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은 서울 전역에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밤잠을 설쳤다.

 

눈이 오면 지저분한 것들을 모두 덮어버리는 순백의 세계도 장관이지만,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는 눈 밟는 소리가 정겨워서다.

 

눈 치울 일이나 길이 미끄러운 불편함이야 따르지만,

 눈이 오면 어린애처럼 마음 들 떠는 것은 늙어도 어쩔 수 없다.

 

어제 밤엔 늦잠이 들어 오전 열시 무렵에야 일어났다.

 

쪽방에 창문은 있지만 옆 건물과 붙어있어 햇볕은커녕 바깥 날씨조차 알 수 없다.

 오로지 담배연기 빠져 나가는 배출구 역할만 톡톡히 해 준다.

 

마음이 바빠 서둘러 나가보니, 솜털 같은 눈발이 휘날렸다.

 

골목엔 간간히 눈 치우는 주민이 보였으나, 공원은 텅 비어 있었다.

 

눈이 내려 나처럼 신이 난 사람도 있었다,

 정재은씨를 골목에서 만났는데, 기념사진 한 장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했다.

 

다들 추운 날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티브이 삼매경에 빠진다.

 

그러나 티브이는커녕, 길거리에서 떨고 있는 노숙인이 걱정이다.

 

서울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도를 내려가니, 계단 구석에 웅크려 울고있는 여인이 있었다.

옆에 파지가 깔린 걸 보니 그 곳에서 밤을 지샌 것 같았다.

 

무슨 사연으로 가출했는지 모르지만, 추위보다 자신의 처지가 더 슬펐던 것 같다.

 

서울역광장에 머무는 노숙인들은 찬바람 피할 곳을 찾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선교단체에서 여러 동의 천막을 세워, 오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예배를 시작할 때는 몇 명 안 되던 인원이 40여명으로 불어났다.

 

한 아낙은 흡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는 젊은이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구원을 외쳐댔다.

 

예배를 마친 이들은 추위를 피해 '서울역희망지원센터'로 가거나, 지하 통로로 뿔뿔이 흩어졌다.

 

서울역 지하도에 앉은 노숙인은 “평소에는 저녁 6시가 지나야 내려오는데,

오늘은 너무 추워 어쩔 수 없이 일찍 내려왔다”고 한다.

 

일부는 광장에 설치된 텐트 안에서 추위를 버티기도 했다.

따뜻한 커피와 떡을 나누어 준다니까, 어디서 나왔는지 금방 긴 줄이 형성되었다.

 

잠잠하던 텐트 안에서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텐트 지프를 열려고 손이 슬그머니 나왔는데,

반지를 낀 고운 손을 보니 여성 노숙인 같았다.

 

요즘 들어 여성 노숙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모든 생활이 남성에 비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여성 노숙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노숙인의 삶을 개선할 수는 없을까?

별도의 보호시설은 있지만, 그 곳에 가지 않는 이유는 술과 담배를 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추운 고통을 감수해 가며 자유를 원하는 노숙인의 삶은 살얼음판처럼 위태롭다.

 

서울역에서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먼 거리가 아닌데다, 인사동의 눈 내린 풍경을 기록하고 싶어서다.

 

인사동 거리는 눈 치우는 상인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골목에 자리 잡은 술집들은 대부분 문이 잠겼고, 내린 눈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더러 한복을 입은 중국관광객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다들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남인사마당 입구에는 눈을 뒤집어 쓴 노점상 리어카가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했다.

 

눈 덮인 설경을 찾아 가까운 탑골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곳 또한 서울역광장의 살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빵과 두유를 얻기 위해 선 줄이 탑골공원에서부터 담장을 끼고 길게 이어졌다.

 

그 곳은 노숙인보다 집에서 눈칫밥 먹는 노인들이 더 많다.

춥고 미끄러운 눈길을 헤쳐 나와 빵조각 하나 얻기 위해

긴 줄을 서야하는 노인들의 속울음이 귓전에 들리는 것 같았다.

 

곳곳에 오갈 곳 없는 가난한 자들의 서러움이 넘쳐 나는데,

아름다운 설경이나 찾아 나선 스스로의 작태가 부끄러웠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

가난한 자의 눈물을 팔아먹는 장사꾼이 아니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문제였다.

