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의 매력은 골목이다.
골목이 없는 인사동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은 숱한 역사를 만들어냈다.
깊은밤 술에 취해 쓰러진 곳도 인사동의 골목이고 어찌어찌 찾아든 곳도 인사동의 여관방이다.
다음 날 해장국을 사러 나온 이도 인사동으로 왔고 해장국에 따라 나온 해장술을 마시고 또 취해
쓰러진 곳도 인사동의 한 골목이다.
인사동은 그렇게 내 키를 키웠고 마음을 키웠다.
허접한 내 정신을 키운 것도 헌책방의 낡은 책과 인사동 골목이다.
오래된 책 한 권 만나 아무데나 퍼질러 앉아 책을 읽던 기억은 인사동의 또 다른 추억이다.
인사동은 보헤미안을 위한 거리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도 인사동 오면 마음이 풍성했다.
거리를 떠도는 것들은 들이마시기만 해도 양식이 되었다.
정신의 영양실조는 인사동에서만 극복이 가능했다.
인사동 골목에서 문학을 줍고 그림을 줍고 사진을 줍는 동안 내 정신의 키는 훌쩍 자라 있었다.
‘서울탁주’ 한 사발에 녹아 있는 사람들의 정은 가슴시린 이의 시야를 흐릿하게 만든다.
어느 집을 불쑥 찾아가도 아는 안면들을 만날 수 있는 인사동 골목은 언제나 잔치마당이다.
훌쩍 떠났다 돌아온다 해도 인사동은 그런 이를 타박 않고 반가이 맞아준다.
강기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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