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동자동을 빨갱이가 점령했는지 건물마다 붉은 깃발이 펄럭였다.

오래 전 영화 속에서나 본 듯한 살풍경인데, 마치 홍콩 뒷골목을 연상시켰다.

그 깃발의 실체는 동자동 쪽방촌 재건축을 반대하는 건물주들의 저항 표식이란다.

 

“약자보호 명분 내세워 사유재산 탈취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후암특계1구역 재개발을 추진해 온 재개발조합에서 주도한 반발이었다.

건물주들이 재개발조합을 결성하여 오래 전부터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쪽방촌 주민들의 이주대책에 막혀 흐지부지 된 사업이었다.

 

그들이 오래 동안 해결하지 못한 이주대책까지 세워 재개발을 한다는데,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쪽방촌 빈민들을 그냥 쫓아내야 하는데, 별도 주거지를 건설해 그들을 입주시킨 후 재개발한다니

재개발에 따른 건물주들의 이득이 줄어든다는 말일 게다.

결국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의 보상을 받기 위한 저항이었다.

 

대관절 돈이 무엇이기에, 돈 앞에서는 쪽 팔리는 행동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을까?

그들이 반발한다고 이미 추진 중인 재개발이 중단될 리야 없겠지만,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욕심인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쪽방 빈민들은 담담한데, 가진 자들만 더 갖기 위해 몸부림쳤다.

 

동자동이 처한 현실을 지켜보는 빈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한 가닥 희망을 품었으나 그 희망이 좌절될까 마음 편할 리야 없을 것이다.

 

길거리에는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정기총회 공지 안내가 붙어 있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지는 서면 총회인데, 임원으로 출마한 분들 사진도 나와 있었다.

3월26일까지 서면결의서를 사무실에 제출해야 된다고 적혀있으나,

낮선 회의 방식에 얼마나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 할지 모르겠다.

 

'동자동 사랑방'에서는 쪽방주민을 상대로 서명을 받아 건물주들의 집단행동에 맞서고 있었다.

긴 세월동안 건물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시설보수는 방치하면서 비싼 임대료만 꼬박꼬박 챙기며

빈민들의 피를 빨아 온 악덕 건물주들과의 대립은 불가피해졌다.

 

동자동에서 사람 좋기로 소문난 유한수씨가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평소에는 웃거나 사진 찍어라며 폼을 잡았지만, 그 날은 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금방 이라도 불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표정이라 말 걸기도 두려웠다.

설마 살벌한 동자동 분위기 때문은 아닐테지...

 

공원에 가보니 몇몇 사람들이 모여 한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강재원씨는 열쇠 꾸러미를 치켜들며 사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했다.

그 열쇠는 뭐냐고 물었더니, 곧 입주할 임대아파트 열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만큼 주민들의 관심이 재개발에 쏠려 있다는 반증이었다.

 

아무쪼록 건물주와 쪽방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빈민들이 오매불망 기대하는 임대아파트에 안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봄바람은 코로나도 못 말렸다.

발길 끊긴 동자동 공원이 모처럼 북적였다.

 

살랑대는 봄바람에 어찌 견딜 수 있겠는가?

 

확진자가 퍼져 한 동안 갇혀 지냈지만,

다들 음성이라 긴장이 풀릴 수도 있겠다.

 

상담소 빨래방에 이불 맡기러 나갔더니,

곳곳에 돈 냄새 풍기는 붉은 깃발이 꽂혔더라.

 

살풍경과 달리 봄볕 퍼진 새꿈공원은 정겨웠다.

 

군데군데 모여 앉아 따스한 봄볕에 몸 말리는데,

누군 술잔과 놀고 누군 화투와 놀았다.

 

시간이 갈수록 봄 바람에 감염된 사람은 늘어났다.

“우리가 살면 언제까지 사냐? 죽어도 고~다”

 

얼마만의 해방감이며 얼마만의 반가움이더냐?

쪽방상담소에서 심심풀이 새우깡도 풀었다.

 

새우깡 봉지위로 웃음이 남아돌아

봄바람 끌어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

 

“코로나야! 사람 그리워 못 살겠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강훈(69세)씨는 다행히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아

지하도 계단에 살아남아 있었다.

자선단체에서 나누어 준 자장면으로 허기를 메우며

‘모진 목숨 죽지 못해 산다’며 살아남음을 위안했다.

