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누워 뒤척인 긴 시간의 피로를 걷어내려 촛불 아닌 카메라를 잡았다.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가 열린 지난 5일 오후3시 무렵, 지하철 서초역에 도착했다.




혼잡할 것 같아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나왔으나, 주변은 사람들로 꽉 찼다,
한마디로 인산인해였다.

또 하나 반가운 것은 태극기부대가 남용해 혐오감을 느껴 온 태극기를 되찾아 왔다는 것이다.




로터리를 중앙으로 사방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에서 전체 장면 장면을 볼 수 있어
어디든 자리만 잡으면 되지만, 한 자리에 머물 수는 없었다.
사진도 찍어야하지만 협력할 ‘광화문미술행동’ 팀도 찿아야 하고, 만나야 할 사람도 있었다,
사람에 밀려다니느라 자리 옮기기가 싶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를 헤매다 간신히 판화를 찍고 있는 김구씨를 찾았다.
판화 찍어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느라 정신없었다.
한 쪽에 보이는 ‘광화문미술행동’ 깃발따라 들어가니, 서예 퍼포먼스는 이미 끝난 후였다.

강병인, 정고암선생께서 글을 쓴 모양인데, 주위에선 풍물패가 신명을 지피고 있었다.




그런데, 글 써놓은 현수막에 드러누워 악을 써는 여자가 있었다.
진행요원들이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았는데, 의도적으로 손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아마 지난번 광화문 태극기 집회의 여기자 성추행 비판을 염두에 둔 해프닝인 것 같았다.
경찰도 손댈 수 없어 결국 여경들을 불러와 끌어냈다.




그 곳에서 반가운 분들을 줄줄이 만났다.
김진하씨를 비롯하여, 김진열. 류연복, 박윤호, 정영신, 이재민, 장경호씨를 현장에서 만났고,
또 다른 곳을 지나다 김재홍씨와 손기환씨를 만났다. 뒤늦게는 대전에서 온 이석필씨도 만났다.
페북에서 만나자고 한 기국서씨와 신윤택씨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는데,
사실 그 곳에서 사람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침 사진가 하형우씨를 만나 김문호씨와 합류하게 되었는데,
이수철, 정영신, 박윤호씨 등 사진가 여럿명과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었다.
반주까지 한 잔 곁들여...



나오다보니 편의점 앞 탁자에 반가운 분이 앉아 있었다.
강원도 양양에서 온 정덕수시인이 예쁜 아가씨를 데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류연복, 김이하, 김진열씨도 찾아왔다.



시골에서 온 정덕수씨가 편의점에서 막걸리를 사오기에
“오늘 집회서 받은 일당 받은 것 다 쓰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씩 웃는다.
일당은 커녕, 일 제쳐두고 찿아 오느라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오로지 개검들 조지고 싶은 충정 하나로 돈 써가며 몰려 온 사람들이니까...




검찰개혁을 외치는 함성이 서초동 일대를 뒤 덮었다.
그 함성에 막힌 가슴이 뻥 뚫리며, 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작은 기라도 보태려 나왔으나, 오히려 기를 받아 힘이 흘러 넘쳤다.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의 세가 하늘을 찌르니, 어찌 힘이 솟지 않겠는가?




사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대부분 공감하지만, 조국장관 수호에는 이견도 있다.
그분들의 말도 일리는 있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칸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거리에 나온 많은 사람들은 정치검찰로 목숨을 잃은 노무현 대통령을 상기시켰다.

조국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며, 그 때를 떠 올린 것이다. 
군중들의 손에 잡힌 피켓이나 외치는 구호가 잘 말해주었다.


‘이제는 울지 말자. 이번엔 지켜내자. 우리의 사명이다’



대표적인 구호가 ‘검찰 개혁 조국 수호’, ‘조국 수호 검찰 개혁’로 두 사안은 붙어 다녔다.
무대에는 소설가 이외수씨를 비롯하여 많은 시민들이 차례대로 나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말했다.

신나는 공연도 이어졌는데, 그 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탈 없이 잘 어울렸다.
늦은 시간까지 불편을 감수하고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지켜 준 대단한 국민이었다.




