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이 되면 쪽방촌 어르신을 위한 잔치가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린다.

 

해마다 ‘동자동 사랑방’에서 마련하는 잔치지만, 코로나에 발목잡혀 3년 만에 열려 더 반가웠다.

 

동자동 쪽방 촌에 사는 분은 대부분 가족과 연락이 끊겼거나,

있어도 찾아오지 않아 어버이날이 되면 외로움을 더 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텅빈 가슴에 꽃 한송이 달아드리며 술과 음식을 나누니, 이보다 좋은 날이 어디 있겠는가?

 

조화에 불과한 카네이션이지만, 삶에 찌든 어두운 그늘을 지우고 모처럼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

 

잔치도 자선단체에서 지원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음식을 장만한 자리라 더 의미 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의 나눔과 또 다른 것은 줄 세우지 않는데 있다.

주민들에게 음식을 차려줄 뿐 아니라, 이날만은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한 잔 마실 수 있다.

 

머릿 고기에다 각종 부침개, 떡과 소주, 음료수 등을 사랑방 식구들이 부지런히 날랐고,

동네 어르신들은 깔아놓은 자리에서 이웃과 정겹게 술잔을 주고 받았다.

이렇게 화기애애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도 어버이날과 추석뿐이다.

 

예전에는 잔칫날이 되면 그동안 찍은 사진을 빨랫줄에 걸어 나누어 주기도 했으나,

그마저 마땅찮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그만 두었는데, 어딜 가나 시기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이후로는 찍힌 분을 언제 만날지 몰라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불편은 따르지만, 그 또한 내가 짊어져야 할 업이다.

 

잔칫날이 되면 평소 잘 보이지 않는 분도 더러 뵐 수 있는데,

이날은 한 때 동네 사발통문처럼 쏘다니며 도시락을 전해주던 원용희씨를 만났다.

 

얼굴이 반쪽이 되어, 그동안 어디 아팠냐고 물었더니 죽다 살아났단다.

멀지않은 해방촌으로 이사를 갔다는데, 어버이 잔칫날이라 찾아 왔으나 술은 끊었다고 한다.

 

공원에는 술에 취해 여기저기 드러눕는 사람도 생겨났으나, 아무도 탓하는 이가 없다.

기력이 없으니 조금만 마셔도 쓰러지는 것이다.

 

하기야! 답답한 쪽방에 눕는 것보다 시원한 공원에 드러눕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날 잔치에는 ‘동자동사랑방’ 윤용주 회장과 김호태씨가 주민들께 인사드리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잔치가 끝난 뒤, 교회 봉사단체에서 나와 도시락을 나누어 주었으나, 다른 때와 달리 남아 돌았다.

요즘은 도시락 인기가 무료식권에 밀려나 예전같지 않다.

 

뒤 따라 쪽방상담소에서도 마스크와 꽃을 나누어 준다며 줄을 세우기 시작했다.

오는 대로 주면 될 텐데, 시간을 정해놓고 기다리게 하니 줄을 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줄 세워 거지 취급하는 나눔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아무리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지만, 하루를 살더라도 재미있게 즐기며 살자.

 

대개 기초생활 수급자라 술과 담배만 즐기지 않는다면, 살아가는데는 별 지장이 없다.

문제는 돈을 쓰지 않고 이불밑에 넣어 두다 남 좋은 일 시키는데 있다.

 

돈을 아끼고 저축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도 가난한 독거노인은 해당되지 않는다.

평생 고생하다 죽을 날도 얼마 남지않았는데, 누굴 위해 저축한단 말인가?

 

문제는 수급비를 받는 대부분의 독거노인들이 돈 쓸 줄도 모르고 놀 줄도 모른다는데 있다.

돈도 쓰 본 사람이 잘 쓰지, 돈이 없어 쓰 보지를 못했으니 돈 쓸 줄을 모른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돈 쓰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정말 돈 쓸 곳이 없다면 수급비도 받지 못하는 노숙인에게 적선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죽고 나면 돈도 명예도 아무 소용없는 쓰레기나 마찬가지다.

 

부디 내년에도 건강하게 어버이날을 맞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2023,5,10작성]

 

 

 

해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선물도 나누어 주고 꽃도 달아준다.

 

그러나 잊고 사는 가족만 더 그리워지게 만든다.

 

조화 한 송이로 마음 달래며, 나누어 준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운다.

올 해는 동자동 사랑방에서 꽃을 달아주며 떡과 음료를 나누어 주었다.

 

해마다 어버이날과 추석이 다가오면 주민들을 불러 모아 새꿈공원에서 잔치를 벌였으나,

전염병에 발목 잡혀 이 년 동안 한 번도 잔치를 열지 못했다.

