데, 정영신씨도 유준 화백으로 부터 연락받아 사진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액자를 옮기려면 차를 끌고 갈 수밖에 없는데, 나가는 김에 전시도 몇 군데 돌아보기로 했다.

 

먼저 삼청동 있는 아트비프로젝트부터 들렸다.

우연히 네오록에서 본 허유진 사진전 제목이 순간은 밤하늘의 별과 같다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허유진의 세차장 구정물에서 별 찾기는 7-8년쯤 되었다고 한다.

 

전시된 이미지들은 이미 별이 된 강용대 화백의 별 그림 같기도 하고,

별 그림의 대부로 부상한 강찬모화백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다.

강찬모 화백이야 히말라야 산맥의 정기를 받아 찬란한 별빛을 쏟아냈지만,

허유진양은 세차장에서 흘러내리는 구정물에서 찾아냈다는 점이 독특하다.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에 보낸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가상했다.

 

세차장 구정물은 빛이나 날씨 조건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나지만,

대부분의 전시작은 아름다운 우주 풍경을 연출했다.

찬란한 우주도 버려지는 오물에 다름아니다는 또 다른 깨달음을 남기며...

 

아래 글은 이선영씨가 쓴 전시 서문의 한 부분이다.

우주 깊숙한 곳의 풍경 같다. 검은 융단에 보석 가루를 뿌려놓은 듯 아름답다관객은 이 찬란한 풍경이 어떻게 비누 거품일 수 있냐고 묻겠지만, 우주의 모양에 대한 유력한 가설 중의 하나가 거품 우주론이라는 사실이다. 비누 구정물로부터 출발한 것일지라도 같은 거품이기에 비슷한 형상이 나온 것이다. 우주의 기원에 대한 가설 중 우주가 양자 거품에서 시작되었다는 이론은 허유진의 작품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공한다."

 

이 전시는 925일까지 이어진다.

 : https://blog.daum.net/mun6144/6489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마루아트센터부터 들려야 했다.

전시장에는 이미 많은 작품이 반입되어, 설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난, 90년대 불교상징'전에 내걸었던, ’환성사수미단을 준비해 갔고,

정영신씨는 작년에 전시한 어머니의 땅‘에서 고른 작품을 전달했는데.

인사동 도로에 세워둔 차 때문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921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장애학생돕기자선전 함께 맞는 비인사동 마루아트센터 3층 그랜드관에서 열린다.

이 자선전은 장애 학생들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게 아니라 같이 비를 맞으며 그들의 삶과 함께하려는 뜻이다.

그래서 작품가격도 기존 가격에서 대폭 낮추어 판매한다.

 

유명작가의 작품을 저렴하게 소장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다 같이 자선전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다음에는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칡뫼 김구의 바라보다전을 보러 갔다.

전시장에는 작가 외에도 화가 장경호씨와 사진가 조명환씨도 있었다.

 

전시작품은 분단의 현실을 형상화한 살풍경이었다.

휴지 조각이 굴러다니는 황폐한 땅에 철조망이 솟아나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어떤 그림에서는 거대한 화석이 공중을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이 모든 풍경은 작가가 태어나고 살아온 경기도 김포 북단에 대한 한 맺힌 풍경이다.

 

그는 미술을 전공한 화가처럼 현대미술의 형식론이나 흐름의 한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의 체험적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긴 세월 동안 지켜보며 각인시켜 온 역사화나 다름없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시공간에 나를 드러내는 것이고 또한 나를 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분단을 그리는 작업이 분단을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묻는 작가 노트가 그의 작업 배경을 잘 말해 준다.

 

칡뫼 김구의 바라보다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오늘의 분단 현실을 까발린다.

긴장과 불안감을 동반한 김구의 바라보다전은 927일까지다.

 : https://blog.daum.net/mun6144/6493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의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두 번째 기획전 강재구 사진전도 보러 가야 하지만, 시간이 늦어버렸다.

오는 928일까지라 다른 날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대신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가 쓴 강재구론 부분을 소개한다.