 

서울역에 있던 많은 노숙인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실려 갔지만,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없단다,

 

살아남으려면 코로나검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

음성판정이 나와야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

 

나 역시 ‘쪽방상담소’에 가거나 '동자동사랑방'에 가거나

어디를 가도 음성판정 확인이 돼야 갈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노숙인이나 쪽방 사는 늙은이들을 수시로

검사해야 하는 검사원의 불편도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머리도 안감고 세수도 하지 않은 냄새나는 코 구멍을

연이어 쑤셔대야 하니 짜증도 날 것이다.

 

긴 줄에서 한참 만에 검사받을 차례가 되었는데,

내 행색도 노숙자와 다를 바 없는지, 고개를 가까이 대라며 손짓 했다.

유리 구멍으로 손을 내밀어 코 구멍에 면봉을 집어넣는데,

너무 아프게 문질러 고개를 약간 돌렸더니, 푹 쑤셔버렸다.

 

얼마나 아픈지 코에 구멍 난 줄 알았다.

이런 고통을 당하면 누가 검사 받고 싶겠는가?

 

옆줄에는 옆방 사는 최완석군도 검사받으러 와 있었다.

이 친구는 병원 가거나 검사받는 걸 지독히 싫어하지만,

밥이라도 얻어먹어야 하니 어짜겠는가?

 

검사 결과를 받으려면 이틀이 걸려 통보 올 때까지 아무 일도 볼 수 없었다.

동자동 '새꿈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한적할 뿐이었다.

 

요즘은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여,

아는 사람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파지 줍는 노인만 쓰레기 더미를 정리하고 있었다.

 

방에 올라가기 위해 담배 한 갑 사들고 골목을 들어서니,

낯선 여인이 길가에 잠들어 있었다.

술마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배고파 탈진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담배사고 남은 오천 원을 놓고 왔으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거리로 내 몰리는 것은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나 내 몰릴 수 있다는 말이다.

 

다들 삶의 의욕을 잃은 지야 오래지만,

사형수처럼 죽음만 기다릴 수야 없지 않은가?

 

코로나감염에 노출된 노숙인 구제가 시급하다.

노숙인 부터 먼저 백신접종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 노숙인들은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와중에 맞은편 쪽방 촌은 국토부의 공공주택 개발 소식으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키운다.

개발되어도 돈바람에 밀려나겠지만, 꿈에라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쪽방 없는 노숙인들은 꿈은 커녕 죽음과 사투를 벌인다.

밥집이나 쉼터가 문 닫아 춥고 배고픈 것도 미칠 지경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감염의 온상이라는 혐오대상이 되어

어디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가 없다.

 

지난 3일에는 서울역 주변에서 90여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나며

잘 곳도 씻을 곳도 없는 노숙자들의 밥줄마저 끊겨버렸다.

마지막 남은 밥집 ‘따스한채움터’도 문 닫았고

노숙인 쉼터 ‘드림시티’와 서울역 응급대피소와 희망지원센터 등

대부분의 시설들이 문 닫아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더러는 구멍가게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메웠다.

 

다음 날부터 음성판정 확인자에 한해 받아 들였으나,

절차가 까다로워 춥고 배고파도 참고 견디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역 노숙인을 전염병의 온상으로 보는 시민들의 불만도 거세다.

시민들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더러운 벌레 보듯 피해 다니는 게 더 서럽단다.

 

서울역 뿐 아니라 노숙인의 왕래가 잦은 동자동도 한바탕 난리를 쳤다.

‘동자동사랑방’에서 확진자가 생겨 문 닫았고, 접촉자들은 모두 자가 격리되었다.

남은 쪽방 주민들도 대부분 외출을 자제하니, 자가 격리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오갈 데 없고 가진 것 없는 노숙자다.

그냥 죽기만 기다려야 하는가?

노숙인 최씨는 배가 고파 말할 힘도 없다며

“굶어 죽기보다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 죽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재난의 맨 앞자리에 선 부랑자들은 이제 천국행 열차만 기다린다.

그들이 모두 전염병에 걸려 죽거나,

굶고 얼어 죽는다면 노숙자는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천만에 말씀, 아이엠 에프 때 노숙인이 많이 생겼듯이

전염병이 끝나면 더 많은 노숙인이 생겨 날 것이다.

노숙인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빈부격차가 커져 노숙인은 더 많다.

 

노숙인들은 영양 결핍과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여러 질병에 시달린다.

건강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재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이란 사치스런 말장난에 불과하다.

