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지난 11일은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려 꼼짝하기도 싫었다.

무슨 도 닦는 것도 아니고, 밥 먹으러 간 시간 외에는 온종일 앉았다 눕기만 반복했으니 몸이 편할 리가 없다.

 

이튿날 아침 목욕탕에 가서 몸 좀 풀려고 내려오니, 이 층 입구에 김반장이 와 있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 고씨 영감 방에 사람이 왔는데, 소방대원이 고씨 영감을 들어 올리는 중이었다.

 

소변 팩을 다리에 달고, 의식이 없어 몸을 가누지 못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돌봐 줄 사람이 없어 그런 것 같았다.

독거노인의 운명이라 어쩔 수 없지만, 살아서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자동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실려 나가는 것은 종종 본다.

그런 불상사가 잦은 것은 폐쇄적인 공간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대개 나가기 싫고, 온종일 앉았다 눕기만 반복하니 무슨 기력이 있겠는가?

그나마 쪽방 상담소에서 나누어 준 식권 날짜 지날까 하루에 한 번씩 밥 먹으러 나가는 게 유일한 외출이다.

 

지난해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로 조사된 천여 명 중에 절반이 결혼을 못한 비혼이라고 한다.

아무런 간섭받지 않고 책임질 일은 없겠으나, 외로운 병보다 더 무서운 병은 없다.

건강관리는 물론 이야기 나눌 사람까지 있는 교도소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녹번동에서 주말을 보내다 나오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때가 가끔 있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 가기 싫은 것처럼...

실소를 흘리며 오지만, 마치 저승 대기소 가는 심정이다.

늙어서는 두 내외가 오손도손 사는 것 보다 더 큰 축복은 없다.

 

사진, / 조문호

 

 

 

쪽방촌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봄의 화사함도 가난의 그림자는 지울 수 없었다. 

 

목련 아래는 끼니 때우러 나온 사람이 줄을 섰고.

바닥에 자리 깐 노숙인은 꽃비 맞으며 누워있다.

 

불공평한 세상도 봄은 공평하게 나누어주었다.

 

그날이 4월분 식권 나누어 주는 날이라 '서울역쪽방상담소' 앞에도 사람이 몰렸다.

'아름다운 동행' 식권 사업에 힘 실려 사우나 무료목욕권까지 붙여주었다.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나, 다른 지역 독거 노인은 받지 못하니 이 또한 불공평이 아닌가?

빈민과 상인은 물론 농민까지 덕 보는 식권 나눔을 전국으로 확대하라.

 

임백수씨를 만나 며칠 전에 찍은 초상 사진을 꺼내 주었더니, 반색을 했다.

잠깐 기다리라 해 놓고는 담배 두 갑을 사온 것이다.

 

주머니에 슬쩍 찔러주는데, 이거 뇌물죄에 걸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담배를 얻은 고마움보다 의기소침한 초상작업에 힘을 실어 주었다.

 

초상사진으로 자존감 지키려는 첫 사람인 셈인데, 나중에 만난 황병윤씨도 좋아했다.

더 좋은 사진 나오도록 다시 찍겠다는 다짐도 했다.

 

봄바람에 희망이 실려온다.

 

사진, / 조문호

 

 

인생 말년에 동네 사람들 초상 사진 찍느라 걱정이 많다.

설득에 설득을 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촬영하지만, 대개 반기지 않는데 있다.

인물의 정신이나 개성보다 오로지 멋지게 나오는 걸 원한다.

 

“개 같은 개성 보다 멋지게 찍어달라~“란 말도 여러 번 들었다.

하기야! 어느 누가 마지막 남을 사진, 멋지게 남기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외출 때처럼 모자를 쓰거나 수염을 깎아  찍기도 하고,

그 사람 개성과 정신이 드러난 내 꼴리는 사진도 찍는다.

 

며칠 전에는 충무로에 가서 초상사진을 몇 장 뽑았다.

전시할 때까지 빚쟁이처럼 쫓기기도 싫지만, 자기 사진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서다.