지난 10월3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태국기 집회와, 5일 서초동에서 열린 촛불 집회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
참여 인원수도 서초동이 더 많았지만, 그런 숫자놀음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자유한국당에서 동원한 집회와 자발적인 집회라는 차이점이 분명하고,
정당이 표면에 나선 것과 시민들이 주체가 된 것이 달랐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폭력에 의한 분노가 일었고, 한 쪽은 평화로운 놀이마당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세우는 논리나 어휘의 차원이 달랐다.
태극기부대에서 내세운 구호이긴 하지만 “문재인을 단두대로, 박근혜를 청와대로”란 현수막도 있었다.
이런 저질의 구호는 자유한국당 얼굴과 바로 연결된다. 그래서 태극기부대와는 거리를 두지만...
허구한 날 빨갱이 타령으로 덕 보더니, 저들 하는 짓이 빨갱이와 다를 게 뭐 있는가?
괜히 맛 불 놓는다고 돈만 쏟아 붙지만 헛짓 그만해라. “국 쏟고 뭐 디이는 격이다“




이제 보수정당과 연대한 정치검찰과 부패언론의 더러운 권력구조에 종지부를 찍어야한다.

긴 세월 일제에 빌붙어 권력을 휘두르다, 그 이후는 양놈에 달라붙어 죄 없는 국민을 빨갱이로 몰아 얼마나 많이 죽였는가?
제발 후손을 위해서라도 각성하라. 꼴통보수 정치인이건, 부패 검찰이건 새로운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초지일관 인간의 몸에 승부 거는 화가 정복수씨의 ‘몸의 극장’초대전이 열린다.
청담동 ‘갤러리세인’의 인체 주제 릴레이 기획전 ‘Face to Works’의 세 번째 주자다.
40년간 인체에 몰두해온 정복수씨의 몸 작업은 오늘의 현실에 뜻하는 바가 크다.
난 정복수씨의 작업을 몸으로 보기보다 사람으로 본다.






몸은 피조물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중심은 정신이 아니던가?
인간의 정신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표정인데,
정복수의 작품에 드러난 표정에서 인간의 양면성이나 교활함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을 보며 인간성을 잃어가는 절망적인 현실에 통분을 느낀다. 




 


몇 년 전 외딴 곳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 있는데,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마치 정형외과 병원처럼, 작업실 사방에 해체된 인체가 걸려 괴기스러움이 음습해 왔다.
팔 다리가 잘려나간 형체의 표정이 하나같이 고통스럽기보다 가증스러웠다.
마치 사악해 지는 인간의 실체를 보는 것 같았다.






이번 개인전은 ‘몸의 극장’이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발표하지 않았던 구작들과 최근에 그린 신작들을 내 놓았다.





파충류 피부처럼 보이거나, 벌레들이 구물거리는 것 같은 괴기한 몸도 있었다.
몸을 구부리거나, 하나같이 불편한 동작이었다.
다양한 표정을 가진 불구의 몸들은 각기 다른 말을 걸고 있었는데,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는 듯 했다.






전시장에는 초대작가인 정복수씨 내외와 정영숙 관장을 비롯하여
릴레이전의 선두자자 박종호, 성병희씨, 미술평론가 김성호씨,
화가 나종희, 김 구, 김재홍, 이경민, 이흥덕, 정종욱, 최경희,
함명수, 김종필, 홍선이, 홍성미씨 등 많은 분들이 모여 있었다.
전시장에 차려놓은 술상에서 목을 축이고 앉았으니,
화가 손기환씨와 사진가 정영신씨도 나타났다.






미술평론가 김성호씨가 정복수씨의 ‘몸의 극장’을 말했다.
“정복수의 회화 속 몸은 정신과 나눠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몸은 정신이자, 마음이다 이성, 정신, 영혼, 몸을 모두 ‘한 덩어리로서 안은 몸’이자
주체와 타자가 상호작용하는 몸이다. 추악한 몰골을 하고 있는 인간의 몸이란 긍정을
발현하는 장(場)으로 회화 속 몸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임을 표방한다.
결론적으로 정복수의 그로테스크적인 회화는 삶에 대한 긍정으로 충만하다”고 말했다.






긍정으로 보던 부정으로 보던 간에 인간에 대한 대수술은 이루어져야 한다.
뒤 늦게 등장한 미술평론가 윤진섭, 이태호, 김진하씨의 작품 평도 듣고 싶었으나, 욕심일 뿐이다.






뒤풀이 집으로 옮겨서야 입맛에 맞는 소주를 마실 수 있었다.
술자리 화두로 한 사람의 인격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머릿속은 온통 인간성 개조에 대한 고민이었다.
외과적 수술이 아니라 돈에 병들어가는 정신적 수술이 필요하다.
성질 같아서는 망치로 머리통을 깨부수어서라도 되돌리고 싶으나, 그럴 수는 없잖은가?
인간의 정신을 깨우칠 수 있는 전자기기로라도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정복수씨 작업노트 중 마무리 글귀 몇 줄을 곱씹었다.