 

가난의 서러움을 껴안아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만, 방법이 없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권력자들은 자신의 이권에 눈이 어두워 아무런 관심도 없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위한 투사라기보다, 싸우다 죽겠다.

 

새해는 가난한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눈이 아니라

내일을 꿈 꿀 수 있는 흰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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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동자동서 열린 공공주택사업 토론회
공공개발구역 건물 소유주 대부분이 외지인
“민간개발 추진되면 외지인 투기수단으로 전락”
눈치 보는 국토부‧LH “쪽방주민‧소유주 윈윈해야”
쪽방주민 “우리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달라”

2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빈곤사회연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가 상영되고 있다. 사진 복건우
 

“여기(동자동 쪽방촌) 주민은 우리(쪽방주민)예요. 동자동사랑방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예요. 그런데도 개발 과정에서 주민 목소리는 둘째로 들어가더라고요.”

“여기 쪽방에는 바퀴벌레도 많고 쥐도 있습니다. 공공주택사업 빨리해서 하루라도 뜨뜻하고 깨끗한 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입니다.”   

- 동자동 쪽방촌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 중에서

 

빈곤사회연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를 보면 공공주택사업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드러난다. 쪽방주민은 ‘공공주택사업 환영’이라는 피켓을 들고 공공개발을 일제히 반기지만, 토지·건물 소유주는 공공주택사업 철회를 계속해서 주장한다. 현재 동자동 쪽방촌 일대에는 쪽방주민을 위한 임시 이주단지와 이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이 지어질 예정이다.

 

2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에서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필요성’ 토론회가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아래 추모제기획단) 주최로 열렸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쪽방주민은 현재 지지부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30분가량 토론을 벌인 뒤 주민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 ‘아름다운 민간개발’은 공허한 슬로건일 뿐

 

동자동 쪽방촌은 현재 공공개발을 앞두고 있다. 2020년 국토부는 LH, 지방자치단체, 지방공사와 협력해 쪽방주민을 내쫓지 않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공공주택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는 2020년 1월 영등포 쪽방촌을 시작으로, 2021년 2월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 밀집 지역인 동자동에도 해당 계획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서울시는 동자동 공공개발을 한없이 미루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2월 공공주택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올해까지 소유주에 대한 보상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에는 주택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 22개월간 사업은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쪽방 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필요성’ 관련 토론회가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주최로 열렸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공공주택사업(공공개발)과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민간개발)의 가장 큰 차이는 ‘기존 쪽방 주민의 재정착’ 여부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공공개발의 경우 공공임대 35% 이상, 공공분양 25% 이하를 포함해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동자동 쪽방촌이 공공개발로 진행되면 공공임대 51.9%(1,250호), 공공분양 8.3%(200호) 등으로 원주민 1,000여 명의 임시 이주와 재정착이 가능해진다.

 

한편 동자동 쪽방촌이 민간개발로 진행되면 원주민 재정착률은 큰 폭으로 떨어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르면 민간개발 임대주택 의무 비율은 10~20%로, 서울시는 자체 고시에 따라 그 비율을 15% 선에서 유지하고 있다. 이때 80%가 넘는 원주민은 정착은커녕 삶의 터전을 잃고 내쫓길 위기에 놓이게 된다. 소유주가 주장하는 ‘아름다운 민간개발’이 공허한 슬로건에 그치는 이유다.

 