 

노숙자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중에 깜짝 놀랄 소식이 터졌다.

쪽방 밀집 지역 동자동에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2410가구를 건설한다는데,

기존 쪽방 주민들은 그대로 살 수 있게 한다는 거다.

 

국토부에서 발표한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계획에 의하면

동자동에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 민간분양주택 960가구를 짖는데,

쪽방주민이 살게 될 공공임대주택부터 먼저 지어 입주 시킨 후,

40층으로 올릴 민간분양아파트는 그 뒤에 짓는 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주도의 재개발을 추진해왔으나

쪽방주민들의 이주대책 부족으로 무산되었는데,

이번에는 해당 지역 땅 주인과 건물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과 어떤 협의나 의견 수렴도 이루어지지 않은 일방적인 내용을

정부가 사전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그 외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양동 쪽방 주민 417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대부분 한 푼도 없는 빈민들이라 보증금 부담으로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시행 전에 당사자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있었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하자 처음엔 좋아하는 주민도 많았으나,

이틀 만에 열띤 관심은 식어버렸다.

마련 할 전세금이나 당장 옮겨 갈 집도 문제지만,

긴 세월 얽히고설킨 지주나 건물주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동네 소문에 빠른 정선덕씨 말은 달랐다.

문제점이야 있지만 영등포처럼 추진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단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소문 없이 추진해 온 사업 같다”며,

‘새꿈공원‘ 맞은편에 있던 ’서울역쪽방상담소‘를

지난 년 말 여인숙 골목으로 이전한 것도 그 쪽 지역을 먼저 개발하여

주민들부터 이주시키려는 방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떠도는 소문에는 3년 이상 거주한 주민에 한해 입주권을 주는데,

입주권을 포기하면 2천만원을 준다는 말도 따랐다.

세상이치를 훤히 아는 김씨 영감에게 “쪽방촌 재개발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거지 내세워 생색내고 투기꾼 불러 돈 장사하는, 도랑치고 게 잡는 귀 똥 찬 발상”이란다.

“쪽방 팔아 표 얻긴가? 쪽방 팔아 돈 먹긴가?’며 혼자말로 빈정거렸다.

이 문제로 온 매스컴이 떠들썩했던 것도 서울역 요지 아파트 분양에 대한 관심이란다.

 

결국 돈바람에 쪽방 사람들은 밀려나게 될 것이다. 다, 없는 것이 죄다.

쪽방도 쪽방이지만, 당장은 노숙인 문제가 급하다.

 

짐승처럼 천대받지만,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정부는 노숙인 구할 방법부터 마련하라.

 

사진, 글 / 조문호

 

5일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LH주택공사에서 바라본 국토부 주관 서울역 쪽방촌 정비방안 계획부지. 

 

 

국내에서 가장 큰 쪽방 밀집 지역인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 일대가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2410가구 규모의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거듭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5일 이같은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쪽방 일대 4만7000㎡에 쪽방 주민들 모두 재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와 함께 민간분양주택 96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해 공급하게 된다.

 

국토부는 공공임대단지와 복지시설이 들어서면서 쪽방 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은 5.44평(18㎡) 공간에 현재 15% 수준으로 저렴한 보증금 183만원·월세 3만7000원 수준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신혼부부나 청년 등을 위한 민간분양주택과 편의시설도 공급된다.

 

서울역 쪽방촌은 1960년대 도시 빈곤층이 몰리며 형성됐다. 30년 넘은 건물이 80%를 차지해 정비 필요성이 크지만 이주대책 부족으로 민간 주도 재개발이 무산되곤 했다. 지금까지 1007명이 거주하며 국내에서 가장 큰 쪽방촌으로 남았다. 주민들은 주거 면적이 0.5~2평(1.65∼6.6㎡)인 방에 약 24만원 임대료를 내며 단열, 난방, 위생상태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선이주 선순환 방식 개념도 /국토부 제공

 

