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무렵, 인사동 사거리의 허름한 옥탑 방을 몇 년 동안 사용한 적이 있다.
그 후 여기 저기 떠돌다가 후배의 도움으로 그 때 그 옥탑 방을 다시 찾게 된 것이 동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놀랍게도 방 곳곳에서 손 때 묻은 나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끼익 끼익 소리 내며 돌아가는 환풍기, 쓰레기 더미에 섞여 나온 "카메라 워크'라 찍힌 옛 간판이 빛바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 유적 같은 파편들이 옛 친구들을 그립게 하였다.

인사동 향기가 점점 사라지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그동안 만나왔던 인사동 풍류객들을 찾아 나섰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토박이와 제집처럼 드나드는 문화예술인들의 기억을 통해 인사동 풍류를 조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추억이 담긴 인사동 풍경의 어느 한 공간에 선 모습에서 잊혀져가는 기억의 편린들을 찾아보려 하였다.

그동안 세상을 하직하거나 종적을 감춘 분도 더러 있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인사동의 문화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문화의 거리인 인사동에 잡상인들이 판을 치고 최근에는 ‘광주요’가 있던 자리에 화장품 매장이 들어서더니 또 다른 경쟁사의 화장품 매장도 들어섰다.
그리고 행인들에게 대형작품으로 발길을 멈추게 한 ‘아트 사이드’ 전시장이 밀려나고 그 자리에 대형 매장이 문을 열었지만 누가 강제할 수도 말릴 수도 없다.

이제 부터라도 인사동을 사랑하는 우리가 힘을 모아 인사동문화를 지키는 캠페인을 펼쳤으면 한다.





조문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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