게다가 민간개발이 예정된 쪽방촌 주민은 제대로 된 이주 대책이나 보상도 없이 집을 비워야 한다. 2008년 동자4구역 재개발 당시 원주민은 이주비 명목의 3~7만 원을 받고 원래 살던 땅에서 쫓겨났다. 고시원 2개를 포함해 100여 개 쪽방이 사라진 자리에는 35층짜리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섰다. 쪽방 건물주는 지금도 ‘리모델링 공사’, ‘낙후 건물 안전진단’ 등을 이유로 들며 강제 퇴거를 일삼고 있다. 이는 이주비 등 보상 책임을 지지 않고 개발에서 추가 이윤을 챙기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 조치’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동자동 쪽방촌 소유주 등기부등본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이날 발제에는 동자동 쪽방촌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추모제기획단이 공공주택사업 예정지 건물 308채의 소유주 실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199채(64.6%)의 소유주가 동자동 외 다른 지역에서 거주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상속‧증여에 따른 소유주는 62건(31%),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사는 소유주는 22건(11%)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동자동에 민간개발이 추진되면 쪽방촌은 외지인의 투기 및 재산 증식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헌법과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소유주의 재산권과 쪽방주민의 주거권 간 법익 균형성을 고려했을 때 공공성이 높은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비교 분석한 결과도 공개됐다.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공공주택사업 및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의 개발이익 분석: 동자동 쪽방촌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현행대로 동자동 쪽방촌에 공공개발이 추진될 경우 총 1,250세대의 공공임대주택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때 LH는 분양으로 1,471억 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 소유주는 세대당 1억 4,000만 원, 최초 수분양자는 세대당 5,000만 원의 개발이익을 가져간다.

 

참여연대가 10월 발표한 이슈리포트 ‘공공주택사업 및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의 개발이익 분석: 동자동 쪽방촌을 중심으로’에 나오는 동자동 쪽방촌 개발이익 분석 조건. 주거용 용적률은 500%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질의에 대한 국토부 관계자의 답변이다. 참여연대 제공
 

반면 민간개발이 진행될 경우 공공임대주택은 8분의 1 수준인 156세대로 줄어들고, 소유주 개발이익은 10배에 가까운 13억 7,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소유주는 세대당 10억 5,000만 원, 최초 수분양자는 세대당 5,400만 원의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개발의 경우 소유주와 사업자가 개발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더욱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당초 발표한 도심복합개발사업을 민간사업으로 유도하는 것을 멈추고, 동자동 쪽방주민을 위한 공공주택사업을 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공개발 발표해 놓고 소유주 눈치 보는 정부

 

이날 토론회에는 사업 시행 주체인 국토부와 LH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주택사업의 속도와 방향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갔다. 자리에 함께한 40여 명의 쪽방주민은 동자동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지적하고 정부에 주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수 LH 도시재생사업처 부장은 공공개발 과정에서 소유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민간개발 사업에 비해 쪽방주민의 입장을 더욱 반영하고 있는 만큼, 주민과 소유주 모두 윈윈(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유주 의견을 반영하는 공공개발’은 애초에 답이 될 수 없다. 앞서 설명했듯 소유주는 개발이익을 최대로 거두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최소화할 것이고, 이는 공공개발의 취지와 상충된다.

 

발언자로 나선 동자동 쪽방주민 윤용주 씨가 동자동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지적하고 국토부와 서울시에 주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동자동 쪽방주민 윤용주 씨는 “지난해 국토부에서 주민의 재정착을 약속한 것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매일같이 추위에 떨고, 쥐와 바퀴벌레가 가득한 집이 아니라 제대로 된 화장실과 욕실이 있는 집,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쪽방주민인 김정호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장은 공공개발 논의에 주민 당사자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왜 국토부와 서울시는 쫓겨나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느냐”며 “하루라도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집, 화분이라도 하나 놓을 수 있는 집에서 살기 위해서는 정부가 후퇴 없는 공공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후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준 제이앤케이(J&K)도시정비 대표는 “동자동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더라도 쪽방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제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동자동 개발사업의 방향은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쪽방주민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 내다봤다. 달리 말해 쪽방주민이 공공개발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동자동에 민간개발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동훈 국토부 공공택지조사과장은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늦어지게 되어 죄송하다”며 “저소득층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와 서울시 관련 부처가 함께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비마이너 / 복건우 기자]

살을 도려내는 혹한의 추위가 기승을 부린 날, 김치 얻으러 쪽방상담소를 찾았다. 

200명 선착순으로 김치와 라면을  준다는 벽보에, 이른 시간부터 비좁은 골목은 발 디딜 틈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식료품이 아니라 보약을 준다해도 줄서기는 싫다.

