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의 대표적 작가로 꼽을 수 있는 강찬모씨 초대전이 9월 4일부터 17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3층 특별관에서 열리고 있다.




어느 작가인들 인사동을 드나들지 않는 작가가 있겠나마는
강찬모씨를 인사동 작가로 지칭하는 것은 젊은 시절 창작의 허기를 인사동에서 메우며 길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인사동 사람들도 인사동에 거주해서가 아니라 군을 이루어 인사동 골목골목의 대폿집에서 낭만을 구가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다들 뿔뿔이 흩어져 살지만, 정신적 뿌리를 인사동에 둔 작가들이다.
이미 세상을 등진 작가들로는 강용대, 김용태, 김영수, 문영태, 여 운, 이존수씨 등을 떠올릴 수 있겠다.




60년대 명동에서 관철동으로, 관철동에서 인사동으로 아지트를 옮겨 온 민병산, 박이엽, 천상병씨 등 문인들이 첫발을 디뎠지만,

그 뒤를 이어 많은 작가들이 인사동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금의 인사동이 삭막해진 것은 층을 이룬 다양한 작가 군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풍미했던 낭만이 인사동의 풍류요, 인사동의 정체성이 아니던가?




지금의 강찬모씨는 술과 고기를 멀리하는 스님처럼 살지만, 그도 한 때는 두주불사였다.
인사동을 풍미했던 그의 기행은 전설이 되어 인사동을 떠돌 뿐이다.



각설하고, 강찬모씨의 작품을 가만히 쳐다보면 마음에 밀려오는 뭉클함이 있다.
억겁의 세월을 흘러온 설산의 세계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진다.
선연한 블루의 하늘과 히말라야 설산의 깊은 풍경에서
자연의 근원적 순수함과 생명의 숨결, 그리고 강인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그는 채색화를 전공한 화가답게 색의 마술사다.
한지에 전통채색 방식으로 그린 대작들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짙푸른 청색이 주는 신비로움은 자연 속으로 푹 빠져들게 한다.




작가는 자신의 영적 체험으로 얻어 낸 기운을 화폭에 쏟아내고 있다.
그의 명상이 물감으로 번지며 드러낸 설산은 차가운 한기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사랑의 빛에 휩싸이게 하는 것이다.




“하늘과 가까운 높은 곳에서 '히밀라야 블루'를 발견했어요. 그 푸름에 뭔가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히말라야 블루'는 영원을 향하는 소망, 무한한 사랑을 향한 날카로운 기도입니다”
그의 말처럼 그림에 나타난 것은 무한한 사랑에 의한 기도이니, 이미 선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강찬모씨 그림을 본 프랑스 평론가 Jean-Louis Poitevin의 말을 들어보자.
“우주의 하늘이 사유의 하늘을 만난다. 깨달음의 색채가 인간의 기다림 위로 열리고 둘이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이끌며
시각적으로 탐미적인 여정에 초대하는 것이다. 무관심으로 단절된 사람과 사람, 하늘과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난다.
강 찬모의 그림 세계는 절대적인 체험으로 향하는 문을 연다. 사람들이 화폭을 마주하고 눈물을 떨구는 까닭이다.
인상적인 것은 색과 형 등의 시각적 요소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화가의 철학적이고 심오하며 인간적인 우주의 통찰에 있다.
강 찬모는 하늘이 우리 가까이 있고, 내면의 눈이 외면의 눈을 통하여 화폭으로 다가가 무한을 경험할 수 있음을 이해한 독보적인 화가다”




강찬모씨는 요즘 뜨는 작가에 속한다.
수시로 초대전이 열리고, 프랑스 루브르 국립살롱전을 비롯한 해외 전시회도 여러 차례 참가했다.
해외 아트페어 에서 전 작품이 완판 되는 이변도 보였으며, 2013년에는 프랑스 보가드성 박물관 살롱전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막식이 열린 9월 4일은 내가 태어 난 날이 아니던가.
강찬모씨 전시 오프닝 상차림을 생일 상으로 여기며, 오후 6시 무렵 찾아갔다. 
전시 작가를 비롯하여 김명성, 조준영, 정복수, 송일봉, 박미산, 신성준, 조명환, 고중록, 김영국씨 등 많은 분들이 축하하러 왔더라.
돌아오는 길에 벽치기 골목에 들려 조해인, 김수길씨도 만났으나,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에 혼비백산 도망쳤다.


이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02-736-6347)에서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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