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인사동을 드나들었지만 나에게 단골집이란 다섯 손가락에 지나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실비집’에서 총장 눈치 보며 김치에 보리차 부어 밤 늦도록 술을 퍼 마시고,
돈이 없으면 누가 나타날 때까지 죽치느라 곤욕을 치루었다.
때로는 물주 따라 맥주집 ‘하가’에도 가끔 들렸다.
그 이후 드나들었던 집으로는 ‘우리식당’, ‘작은 뜨락’이 유일한데 이젠 그마져 다 사라지고
주인도 장소도 바뀐 ‘하가’만 남아있을 뿐이다.
몇 년 전, 옛날 술꾼들을 배려해 주었던 주막집 주인이 다시 돌아와 ‘유진식당’을 차렸다.
가끔 대포 한 잔씩 나누어 주는 맛이 옛정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왜 인사동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술집들은 하나같이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꾀죄죄하고 조그만 술집들일까?
이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주머니사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때 묻지 않은 주모의 넉넉한 인정에 쏠렸을 것이다.
전강호(화가)
'인사동 정보 > 인사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동 친구들' / 조해인(시인) (0) | 2013.03.12 |
---|---|
‘낙관 남용 사건’ / 조문호(사진가) (0) | 2013.03.12 |
‘인사동에서 만난 두 사람’ / 강선화(사업가) (0) | 2013.03.12 |
'인사동 밤풍경' / 이수영(사진가) (0) | 2013.03.12 |
‘무대 잃은 인사동 노악사’ / 조문호(사진가) (0) | 2013.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