길들이기의 잔재인 쪽방촌 줄 세우기는 얻어먹는 비굴함과 묘멸감을 느끼게 해

나붙은 벽보만 보면 반갑기보다 걱정이 앞선다.

쪽방촌에 들어온 6년동안 주구장창 노래 부른 것이 줄 세우지 말고 시간 날 때 찾아가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줄 세우기는 외면해야 되지만,

빈민의 삶을 지켜보며 기록하는 본능에 앞서, 당해 봐야 서러움을 뼈 속 깊이 느껴 개선을 요구할 것 아닌가? 

벽보는 대부분 나누어주기 하루나 이틀전에 붙어, 잘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때도 많다.

그러나 벽보를 본 이상은 먼저 가서 기다리거나 뒤늦게 기다리며 걸리는 시간까지 체크해 왔다.

 

본인임을 확인하는 시간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 들었으나,

업무의 편의성보다 주민 입장을 먼저 생각해, 줄 세우는 자체를 없애야한다.

만약 업체에서 보내 온 물품 량이 부족하다면, 전체 주민을 번호순으로 정해 차례대로 지급하라.

순번에서 끊긴 사람이 다음에 첫 번째가 되는 릴레이식으로 말이다.

물론 줄 때마다 내용물이 달라 불공평한 점은 있으나, 어쩔 수 없다.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후원을 상품에서 돈으로 바꾸어야 한다.

 

정동지는 추운 날은 줄서지 말라지만, 추운 날은 밥도 안 먹나?’며 능청을 떨었다.

정해진 오전10시쯤 갔는데, 이미 긴 줄은 골목골목을 돌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골목으로 몰아치는 칼바람으로 얼굴을 내밀 수도 없으나, 줄서기를 포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먹고 산다는 게 이렇게 비참한 것이던가?

 

봉사원이 건네주는 차 한 잔에 몸을 데워야 했다.

정확하게 한 시간을 떨고서야 차례가 돌아왔는데, 김치와 라면 세 봉지를 받았다.

고생 끝에 받아 그런지, 서러움이 북받혔다.

 

오후에는 공원에 갔더니, 용산구청에서 떨어 진 낙엽을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한쪽에서는 ‘엘림교회’의 성탄절기념 찬양대회가 열렸다.

 

이 추운 날씨에 주민을 불러 모으려면 미끼가 필요한지,

쌓아둔 선물 꾸러미에 끌려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청소하는 기계소음 때문에 기도는 물론 찬송도 부를 수 없었다.

 

마침 찬양대회에 온 정재은씨가 고함쳤다.

“씨발넘들아! 예수님 태어나시는데, 좀 조용히 해라”

욕설을 해도 소귀에 경 읽기였다.

 

추워도 청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준기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여태 의족을 끼고도 표 나지 않게 다녔으나,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자가용 구입 기념사진 찍어달라며, 선그라스까지 쓰고 폼을 잡았다.

 

‘추워 보인다며 옷 좀 두껍게 입고 다니라는 준기씨의 염려가 추위를 녹여준다.

 

사진, 글 / 조문호

 

 

10월25일가톨릭사랑 평화의집 봉사자들이 도시락 배달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무리 야박한 세상이지만, 빈민을 향한 자선은 이어지고 있다.

 

동자동 빈민들의 식생활에 도움을 주는 곳은

주민 자치기구인 동자동사랑방식도락도 있으나,

천주교서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가톨릭사랑 평화의 집을 비롯한

여러 교회가 협력하여 따뜻한 온정을 베풀고 있다.

 

8년 전부터 문을 연 동자동 가톨릭사랑 평화의집에서는

매주 세 차례씩 도시락을 만들어, 쪽방촌 어르신과 병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작년 한 해 동안만 봉사자 3,200명이 동원되었고, 도시락 57,600개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중단되었으나, 한강교회 브레드 미니스트리스에서는

8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토요일마다 빵을 나누어 주었다.

 

성민교회의 정기적인 자선을 비롯하여 동성교회’ ‘바나바 돌봄사역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반찬을 만들어 배달해 주고,

한국야구르트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 쪽방을 방문한다.

 

똑같이 혜택받을 수 없는 아쉬움은 있으나,

그 중 동성교회반찬 나눔은 빈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이다.