그러나, 다들 받아 보는 표정이 신통찮았다.

말은 안 하지만, ”사진을 이 따위로 찍냐?“는 것 같았다.

내키지 않으면 다시 찍어 주겠다고 말은 했으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 다음 날은 정동지가 교보문고에 책 살 일이 있어 기사로 따라나섰는데,

마침 장흥의 마동욱씨가 인사동에 있으면 얼굴이나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책 보따리를 챙겨 약속한 귀천으로 달려 갔더니, 아는 분 결혼식에 왔단.

 

동네 구장 같은 마동욱씨의 넉넉한 모습은 여전했다.

모처럼 시원텁텁한 '귀천'의 모과차 한 잔 맛보며, 마동욱씨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드론으로 인근 지역의 땅을 찍고 있다는데, 한편으론 답답한 생각도 들었다.

 

살고 있는 장흥은 물론 강진, 영암, 고흥 등 인근 지역 곳곳을 촬영하여 사진집도 여러 권 냈는데,

그 사진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더구나 촬영하면 찍힌 장소의 지번까지 나온다니, 사진으로 찍은 지적도나 마찬가지다.

 

나 역시 동자동에서 초상 사진 찍으며 열 받는 일들을 하소연 했더니,

자기도 마을 어르신들의 영정 사진을 많이 찍어 봐, 그 사정을 훤히 안단다.

요즘은 주름까지 안 나오게 깨끗하게 수정해 줘야 좋아하지, 그냥 주어서는 안 건다는 것이다.

아무리 말끔한 사진이 좋다지만, 사람이 사람 같지 않고 인형같은 사진을 만든다면,

사진에 쪽팔리는 일이 아니던가?

 

그것은 인간 개인의 자존감을 떠나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짓이다.

사진찍기에 앞서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자존감을 심어주는 게 더 시급할 것 같았다.

사람이 사람 대접 받으려면, 초상 사진부터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귀천에서 일어 나려니, 기다렸다는 듯이 차 빼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은 걷기가 힘들어 휠체어처럼 차를 끌고 나오지만, 매번 골목에 세워 민폐를 끼친다.

 

인사동 거리를 달려가다, 복잡한 거리에서 반가운 분도 만났다.

인사동을 자기머리처럼 반질반질하게 만들겠다는 김발렌티노 였다.

 

그가 인사동 청소부로 등장한 지도 벌써 일 년이 넘었는데,

이젠 인사동의 또 하나 명물 아닌 명사가 된 것이다.

 

정동지와 마동욱씨가 골목안 풍경전시가 열리는 인덱스갤러리에 올라간 틈에

차를 주차장에 집어 집어넣고, 모처럼 인사동 길을 걸어 보았다.

 

주말의 인사동 거리를 남인사마당에서 안국역 빙향으로 걸었는데,

남인사마당에서 인사동 사거리까지는 아직 문 닫은 업소가 많았다.

 

나들이객도 남인사마당 쪽보다 북인사마당 쪽이 훨씬 더 붐볐는데,

인사동 사거리를 기점으로 나들이객의 쏠림 현상이 심했다.

 

옷가게와 잡화상이 진을 친 거리에는 봄나들이 객들이 부산하게 오갔는데,

봄은 왔으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차림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나 역시 봄바람은 불어도 마음과 몸은 돌덩이처럼 무겁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듯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사진, / 조문호

 

 

“뭐 남길 끼 있다고 초상사진을 찍어?”

이 말은 초상사진 찍자는 말에 아래 층 사는 오씨가 뱉은 말이다.

쪽방 사는 분이나 노숙인들은 대개 영정사진 찍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지긋지긋한 삶을 다 지우고 싶은데, 사진은 남겨 뭘 하냐?’는 것이다.

봉사단체에서 가끔 쪽방 주민들 영정사진 찍어주러 오지만, 대부분 허탕 치는 이유다.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서울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원로예술 지원 사업의 주제를 “버려진 사람들의 초상”으로 정해버렸다.