공공임대단지에는 쪽방 주민 자활과 상담을 지원하는 복지지설이 들어선다. 공공주택단지에는 입주민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국공립유치원, 도서관 등이 설치된다. 상가 내몰림을 방지하기 위해 소상공인·청년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상업용 건물 ‘상생협력상가’도 단지 내 마련한다. 서울시는 민간분양주택은 최고 40층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사업기간 중에도 쪽방 주민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을 적용한다. 먼저 공공임대·분양주택이 들어설 지역을 철거하고, 공공주택 건설 후 기존 거주자가 재정착을 마치면 나머지 부지를 정비해 민간주택을 공급한다. 먼저 철거될 지역에 거주 중인 쪽방 주민 150여명은 공공주택 입주 전까지 사업지구 내 게스트하우스 등을 활용한 임시 거주지에 머물게 된다. 해당 지역의 일반 주택 100여 가구도 원하는 경우 인근 지역 전세·매입임대로 임시 거주지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용산구, 쪽방상담소 등이 참여하는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TF’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주민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올해 지구지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 지구계획 및 보상을 거쳐 2023년 공공주택단지를 착공 후 2026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된다. 2030년에는 민간분양 택지 개발을 끝낼 계획이다.

 

 

서울역 쪽방촌 현재와 미래 조감도 /국토부 제공

 

 

홈리스행동과 동자동사랑방 등이 모인 시민단체 ‘2021 홈리스 주거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계획 발표를 매우 환영한다”면서도 “쪽방 주민에게 ‘집다운 집’을 제공하려면 주민 당사자들 목소리를 계획에 더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는 서울역 쪽방 주민을 포괄하는 물량이지만, 일반주택 세입자까지 포함하는 물량으로 보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발표된 사업 지구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양동 재개발 지구 쪽방에 사는 주민도 함께 입주할 수 있는 규모의 임대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했다.

 

단체들은 ‘2019년 서울시 쪽방촌 거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역 쪽방에 1158명, 양동 쪽방에 417명이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금 부담으로 입주 포기 사례를 만들지 않도록 세입자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 김희진기자

서울역광장에 있는 노숙인 지원시설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와

‘서울역 응급대피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불똥이 동자동 쪽방 촌에도 떨어졌다.

서울역 노숙인들의 왕래가 잦기 때문이다.

 

어제에 이어 이틀 동안 동자동 새꿈공원에 임시선별검사소를 마련해 놓고,

감염자를 찾아내려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지금까지 서울역 노숙인 관련 시설에서 감염된 사람은 시설 종사자를 비롯한 41명이다.

서울시가 노숙인 등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실시한 결과인데,

아직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설상가상으로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보건소 직원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아

13명은 자가 격리돼 업무차질도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노숙인들이 카드는 물론 휴대전화가 없어 역학조사가 어렵고,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 2명도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역학조사가 지연될수록 노숙인들 사이에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오 무렵 동내 사정이 궁금해 쪽방 계단을 내려오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도시락 나눠주는 일을 맡은 원희룡씨가 기다리고 섰다. 

 

복도 계단이 너무 좁아 일방통행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마운 온정의 손길은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

 

새꿈공원 입구에 있던 구멍가게 주인장이 사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한다.

마스크가 무슨 패션인지, 마스크 쓴 사진으로 찍어달라네.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받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공원 주위로 자주 오가는 몇몇 외는 다들 외출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쪽방 안에서 티브이나 끼고 알을 까니,

그보다 확실한 격리가 어디 있겠나?

 

서울역 지하도를 건너가니, 노숙인 선교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 ‘드림시티’는 문이 잠긴 체 화분으로 막아 놓았고,

옆에 있는 밥집 “따스한 채움터”는 음성 확인 받은 자에 한해 입장시켰다.

다들 24시 매장 부근에 서성거리는 건 컵라면이라도 먹기 위해서다.

 

서울역광장은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찬송가소리로 요란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잘 가라는 장송곡인가?

나도 저렇게 한 번 미쳐보았으면 좋겠다.

 

서울역 광장 외곽에 자리 잡은 노숙인 희망지원센터로 갔다.

이곳에서 하루 평균 70여명의 노숙자에게 응급 잠자리를 제공하나

잠자리는 물론 쉼터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부터 음성 판정을 받은 자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입구에서 들어가려는 사람과 제지하는 종사자와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검사받은 지가 며칠 지났거나, 판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자들 때문이다.

 

노숙인의 불만은 컸다. “추워서 못 잔다. 차라리 감방에 처넣어라”

서울시에서 갈 곳 잃은 노숙인들을 위해 고시원 등에

응급 숙소를 마련한다고 하나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거리로 내 몰린 것도 서러운데, 이젠 세상 밖으로 내 몰릴 처지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에서 노숙자 코로나 감염이 확인되어 비상이 걸렸다.