 

10월26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11월 식권을 나누어 주고 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도 업체에서 보내온 식료품이나 서울특별시에서 시행하는 식권을 나누어 주지만,

줄 세우기 같은 고질적인 갑질이 체질화되어, 주고도 욕먹는 실정에 있다.

하루속히 서울역쪽방상담소 업무를 관할 동사무소에 통합하라.

 

11월1일 모리아교회에서 사랑의 짜장면잔치를 열고 있다.

지난 1일은 모리아교회사랑의 짜장면잔치가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렸다.

부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짜장면 잔치지만, 주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은 음식이다.

금방 솥에서 건져낸 면의 쫄깃함은 어느 중국집보다 맛있어,

서울역 노숙인까지 찾아오는 인기 메뉴가 되었다.

 

즉석에서 면을 뽑아 삶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봉사원의 노력도 대단하다.

공원에 나온 주민뿐 아니라, 나오지 않은 분에게도 전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수시로 음식을 얻어먹다 보니, 체질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마움을 모르는 일부 빈민들은 습관화에 의한 병폐가 아닐까 생각된다.

공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지나친 혜택은 자립화를 해친다.

 

짜장면 한 그릇 얻어 와 방에서 먹었는데, 역시 맛은 변함 없었다.

온정을 베풀어주는 종교단체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시에서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약자와의 동행’ 쪽방주민 무료식사 지원사업이 빈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여름 쪽방촌에 설치하기로 했던 에어컨 사업은 탁상공론에 불과했지만, 쪽방 빈민들에게 하루 한 끼,

본인만 먹을 수 있는 팔천원짜리 식권을 나누어 주는 동행식당 사업은 독거노인에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박원순시장 재임 시 만든 쪽방공동세탁소에 이은 두 번째로 환영받는 사업이었다.

년 말까지 한시적인 프로젝트지만, 노인들 기초생계비를 삭감하더라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할 요긴한 사안이다.

 

다들 하루 한 끼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선택해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빈민복지가 어디 있겠는가?

기초생활수급비를 절약해 모은 돈은 줄 사람도 쓸 곳도 없지만,

밥 한 끼 사 먹는 것조차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빈민들의 숙명이 아니던가?

 

먹는 것이 귀찮아도 사라질 돈이 아까워 먹게 되므로, 힘없는 독거노인에게는 딱 맞는 복지사업이다.

 

굶는 이 없을 것이고, 요식업도 잘될 것이고, 농민들까지 혜택이 돌아가니, 이게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매 월말이 가까워오면 다음 달에 사용할 식권을 ‘쪽방상담소’에서 나누어주는데,

왜 벽보에는 매번 700명 선착순이라 적어놓았을까?.

 

서울시내 5개 쪽방상담소에 등록된 주민에게 주기로 했으면, 처음부터 인원수를 정해놓고 시행했는데,

선착순이란 말은 주민들을 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아마 주민등록상의 인원이 아닌, 실제 거주하는 주민은 700여명으로 추정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동사무소처럼 시간 날 때 찾아가게 하지 않고,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왜 줄을 세우지 못해 안달일까?

더 이상 빈민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갑 질의 잔재를 청산하길 바란다.

 

10월분 식권은 지난 9월 27일 오후2시부터 나누어주기로 공지되었으나,

식권을 받지 못하게 될까 염려되었는지, 다들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 전부터 모여 들었다.

 

긴 줄은 쪽방상담소 골목을 두 바퀴나 돌았지만, 나누어 주는 시간을 앞당기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쪽방상담소 직원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무런 불만도 더러 내지 않았다.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기필코 받아야 할 절박한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이제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며 다들 좋아했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한가위 어울림 한마당이 지난 98새꿈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동자동사랑방협동회에서 추석마다 개최해 온 연례 행사였건만,

코로나 때문에 삼 년 만에 맞이하는 놀이라 다소 설렁했다.

술은 물론 음식 나눔까지 생략되어 흥겨움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의 잔치 비용은 동자동 주민 백 이십여 명이 한 푼 두 푼 모은 백 오십 여만원이 종잣돈이다.

