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개인전이 지난 819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 모나리자 산촌갤러리에서 열렸다.

 

전시 마지막 날 보게 되어 소식이 늦었지만, 꼭 기억하고 싶은 전시였다.

 

요즘은 전시 소개 글을 가급 적 쓰지 않는 편이다.

 

인사동에서 열리는 좋은 전시나 지인들 전시는 소개하지만,

그것도 다른 분이 쓴 글을 옮기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처럼,

이주영씨 전이 인사동에서 열리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정영신씨 사진전이 열리는 갤러리인덱스

전시작가가 가져온 전시 팜프렛을 보고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주영씨 그림은 빈민을 주제로 다루어 기대하고 있었는데,

전시 철수하러 왔다는 말에 서둘러 보았다.

 

전시가 열린 모나리자 산촌’으로 들어서니, 진득한 사람 냄새로 도배되어 있었다.

 

가난과 소외를 드러낸 사람들 모습은 어떤 예술적 울림을 뛰어넘었다.

 

 

 

인간애에 대한 손놀림 자체가 빈민의 숨결처럼 날이 서 있었다.

그러한 예술적 손놀림에 본성이 가려질까 경계한다.

 

 

 

 

사실, 나 역시 긴 세월 사람을 찍었으나 사람처럼 알 수 없는 것은 없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겉모양은 재현되지만, 그 사람의 본성은 드러낼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을 찍는 것보다, 사람 아는데 공을 들인다.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곽대원씨 말처럼

그의 그림은 뜬구름 같은 비평 용어가 들어갈 틈 없이 정직했다

 

아래는 작가의 글이다.

지동교 위엔 여전히 바람에 노출된 흔들리는 영혼들이 각자 초점 잃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많은 이들이 다소 안도하며 희망을 점치고 또는 불확실한 내일에 불안감을 갖기도 합니다.

어제가 내일인 이들은... 감히 예단하거나 건방진 미안함을 경계하며 내가 그리는 이 시간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 가는 나의 진정성의 몫이겠지요. 매일이 흔들림 속에 있네요.“

                                                                                  

사진, 글 / 조문호

 
그림 앞에 선 이주영

 




지난14일 오후6시 무렵, 충무로에 있는 ‘갤러리 브레송’을 찾았다.
김남진 관장과 홈페이지 제작에 따른 의논할 일이 생겼는데,
마침 이윤기씨의 ‘시간을 담다’ 사진전이 마무리되는 날이었다.






얼마 전, 김남진관장이 내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나,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한 게 잘 못이었다.
김남진관장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해, 결국 바쁜사람 고생만 시킨 셈이다.






나 역시 사진전 했던 서문과 작업노트 등 여러가지 기록들을 다시 쳐야 했는데,
돋보기를 치켜세워 독수리 타법으로 토닥거리려니 예삿 일이 아니었다.






15년 전에 홈페이지를 만든 적이 있으나 2-3년 운영하다 그만 둔적도 있다.
효용성이 없는데다 매년 도메인 사용료만 들어가 ‘창예헌’ 카페로 대체한 것이다.
'인사동 유목민'으로 명칭을 바꾸어 인사동 사람들의 소통공간으로 만들었으나 불협화음에 문 닫았다.

 6년 전 ‘인사동 사람들’이란 블로그를 만들어 개인정보 창고로 활용하고 있다. 



 


어차피 시작된 일이라 사진동지 정영신씨와 ‘브레송’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홈페이지 접속방법이나 활용방법을 알아보려면, 정영신씨 도움이 필요해서다.






김남진관장은 5박6일의 필리핀 촬영 여행에서 어제 돌아왔다고 했다.

정영신씨가 관장실에 들어가 설명 듣는 동안 전시장에서 김윤기씨 작품을 다시 보았는데, 
보리 흉년에 빨간 딱지가 무려 열 여섯 점이나 붙어 있었다. 완전 봄 사건이었다.






좀 있으니, 사진가 김문호씨와 이수철, 이주영씨 등 반가운 분들이 여럿 들어왔다.
아마 전시 쫑파티를 겸해 연락한 것 같았다.






어울려 술 한잔하러 갔으나 갈 때마다 어디 갈까? 망설인다.
그토록 음식점이 많지만, 딱 이거다 하는 음식점이 없어서다.
재고 재다 결국 ‘김삼보’로 들어갔는데, 만만한 게 돼지고기였다.






작품이 많이 팔려, 얻어먹는데 부담이 없어 좋았다.
김문호씨는 작가가 덕을 쌓아 작품이 많이 팔렸다고 했다.






