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진화(進化)한다.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좋은 방향으로 도시가 진화할 수 있도록, 전략을 바르게 세우고 정책의 물꼬를 잘 터주어야 한다.
인사동도 자연스럽게 진화해야 한다.
상업주의에 물든 난개발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하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언제까지나 현상 유지만 고집할 수는 없다.
이제 진지하게 방향을 생각할 때가 왔다.

인사동이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 것인가.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워’, 인사동에 그리도 많이 모여드는가.

나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그리워, 인사동에 온다고 생각한다.
인사동의 작은 골목길에는 세월이 퇴적되어 있다.
그리고, 세월의 풍화작용 속에 이끼처럼 덮혀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은 나지막하고, 정겹고, 따스하다.
마치 시골 누이와도 같다.

인터넷 세상도 결국은 사람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사람사는 세상의 작은 ‘이야기’가 그리워, 사람들은 인사동을 찾아온다.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면, 해법은 스스로 분명해진다.

인사동 거리는 점차 잊혀가고 있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정겹게 들려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진화의 방향이다.
점차 잊혀져가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곳? 바로, 박물관이 그런 곳이다.
나는 인사동에 작은 박물관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믿는다.

방법은 있다.
서울시가 매년 시예산으로 백여평의 땅을 사고, 기업에서 작고 이쁜 박물관을 지어주면 된다.
일단 땅이 있고, 건물이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흔연히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한 복판인 인사동에 작고 이쁜 박물관이 지어지면, 기쁜 마음으로 평생모은 소중품을 내어놓을 소장자들은 많다.
그 분들은 평생을 다해서 한 분야의 물건들을 모아왔지만, 교통이 좋은 곳에 박물관을 지을 돈들은 대부분 가지고 있지 못하고,
그 사실을 항상 안타까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나면 열 개의 박물관들이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맑고 ‘울림이 있는’ 이야기들이 들려올 것이다.
서울시는 예산을 생산적으로 쓰는 셈이 된다.
그 땅이 서울시의 소유이기 때문에 시유지를 사두는 셈이 되고, 건물과 소장품도 덤으로 생기니 손해볼 것이 없다.
우리 옛 지도 박물관, 한지 박물관, 국악 박물관…

외국 관광객들이 오면 인사동에서 우리 문화의 빛깔과 아름다움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된다.

난초가 멀리까지 그 향(香)을 전하듯이,열 개의 박물관은 인사동 전체의 품격(品格)을 만들어 가는 추진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천년의 화두는, 어쩌면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일 것이다.
1조 5천억불의 자본이 투기 자본화하여 빛의 속도로 지구를 휘감고 도는 이 미친 ‘돈 황제’의 세상에,

인사동에 작고 이쁜 박물관 열 개를 만드는 것.
이것이 나는 국가와 서울시 정부가 추진해야 할 ‘문화전략’이라고 믿는다.


글 / 이두엽(문화전략연구소장·주식회사 문화전략21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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