 “인간의 껍데기는 그리고 싶지 않다.
나의 그림은 더러운 삶의 현실에 대한 구토와 절망의 조형적 몸부림이다.
내가 그린 몸은 밥이고, 사랑이고, 종교고, 전쟁터고, 희망이고, 세상이고, 우주다.






이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열린다. 매일 10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로 공휴일은 휴관이다.
‘갤러리세인’은 청담역10번 출구에서 가깝다. (문의전화 : 02-3474-7290)



사진, 글 / 조문호




































































김정헌 전 예술위원장, 46년 간 보관한 손기환 작품, 전시장에서 돌려 줘

2018년 04월 23일 (월) 17:16:08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day.co.kr

손기환의 ‘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 2부작이 오는 5월1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현상을 형상화한 작품들은 기민한 만화적 순발력을 회화에 끌어들여,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타! 타타타타타”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 메시지인가?


▲손기환, 타! 타타타타타, 130.3x192cm Oil on Canvas 1985.



무장헬기의 굉음을 소리로 나타낸 이 글은, 시각적 재미와 함께 문학적 요소도 가미되었다.

위로는 군화발이 부각되고, 아래로 몇 명의 군인들이 매달려 지나가는 낯설지 않은 풍경은,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 군사문화의 폐해를 한 마디로 정리한 걸작이다.

기울어져 있는 잠실 롯데타워 옆에 새떼와 전투기가 함께 나는 풍경도 있다.

녹색의 지평선과 주홍색의 하늘이 어긋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 장면은

성남비행장 활주로의 방향을 틀어 가며 빌딩을 세우게 한 정경유착을 꾸짖는 비판적 시선에 있다.



▲손기환, 죽음의 백조, 584x91cm Acrylic on canvas 2017. 미술평론가 김진하씨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희뿌연 ‘DMZ 풍경’은 마치 안개 낀 정국을 보는 것 같다.

풍경 위로 GP(초소)와 OP(관측소) 그리고 GOP에 관련된 일렬번호와 지뢰표시만 표기하므로 추상적 현실을 구체적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남북대치정국의 실감나지 않는 비현실적 현실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그 그림은 비현실적 공간이 돼버린 DMZ의 오늘에 대한 고발이며 응전이었다.




손기환, DMZ-풍경 240x100cm Acrylic on canvas 2012



‘DMZ-마주보기’시리즈에는 권력자들이 망원경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김정은과 이명박도 있고, 박근혜도 있다.

이들이 보고 싶은 것이 도대체 뭘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빅 카드라도 찾고 싶었나? 아니면 유치한 야동이라도 보고 싶었는가?

한 마디로 보여 주기 위한 국민을 기만하는 쇼에 불과하다. 웃기는 현실을 시로 뱉은 노동자시인 김신용씨 처럼 “조, 빠, 하~”다.



▲손기환, DMZ-마주보기 750X78cm(일렬설치) 2012-1995


손기환의 이미지 저장고는 수많은 시각적 기억들로 넘쳐난다.

오래된 사진 이미지에서부터 어린 시절의 딱지, 만화, 카툰, 민화, 책표지 등

이미 기호화된 대중적 이미지를 끌어들여 다양한 형식으로 말하고 있다.

적절한 이미지로 동시대의 정치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며, 만화와 회화와 판화가 지닌 표현기법과 양식적 특성 사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풍경을 연출해 낸 것이다.


▲손기환, 홍길동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00


작가가 분단과 DMZ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실향민 2세라는 성장 배경과 DMZ 최전방에서 근무했던 군대 생활도 연관 있다고 한다.

전쟁 직후 태어 난 세대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반공을 세뇌시키는 획일화된 교육환경과 유신독재정권의 무자비한 폭력,

그리고 광주학살의 만행으로 이어지는 암울한 시대를 체험하며 자라난 저항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전시 작품이 압수되고 구속되는 수난을 겪으며 이마에 별을 달기도 했다.

그런 몸소 겪었던 체험들이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아 난 것이다.



▲손기환, DMZ-산수 98cm Acrylic on Canvas2016



손기환은 파인아트에서 터부시하는 시각물을 가감하게 끌어들여 대중적 보폭을 넓히고 있으나, 고급문화의 속성을 거부하는 측면도 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색도 노란색이나 보라색 등 약간 병적인 색깔을 의도적으로 선택한다.