나도 덕 좀 쌓으면 좋으련만, 요놈의 주둥이 때문에 되질 않는다.

덕은 커녕 원수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팔리지 않을 사진, 전시를 안 하니 팔 걱정은 없다.






한 때는 비싸지 말 것(가격 합리화), 보기 쉬울 것(작품의 대중화), 덕을 쌓을 것(고객 관리)등
삼대 고수레로 침을 튀긴 적도 있으나, 말짱 도루묵이었다.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욕심을 내려놓아 생활보호대상자가 되니 팔자가 늘어졌다.
거지 팔자 상팔자라는 걸 새삼 실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지구 나이가 45억년이다. 그 영겁의 시간 동안 지구의 환경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변하고 있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인류의 문명은 지구의 종말을 재촉할 뿐이다.

지질학자들은 빙하기가 도래한 후에는 지구도 화성처럼 죽을 것이라고 했다.

이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중심에서 벗어나,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라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명의 첨단화로 편리하게 사는 대신 환경오염은 날이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리고 사람 사는 것 또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인간성 상실로 몰아가는 문명의 첨단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기계처럼 살아가는 비정한 현실을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 중독성에 어쩔 방도가 없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인간의 욕망은 부풀어 올라, 터지기 직전에 있다.



    

 

지난 15일부터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는 김남진씨의 ‘Time Landscape’는 자연의 준엄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광활한 자연 배경에 끌어들인 조그만 인간의 형상으로, 자연회귀를 바라는 그만의 목소리를 토해내었다.


전시 작가인 김남진씨는 사진가이지만,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팔방미인이다.

기획자이자 갤러리 관장으로 사진 전반에 관한 일을 하지만, 돈 벌이 와는 거리가 멀다.

월말이면 갤러리 임대료 마련하느라 허우적거리지만, 결코 가난의 늪인 사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사진기획자 답게 사진의 경계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태원의 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선보였으나.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기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의 사진이다.

사진이라기보다 자연과 인간을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융합시킨 개념미술에 가깝다.



    




배경을 이루는 장면들은 미국 서부의 사막과 협곡을 지나치며 바라본 풍경이라고 한다.

데스밸리를 시작으로 유타 주의 에스컬란티, 브라이스, 캐니언랜즈, 모아브, 아치스와 지온 국립공원에서 만난 지구의 모습은

적게는 수백 만 년 전에서, 수십 억 년 전에 형성된 지구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형형색색의 암석이 빚어 낸 경관과 여러 겹의 퇴적암층으로 이루어진 협곡지대에서

지구의 깊은 속살을 본다는 경이로움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 풍경을 끌어들여 자연 속에 존재하는 미미한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시간의 지층 속에서 과거의 단초를 찾는 고고학자의 상상력처럼, 태고에 존재했을 것 같은 자연의 생명 이미지를 찾아내고자 했다.

광활한 자연을 담은 디지털 사진을 바탕으로, 20여 년 전에 찍은 알몸의 아날로그 필름 이미지를 디지털 스캔 작업을 통해 합성시킨 것이다.

시간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만의 이미지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가 찍은 자연 풍경 속에는 작은 프레임에 갇혀, 오므리거나 뛰쳐나갈 것 같은 다양한 자세의 알몸이 중첩되어 있는데,

태초로 돌아가려는 부질없는 인간의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원초적인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사진에는 자연 생명 이미지가 세월의 시공을 넘나들며 꿈틀대고 있다.

야성의 자연 속에서 벌이는 인간의 몸짓이 또 다른 시간 풍경을 연출했다.

결국 거대한 자연 속의 인간이란 미미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작가 김남진씨는 “Time Landscape’을 통해 자연에 동화되고 화합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자연적 삶을 나타내면서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엄준한 힘을 드러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 오프닝은 지난 15일 오후630분에 있었다.

별도의 오프닝 행사도 없이 양재문씨와 김영호씨가 사진전을 갖게 된 동기와

작품성향을 이야기했고, 김남진씨도 마지못해 나와 작가의 변을 풀어놓았다.


전시는 갤러리브레송’(02-2269-2613)에서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평일은 오전 1030분부터 오후 630분까지이고, 공휴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그런데, 남의 전시에는 사방팔방으로 연락해 불러 모우는 양반이,

정작, 자신의 전시는 연락을 안 해, 페북 보고 찾아 온 사람뿐이었다.

하기야! 스스로 자기 광고하기도 껄거롭겠지만, 사진가들이 작품 살 형편도 되지 않잖은가?

