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은 전국 기인들이 몰려드는 무협지 속의 양산박 같은 곳이다.
그 중에서도 땡초들의 행색이나 짓거리가 유별나다.
인사동 땡초스님의 원조로는 빛 광자를 법명으로 쓰는 중광과 원광스님이었다.
중광스님은 화가로서의 기행기벽이 이미 잘 알려졌지만,
원광스님은 인사동 거리에 앉아 두 손으로 바람을 일으킬 것만 같은 부동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때로는 아코디온 연주로 행인들의 눈길을 끌며 탁발을 하지만, 법력은 꽤 깊은 분이다.
이제 두 도사님은 머나 먼 열반의 길로 떠나 만날 수가 없지만 그 선각자 뒤를 따르는 땡초들이 여럿 떠돈다.
항상 개를 끌고 다니는 ‘마도사’나 귀걸이를 달고 다니는 ‘사사행인’은 요즘 뜸하고, 색(色)을 밝히는 ‘석’모,
주(酒)를 밝히는 ‘평‘모, 차(茶)를 밝히는 ‘까딱이’만 남아 떠돈다.
까딱이는 항상 고개를 까딱거리고 다녀 부친 별명이다. 절집에 있을 때 녹차에 중독되어, 거지 형상으로 인사동 한 모퉁이를 지키다
면식이 있는 사람만 만나면 돈을 갈취한다.
특히 조계사 스님들이 그의 밥이다.
그 돈으로 밥보다는 차 마시는데 탕진한다.
어느 날은 돈이 없어 가게에 진열된 녹차를 슬쩍하다 덜미를 잡힌 적도 있는 위인이다.
두 번째, ‘평’모 땡초는 인사동만 나오면 술을 퍼 마신다.
제 돈 주고 마시는 술이야 탓할 수 없지만 죽봉을 휘두르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쌍말을 해 말썽을 일으킨다.
세 번째, ‘석’모란 땡초는 멀쩡하게 생긴 얼굴이 업인지 여자를 너무 밝혀 문제다.
땡초 셋 모두 80년대 초반에 나타났고, 중독 증세로 종로경찰서를 들락거린 것이 공통점이다.
조문호(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