 

강재구의 군인 연작은 사진사적으로 바로 이 흐름 위에서 위치한, 충실한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사진가 강재구는 20년 동안 군인, 그것도 의무 복무를 수행하는 대한민국 징병제 군인 이등병을 중심으로 작업해왔다. 그가 간부 후보생이나 장교 혹은 여군과 같이 스스로 직업인의 길을 택한 군인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국민의 의무로 복무해야 하는 군인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의 작업이 군인이 무엇이고 어떠한가, 즉 그 정체성과 문화를 기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징병제하에서 군인으로 강제로 끌려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청년문화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임을 알게 해준다. 그러니, 당연히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 청년문화 안에 서식하는 집단성과 몰개체성 그리고 반휴머니즘에 사육된 무기력함이다.

 

사진가 강재구의 20년 군인 포트레이트 작업은 군대로 끌려가는 입영 전야의 민간인에서 12mm로 머리카락을 깎은 이등병 군바리가 된 이들을 촬영하는 것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의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 하나의 메시지를 무겁게 오랫동안 끌고 온 작업이다. 여기에서 이등병이란 의무 복무를 마친 후에도 흉터처럼 남아 있는 예비역이라는 민간인이 되지 못한 여전한 군바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20년의 그 시리즈 작업 가운데 약간은 성격이 다른 것도 있다. 군대 사진관 사진의 사병 증명사진으로 작품을 만든 2009년의 사병증명도 있다. 군의 실용적 필요에 따라 사진의 얼굴을 도려내 버리고 남은 그러면서 그 대상이 누구인지도 기억할 수 없게 되어버린 어떤 군대 내 증명사진들을 통해 군대라는 몰()인간성의 의미를 은유로 다룬 작품이다.“

 

장경호씨와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반가운 사람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노박사를 비롯하여 최유진, 정영신씨가 먼저 자리 잡았는데, 뒤늦게는 최석태, 이인섭씨도 등장했다.

 

이 날은 차를 끌고 나와 자리만 지키기로 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술자리다.

 노현덕씨가 주차비와 대리 운전비를 내라며 신사임당을 한 장 내놓는데, 어찌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일도 마실 일이 있는데, 이러다 다시 드러눕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진, / 조문호

 

 

 

지긋지긋한 더위가 한풀 꺾여, 이제야 한 숨 돌릴 것 같다.

쪽방에서의 여름나기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수행자처럼 버텨내지만, 허리 협착증까지 도져 죽는 게 편하겠더라.

 

일기처럼 쓰던 주변 잡기에서부터 전시리뷰에 이르기 까지 모든 일을 중단했다.

주제넘은 이야기로 욕 먹는 일도 지겨웠지만, 죽기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았.

사진 정리가 되지 않아 사진 한 장 찾으려면 온종일을 허덕여야 한다.

 

얼마 전에는 돌아가신 한정식선생과 찍은 기념사진 한 장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원본 찾느라 몇시간을 헤매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는데, 늦게 사진을 정리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오래된 필름 찾아 스캔 받는 일은 손도 대지 못했다. 

 

여름 내내 전시장 방문은 물론, 사람 만나는 일까지 피해 가며

컴퓨터와 씨름하였으나 도무지 일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오죽하면 정선 집 불났을 때, 남은 짐까지 모두 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겠는가?

죽고 나면 아무 소용없는 일에 매달리는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이 사진들은 한 달 전에 인사동에서 찍은 사진이다.

 

지난 7월 27일, 양산의 공윤희씨가 온다는 연락을 받아 모처럼 정동지를 만나 인사동에 나갔다. 

쌈지 담벼락에는 궁녀가 임금 기다리다 죽었다는 설화의 꽃, 능소화가 피었더라.

 

약속했던 ‘풍류사랑 낭만에는 공윤희씨 외에 김수길씨도 왔더라.

용태씨 미망인 박영애여사는 민어에다 홍어, 돼지 수육까지, 그득하게 상을 차려주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만나 이야기 나누기 보다 음식 먹느라 정신없었다.

사실, 귀가 어두워 소통이 안 되니 술이 약인 것이다.

 

인사동 지킴이로 알려진 공윤희씨는 퇴역한지가 수십년이 되었으나 아직까지 공대위로 불린다.

몇십 년동안 인사동에서 일 하며 살았으나, 장가는 못 간게 아니고 안 갔다.

요즘은 먹고살기 위해 양산에서 학교 일을 돕는다는데, 여름휴가를 받은 것 같았다.

 

휴가를 받았으면 바다나 산으로 갈 것이지, 인사동에는 무슨 미련이 남아 왔는가?

