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도 4월경 인사동 “춘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영원한 후원자 김명성씨가 마련한 술자리에서 모두들 술이 거나하게 취했다.
대개 술이 취하면 젓가락 장단에 흘러간 유행가 자락으로 흐르는 것이 정석인데,
그 날 따라 전각하는 현암 최규일선생께서 화선지를 꺼내어 묵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붓을 휘둘러 달마승 비슷한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낙관이 없다며 서성거렸다.
취기가 동한 내가 바지 속에서 거시기를 꺼내, 고추장 종지에다 문질러 대신 낙관을 찍어드렸다.
현암 선생께서 버럭 화를 내시며 “찍더라도 내 것으로 찍지, 왜 니 것으로 찍느냐?”는 것이었다.
“내 그림을 우습게보고 조옷 먹인다”는 것이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 때 벌 받아 따가워 혼났습니다.”
조문호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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