삼 년 전에 비해 참석한 주민은 줄었으나, 이 얼마만의 반가움이며 즐거움인가?

 

공원 한 쪽에는 먼저 떠난 동자동 주민들의 영정사진을 내건, 추석 차례상도 마련되었다.

고인 앞에 술 한 잔 올리며, 이승보다 저승이 더 편안한지 안부부터 여쭈었다.

 

놀이마당에서는 윷놀이와 다트 놀이도 있었지만, 그중 인기 있는 종목은 노래자랑이었다.

왕년에 시골 콩쿨대회에서 다라이(대야)’탄 가오를 내세워 한번 도전하고 싶었으나,

동자동의 쟁쟁한 카수들 앞에 꼬리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이상준씨 사회로 진행된 노래자랑에는 서재만씨가 최고상을 받았고,

2등에는 김영희씨, 3등에는 눈먼 장님 가수 이일수씨가 두루마리 휴지를 상품으로 받았다.

4등에는 동자동 미남자 정재은씨, 5등은 최춘자씨가 각각 받았다.

내가 듣기로는 꼴치로 당선된 최춘자씨의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너무 애절하더라.

 

그리고 윷놀이는 강희숙, 최갑일, 한성자, 오계순, 이경기, 김영희씨가 수상했고,

다트놀이는 최정근, 한종희, 이용구, 정재은, 박상구씨가 각각 수상했다.

 

참여한 주민이 적어 예정보다 이른 오후 1시경에 잔치가 마무리되었지만,

오후 2시부터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추석 선물을 준다는데, 어찌 그냥 갈 수 있겠는가?

선물 나누어 줄 두시가 가까워오니, 잔치 때 없었던 사람들까지 대거 몰려나왔다.

주민들이 어울리는 놀이보다 선물이 더 좋은 모양이다.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함께하는 사랑 밭' 에서 보내 온 선물을 받을 수 있었는데,

무엇이 들었는지? 포장도 그럴 싸 하고, 무게 또한 묵직했다.

부푼 마음으로 챙겨 갔으나, 먹을 것은 하나도 없고 몸 씻는 비누만 잔뜩 들어 있었다.

 

삼푸만 몇 종류인데다, 린스와 바디 워시, 치약까지 차곡차곡 들어있었다.

삼푸 종류는 지난번에 받은 선물도 그대로 쌓여 있지 않은가.

쪽방에서 목욕을 할 수 없는 여건이라 필요한 사람 있으면 줘야겠다.

 

동자동 한가위 마당도 좋고 추석 선물 나눔도 좋지만,

 쪽방 주민들은 쫓겨나면 어쩔까?하는 걱정거리 뿐이다.

동자동 공공개발한다며 마음만 잔뜩 들뜨게 만들어 놓고,

국토부에서 일 년이 지나도록 지구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아마 윤정권이 들어서며 민간개발에 무게를 두는 모양인데,

가진 자들이 빈민을 껴안고 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지금은 민간개발을 이루어내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내고 있으나,

결국은 집값 올려 돈 벌려면 빈민들을 쫓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좌불안석이다.

한가위 어울림도 추석 선물도 달갑지 않는 절박한 심정이다.

 

"민간개발 하려면 빈민들 주검 위에 하라!"

 

사진, / 조문호

 

 

동자동은 공공-민간개발 갈등에 지구지정도 못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과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의 모습. 좁은 골목 안에 낡은 건물이 밀집돼 있다. [이가람 기자]

 

"너무 답답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개발이 잘 된다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어 좋겠지만 또 쫓겨나면 이만큼 저렴한 가격에 몸을 누일 수 있는 곳이 없거든. 이런 어려움을 나라에서 잘 살펴 줬으면 좋겠어."

여름에는 실내보다 실외 생활이 더 나을 정도로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난방은 커녕 수도가 동파돼 씻지도 못하는 1평 남짓한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 노후 건물을 촘촘하게 쪼개 한 달에 15~30만원 수준의 월세를 받는 쪽방촌은 지옥고로 불리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보다 더 열악한 주거시설이다.