초상사진이 사진의 꽃이기도 하지만, 폐배 주의적 생각을 버리게 하고 싶어서다.

 

배경 막 앞에 앉아 찍는 판박이 사진이 아니라  그 사람 정신이 오롯히 담긴 작품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야심찬 각오다.

그럴려면 사진 찍는 목적과 가치를 확실하게 밝혀 당사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였다.

 

동자동 살며 한 번도 개인적 신분이나 사진 찍는 목적을 밝힌 적이 없어, 대부분 쪽방으로 밀려난 늙은 사진사 정도로 알고 있다.

쪽팔려 스스로의 이야기도 못하지만, 안간적인 교류나 작업에 장애가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동자동 들어 와 제일 신경 쓴 문제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일이었다.

오죽하면  '노숙인 길에서 살다' 책이 나와도 보도자료는 커녕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겠는가?

 

유명세의 폐해를 너무 잘 알지만, 그들이 싫어하는 초상사진을 찍으려면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기존 영정사진과 다르다는 확신을 주지 않으면 찍지도 않지만,

충분히 공감하고 소통하지 않는데 무슨 좋은 초상사진이 나오겠는가?

그래서 모든 것을 까발리는 적극적인 자세로 바꾼 것이다.

 

지난 달 중순 ‘인사동사람들’ 블로그에 올린 ‘원로예술지원금’으로 버려진 사람 초상 사진 찍다.‘란

글과 사진을 동자동 사랑방에서 운영하는 카페 “쪽방타운”에도 복사해 올렸다.

그 아래 여태 해 왔던 작업과 약력까지 상세하게 소개하는 자랑도 마다하지 않았다.

 

‘쪽방타운’ 카페를 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으나, 평소 접속보다 다섯 배나 많았다. 

소문은 금세 퍼지기 마련이라 찍자는 분이 생길 것 같았다.

 

열흘 전 초상사진을 찍기 위해 나서다 이발하는 서씨를 공원 입구에서 만났다.

모처럼 말쑥해진 모습에 초상사진을 부탁하여 찍었는데, 눈길을 카메라에 주지않았다.

눈빛에서 그 사람의 정신을 읽을 수 있는데, 무슨 죄지은 사람처럼 눈길을 자꾸 피했다.

카메라를 똑 바로 보라고 몇 번 말했더니, 안 찍는다면서 화를 벌컥 냈다.

 

아! 서둘지 말고 더 소통한 후 진정성 있게 접근하라는 계시였다.

촬영에 앞서 지켜야 할 원칙부터 몇 가지 정했다.

첫째, 아는 사람 위주로 찍되, 작업을 충분히 이해시킨 후 협력을 받아내기로 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사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어떻게 사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할 것 아닌가?

둘째, 사진 촬영하는 장소에 배경 막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사는 주변으로 한정해 초상사진을 찍는 장소성에도 의미를 두었다.

셋째, 아무리 가까워도 주제에 합당한 사람이 아니면 제외했다. 그리고 그 사람 정신이 온전할 수 없는 술 취한 상태에서 찍지 않는 등 몇 가지 원칙을 세운 것이다.

 

전시는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지만, 사진 숫자에 연연하며 서둘지 않기로 했다.

얼굴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겼는데, 제대로 모르면 뭐가 보이겠나?

그 사람의 정신이 드러난 좋은 초상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기로 했다.

 

며칠 전에는 공원에서 이경기씨를 우연히 만나 그 분의 하루를 지켜보았다.

장기판을 구경하다 별 재미가 없는지, 따라오라며 '만나샘' 무료급식소로 끌고 갔다.

밥 주는 시간이 세 시간이나 남았지만, 식당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늦게 오면 줄서서 기다리는 것도 귀찮지만, 티브이 봐가며 시간 보내기 좋단다.

 

무료급식소 테이블에 마주 앉아 초상사진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인쇄물을 보여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이경기씨는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 온지는 20년이 넘었는데, 살아온 세월이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젊은 시절에는 ‘전매청’에 근무한 엘리트로 슬하에 삼남매를 둔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다고 한다.