지난 26일 서울역 노숙자 시설에서 종사자 2명과 노숙자 3명 등 5명의

코로나 감염이 확인된데 이어 용산역과 영등포역의 노숙자 감염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서울역광장의 노숙인 시설인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의 운영이 중단되었고

밀접접촉자인 종사자 24명이 입원 또는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문제는 다들 핸드폰이 없고 거처가 일정치 않아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이지요.

 

노숙자를 수용하는 다시서기 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많은 노숙인들이 거리로 내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따스한 채움터’를 비롯한 무료급식소의 밥 나눔도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다.

 

지난 27일 서울역광장에 갔더니, 다들 겁먹어 마스크는 잘 쓰고 있었다.

식권을 얻기 위해 길게 줄서 있었는데, 밥 얻어 먹기도 힘들어졌다.

노숙인 쉼터보다 거리노숙을 고집하는 최씨는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체념했다.

 

동자동 쪽방촌 풍경은 대조적으로 썰렁했다.

골목을 돌아 다녀도 유한수씨 등 몇 명 밖에 만나지 못했고,

공원에는 이대영씨를 비롯한 세 명이 시간 죽이고 있었다.

 

누군가 나누어 먹으라고 빵을 갖다 놓았으나 먹을 사람조차 없었다.

있는 사람이라도 챙겨 가면 좋을 텐데, 다들 욕심 부리지 않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갖다놓아도 딴 사람을 배려해 한 두 개만 가져간다.

이젠 그놈의 코로나에 주눅 들어 다들 방안에서 티브이나 끼고 지내는 게 생활화 되었다.

 

쪽방촌 사람들은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만, 오 갈 때 없는 노숙자가 문제다.

여지 것 노숙자들은 접근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여겼는데,

방역에 구멍이 뚫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노숙자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빈부 격차가 큰, 잘 사는 나라일수록 더 많은 현실이다.

전 세계에 1억명이 넘는 노숙자가 있다는데,

이 수치가 정확하다면 인구 60명당 1명꼴이 노숙자인 셈이다.

 

빈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방세 낼 돈보다 먹을 것을 살 수밖에 없다.

노숙자들은 불규칙적인 식사에 의한 영양 결핍과 만성적인 수면 부족

갖가지 요인에 의해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건강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재난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이란 사치스런 말장난에 불과하다.

 

더구나 공공역사를 거점으로 신분증의 매매, 명의 도용, 위장결혼, 강제철거에 동원되는 등

노숙상태를 악용하는 자들도 많아 인권이 침해당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정해진 수급비를 받는 것은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도 많지만,

여기 저기 떠돌아 신청할 주소지가 없기 때문이다.

 

대개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다 노숙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부모에 의해 가난이 대물림 되었다는 말이다.

더러는 사업실패나 이혼으로 집나온 사람도 있으나,

절반 이상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내일은 날씨마저 영하20도라는데, 거리에서 어떻게 잘 수 있겠나?

신이 과연 계시다면 말씀 좀 해주세요?

 

사진, 글 / 조문호

 

거리를 떠도는 부랑자는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다 노숙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 많다.

대개의 가난이 부모에 의해 대물림 된다는 말이다.

더러는 사업실패나 이혼으로 집나온 사람도 있으나,

절반 이상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지식은 물론 배운 기술조차 없어 막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였다.

그러니 어찌 가정을 꾸릴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제대로 먹지 못하니 일을 감당하지 못해 거지로 나 앉게 되었는데,

이젠 골병들어 생긴 병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슨 천형의 죄로 짐승보다 못하게 살며 거리에서 죽음을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평등하지 못한 세상을 원망해야 하겠는가?

아니면 잘 못 만난 부모를 원망해야 하는가?

 

지난 년 말 강명자씨로 부터 어려운 사람에게 전해 달라며 백만원을 보내왔다.

그냥 주는 것보다 당당하게 받으라고 인터뷰 사례비로 5만원씩 나누어 드렸는데,

말이 인터뷰지 이름과 인적사항이나 물어보는 정도였다.

그런데, 소문이 퍼져 노숙자들이 몰리는 곤욕을 치룬적도 있었다.

 

지난 18일은 마지막 남은 사례비 봉투 4개를 챙겨들고 서울역광장에 나갔다.

눈 오는 날 사례비를 주지 못한 김계열씨 부터 찾아 나섰다.

지하도로 들어가니, 방태원(53)씨가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술병과 종이컵을 몇 개나 놓고 있어, ‘한 잔 얻어 마시자’며 옆에 앉았다.