 

이차로 유목민’에 갔더니, 골목에는 장경호씨와 한상진씨가 있었고,

안쪽에는 전활철, 안원규, 유 준, 발렌티노김 등 아는 분이 많았다.

 

만나 반가운 시간은 잠깐이었다.

소통이 되지 않아 술만 빨다 정량 차면 일어나니,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파장 인생의 설움이다.

 

사진, / 조문호

 

 

 

며칠 전 정동지 따라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 갔다.

예술인 지원금 타는 일 도움받으러 갔는데, 최석태씨도 왔더라.

 

지원금 신청은 서인형이사장이 처리해 주었는데,

얼마나 과정이 복잡한지 성질 급한 놈은 받지도 않겠더라.

주기 위해 지원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안 주려고 만든 것 같더라.

고맙게도, 담당자 전화까지 알아내어 묻고 물어 처리해 주었다.

이 보리흉년에 백만원이 어디냐?

 

일이 끝나고 나니 뉴스아트편집회의를 한다지만,

편집회의가 아니라 고정 필진으로 참여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서인형이사장과 이명신 편집장, 최석태, 정영신씨가 둘러앉았는데,

최석태씨가 여러 가지 자문을 해 주었다.

 

최석태씨는 '한국근대미술사를 연재해주기로 했고

정영신씨는 '정영신의 시간자르기'를 연재하기로 했다.

, '전시리뷰'를 부탁받았다.

 

이틀 뒤에는 뭔 일인지도 모른 채, 응일식당에 따라 갔더니

서인형 이사장과 장경호씨가 한 잔하고 있었다.

아마 장경호씨도 원고청탁을 받은 것 같더라.

 

그런데, 원고 마감일도 모른 채 늦장 부리다,

찍어 둔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이미 아트뉴스가 나와버렸네.

 

스마트 협동조합의 인터넷신문 '뉴스아트' (news-art.co.kr)

많은 예술가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예술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며,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 / 조문호

 

 

지난 주말은 뜻밖에 손님이 찿아 와 모처럼 인사동의 봄을 즐겼다.

마산 사는 후배 변형주씨와 인사동과 녹번동,

동자동 쪽방촌을 두루 돌아다니며 봄날의 회우를 기념했다.

 

지난 3일, 동자동에서 늦은 아침 밥을 준비하는 중에

유목민 전활철씨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엊저녁에 변형주씨가 왔는데, 함께 점심이나 먹자고 한다.

손님 접대에는 대마불사주가 좋을 것 같아 녹번동 가자고 했다.

 

정영신씨는 지방 촬영을 떠나버려,

인사동 '유목민'부터 들려 김치찌개 한 냄비 끓여 가지고 간 것이다.

녹번동 좁은 탁자에 술상을 차려놓고

기억에도 가물거리는 옛이야기로 추억을 더듬었다.

 

변형주씨는 40대가 어저께 같은데, 벌써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라고 한탄한다.

정말, 나이가 들수록 어찌나 세월이 빠른지, 총알 같다.

 

말년을 자연과 함께 지내려고 지리산에 집 지을 준비 한다"는 소식도 주었다.

지리산 집들이 가서 한 번 취할 꿈도 꾸어보았다.

얼마 남지 않은 술병의 바닥을 보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다들 밥 먹는 것을 잊어버렸다. 치매환자들인가?

 

전활철씨는 영천시장 장 보러 가는 틈에, 둘이서 동자동 간 것이다.

숨 막히는 좁은 공간이지만, 그곳만큼은 흡연구역이 아니던가?

얼마나 줄담배를 피웠는지, 담배 연기에 질식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한때 변형주씨를 인사동 골목대장으로 부르기도 했으나, 그는 괴물로 통한다.

그 괴물의 실체를 찍은 오래전 사진을 찾아 본 것이다.

컴퓨터에 저장된 10년 전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엄청 반가워했다.

인사동에서 찍은 변형주씨 알몸사진은 실제 크기로 뽑았으나

정선 작업실 화재 때 타버려 원본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다.

 

쪽방에서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목민’에 들려 부족한 술부터 보충하고 싶었으나,

술시가 일러 인사동 돌아다니며 봄바람 맞은 것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나들이객들이 많았는데,

북인사마당’엔 부채춤이 봄꽃처럼 피었더라.

 

오랜만에 괴짜 고 헌씨를 거리에서 만나기도 했다.