 

올해는 그나마 규제가 풀려, 찾아 다니며 꽃이라도 달아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버이날 며칠 전에는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도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라면, 샴푸, 면도기 등의 생필품이었으나, 줄 세우는 관행은 여전했다.

 

당일에는 등불교회에서 도시락을 50개 준비해 왔으나, 공원에 나온 주민이 몇 사람 없었다.

 

도시락 하나 얻어 돌아오니, 아래층 박씨 방의 짐을 끌어내고 있었다.

몸이 아파 돌봄이 필요한 요양원에 갔다지만, 가져갈 짐은 없고 다 버려야 할 짐 뿐이었다

 

이제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그곳은 저승 대기소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또 한사람 사라지는 것이다.

 

늦은 시간 녹번동에 들렸더니, 정동지 조카 심지윤이가 꽃다발을 사 들고 왔더라.

좋아하는 정동지 모습보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부추전에 술 한 잔 마시며 어버이날을 자축했다.

 

사진, / 조문호

 

 




지난 30일, 모처럼 동자동 술꾼들과 어울렸다.

한 낮에 술이 취해 자는 사람도 여럿 있었는데,
쓰레기장 옆이라, 사람인지 쓰레긴지 분간이 안 되더라.
하기야! 사람보다 더 독한 쓰레기도 없을 것이다.






공원에는 김원호씨를 비롯한 여러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으나,
담벼락 밑에 술자리 깐 정재헌 패거리에 끼어 앉았다.
그 자리는 처음 보는 젊은이도 한 사람 있었다.





몇 달 전 영등포에서 이곳으로 옮긴 박선오라 했다.
나더러 영등포에 사진 찍을게 많다며, 아는 체한다.
그 곳에는 자기 이름만 대면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단다.






지난 겨울 카메라 가지고 도망 친 이종민을 아냐고 물었더니,
잘 아는 형이라며 영등포에 가면 만날 수 있단다.
대충 짐작했지만, 만나보았자 이미 날 샌 것이다,
행여 만나면 안부나 전해 달라 부탁했다.






돌아오다 남은 막걸리 한 병을 김정심 아짐에게 주었더니,
막걸리도 좋지만, 사진이나 한 판 박아 달랜다.
찍은 사진은 언제 주냐기에, 어버이날 행사 때 가져가라 했다.






그나저나, 어버이 날이래야 며칠 남지 않았는데, 사진 준비는 언제 할꼬?
일 년에 두 번하는 빨래줄 전시, 없는 놈 제사 날 닥아 오듯 빨리 닥아오네.

동내 담 벼락에는 어버이 날 행사를 위한 모금 안내도 붙어 있더라.

모두 십시일반 힘을 나누자,





그 날 사진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큰일이네!
사나이가 한 입에 두 말 할 수는 없잖아.


“에라이~ 모르겠다. 죽어도 고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사람들’ 빨래집게 사진 나눔전도 열려...


[서울문화투데이] 정영신기자



서울역과 건너편의 높은 빌딩들 사이에 외딴섬처럼 둥지를 튼 동자동 쪽방촌은 검은 커튼으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바로 코앞에 두고도 ‘동자동 쪽방촌’을 물어야 할 만큼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 가려 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잔치가 지난 5월8일 어버이날을 맞아 동자동 ‘새꿈 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 다큐사진가 조문호씨의 '동자동사람들' 빨래줄 전시풍경


‘동자동 사랑방’(대표 김호태) 가족들의 힘으로 마련한 어버이날 잔치는 올해로 여덟 번째라고 한다.

가족들과 떨어져 외롭게 사는 쪽방촌 빈민들에게 이날만큼은 한 가족이 되어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약주를 곁들인 음식을 대접했다.



▲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동자동 쪽방주민들 외에도 노숙자들까지 모여 모처럼 정담을 나누는 즐거운 자리였다. 평소엔 공원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되지만,

이날은 행사장에서 준비한 주류에 한해 마실 수 있도록 배려 해 잔치 분위기를 돋구었다.



▲ 어버이날 잔치마당이 펼쳐진 '새꿈 어린이공원'


이날 잔치는 관이나 민간단체에서 후원을 전혀 받지 않고,

동자동사람들의 조그만 성금으로 만든 소박한 자리였지만 300여명이 모여드는 성황을 이루었다.

김호태 회장은 “이날의 잔치비용으로 250만원이 들었는데,

한 푼 두 푼 229명이 낸 모금액이 공교롭게도 지출과 맞먹는 2,513,230원이었다”며 "욕심 없는 사람들의 행복한 잔치마당"이라고 말했다.



