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 말리는 사진가 김영수씨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는 80년대에의 암울한 현실을 사진으로 저항했고,
1994년부터 ‘민사협’을 창립해 이끌었다.
‘민사협’에서 치룬 많은 전람회 중 광복60주년에 맞춘 ‘시대와 사람들’전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한 ‘한국현대사진60년’전이 대표적 업적이다.
물론, 독주에 의한 사진인들의 반발이나 등 돌리기도 심했지만,
한국사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임은 틀림없다.
우연히 사진첩을 뒤적이다, 오래된 그의 사진이 눈에 밟혔다.
1986년도 무렵, 인사동 작업실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전형적인 양아치 차림이나, 사진에서는 다소 맥이 풀린 듯하다.
변변한 집 한채 없는 처지에 무슨 열쇠 꾸러미는 옆구리에 찼는지 모르겠다,
때로는 편한 모습으로 농담도 했다.
“인간아~ 인간아~ 왜 사니? ”
병마에 시달릴 2010년 무렵, 인사동 ‘북스’갤러리에서
'인사동, 봄날은 간다' 사진전을 한 적 있는데, 힘들게 찾아왔다.
정인숙씨가 부축해 왔으나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 길에서 만났다.
"사진집 보면 된다"며, 체념한 그의 표정이 안 서러웠다.
그 모진 성격에, 어찌 술 유혹은 뿌리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어찌보면, 지저분한 세상에서 고생하는 것 보다 현명한 처사 같았다.
절친이었던 정동석, 문순우씨와 끝까지 화해하지 않고 떠난 것도 마음에 걸린다.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마무리를 왜 그렇게 하고 갔냐는 것이다.
“나도 머지않아 따라 갈 테니, 꼬불쳐 둔 귀똥 찬 천국주나 한 잔 맛보여 주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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