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북촌로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는 황규태선생의 'PIXEL'전에 들렸다.
무한한 시공간을 보여주는 선생의 끝없는 실험정신을 만날 수 있었다.






3개 층에 전시된 여러 형태의 작품들을 돌아보며, 전체적으로 텅 빈 느낌이 오는 것은 왜일까?
작은 픽셀로 이루어 낸 색의 패턴이 합쳐져 결국 사라진다는 말인가?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이란 말처럼, 모든 형체는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마치 선승이 던지는 화두 같았다.






선생께서는 60년대부터 필름 태우기. 몽타쥬, 이중노출 등으로 기존 사진틀을 깨며
새로움에 도전해 온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의 선구자로 알려진 분이다.
80년대부터는 디지털이미지의 시각 확장으로 젊은 작가들 기를 죽였는데,
선생의 연세가 이제 팔순을 넘기지 않았던가?






작업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는 방식도 젊은이들 빰 칠 정도로 자유분방하다.
그 열정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존경스러웠다.
아무리 창의력이 용솟음쳐도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인데 말이다.






그리고 충무로에서 열리는 윤한종의 ‘보이지 않는 존재’도 눈여겨 볼 전시였다.
전자부품 검사 장비인 정밀한 눈을 이용해 깨알 같은 전자 부품을 찍었더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결을 더러 낸 형상이 마치 우주처럼 낯설었다.
사진과 미술의 구분이나 과학과 예술의 경계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에 산다.






황규태 선생은 기하학적인 이미지로 무한한 시공간을 보여주었고,
윤한종씨는 미시적 결을 끄집어내 첨단화 되어가는 물질문명을 말했다.
디지털문명에 사는 우리들에게 이미지 정체성을 생각게 하는 전시들이다.






북촌로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는 황규태선생의 ‘픽셀’전은 4월 21일까지 열리고,
충무로 ‘반도카메라갤러리’에서 열리는 윤한종씨의 ‘보이지 않는 존재’는 3월 19일까지 열린다.



글 / 조문호



황규태 ‘PIXEL’





윤한종 ‘보이지 않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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