젊은 시절엔 가로등만 찍는 사진가였으나,

이젠 사진과 작별했는지 카메라 잡은 것 본 지 오래되었다.

 

버스킹에 나선 인사동 단골 뮤지션들의 연주도 각양각색이었다.

一心을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글은 변형주씨가 샀다.

 

인사아트프라자에 들려, 제주4.3과 여순사건을 묶은 동백이 피엄수다도 보았다.

외세에 의한 동족 살상의 끔찍한 사건을 떠 올리며 치를 떨었다.

 

인사동 수도약국앞에서 변형주씨 아들 변도영군을 만났다.

본 지가 오래되어 낯설었으나, 붕어빵 같은 모습은 여전했다.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다시 음악에 매진할 것이라 했다.

 

다 같이 유목민으로 갔더니, 그때사 준비가 끝났는지 문을 열어 놓았다.

부자간 대작하도록 남겨두고, 급히 다녀올 곳이 생겼다.

 

사진을 빨리 보내 달라는 복에 없는 원고청탁에 바쁜 걸음 쳐야 했다.

두 시간이나 걸려서야 돌아왔더니, ‘유목민은 이미 흥청댔다.

 

한쪽에는 장경호, 최석태, 김이하씨 일행이 술판을 벌였고

윗쪽에는 신단수, 장홍순씨 일행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전에서 돌아온 정 동지도 합류하게 되었는데,

이 자리 저 자리 끼어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날 따라 전활철씨 더러 노래 한곡 하라며 장경호씨가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기타에 꽂아 주기도 했다.

 

전활철씨 노래와 기타 솜씨야 익히 알지만,

록과 부루스가 주특기인 도영이 기타연주도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들어 본 도영이 연주솜씨가 보통은 아니었다.

곡은 잘 모르겠으나, 슬픔과 한이 배어있는 부루스였다

 

장음계에서 3도움과 7도움을 반음 낮춰 연주하는 블루스가

약간 늘어지는 박자이긴 하지만,

불루스 특유의 슬픔과 한이 잘 배어 났다.

잔잔한 애드립 여운이 촉촉이 적셔주는 멋진 연주였다.

 

정동지는 벌써 무더울 여름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올여름엔 꼭 에어컨을 살 것이라며, 나더러 말리지 말란다.

돈도 돈이지만, 그 비좁은 집에 어디다 놓을 것인지 모르겠다.

신단수와 최석태씨까지 나서서 에어컨 살것을 부추기며, 극빈자 모금까지 하겠단다.

 

끝날 시간이 되었는지 한 사람 두 사람 물러나기 시작했다.

언제 왔는지, 안 쪽에 있던 '학고재' 우찬규씨가 우리 자리 술값까지 계산해 버렸다.

더 마실 형편도 되지 않는데, 잘 모르는 화가 한 분은 골든 벨을 누르겠다고 큰 소리다.

변형주씨는 술이 취해 몸을 가누지 못했다.

도영이 부축을 받아 여관 가는 걸 보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틈만 나면 인사동 노래를 부르지만, 결국은 사람이었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인사동이 인사동 다워 지는 것이다.

 

사진, / 조문호

 

 

지난 30일은 예술인 '스마트협동조합' 정기총회 날이었다.

대의원은 아니지만, 술 냄새를 맡아 달라 붙은 것이다.

 

그날이 바로 코로나 감옥에서 해방된 날이 아니던가?

총회 끝날 시간에 맞추어 뒤풀이 집에 갔더니, 반가운 분들이 많았다.

 

서인형 이사장, 황경하 사무국장, 박권주, 김성은, 송수아씨 등

상근하는 분 외에도 최석태, 장경호, 김이하, 정영신, 민정기,

박태종, 이미경, 김은엽, 이영경, 이명신씨 등 많은 분 들이

총회를 끝내고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다들 몸 사리는 코로나 시국임에도 40명이나 참석했다고 한다.

전체 조합원 십 분의 일이 참석했다면 많이 나온 편이다.

 

스마트협동조합은 창립 삼 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음악연습실 운영 등 사업도 확대되었지만, 조합원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나 역시 가난한 예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여러 지원을 받았는데,

코로나로 힘 들어 하는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태 예총이나 민예총’같은 예술단체 어디에서도 회원들 생계를 위해

도움 준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도움은커녕 회원들 갉아먹는 구조가 아니던가?

