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쏟아지던 팔팔년 여름날 장가를 갔다.
택시에 내려 흥사단까지 불과 오십 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옷이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새양쥐 꼴로 식장에 들어갔다.
지금은 돌아가신 원로사진가 임응식 선생님께서 주례말씀을 하셨는데, 정신을 놓아 한마디도 기억에 없다.
혼례를 끝내고 인사동 친구들과 어울려 실비집에서 뒤풀이를 했으나 그마져 순탄치 않았다.
그 당시 사진협회에서 일하던 박한웅씨가 축의금 동냥하는 적음을 머리로 들이 받아 앞니를 부러트린 싸움판이 벌어졌다.
뒤 이어 술 취한 신랑 놈이 옷을 발가벗고 난리를 피웠으니 신부는 물론 신부 우인들까지 질겁해 도망갔다.
잔치판은 완전 개판 되었다.
판을 바꾸려 술김에 저지른 해프닝이 망가진 내 인생의 시작이었다.
조문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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