 

그런데, 그 소주병은 술이 아니라 물병이었다.

술을 오랜 세월 많이 마셔 몸이 다 망가졌다고 한다.

더 이상 마시면 죽는다는 선고에 술 대신 물을 마신다는 것이다.

술을 자제한지 한 달가량 되었다는데 이젠 담배를 입에 달고 산단다.

 

지하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한 대 권하기도 했다.

역무원에게 쫓겨난다며 말렸으나 막무가내였다.

쫒아내면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밖에 있다 너무 추워 잠시 들어왔다고 한다.

 

방태원씨는 영천에서 태어나 노숙의 길로 들어 선지가 30년 되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우체국에서 일한 적도 있지만,

술을 너무 좋아해 일을 못하고 이 지경이 되었단다.

 

술을 끊으니 춥고 배고픈 것은 견디겠으나 외로워서 못살겠단다. 

여지 것 술이 취해 잠들었는데, 이젠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고 다독였으나 마음이 아팠다.

 

서울역 광장에서 정읍이 고향이라는 김용만(57세)씨도 만났다.

평생을 노가다로 어렵게 어렵게 살아왔으나,

이젠 당뇨와 고혈압 등 온 몸이 종합병원이란다.

 

일을 못해 거리에서 빌어먹은 지는 3년밖에 되지 않았단다.

처음엔 노숙이 힘들었으나 이제 몸에 익었다며 비시시 웃는다.

추워도 이렇게 앉아 있으면 가끔 눈먼 돈도 생긴다며 자랑 질이다.

 

안 쓰고 알뜰이 모아 고향 정읍에 한 번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어머니 무덤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싶단다.

여지 것 가난을 물려 준 부모를 원망하고 살았으나, 늦게나마 술 한 잔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 옆에서 졸고 있는 이재득(52세)씨는 구룡포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 상경했다고 한다.

노가다로 일하며 딸까지 두었는데, 돈 못 번다고 쫓겨났단다.

그리움도 미움도 다 잊어버리고 떠돈 세월이 어언 이십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천안에서 2년 지내다 서울역으로 옮긴지는 20일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베개 옆에는 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법구경 한 권이 있었다.

궁금증이 발동해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이형! 당신은 돈을 어떻게 생각 하는기요?"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니, “경계해야 될 요물이지요”라고 되받았다.

그리고는 세상이치를 하나하나 풀어가는데, 끝이 없었다.

 

결론은 돈 때문에 정신이 황폐화한다며, 욕심 부리면 안 된단다.

처음으로 부랑의 세월을 슬퍼하지 않는 도사를 만난 것이다.

그는 탁발 스님처럼 거리에서 도를 닦고 있었다.

 

사례비라며 돈 봉투를 주었더니, 지나가는 노숙자를 불렀다.

몇 가지 사올 것을 적어주며 남는 돈은 자기 필요한 것 사라고 했다.

부랑의 세월을 떠돌아도 헛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한 사람 남은 김계열씨를 찾았는데,

그 날은 배급받은 깨끗한 외투를 입고 있어 다른 사람인줄 알았다.

눈 오는 날 멋 낸다고 가방에 숨겨둔 낡은 외투를 입고 나와

식당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쫓겨나지 않았던가?

옷으로 사람 차별하는 더러운 세상이지만 어쩌겠는가?

 

지난 12일 만난 김계열씨

 

작년에 환갑이었던 김계열(61세)씨는 전라도 화순이 고향이란다.

한 때는 창신동과 동대문에서 재단사로 일하며, 하청업을 하기도 했으나

경마에 빠져 가산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혼하고 가족과 소식 끊은 지는 15년 되었다고 한다.

 

지난 12일 만난 김계열씨

 

지금도 일거리가 생기면 노가다로 나가지만, 가뭄에 콩나기란다.

이젠 술과 벗 삼아 지내는데, 몸 생각하여 매일 마시지는 않는단다.

깨끗한 옷에다 안 취하니 얼마나 좋냐?며 칭찬했더니, 모르는 소리란다.

“이런 옷 입고 있으면 어느 놈이 돈을 줄 것이며,

마지막 낙인 술까지 못 먹는다면 살 필요가 뭐냐?“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 한 사람 사연 없는 사람이 없었다.

독지가 강명자씨의 자선은 빈털털이 부랑자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었지만,

덕분에 가슴 아픈 이야기 듣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주고 받은 모든 분들이 복 받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