▲ 잔치가 끝난후 '동자동 사람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이 정성들여 음식을 장만하고 다함께 협력해 잔치를 진행했는데,

쪽방 주민들보다 더 어려운 노숙인들을 대접하게 되어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특히, 이날 어버이날 잔치의 색다른 이벤트로,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동자동 사람들’ 빨래줄사진 나눔전이 함께 열렸다.

공원 주변 나무 사이로 쳐진 빨래 줄에는 A4 규격의 사진 135점이 만국기처럼 걸려 전시됐다.


쪽방사람들의 초상사진, 결혼사진, 시위나 단체사진, 살아가는 모습 등,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 '동자동사람들'을 기록하기 위해 이주한 다큐사진가 조문호씨와 7년째 동자동을 기록해온 사진가 김원씨



이 사진은 지난해 10월, 동자동으로 이주한, 다큐멘터리사진가 조문호씨가 찍은 사진으로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마련한 전시라고 했다.

서로 보기 싶게 빨래 줄에 걸어 전시를 하고, 잔치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본인 사진은 스스로 가져가도록 진행했는데,

쪽방주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 동자동사람들이 전시된 사진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37년째 동자동에서 살고 있다는 이재화(81)어르신은 사진을 품에 안으면서 “내 영정사진으로 간직하고 있겠다”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이에 조문호 사진가는 “경제적 여건으로 다 만들지 못해 아쉬웠다”며,

“빠진 분들은 오는 추석잔치에 다시 빨래줄 전시를 열어 나누어 주겠다”고 말했다.



▲ 이재화(81세)어르신이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또한 ‘동자동사람들’을 7년째 기록하고 있는 사진가 김원(53)씨는 “이곳 사람들을 촬영하면서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는다.

일주일만 건너뛰면 기다리고 전화하는 이들 때문에 매주 오게 된다.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사회에서 나누어주는 물품이 아니라, 자기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의 따뜻한 온기”라고 말했다.



▲ 주민자치회 김만귀(48) 위원장이 자신의 합동결혼식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잔치에는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회장과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우건일 이사장,

남영동 동장 마필승씨가 나와 주민들에게 인사를 드리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 어버이날 잔치마당을 열고 있는 동자동사람들





닥아 오는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동자동 사랑방’ 식구들이 힘을 모아 조그만 잔치를 연다.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열리는데, 주민들에게 카네이션 꽃도 달아 드리고,

점심식사를 챙겨드리며 술도 한 잔 나눌 수 있는 고마운 자리를 만든다.

올해로 여덟 번째 치루는 이 어버이날 행사는 그동안 ‘동자동 사랑방’ 식구들이 매년 치러 왔는데,

외로운 쪽방 촌사람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는 좋은 나눔의 자리다.

협동하는 공동체정신으로 서로 정 나눌 수 있도록,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동네잔치라 그 의미가 더 크다.

이 어버이 잔치를 위한 세 번째 준비회의가 지난 5월 2일 오후5시 동자동사랑방 사무실에서 열렸다.

우건일조합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박정아, 조두선, 김정길, 김정호, 강동근, 차재설, 선동수, 한정민, 최순규,

이난순, 양정애, 허미라씨 등 20여명의 임원들과 주민들이 모여 행사 진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를 했다.

장은 누가 어떻게 보고, 음식은 누가 어떻게 나누며, 문제점은 없는지 등 그 날 치루어 질 행사에 대한 치밀한 작전회의였다.

다들 마음에서 우러나 협동하니 결과야 보나마나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소요될 예산이 총250만원인데, 주민들의 후원금이 100여만 원 밖에 모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사 당일에도 후원하는 분이 있겠지만, 강제하지 않는 일이라 좀 불안하다. 관심 있는 분들의 사랑어린 손길을 기다린다.

난,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프린트하여 이 날 전해드리기로 했으나, 협찬을 얻지 못해 절반만 만들기로 했다.

우선 130여장만 전해드리고, 나머지는 추석 잔치 날 돌려드릴 작정인데, 그마저 수급비에서 잘라내어 프린트를 맡겼다.

사진전시란 이름을 내 걸고 한다면야 그 정도의 협찬은 얻을 수 있겠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오붓한 동네잔치를 떠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시라기보다 주민들이 돌려 보기 싶도록 빨래 줄에 걸어 보여 준 후,

잔치가 끝나면 자기사진들을 챙겨가는 그런 사진 나눔의 장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 춤꾼 이유나씨가 위문공연을 내게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마저 자칫하면 옥상옥이 될 것 같아 회의에서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아무튼, 외로운 동자동 주민들의 언 마음을 녹여주는 훈훈한 잔치가 될 것을 확신한다.
사랑을 만드는 “동자동 사랑방 사람들” 파이팅!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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