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은 여전히 나에겐 미지의 세계다,

종로통과 인사동은 한발자국차이의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인사동이라는 공간으로 인해 멀게만 느껴졌었다.
양푼가득 막걸리와 고갈비를 시켜놓고 굵은 소금을 안주 삼아 삶과 젊음을, 무거워진 정신을 이야기하면서 술에 취해 인사동으로 건너가곤 했다.
인사동에서 풍기는 예술가들의 광기를 흠모하면서 꿈을 키우던 시간은 지금 고스란히 책상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취기가 동한 친구의 입에서 “소진 할 수 있는 삶이 최고지, 예술이 뭐 그리 대단하다구” 말꼬리를 감추며 술잔을 들어 올리는 떨림 속에는

이십대의 끝자락이 매달려 있었다.
숨은 그림을 찾듯 인사동 골목골목을 걷다가 아는 얼굴을 만나 막걸리 한사발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고,

골목언저리에서 내 유년의 고향을 발견하면 한참동안 서성거려 핀잔을 받기도 했다.

수많은 시간을 오가면서도 여전히 인사동 골목은 나에게 숨은 그림을 찾아나서는 미지의 세계다.



정영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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