직장을 나와 건축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기도 했으나 욕심이 욕심을 불러

탄광업에 진출했다가 망 했다는 등 사기당한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속 상해하셨다.

그 충격으로 정신질환까지 생겨 가족과 생이별하게 되었다는 신세타령을 했는데, 다 돈이 원수였다.

 

그렇지만, 팔순을 넘긴 연세에 바깥나들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만도 큰 복이다.

쪽방 생활을 오래하면 건강한 사람도 망가지기 십상인데, 타고난 건강이었다.

그런데, 급식할 시간이 가까워 사람들이 몰려오니 황급히 일어섰다.

여태 기다리다 밥 나올 때 왜 가시냐고 물었더니, 오늘 먹어 치워야 할 밥이 집에 있단다.

 

밥도 못 얻어먹고 따라붙어 영감님 사는 집 담벼락에서 정면사진 몇 장 찍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오겠다는 말을 했더니, 고맙게도 전화번호까지 적어 주셨다. 

 

좋은 초상사진이란 찍히는 자의 정신은 물론 삶의 결이 드러나야 한다.

서로의 경계를 허물 때 찍는 자와 찍히는 자가 하나가 되는데, 그게 말처럼 싶지 않다.

사는 동안은 초상사진에 최선을 다해 사람사진의 꽃을 피워보고 싶다.

사람의 탈을 쓰고 사는 이 비정한 세상에 사람의 정체성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정부에서 마련한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제도개선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동자동 건물주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들어보지도 못한 채 산회되고 말았다.

 

이건 명백한 공무집행방해가 아닌가?

그리고 공공주택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빈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짓밟고, 알 권리를 막은 범죄 행위에 다름 아니다.

 

여지 것 민간 개발하여 같이 살자며 알랑방귀 뀌어가며 회유할 때는 언제고, 이젠 개발안 자체를 뒤집으려고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마치 가난한 사람의 피를 더 빨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흡혈귀 같았다.

 

가난한 자들의 피만 빨아 먹는 게 아니라 마지막 남은 꿈도, 아니 빈민들의 영혼까지 말살하려는 짓거리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24일 갈월동 주민 센터에서 쪽방촌 공공주택 특별법 제도개선 내용을 설명한다는 벽보가 나붙어, 새꿈공원’으로 갔다.

봄기운이 만연한 공원에는 많은 주민들이 몰려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은 주민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장에 가기 전에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었는데,

한 마디로 열 받아 싸우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설명회 장소가 갈월동사무소에서 모르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리가 아파 잘 걷지도 못하는데, 일행 따라 통일로에 있다는 한일빌딩까지 걸어 갈 수밖에 없었다.

 

공공개발을 기어이 관철시키고 말겠다는 주민들의 결연한 의지는 발걸음도 당당했다.

 

함께한 사람은 김정호이사장을 비롯하여 선동수, 박승민, 윤용주, 김호태백광현정대철최갑일조인형김장수정재은, 전도영, 박종근씨 등

30여명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목적지인 건물입구에 당도하니, 어떤 남정네가 지켜 선 경찰들에게 괜한 시비를 걸고 있었다,

빈민도 아닌 사람이 쪽방촌 빈민 행세를 해가며 경찰출동을 나무라는 꼬락서니를 보니, 아무래도 그 날 일이 심상찮을 것 같았다.

 

활동가들이 준비해 온 현수막을 확인하는 등의 전열을 정비하여 8층 설명회장소로 올라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지주들이 동원한 것 같은 사람들이 설명회장 대부분의 좌석을 점거하여 공공개발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성토장이 되어 있었다.

 

동자동에 거주하는 땅주인 집주인이 이렇게 많은 지도 몰랐지만, 빨간 조끼를 입은 조직적인 동원이 더 웃겼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듯이, 제발 사람 망신 그만 시키고 본 모습으로 돌아가라.