그런 팝적 요소를 구축하여 성공적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손기환, 불청객 803X 100cm Acrylic on Canvas 1985


손기환이 누구인가? 주재환, 신학철, 김정헌, 민정기, 박불똥 등 우리나라 민중미술을 이끌어 온 몇 안 되는 용병 중 한 사람이다.

다채로운 형식으로 정치적 모순을 비판하며 권력에 저항해 온 역전의 용사다.

지금은 국제 만화에니메이션 페스티벌 SICAF의 집행위원장과 잡지 ‘만화정신’의 발행인으로 화단보다 만화계에서 많이 활동하는데,

상명대학교 만화에니메이션과 교수이기도 하다.



▲손기환, 끌 수 없는 불-2 100x80


그런데, 2부 전시가 시작된 18일 오후5시 무렵, 화가 김정헌씨가 포장된 액자 하나를 들고 전시장에 나타났다.

사연 인즉 김정헌씨가 46년 전, 손기환씨와 화실을 같이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정헌씨는 대학원생 시절이고, 손기환씨는 균명중학교 3학년이었다는 것이다.



▲김정헌씨가 제자 손기환씨의 46년전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조문호


그 당시 손기환씨가 김정헌씨에게 사례로 드린 그림을 여지 것 보관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일찍부터 손기환씨의 작가적 기질을 알아보았던 모양이다.

전시를 축하하러 오며 아득한 추억 하나 챙겨 왔는데, 손기환씨는 46년 전의 감상에 젖는 또 다른 감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림으로 맺은 기나긴 세월의 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화가 손기환씨가 'DMZ 마주보기 작품 앞에 서있다. ⓒ조문호


작품집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김진하씨는 “고착된 기존의 제도적, 조형적 미학적 틀로부터 벗어나려는 손기환의 작업은 작업내용 뿐만 아니라 생태적인 면도 정치와 유사해 보인다. 또 기존에 제도화된 작가 중심의 미적 기득권의 고착된 위계를 해체하기 위해, 미적 근거를 대중적 ‘팝’의 영역에 두고, ‘팝’적 언어를 차용해서, ‘팝’적으로 관객과의 감각과 인식의 평등한 대면과 연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랑시에르적 ‘감각의 분배’도 일정정도 떠 올리게 한다. 자신을 포함에서 이미 사회적으로 제도화, 권력화된 미적 이데올로기나 위계에 대한 파열을 시도하며, 관객들 개별적인 감각으로의 수평적인 소통전략을 취하는 미적 태도다.“고 적었다.


전시는 인사동 ‘나무화랑’(02-722-7760)에서 5월1일까지 열린다.






손기환의 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 2부작이 오는 51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현상을 형상화한 그의 작품들은 기민한 만화적 순발력을 회화에 끌어들여,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 타타타타타이 얼마나 간단명료한 메시지인가?

무장헬기의 굉음을 소리로 나타낸 이 글은, 시각적 재미와 함께 문학적 요소도 가미되었다.

위로는 군화발이 부각되고, 아래로 몇 명의 군인들이 메 달려 지나가는 낯설지 않은 풍경은,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 군사문화의 폐해를 한 마디로 정리한 걸작이다.


 

기울어져 있는 잠실 롯데타워 옆에 새떼와 전투기가 함께 나는 풍경도 있다.

녹색의 지평선과 주홍색의 하늘이 어긋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 장면은

성남비행장 활주로의 방향을 틀어 가며 빌딩을 세우게 한 정경유착을 꾸짖는 비판적 시선에 있다.


 

그리고 희뿌연 ‘DMZ 풍경은 마치 안개 낀 정국을 보는 것 같다.

풍경 위로 GP(초소)OP(관측소) 그리고 GOP에 관련된 일렬번호와 지뢰표시만 표기하므로,

추상적 현실을 구체적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남북대치정국의 실감나지 않는 비현실적 현실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그 그림은 비현실적 공간이 돼버린 DMZ의 오늘에 대한 고발이며 응전이었다.


 

‘DMZ-마주보기시리즈에는 권력자들이 망원경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김정은과 이명박도 있고, 박근혜도 있다. 이들이 보고 싶은 것이 도대체 뭘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빅 카드라도 찾고 싶었나? 아니면 유치한 야동이라도 보고 싶었을까?

한 마디로 보여 주기 위한, 국민을 기만하는 쇼에 불과하다.

노동자시인 김신용씨의 시어처럼 , , ~”,


 

손기환의 이미지 저장고는 수많은 시각적 기억들로 넘쳐난다.

