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통신'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어느날 화가 서영준씨와 사진기자 김종구 씨가 후배들을 끌고와 서로 터줏대감 이라 우기며 비장의 카드로 승부를 벌였다.
먼저 서씨가 땀내뿐 아니라 꼬랑내까지 나는 양말 한쪽을 벗어 그걸 자루처럼 벌리고는 막걸리 한 사발을 부어 비틀어 짰다.
순식간에 새까만 땟국물 막걸리가 사발에 가득 찼다. “자, 이 술 한 잔 받으시라 !” 서씨는 막걸리 사발을 김씨 앞에 놓았다.
“좋아, 내가 이걸 마다할소냐!” 김씨는 하마같이 큰 입을 벌린 채 허허 웃더니 이내 그걸 단숨에 들이켰다.
땟국 술을 마신 김씨는 난데없이 탁자 위로 뛰어올라 바지를 훌러덩 벗었다.
콧구멍까지 벌름거리더니 큼직한 사각 팬티를 벗어 가랑이를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 그 속에다 막걸리를 부었다.
얼마나 오래 입었는지 항문 쪽은 누런 자국이 선명한 데다 앞자락에는 노르께한 땟국이 끼어 있는, 걸레에 가까운 팬티였다.
그는 서씨에게 한 방울의 술이라도 더 먹이려는 듯 팬티 자락을 한껏 비틀어 짰다.
“옛다, 이거나 처먹어라.” 그러자 서씨가 씩씩거리며 단숨에 들이켰다.

반 나체가 된 김씨는 좋아라 제 사추리에 달린 물건을 흔들어가며 노루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한귀남(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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