 

동자동사랑방주민들도 가져 온 현수막을 붙이려 하자 현수막을 못 걸도록 고함지르며 방해했다.

아마 싸워서 난장판을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쪽방촌 빈민들은 다들 뒷자리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피켓을 들고 설명회 시작되기만 기다렸으나, 너무 시끄러워 귀를 막아야 했다.

아무도 대응하는 사람이 없으니, 쪽방 주민 행세를 하며 나타난 한 사나이가 시비를 걸어 회의장을 싸움판으로 몰아갔다.

 

갖가지 못된 짓은 다하는 걸 보니, 아마 전문 몰이꾼을 끌어들인 것 같았다. 

출동한 경찰의 제지마저 소용 없었고, 오후3시부터 시작하려던 설명회는 4시가 되어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날의 설명회는 취소되어 다음 기회로 미루어지고 말았다.

 

동자동 쪽방촌 재개발을 위한 주민모임도 세 곳이나 된다.

민간개발을 원하는 지주 모임인 동자동 주민대책위와 공공개발 밖에 방법이 없다는 지주모임 서울역공공주택주민대책위’, 그리고 쪽방 세입자들의 모임인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으로 나뉘어져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역공공주택주민대책위의 주장에 따르면 민간개발을 주장해온 동자동주민대책위측에서 2년 동안 정부의 발목만 잡고 주민 간의 갈등만 증폭시키며 지역개발은 하나도 실현한 것이 없다는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민간개발안을 신청했으나 검토과정에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었다며, 더 이상의 민간개발안은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공공개발을 하되 지주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자동주민대책위에서는 국토부에서 주관하는 설명회를 막지 못하면 공공개발이 진행될 것이라고 착각하여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리 보수정권에서 가진 자 편을 들어준다 해도 세상에는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는 것이다.

 

동자동은 다른 지역과 다른 특수성으로 공공개발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국토부에서 주관한 관변기관 미팅 역시 공공개발이다. ‘민간개발이다 를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동자동주민대책위로 인해 지연되어 온 정책의 정상적 진행과정일 뿐이라고 했다.

 

이제 더 이상 동자동공공개발을 미루거나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국토부는 당장 지구지정을 실시하여 빈민들의 걱정부터 덜게 하라.

 

사진, / 조문호

 

 

난방비 지원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

한파에 모든 것이 얼어붙은 쪽방촌 빈민들의 삶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한다.

2년 전 공공개발 발표로 철거될 건물이라 손을 놓은 건물주와,

그들의 눈치만 보는 정부 사이에서 쪽방 빈민만 죽을 지경이다.

 

꽁꽁 얼어붙은 쪽방, 식수마저 얼어...

낡은 건물은 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방안에 물이 얼어버리는 열악한 조건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틴다. 수도는 얼어 터져 바닥과 계단은 빙판이 되어 버렸고, 벽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지만, 건물주들은 남의 일처럼 나 몰라라 한다.

 

건물주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 살며 관리인을 통해 방세만 꼬박꼬박 챙겨가는 돈에 환장한 인간들이다.

그런 비인간적인 건물주들의 눈치를 보며, 국토부에서 발표한 공공개발을 2년이 넘도록 깔아뭉개고 있는 정부를 어찌 정부라 할 수 있겠는가?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빈민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를 인상한다는 생색을 내지만,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건물에 무슨 에너지 바우처가 해당되며, 가스가 들어온다 해도 여러 장벽에 걸려 혜택을 보지 못한다. 건물주들이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을 턱 없이 올린 상황이라 빈민들은 차라리 죽는게 낳겠다고 한다.

 

전기장판으로 버티며 난방비 착취 당하는 빈민들

건물 곳곳에 난방비 부담으로 월세를 인상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는데, 월세 인상 폭은 3만 원부터 15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얼핏 보면 적게 인상한 것 같아 보이지만, 쪽방 월세가 20~30만 원 선인 걸 감안하면 인상 폭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리고 월세와 난방비를 현금으로만 내야 하는 대다수 쪽방주민의 입장에서 바우처 카드는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이런 저런 절차에 걸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쪽방주민들은 난방비 지불 영수증은커녕, 고지서조차 받아 볼 수 없다.