오래된 사진 이미지에서부터 어린 시절의 딱지, 만화, 카툰, 민화, 책표지 등

이미 기호화된 대중적 이미지를 끌어들여 다양한 형식으로 말하고 있다.

적절한 이미지로 동시대의 정치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며,

만화와 회화와 판화가 지닌 표현기법과 양식적 특성 사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풍경을 연출해 낸 것이다.


 

작가가 분단과 DMZ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실향민 2세라는 성장 배경과 DMZ 최전방에서 근무했던 군대 생활도 연관 있다고 한다.

전쟁 직후 태어 난 세대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반공을 세뇌시키는 획일화된 교육환경과 유신독재정권의 무자비한 폭력,

그리고 광주학살의 만행으로 이어지는 암울한 시대를 체험하며 자라난 저항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전시 작품이 압수되고 구속되는 수난을 겪으며 이마에 별을 달기도 했다.

그런 몸소 겪었던 체험들이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아 난 것이다.


 

손기환은 파인아트에서 기피하는 시각물을 가감하게 끌어들여 대중적 보폭을 넓히고 있는데, 고급문화의 속성을 거부하는 측면도 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색도 노란색이나 보라색 등 약간 병적인 색깔을 의도적으로 선택한다.

그런 팝적 요소를 구축하여 성공적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손기환이 누구인가? 주재환, 신학철, 김정헌, 민정기, 박불똥 등 우리나라 민중미술을 이끌어 온 몇 안 되는 용병 중 한 사람이다.

다채로운 형식으로 정치적 모순을 비판하며 권력에 저항해 온 역전의 용사다.

지금은 국제 만화에니메이션 페스티벌 SICAF의 집행위원장과 잡지 만화정신의 발행인으로 화단보다 만화계에서 많이 활동하는데,

상명대학교 만화에니메이션과 교수이기도 하다.


 

그런데, 2부 전시가 시작된 18일 오후5시 무렵, 화가 김정헌씨가 포장된 액자 하나를 들고 전시장에 나타났다.

사연 인즉, 김정헌씨가 옛날에 손기환씨와 화실을 같이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정헌씨는 대학원생 시절이고, 손기환씨는 균명중학교 3학년이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손기환씨가 김정헌씨에게 사례로 드렸다는데, 그 그림을 46년 동안 보관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일찍부터 손기환씨의 작가적 기질을 알아보았던 모양이다.

전시를 축하하러 오며 아득한 추억 하나 챙겨 왔는데, 손기환씨는 46년 전의 감상에 젖는 또 다른 감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림으로 맺은 기나긴 세월의 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작품집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김진하씨는 고착된 기존의 제도적, 조형적 미학적 틀로부터 벗어나려는 손기환의 작업은 작업내용 뿐만 아니라 생태적인 면도 정치와 유사해 보인다. 또 기존에 제도화된 작가 중심의 미적 기득권의 고착된 위계를 해체하기 위해, 미적 근거를 대중적 의 영역에 두고, ‘적 언어를 차용해서, ‘적으로 관객과의 감각과 인식의 평등한 대면과 연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랑시에르적 감각의 분배도 일정정도 떠 올리게 한다. 자신을 포함에서 이미 사회적으로 제도화, 권력화된 미적 이데올로기나 위계에 대한 파열을 시도하며, 관객들 개별적인 감각으로의 수평적인 소통전략을 취하는 미적 태도다.“고 적었다.


 

이 전시는 인사동 나무화랑’(02-722-7760)에서 51일까지 열린다.

전시와 함께 손기환, 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작품집(가격50,000)나무아트에서 발행되었다.

276면의 방대한 자료집이라 소장가치도 높다.

 

/ 조문호











 

 





셋째 수요일은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정 나누는 날이다.
인사동 어디서든 반가운 사람들이 인사도 나누고, 차나 술 한 잔하는 날이다.
일 년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인사동을 견우와 직녀가 만난 오작교로 생각하고 많이 들 나오시길...






지난 18일의 수요일엔 원로 문인과의 오찬 약속이 인사동 ‘나주곰탕’에서 있었다.
강 민, 구중서, 방동규, 김승환, 장봉숙씨가 나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곰탕 건더기를 안주로 소주 한 잔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한항공’ 오너 집안의 갑 질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문학평론가 구중서 선생께서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에 이어,
모든 원인은 가정교육이 잘 못되어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부모가 자식의 거울인데,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갑 질을 너무 많이 보아 온
자식들이 모두 체질화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가정교육은 잘 못되어도 한 참 잘못되었다.
자기 자식만 소중한 줄 알고 남을 배려하는 인성교육이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니 대개의 사람들이 개인주의에 빠져 사회 전체가 개판이 되어버린 것이다.


