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씨의 빛 그림 사진전 ‘시간을 담다’가 지난 2일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렸다. 





전시된 사진들은 그림처럼 아득한 그리움을 안고 있었다.

싱그러움이 느껴져, 젊디 젊은 사진가의 작업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사진을 찍은 이윤기씨는 칠순을 훌쩍 넘긴 노사진가라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은 유수같이 빠르다.
그의 사진에는 인생무상에 대한 안타까운 그리움이 배어있다.
이윤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흘러가는 그리움의 시간이고 세월이었다.
연분홍 빛 아름다웠던 사랑의 시간도 담겨있고, 힘겹고 암울한 고난의 시간도 담겨있다.
돌이킬 수 없는 억겁의 세월은, 장면 장면마다 그리움이 절절했다.






이윤기씨는 바람에 날려가는 시간과 세월을 붙들어 인화지에 뿌려 놓았다.
얼핏 보면 느린 셔터로 쉽게 찍을 수 있는 이미지로 볼 수도 있으나,
그의 사진에는 깊은 내공이 쌓여있다.
어쩌다 한 두 장이라면 우연성에 기대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아니었다.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형상화하기 위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낸 기억이다.





그리움의 시간들은 너무 아름다웠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리움이 꽃비처럼 흩날린다.
그렇게, 봄날은 가는 것이다.






사진 평론가 최연하씨는 서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작가가 붙잡고 싶은 십 분의 일초는 그가 사진에서 되찾고 싶었던 시간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근거인 풍경-세계 속으로 들어가, 살아왔고 살아가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겹쳐 운동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특이한 것은 무엇이 어떻게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는 우발적인 풍경이지만, 시간의 눈들이 분명하게 포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매 순간 세계가 선사하는 빛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기뻐하는 작가의 눈빛도 반짝인다. 자유롭고 귀한 몸짓이다.

작가는 아마도 작가 속으로 들어 온 바람과 더불어 ‘바깥’의 바람을 사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바깥(피사체)이 사진가의 내적 원리가 될 수 있음을 이윤기의 빗금 그어진 풍경을 보며 생각한다."






이 전시는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15일까지 열린다.






지난 6일 정오 무렵 ‘갤러리 브레송’을 찾았다.
누구 전시인지 어떤 사진인지도 모른 체, 김남진관장의 부름에 따른 것이다.
마침 밥 먹으러 갔는지, 김남진씨도 전시작가도 없었다.
사진을 돌아보며, 작가 이윤기씨가 누군지 궁금했다.




아름다운 풍경만 찾아다니며 복제하듯 찍어대는
아마추어 사진들에 진저리를 내 온 터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많은 생각을 끌어내는 사진에서 어렴풋이 작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에서 젊은 감성이 묻어났다.
전시장에 들어오는 작가를 만나보니, 성함만 기억 못했지, 잘 아는 분이었다.
전시 오프닝마다 숱하게 만나왔고, 술잔도 여러 차례 나누었던 분이 아니던가.
그 분의 사진도 처음 보았는데, 사진으로 이윤기씨를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전시를 돌아 본 후, 사무실에 들어가 김남진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사진가 박옥수씨가 들어왔다.

충무로에서 숱한 세월을 보낸 분이라, 이야기 듣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젊은 시절에는 문선호선생 스튜디오에서 일한 적도 있다며,
문선호선생의 세심한 성격과 사업적 수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금성출판사’와 손잡고 현대미술가100인선 화집을 만들어 돈도 많이 벌었단다.
어느 날 스튜디오에서 누드 모델을 촬영하신 후, 그 이틑 날 갑자기 돌아가셔서
복상사하셨다는 풍문이 돌았는데, 사실이 아니란다.






한 때는 제일 행복한 죽음이 복상사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차피 죽을 것, 황홀하게 마감하고 싶지만 살아남은 사람 생각에 안 될 것 같았다.
이윤기씨 사진처럼, 아름다운 꽃비를 날리고 싶었는데...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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