건물주가 내라면 낼 수밖에 없는데다 그것도 현금으로만 내야 하니,

난방비를 지출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

 

1인 가구와 무연고자가 많은 쪽방주민은 수급자가 되어도 본인이 장애인이거나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임신 중이거나 분만한 여성이 아니면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에 해당 되지도 않는다.

또한 신청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난방비를 현금이 아니라 바우처 카드로 지급한다.

한국전력, 서울도시가스 등 에너지공급사가 요금이 감면된 고지서를 발급하고 나면 그 고지서 내용에 따라 바우처 카드로 결제 하는 식이다.

 

건물주들은 건물이 얼어붙어도 난방비를 현금으로만 착취하는 돈 벌레들이다.

한 번도 따뜻하게 지내지 못했지만, 난방비 폭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 에너지바우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난방비 지원으로 쪽방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은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용산 대통령 청사 앞에서 쪽방 공공개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어..

지난 7일 오전 11,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쪽방 공공개발을 촉구하 기자회견이 열렸다.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동자동사랑방,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빈곤사회연대. 홈리스주거팀 등 16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에너지 바우처를 반납하고,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라며 정부의 무능을 성토했다.

 

동자동사랑방’의 김호태씨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동자동주민협동회김정호이사장, ‘양동쪽방주민회박종만위원장,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백광현 부위원장, ‘민주노총서울본부이현미 수석부본부장, ‘민달팽이유니온지수위원장, ‘기후정의동맹서린 집행위원, 동자동 주민 최갑일씨 등 여러 명이 발언에 나섰다.

 

 ‘동자동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한 지 2년이 지났건만, 지금까지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난방비 지원보다 공공개발에 의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쪽방을 적정 주거로 변화시키는 것만이 난방비 문제를 포함한 쪽방 주민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바우처는 빛 좋은 개살구

동자동에서 11년 거주한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백광현씨는 바우처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했다. ”나는 작년까지 64세라 한 번도 못 받았어요. 올해 65세가 돼서 아 나도 이제 받을 수 있겠다싶어 동사무소에 갔더니 영수증 가져와라’, ‘계량기 확인해 와라 이래요. 바우처 이거 믿지 마세요. 주지도 않지만, 힘들게 얻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거 없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공공개발이 이뤄져야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맨 날 뉴스에 우리 사는 거 나오고, 정부는 어려운 사람 도와준다는 헛소리만 하네요, 어렵게 사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가 도대체 뭘 도와줬습니까? 쪽방주민들 도와주는 방법은 공공개발 뿐입니다

 

지난 1월 말, 여러 언론에서 꽁꽁 얼어붙은 동자동 쪽방촌 사진을 일제히 내보냈다.

일명 얼음 계단으로 쪽방촌 건물이 통째로 얼어 계단과 바닥 전체에 빙판이 깔렸고,

난간 곳곳에 고드름이 매달린 사진들을 게재하며 동자동 빈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보도했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활동가는 요즘 쪽방건물에 매일 기자들이 오는데, 언론은 한파 때만 쪽방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적절한 난방은 생존권이다

기후정의동맹서린씨는 주거권 보장이 곧 기후정의라고 강조했다. “적절한 난방은 생존권이다. 적정한 가격에 난방을 땔 수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다. 이제 에너지는 기본권이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공공재다. 난방비 지원으로는 결코 에너지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적정한 주거공간을 제공해야만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쪽방촌 에너지 문제의 근본 방안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공주택을 쪽방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만 난방을 때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주거공간 마련을 위해 공공개발 지구지정을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한다. 쪽방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 계획 발표 2년, 신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도 낭독되었다.