주위에 사진 좋아하는 컬렉터들에게 작품 추천이나 좀 해주길 바란다.

유명도가 있는 중진작가의 작품(95cm x 140cm 규격) 가격이 300만원이라면 싼 편이다.





그 날 참석한 분은 사진가 김문호, 양재문, 김영호, 이수철, 정영신, 박춘화, 박신흥,

이주영, 권 홍씨 등 20여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냥 헤어질 수는 없잖아...

충무로 명문 해물탕집에서 호프집으로 전전하며, 축하주 핑계 삼아 퍼 마셨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월3일 강남사거리의 미진프라자 22층에 자리한 ‘스페이스22’(02-3469-0822)를 찾았다.

좀 늦어 열림식은 끝난 후였고,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거나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주인공 안성용씨를 비롯하여 정진호, 이규상, 엄상빈, 김문호, 성남훈, 이갑철, 고정남, 조성기, 이 민,

곽윤섭, 신현림, 이주영, 안미숙, 정영신, 이은숙, 오윤택, 차재훈, 손진국씨 등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난 안성용씨를 잘 모른다. 단지 그 말 많던 최민식사진상 때문에 이름 석자를 알게 된 것이다,

사진도 인터넷에 뜬 두 사진가의 출품사진만 보았을 뿐이다.

수상자 최광호씨의 사진과 밀려난 안성용의 사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흥분 했던 것은

최민식선생의 인간을 향한 철학이 상의 기준에 배제되었다는 점과 고질적인 갑질에 대한 분노였다,

여지 것 끼리끼리 나누어 먹어 온 사진판의 상이란 게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지만,

아직까지 사진계의 더러운 풍토가 변하지 않고, 젊은 사진가들의 앞길을 막는 걸, 그냥 볼 수 없었다.






나에게 카메라를 들게 했던 최민식선생을 우습게 보는 모멸감도 작용했겠지만,

사진판의 더러운 갑 질을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상이 주는 명예보다, 삼천만원이나 되는 상금에 다들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다큐사진가들의 삶이란 하나같이 빈궁하기 그지없으니, 누군들 거금을 탐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돈을 걸고 작품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도 캐캐 묵은 일이지만,

얄팍한 논리를 앞 세워 칼을 휘두르는 꼴 자체가 웃기는 짜장면이었다.

사진의 우열에서 게임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은, 한 작가가 그 곳에 집착해 온 세월의 두께였다.

더구나 공모한 사진이 다큐멘터리사진이 아니던가. 잘 찍고 못 찍은 문제는 그 다음의 문제였다.

행사장에 몇 번 들려 찍은 사진과 4반세기를 지켜 본 사진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안성용씨는 특정지역을 찍었지만, 그 곳에 사람이 없었다면 긴 세월동안 찍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다큐멘터리사진은 사람이 우선이 아니던가?

단지 따뜻한 정감이 감도는 인간애는 배제되었지만, 사진에 드러난 사람을 통해 뒤틀린 삶의 반성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안성용씨는 산업사회에 대한 문명비판이라거나 철학적 성찰,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라는 점을 작업노트에 밝혔지만,

그 보다는 그 지역에 대한 각별한 연정을 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한 지역에 그토록 집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찍어놓은 포항 송도 사진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 많은 사진 속에 선택된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을씨년스러운 바다풍경이거나 아이러니하게 긴장감이 감도는 사진만 골라냈다.

마치 사실과 허구, 사진과 예술의 경계점을 보는 듯하다.






그의 사진에는 변해가는 포항 송도에 대한 깊은 연민의 정이 베어있었다.

아마 인간성 상실을 비판하는 것 같다.

이 전시는 24일까지 열리고, 10일 오후4시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있다.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눈빛사진가선 안성용의 '포항 송도'시진집도 출판되었다.
가격은 12,000원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전시 일정들을 살펴보다 아는 이름을 발견했다.
‘류가헌’에서 전시하는 이주영씨의 ‘Water Soul'이었다.
같은 이름일 수도 있겠으나, 주제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작가는 자리를 비웠지만, 전시된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신사임당의 표충도를 연상했으나, 아니었다.
수면의 수초를 찍었는데, 사물이 내게 말을 걸었다.

잔잔한 수면에서 알 수 없는 변화가 감지되었다.
마치 폭풍전야 같은 팽팽한 긴장감 말이다.
때론 편안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힘도 있었다.

사진심리치료라는 말이 이해되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 전시는 4월 12일까지 이어진다.

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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