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공원에서 박옥수 선생을 만났다.

지난 26일 박사모 집회를 찍기 위해 고가에 올라갔더니,
뒤에서 옆구리를 쿡 찔렀다.
돌아보니 사진가 박옥수 선생이었다.

2년 전에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홈리스 추모식‘에서 만난 적이 있으나,
그 땐 사진 찍느라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다.

박옥수선생은 나보다 두 살 적은 49년생이지만, 20대부터 찍어 사진으로는 한참 선배다.
일찍부터 이형록선생의 ‘신선회’와 ‘싸롱 아루스’에 이어져 결성되었던,
‘현대사진연구회’의 회원으로 활동한 원로 사진가다.

차 한잔하기 위해 서울역사에 있는 커피체인점을 찾아갔다.
한 끼 밥값에 버금가는 찻값이지만, 자릿세로 생각하고 들어간 것이다.
요즘 박선생께서 페이스 북에 자주 올리는 70년대 사진이 궁금해서다.

박선생은 오랫동안 충무로에서 ‘토탈스튜디오’를 운영한 상업사진가다.
탈에 관한 사진이나 풍경사진은 더러 보았지만,
사회기록에 관한 사진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페북에 올린 사진 밖에 보지 못했지만, 뚜렷한 주제 없는 포괄적인 기록이었다.
더러는 세월에 숙성된 귀중한 사진들도 있었는데,
그토록 열심히 찍은 사진을 왜 묻어두었는지 궁금했다.

차 마시며, 지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모르는 사실도 많았다.
젊은 시절에는 ‘현대자동차’에서 일했다는 것이다.
차정환씨가 근무한 것은 알았지만, 박선생이 근무한 것은 전혀 몰랐다.

제일 먼저 미국 이민 간 이창진씨가 했고, 그 후임으로 박선생께서 맡았다는데,
차정환씨는 박선생 후임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파리를 비롯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포니’ 자동차 광고사진을 찍던 추억담도 들려주었다.

요즘 페북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사진이 현대자동차에 근무했던 시기였다.
추측컨대, 상업사진을 하다 보니 순수사진에 대한 갈증으로
틈틈이 기록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충무로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시절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일거리가 없어 집세를 내지 못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추석이나 설날 전에 몰려오는 상품 사진을 찍어, 밀린 집세를 내기도 했단다.

나도 한 때 박선생 스튜디오에서 신세 진 적이 있다.
‘동아일보사진동우회’ 일을 할 때인데,
‘동아국제사진살롱’ 도록에 들어갈 입상작을 급히 찍을 일이 생겨,
박선생이 운영한 ‘토탈스튜디오’로 가져가 도움을 받은 것이다.

갑자기 잊혀 진 시절의 오래된 사진들을 내놓은 것은
스튜디오를 정리하고 나서야 짬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후배의 도움으로 많은 필름을 스캔 받았다는 데,
그 사진 원고를 몽땅 출판사에 넘긴지도 한참 되었다고 한다.

아직 어떻게 하겠다는 확답을 듣지 못해 초조해 했으나,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기가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아무쪼록 좋은 결실 맺길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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