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일관 인간의 몸에 승부 거는 화가 정복수씨의 ‘몸의 극장’초대전이 열린다.
청담동 ‘갤러리세인’의 인체 주제 릴레이 기획전 ‘Face to Works’의 세 번째 주자다.
40년간 인체에 몰두해온 정복수씨의 몸 작업은 오늘의 현실에 뜻하는 바가 크다.
난 정복수씨의 작업을 몸으로 보기보다 사람으로 본다.






몸은 피조물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중심은 정신이 아니던가?
인간의 정신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표정인데,
정복수의 작품에 드러난 표정에서 인간의 양면성이나 교활함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을 보며 인간성을 잃어가는 절망적인 현실에 통분을 느낀다. 




 


몇 년 전 외딴 곳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 있는데,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마치 정형외과 병원처럼, 작업실 사방에 해체된 인체가 걸려 괴기스러움이 음습해 왔다.
팔 다리가 잘려나간 형체의 표정이 하나같이 고통스럽기보다 가증스러웠다.
마치 사악해 지는 인간의 실체를 보는 것 같았다.






이번 개인전은 ‘몸의 극장’이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발표하지 않았던 구작들과 최근에 그린 신작들을 내 놓았다.





파충류 피부처럼 보이거나, 벌레들이 구물거리는 것 같은 괴기한 몸도 있었다.
몸을 구부리거나, 하나같이 불편한 동작이었다.
다양한 표정을 가진 불구의 몸들은 각기 다른 말을 걸고 있었는데,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는 듯 했다.






전시장에는 초대작가인 정복수씨 내외와 정영숙 관장을 비롯하여
릴레이전의 선두자자 박종호, 성병희씨, 미술평론가 김성호씨,
화가 나종희, 김 구, 김재홍, 이경민, 이흥덕, 정종욱, 최경희,
함명수, 김종필, 홍선이, 홍성미씨 등 많은 분들이 모여 있었다.
전시장에 차려놓은 술상에서 목을 축이고 앉았으니,
화가 손기환씨와 사진가 정영신씨도 나타났다.






미술평론가 김성호씨가 정복수씨의 ‘몸의 극장’을 말했다.
“정복수의 회화 속 몸은 정신과 나눠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몸은 정신이자, 마음이다 이성, 정신, 영혼, 몸을 모두 ‘한 덩어리로서 안은 몸’이자
주체와 타자가 상호작용하는 몸이다. 추악한 몰골을 하고 있는 인간의 몸이란 긍정을
발현하는 장(場)으로 회화 속 몸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임을 표방한다.
결론적으로 정복수의 그로테스크적인 회화는 삶에 대한 긍정으로 충만하다”고 말했다.






긍정으로 보던 부정으로 보던 간에 인간에 대한 대수술은 이루어져야 한다.
뒤 늦게 등장한 미술평론가 윤진섭, 이태호, 김진하씨의 작품 평도 듣고 싶었으나, 욕심일 뿐이다.






뒤풀이 집으로 옮겨서야 입맛에 맞는 소주를 마실 수 있었다.
술자리 화두로 한 사람의 인격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머릿속은 온통 인간성 개조에 대한 고민이었다.
외과적 수술이 아니라 돈에 병들어가는 정신적 수술이 필요하다.
성질 같아서는 망치로 머리통을 깨부수어서라도 되돌리고 싶으나, 그럴 수는 없잖은가?
인간의 정신을 깨우칠 수 있는 전자기기로라도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정복수씨 작업노트 중 마무리 글귀 몇 줄을 곱씹었다.


 “인간의 껍데기는 그리고 싶지 않다.
나의 그림은 더러운 삶의 현실에 대한 구토와 절망의 조형적 몸부림이다.
내가 그린 몸은 밥이고, 사랑이고, 종교고, 전쟁터고, 희망이고, 세상이고, 우주다.






이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열린다. 매일 10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로 공휴일은 휴관이다.
‘갤러리세인’은 청담역10번 출구에서 가깝다. (문의전화 : 02-3474-7290)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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