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사동 사람들’이라고 얘기한다. 

‘인사동 사람들’이란 누구를 말하는 걸까? 인사동에서 사는 사람들? 아니면 인사동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 그렇게 말하기에는 무언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인사동의 빛깔을 지닌 사람들’이 보다 가까울 것 같다. 
인사동에서 산다고, 그리고 인사동을 터전으로 삶을 살아간다고 다 인사동의 빛깔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사동에서 살고, 놀고, 일하면서 인사동만의 어떤 분위기가 체취로 우러나오는 사람들이 그들이
다.  
그들의 분위기를 빛깔로 친다면 무어라고 해야 할까? 가까이서 그들, 진짜배기 인사동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에게서 회색빛, 그중에도 연한 회색빛을 느낀다. 
연한 회색의 승복에 감추어진 도통함의 이미지라 할까? 하루 중에는 저녁 어스름의 기운을 그들에
게서 느낀다. 
그들은 새벽의 정신 번쩍 나는 차가운 분위기가 아니다. 
저녁, 많은 일상인들이 자신들의 하루를 접으려 할 때쯤, 인사동 사람들은 활기가 돌며 생생해진
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을 접을 때쯤 인사동 사람들은 그때까지 
해 왔던 자기들의 일로 더욱 신명이 나고 바빠진다. 
그래서인가, 지금까지는 특별하지 않았던 그들이 저녁 어스름에 비로소 빛나기 시작한다. 
하루의 저녁쯤에, 인생의 저녁 무렵에 그들의 진가가 드러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빛나는 게 진짜배기다. 
그렇게 오래 동안 숙성해온 시간들이 비로소 빛으로 나타나는 그런 체취를 가진 사람들, 
그 사람들이 인사동 사람들이다. 그들에게서 연한 회색의 멋을 느낀 
다.                                                                         

 
이정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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