적정 주거가 답이다! 난방비 말고 내놔라 공공임대!’ 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기자회견문은 지금까지 민간주도로 이뤄진 쪽방 개발은 쪽방주민 축출의 역사였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은 이와 같은 폭력과의 단절이자 정책적 속죄라는 가치가 있다. 또 다시 제어되지 않는 소유주들의 불로소득의 탐욕에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이 소멸하는 비극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국토교통부가, 정부가,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백광현씨를 비롯한 주민 네 명이 나와 에너지 바우처 난방비를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동자동 주민으로는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김정호이사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선동수, 백광현, 정대철, 최갑일, 조인형, 김장수, 박종근씨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기자회견장 앞에는 '재난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동자동 쪽방 사진전’도 열렸다. 

주민들이 찍은 사진에는 낡은 건물구조와 한파로 피해를 겪은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사진,  / 조문호


동자동 공공주택 지구지정, 지금 당장 추진하라!

난방비 말고 주거권 보장, 공공주택사업 시행하라!

 

서울특별시에서 작년 8월부터 쪽방주민들에게 실시한 ‘아름다운 동행’은 그 무엇보다 고마운 일이었다.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사업이었지만, 주민들의 호응으로

올 년 말까지 연장되었는데, 이제 굶어 죽을 사람은 없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자료사진

‘아름다운 동행’은 하루 한 끼 팔천 원 상당의 무료식권을 제공하는 복지사업이다.

쪽방살이에서 제일 힘든 것이 주방 없는 비좁은 방에서 밥해 먹는 일이다.

그게 싫어 줄선 노숙인 틈에 끼이거나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녀야 했다.

더러는 ‘동자동사랑방’에서 실시하는 ‘식도락’에서 천원의 끼니로 해결하는 분도 많았다.

 

그마저 힘든 노약자들은 밥 굶기를 밥 먹듯 했는데,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루 한 끼만 제대로 먹어도 목숨 연명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물론 밥 한 끼 사먹을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생활수급비 받아 밥 사 먹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방에 들 앉아 꼼짝 하지 않고 먹는 것 마저 소홀 한 것은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쪽방 촌에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는 시신이 발견되는 것도 다 예견된 일이었다.

밥이 보약이라 듯 사람은 먹어야 산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속담처럼, 귀찮아 먹지 않던 힘없는 노약자들이

사라질 식권, 즉 돈이 아까워 식당을 찾는 것이다. 지정된 날짜가 지나면 식권은 무효가 되어버리니까...

그러니 ‘아름다운 동행’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동자동에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모두 열 곳이다.

'김밥천국'을 비롯하여, 한식뷔페인 ‘만냥의 행복’, ‘맛고마 대구탕’, ’백암순대국‘, ’송탄부대찌게’,

생선조림전문 ‘완도집’, 백반과 찌게전문 ‘전주식당과 ’우정식당‘, 중화요리로는 ’만리장성‘과 ’태향‘이 있다.

작년에는 ‘대우정’도 있었으나, 건물 벽에 민간개발을 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건물주가

운영하는 업소라 그런지, 주민들의 이용률이 낮아 올해부터 다른 업소로 바뀌었다.

 

그리고 팔천 원을 초과하는 음식은 차액만 내면 되니,

하루 한 끼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지만, 대개 단골 식당을 이용한다.

특히 직장인들이 많이 출입하는 식당은 초라한 빈민들의 출입을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설거지도 줄일 수 있는 음식포장을 더 반긴다. 자재비 낭비보다 엄청난 쓰레기를 양산한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나누어 주는 식권 총액이 한 달에 일억육천팔백만원이나 되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 금액을 지정된 열 곳 업소로 나누면,

한 달에 천 육백만원의 매상을 올릴 수 있으나, 돈은 탐나지만 사람은 싫은 것이다.

 

나 역시 직장인들이 찾는 업소는 가급적 들리지 않고, 가까운 ‘우정식당’을 이용한다.

그곳은 두 모녀가 19년 동안 운영해온 식당이라 애착은 가지만, 일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주인인 박정화(67세)씨는 주방을 맡고, 친정어머니인 심문숙(91세)가 서빙을 하는데,

늙은 노모의 느릿느릿한 서빙은 어쩔 수 없지만, 음식이 정갈하지 않아 식당을 옮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사정이 그러니 직장인은 없고 주민들 뿐인데, 그러다 있는 손님마저 다 뺏긴다.