현재 서울에는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다섯 개의 쪽방촌이 존재한다. ▲영등포 쪽방촌 ▲동자동 쪽방촌 ▲양동구역 쪽방촌 ▲창신동 쪽방촌 ▲돈의동 쪽방촌 등이다. 과거 1960년대 급격한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밀려난 빈곤층이 모여들면서 조성됐다.

지난 16일 오후에 찾은 서울 쪽방촌들은 벌써 몇 년째 지역개발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최근 영등포 쪽방촌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나머지 쪽방촌들에 대한 개발논의 활성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거주민들과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아직 개발사업이 진척되거나 구체적인 보상 및 이주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0년 넘게 쪽방촌을 전전하고 있다는 A씨는 "어디나 비슷할 것"이라며 "공용이 아닌 개인 화장실을 써 보고 싶었는데 죽기 전에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오르막길 안쪽에 걸터앉아 연신 부채질을 하던 B씨는 "창문이 고장 나서 열 수 없고 곰팡내도 좀 나서 밖으로 나와 쉬고 있다"며 "재개발이 될 거라고 하니 주인이 돈을 들여 집을 고쳐 주지도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스케줄대로라면 국토교통부가 진작 개발 플랜을 제시했어야 했지만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선진국에서는 공청회나 이벤트 등을 통해 주민들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오래 가지는데 우리나라는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쪽방촌. 최근 공공주택지구 사업시행을 위한 지구계획이 승인·고시됐다. [사진 제공 = LH]


특히 쪽방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동자동 쪽방촌은 공공개발과 민간개발로 소유주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아직 지구지정도 되지 못했다. 쪽방촌 입구에는 '사유재산 빼앗아서 공공주택 만드는 게 공익이냐'는 문구가 적힌 검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쪽방촌 주민들을 도와주는 센터에서 일하는 C씨는 "공공개발을 하면 우리가 입주할 수 있는데 민간개발이 되면 쫓겨날 게 분명하다는 사람들과 빠르게 착수할 수 있는 민간개발을 선택하되 서울시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종교시설에서 식사를 받아가던 D씨는 "돈도 없고 갈 데도 없어서 버티고 있다"며 "한 달에 20만원 주면서 살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손가락으로 한 건물을 가리켰다. 폭이 50㎝가 될까 싶은 좁은 입구와 깨진 외벽이 눈에 들어왔다. 전기 설비가 오래되고 전선이 뒤엉켜 안전사고에 그대로 노출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도 불가능해 보였다.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E씨는 "그래도 정부에서 신경 쓰겠다고 말했으니 변화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또 희망 고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어떤 방향이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내보내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월 취임식을 마친 뒤 곧장 쪽방촌을 찾은 바 있다. 동행식당 지정 및 운영, 노숙인 공공급식 확대 및 급식단가 인상, 에어컨 설치 등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쪽방촌 곳곳을 돌며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서울시 쪽방촌 상담소 관계자는 "최대한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공동이용시설 리모델링이나 상담을 통한 보호시설 입소 등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6년 말까지 공동주택 782채를 건설해 쪽방민과 신혼부부, 청년층에게 양질의 역세권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동시에 공공사업자들이 주도하는 최초의 쪽방촌 개발사업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영등포 쪽방촌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양동구역 쪽방촌이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민간주도로 재정비를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공공임대주택·사회복지시설·업무용오피스시설 등을 짓는 내용으로 정비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임대주택 건설이 시작되면 주민들은 임시 이주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매일경제 / 이가람 기자]

 

동자동 사는 신문황씨는 이제 팔순을 갓 넘긴 형님 같은 분이다.
다들 추석이라지만, 갈 곳도 연락할 곳도 없다.
좁은 방을 가득 메운 짐에 치어 누울 자리도 없지만, 항상 싱글벙글 웃으신다.
돈 쓸 줄을 모르니 돈 걱정 없고, 영화를 누려보지 못했으니, 세상 미련도 없다.

길 가다 마음에 드는 그림 주워모아 쪽방을 전시장 만들고,
좋아하는 것들은 다 모아 놓아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그리움은 액자 속에 넣어두고, 오늘도 살아 있음을 자축한다.
다 부질없고 속절없는 삶이건만, 텅 빈 외로움이 짐이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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