 

방동규선생께서는 가벼운 운동을 습관화 하라는 좋은 말씀도 주셨다.
옛날 새마을 운동처럼 틈만 나면 온몸을 푸는 운동을 하라는데,
순서나 요령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들은 몸의 각도를 어떻게 하라는 등 이런 저런 규칙을 정하지만,
몸에 익지 않으면 자기 편한 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지개를 펴는 것도 하나의 운동이라고 말씀하셨다.




식사가 끝난 후, ‘허리우드’에서 커피 한 잔했는데,
모든 계산을 장봉숙 선생께서 해버렸다.
점심은 쏘겠다고 일찍부터 말씀하셨지만, 찻값은 내가 내야 할 텐데,
낮술에 맛이 가, 허풍떠느라 놓쳐버린 것이다.




그 다음 일정은 ‘나무화랑’에 들려 손기환씨 전시를 관람하기로 했다.

가는 도중 임영주선생을 만나기도 했고, 40년 동안 인사동에서 행상하신 권경선씨도 만났다.

지팡이 짚고 4층까지 오르시느라 다들 고생 하였지만, 좋은 전시를 보게 된 것이다.
김진하관장이 반갑게 맞아주며 친절하게 작품설명을 해 주었다.




선생님들이 모두 떠나신 후, 저녁까지 기다리기 난감하여 사우나탕에 들려
물장난이나 치고 올 생각이었으나, 사진가 김수길씨를 만나 그를 따라 나서게 되었다.
‘부산식당’ 앞을 막 지나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의 반가워 하는 모습이 너무 정겨웠다. 몸까지 줄 것 같은...
화가 장경호씨와 ‘부산식당’에서 한 잔하다 지나가는 우리를 본 것 같았다.
그 자리에 퍼져 있다, 다시 ‘나무화랑’에 올라간 것이다.




전시 작가 손기환씨는 그 때까지 도착하지 않았지만,
김정헌씨를 비롯하여 박불똥, 박진화, 윤진섭, 이래훈, 김보중,
한상진, 송 창씨등 많은 화가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김정헌씨가 포장된 액자 하나를 김진하관장에게 전해주었다.
그 그림은 손기환씨가 46년 전에 그린 그림이라는 것이다.



사연 인즉, 김정헌씨는 옛날 손기환씨와 화실을 같이 사용했다고 한다.
김정헌씨는 대학원생 시절이고, 손기환씨는 균명중학교 3학년이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손기환씨가 김정헌씨에게 드린 그림을 여지 것 보관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일찍부터 손기환씨의 작가적 기질을 알아보았던 모양이다.
전시를 축하하러 오며 아득한 추억 하나 챙겨 왔는데,
손기환씨의 입장에서는 46년 전의 감상에 젖는 또 다른 감회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정겨운 모습이었다. 그림으로 맺은 정의 기나 긴 세월이...




좀 있으니, 학교 수업을 끝낸 전시 작가 손기환씨가 등장하였고,
화가 홍태림씨가 어여쁜 김은진씨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 날 김은진씨와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가져온 것이다.
처음 알게 된 가족연이지만, 홍태림씨가 가수 홍민씨의 차남이라는 것도 알았다.




모르는 분을 위해 결혼 날자와 예식장을 알려드리오니,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시면 고맙겠다.
5월 19일(토) 낮12시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5층 조병두국제홀’입니다.




술시가 되어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화가 정복수내외가 오랜만에 등장하였고,
미녀 김정숙씨도 만날 수 있었다.
술자리에는 사진가 김수길씨, 조해인 시인, ‘샘터’ 이종원 편집장이 자리 잡았고,
주인장 전활철씨는 찾아오는 손님 맞느라 분주했다.




조해인씨는 오래 전 방송국 구성작가로 활동할 때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느라 입에 침을 튀기고 있었는데,
정영신씨의 고향인 함평 손불면 이야기라 귀가 솔깃했다.
그러나 귀가 신통찮아 대략은 짐작이 가지만,
정확한 내용을 모르니 글도 쓸 수 없지만, 정영신씨에게 옮길 수도 없구나.