인정에 의한 동정심은 영업에 대한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식당의 성패는 결국 음식 맛이 아니겠는가?

주방장 들여 음식 맛에 신경 좀 쓰고, 박씨가 손님 서빙을 맡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반가운 일이 생겼다.

식권이나 물품을 나누어 줄 때마다 줄을 세워 공개적으로 시정을 요구해 왔는데,

2월분 식권을 나누어 준 지난 1월26일의 나눔에는 긴 줄이 없었다.

 

지정한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오는 즉시 나누어 주니 주민들이 줄 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간단한 일을 왜 번번이 줄 세워 추위에 떨게 했는지 모르겠다.

거지 동냥하는 광고하려는 작태가 아니라면 진즉 바뀌어야 할 구태였다.

 

아무튼, 주민들의 입장을 헤아려 줘 고마울 뿐이다.

서울특별시의 ‘아름다운 동행’ 식권사업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공영개발과 민간개발을 사이에 둔 쪽방 주민과 건물주의 갈등으로

 재개발이 지연되고 있으나 윤석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눈치만 보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쪽방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낸다.

 

문제는 매서운 한파보다 언제 쫓겨날지 몰라 더 불안해 한다.

 

서울지역에 몇 남지 않은 쪽방촌인 동자동은 건물 63채에

한 평 남짓의 쪽방 1170칸이 벌집처럼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거주자 861명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절반 이상이고, 장애인 등록자도 10%를 넘는다.

 

주민 대다수가 50대 이상의 남성으로, 65세 이상 독거노인 비율도 35%에 달한다.

 

이곳은 병들고 늙어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죽지 못해 사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들은 웃풍이 심해 입을 열 때마다 입김이 나와 안경에 서리가 낀다. 

 

두꺼운 옷을 껴입어도 모자라 이불을 뒤집어 쓰고 전기장판에 의지해 사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연료비마저 폭등했다.

 

한파가 휩쓸고 간 지난 30일은 기온이 영상으로 올랐으나 쪽방촌의 냉기는 여전했다.

 

다가구 주택을 쪼개기한 방들이 다닥다닥 붙은 쪽방문은 낡은 목재라 불안하기 짝이없다.

 

취사시설이 없는 좁은 방에서 불을 지펴, 항상 화재에 노출되어 있다.

 

좁은 방이라 조그만 여유도 없어 복도에 둔 신발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공용 화장실은 설거지까지 하느라 아침녘이면 줄을 서야한다.

 

대부분 수십 년 된 건물이라 제대로 된 곳은 하나도 없다.

 

방음은 물론 누수로 계단이 얼어붙어 얼음판을 지나 다녀야 하지만,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해도 불편하면 이사 가라는 말만 반복한다.

 

한겨레 / 강창광기자

아무리 돈에 눈이 뒤집혀도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고은호기자

그럼에도 쪽방촌 주민들의 새해 소망은 소박하다.

 

언제 거리로 내몰릴지 모르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 온 곳에서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잠자리면 족하다빠른 재개발을 원한다.

 

2020년부터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논의된 동자동 재개발은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공공개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재개발은 건물주의 강한 반발에 막혀 있다.

 

 건물주들은 큰 수익을 낼 수 없는 공공개발보다 민간개발을 요구하며,

공공개발은 사유재산 침해라는 주장이다.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 쪽방촌 주민들은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한다.

 

만약 서울시나 정부에서 억지로 철거하고 내쫓는다면

 여섯 명이나 사망한 용산참사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노숙인들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그들은 찬 바람이 몰아치는 길바닥에서 위태로운 삶을 산다.

 

사람이 죽어가는 이러한 위중한 현실에 정부는 부자 감세 같은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하면 빈민들의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명심하여 조속히 대책을 강구하라.

 

사진,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