 

빈손으로 시작한 '스마트협동조합'이 불과 삼 년 만에 자리 잡은 것은

조합원들의 협력도 따랐지만, 서인형 이사장의 기획력과

황경하 국장의 추진력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찰떡궁합이었다.

 

올해는 음반 사업에 이어 출판 사업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마트협동조합' 인터넷신문도 창간 준비 중이란다.

 성장하는 '스마트협동조합'을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아직 가입하지 못한 예술가들도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가자.

예술인들의 권익을 지키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가난한 예술가들이 의지할 곳이 생겼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오늘 쪽방 격리에서 해방된 날인데, 이게 얼마 만이던가?

 

귀는 어두운데다 목소리까지 막혀 통하지도 않지만,

못난 사람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더라.

 

그런데 소주가 달달한 게 술술 넘어갔다.

술잔 주고받을 것도 없이 혼자 홀짝홀짝 마시며

사진 찍고 놀다 결국 맛이 가고 말았다.

 

성악하는 민정기, 박태종씨는 쩌렁쩌렁 좌중을 압도했고,

김이하 시인은 구수하게 축가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는 판에

감히 어찌 끼어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서너 개 남은 이빨 사이로 튜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목구멍은 막혀 파리 방귀 소리보다 작은 주제에 말이다.

술이 취하면 간이 커진다는 말이 딱 맞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이란 구겨진 첫 구절부터 슬프게 만들었다.

아마 그건 노래가 아니라 벙어리 몸부림에 가깝다.

조지 피면 가치 웃고 조지 지면 가치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마지막 대목에서 결국 눈물을 짤아내고 말았다.

 

그 이쁜 처자들 많은 자리에서, 팔릴것도 없는 쪽을 다 판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오바 하지 않으려고 다짐에 다짐을 해도 술만 취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 버릇 개 못 준다. 아마 죽어야 철들 것 같다.

 

사진, / 조문호

 

 

 

 

며칠 전 조준영 시인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인사동에서 초촐한 망년회라도 한번 해야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방콕에서 해방된 날은 28일이었다.

날 잡은 김에 다 만날 작정으로 녹번동부터 갔다.

 

정동지 일로 충무로 가려는데, 조해인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응암동 콩나물국밥'에서 김수길씨와 한 잔 한다는데, 어찌 모른척 할 수 있겠는가?

 

일이 늦게 끝나 바쁘게 찿아 갔더니, 이미 술자리는 파장이었다.

사이클이 맞지 않아 부어 주는 쪽쪽 마시다보니 금방 취해버렸다.

김수길씨는 "'케이비에스'에서 동자동을 소개한 방송을 보았냐?"고 물었다.

쪽방은 물론 정동지 집에도 티브이가 없으니, 세상돌아 가는 걸 잘 모른다.

인사동 약속시간을 30분 남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인사동은 연말분위기가 실종된지 오래다 

옷 가게들이 점령해 가는 거리 풍경은 낮 설기만 하다.

 

인사동만 나오면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 장면에 그 장면이지만, 출근부 도장 찍듯 찍는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고)김용태씨 미망인 박영애여사가 운영하는 ‘낭만’이었다.

어디쯤 왔느냐의 전화를 받고서야 인사동 순찰을 마쳤는데,

조준영시인을 비롯하여 공윤희, 임태종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거리두기 지침에 맞추어 네 사람만 모인 것이다.

 

박영애여사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잔뜩 차려주었다.

돔 찜에다 돼지수육과 홍어, 그리고 과메기까지 등장했다.

세상에! 얼마나 맛있는지, 술 마시며 안주를 그렇게 많이 먹어본 적이 없다.

 

나온 사람 몇 명 없는 조촐한 '인사동 사람들' 망년회지만, 음식이 너무 푸짐했다.

공윤희씨가 먼곳에서 공수해 온 꼬냑까지 꺼냈다.

난, 일편단심 민들레만 마셨다. 양년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레 겁 먹은 것이다. 

 

최석태씨가 ‘유목민’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전갈에 자리를 옮겼다.

장경호, 김이하, 안완규씨도 있었으나, 술이 취해 더 마실 수가 없었다.

 

새해에는 신나는 일만 주렁 주렁 열리길 바란다.

코로나 끝나는 봄 날, 때거리로 한번 젖어보자.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