그 날의 술값은 물론, 돌아 갈 여비까지 김수길씨가 챙겨 주었는데,
이 원수를 살아생전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디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달에는 더 많은 분들 뵙기를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

손기환展 / SONKIHWAN / 孫基煥 / painting
2018_0404 ▶ 2018_0501



손기환_벽화를 위한 습작-불청객_혼합재료_190×300cm_198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71226c | 손기환 - 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8_0404_수요일_05:00pm


손기환 화집출간 기념展

1부 / 2018_0404 ▶ 2018_0417 / 1980~90년대 작품

2부 / 2018_0418 ▶ 2018_0501 / 2000년대 작품


관람시간 / 11:00am~06:3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 4층

Tel.+82.(0)2.722.7760


...중략... 손기환은 어째서 '정치적 팝'이라는, 기시감이 들 되 낯선 경향으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것일까. 답을 구하기 전에 먼저 그의 회화와는 다른 단서로 목판화를 거론할 필요가 있겠다. 손기환의 목판화작업은 회화에 비해 서정적이다. 또한 액티브한 칼맛과 이미지는 회화에 비해 표현적이기도 하다. 회화는 소재들과 역사적 의미항들의 재배치로 인한 사회적 사건과 현상을 '진술'하고, 목판화에서는 거기에 개인적 감성을 덧붙여서 '표현'한다. 다루고 있는 장르나 매체에 따라 자신이 정한 내용 전달방식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만화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회화, 정서적인 감수성의 회화적인 목판화, 기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의 혼성적 형식이 손기환의 작업들에서 장르들 간의 속성을 넘나들면서 서사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손기환_불청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80.3cm_1985


미디어마다의 어법이나 조형적 맥락을 달리하듯, 회화에서도 손기환의 소통을 위한 전략적 형식선택은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다큐멘터리사진·만화·카툰·민화·문인화·근대기 딱지본 책표지·딱지·극장 간판 형식 등 이미 기호화되고 양식화된 대중적 시각이미지의 차용에 따라, 비슷한 주제라 하더라도 구사하는 문법과 형식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효과적인 전달을 확장하기 위한 형식 실험을 계속 진행한 것. 적절한 시각적 표지와 이미지를 제시하며 동시대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발언을 해온 것이다.


손기환_타!타타타타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30.3cm_1985


이런 방식은 표현적·서정적 회화가 갖는 작가의 주관적 감성보다는 객관적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중적 기호들을 분단의 기표로 전환시키며 시각적 관습의 해체 및 의미구조의 재생산을 꾀한다. "뻔"한 대중적 기호들을 차용하면서, 그 뻔한 소재들의 의미를 박탈하고 이를 또 다르게 재맥락화하는 데콜라주Decollage 혹은 브리콜라주Bricolage로, 그 의미를 전유하고 또 재전유Re-appropriation한다는 것. 손기환 본인의 사회·역사적 관점을 정치적 통찰로 번안하기 위해 팝적인 소재와 어법들을 전용한 것인데, 이는 기성정치와는 다른 화가의 시점에서 현실을 조망할 때 가능한 일이다.


손기환_우리동네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94cm_1992


손기환_홍길동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3×100cm_2000


대중매체를 통해 소비되어진 보도(광고)사진이나 만화도상들의 차용은 스투디움Studium의 범주에, 그런 소재들을 차용한 재배치는 특정 의미로 작용하는 풍크툼Punctum으로 진화해서 기의화된다. 그러나 여기서의 풍크툼은 보통의 회화들과는 달리 '표현'에 의한 감성적인 '결론'보다는, 공감과 인지적 해석을 통한 내용 전달의 메카니즘을 말한다. 손기환의 작업이 작업내용뿐만 아니라 회화라는 매체의 개념까지, 즉 정치성을 담보하는 소통구조와 기제를 아우르는 인지적 연상과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며 현실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직접적인 선전과는 다른 지점이다.


손기환_DNZ-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200cm_2015


손기환_3。-죽음의 백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584cm_2017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손기환(뿐만 아니라 모든 참여적 작가의) 작품이 당장 정치적으로 기능을 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알제리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필요한 빵 한 조각보다 유용하지 못한 소설쓰기의 무력감을 토로했던 샤르뜨르의 경우처럼, 정치를 다루거나 말하는 작품들도 현실정치에 곧바로 작동될 수는 없다. 현실정치와 문화정치학적 입장으로 개진되는 예술행위와의 간극이다. 작품이 현실정치에 작동하는 것은, 미적 형식의 감상과 함께 작품과 관객 사이에서의 다층적 작용에 의한 해석의 결과로 인해서다. 작가의 기표가 관객의 기의로 콘텍스트화된 메시지가 공감을 통해서 증폭하며 사회적 연대가 될 때, 비로소 그 작품은 현실정치의 영역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중략 (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손기환의 회화 중에서) ■ 김진하



Vol.20180405c | 손기환展 / SONKIHWAN / 孫基煥 / painting


손기환展 / SONKIHWAN / 孫基煥 / printing
2016_0217 ▶ 2016_0227


손기환_한강-희망_목판화, 한지_55×78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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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관훈동 105번지) 4층

Tel. +82.2.722.7760


산수 판화 ● 일반적으로 그림 제목으로 「산수」라고 하면 동양에서의 자연 풍경을 그린 한국화로 일컫는다. 산수화는 크게 실재 풍경을 사생한 실경 산수와 심상의 이미지를 보지 않고 그린 정신적인 관념 산수로 나뉜다. ● 나는 전통적인 목판화의 기법으로 이미지를 판에 새겨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생각과 판화가 갖는 특성 중 가장 큰 소통의 대중성을 담아 오랫동안 작품을 제작해 왔다. 그간 제작한 작품들의 주제를 보면 풍경을 주로 해 왔으며 특히 실경을 사생하고 나름대로 해석한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초기작인 「강 건너 고향」은 다소 상징적인 이미지로 그려졌지만 실향이라는 정서에 기초 한 작품 시리즈였으며 이 작품들을 시작해서 수몰지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물의 노래」를 거쳐 주변 삶에 공존하는 분단의 이미지를 간직한 「우리 동네」로 이어졌으며 이후, 오랜 역사의 감성을 담고 묵묵히 흐르는 「한강」시리즈를 제작해 왔다. 최근에는 여행하며 보고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과 서정성 그리고 역사성을 담고 싶은 풍경「제주」,「통영」 등을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산수」로 쓰고 있는 풍경들은 대부분 사생에서 비롯되며 그림의 소재와 내용은 예전과 크게 바뀌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작품「산수」는 단지 관념적인 이미지를 말하는 건 아니며 약간의 관조적인 관점으로 우리 자연과 풍경을 편하게 바라보는 입장을 담아내고 있다.


손기환_제주_목판화, 한지_50×86.5cm_2013


손기환_산수_목판화, 부조, 한지_34×53cm_2014


손기환_산수_목판화, 부조, 한지_34×53cm_2014


손기환_산수_목판화, 한지_30×45cm_2015


손기환_산수_목판화, 한지_36×25cm_2015


손기환_산수-제주_목판화, 한지_30×90cm_2015


손기환_통영_목판화, 한지_34×53cm_2015


손기환_산수-희망_목판화, 한지_30×45cm_2015


손기환_청산대련 Ⅱ_목판화, 한지_30×45cm_2015


그리고 목판화를 제작하는 방식에서 「산수」라는 제목과 연관된 부분을 볼 수 있는데, 나의 목판화 제작은 우선 대상의 이미지를 다수 스케치하고 이 스케치를 한 이미지로 조립하고 정리하면서 목판에 옮기게 된다. 제판 시 이미지의 변화나 감성이 들어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즉흥적인 스케치와는 창작 스타일이 매우 다른 점이 있다. 제판, 인쇄 과정은 해석과 노동이라는 부분이 많이 들어가며, 이 과정에서 조형적 조립이 더해진다고 볼 수 있다. 목판에 바로 스케치를 하기 도 하는데 이렇게 작업을 해도 마찬가지로 이미지의 해석과 조율, 그리고 이미지의 변용이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직접적인 스케치나 페인팅하고는 매우 다른 판화의 미학을 보여주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프로세스에 관조적 관점을 더 한다는 생각으로 산수라는 제목을 붙여 본 것 이다. 대부분 실경 스케치에서 출발하는 실경 산수이지만 이미지의 해석과 조정을 거쳐 관념적이며 상징적인 이미지로 판화는 완성되게 된다. 물론 주변, 극 사실적인 풍경을 제작하는 목판화가(畵家) 들이 있지만 내 작업은 결과적으로 처음과는 아주 다른 지점에 도달한다고 볼 수 있다. 목판화로 우리의 삶과 자연을 닮은 현실감 넘치는 풍경을 만들어 내려는 눈의 모험과 작품의 실재성과 현실성 사이를 좀 더 가깝게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으로 앞으로도 새로운 기법과 새로운 노동을 더 해보려 한다. ■ 손기환



Vol.20160217e | 손기환展 / SONKIHWAN / 孫基煥 / pr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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