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회담하는 뉴스에 가슴이 벌렁 벌렁했다.
꿈도 꿀 수 없었던 통일이지만, 이젠 꿈이라도 꿀 수 있게 된 것 같다.
여지 것 살아오며 티브이 없는 것을 이처럼 안타까워 한 적도 없었다.
페북에 올라 온 뉴스로 보았으나, 큰 화면에서 보고 싶었다.


소원이라면, 죽기 전에 정영신씨와 북한 장터나 한 번 돌아보는거다.




이른 시간부터 축배 들자는 장경호씨의 호출이 있었지만,
하던 일만 마무리하고 가려는데,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서둘러 나가다 인사동 돌 턱에 앉아 노닥거리던 공윤희, 민영기씨를 만났다.
둘 다 술시를 기다리는 듯 했으나, 난 기다릴 겨를이 없었다.




몇 발자국 가다 이번에는 죽은 줄만 알았던 까딱이를 만난 것이다.
진짜, 죽은 사람 살아온 것처럼 반가웠다.
사라졌다 잊을 만하면 인사동에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근 이년 가까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숙자라 길거리에서 객사한 줄 알고, 인사동 골동 하나 사라진 것을 아쉬워 했다.




전에는 그를 만나면 도망치기 바빴고, 그는 쫒아오느라 정신없었지만, 이젠 달랐다.

둘 다, 너무 반가워 손을 덥석 잡고 멀건이 쳐다보았는데,
오히려 그가 나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꼬라지가 많이 상했네. 이빨은 어데 팔아 묵었노?”라기에
“자슥, 많이 칼 컬어 졌네, 어디 돈 많은 할마시라도 하나 걸렸나?” 서로 안부만 물었다.
그런데, 또 하나 바뀐 것은 평소처럼 돈 내라며 손을 벌리지 않았다.



같이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었으나, 그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녹차에 중독되어, 어렵게 탁발하여 녹차를 사 마시는 중놈 출신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보자며, 툇마루로 올라가니, 장경호씨와 박세라씨가 앉아 있었다.
옆 자리에는 테너 이동환씨가 젊은 친구들과 앉아 있었는데,
오늘 ‘통인오페라’를 마치고 후배들과 한 잔한다고 했다.
다들 축하주 마시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기분이 좋아 오늘 통일 만찬주는 내가 쏜다며 페북에 날렸는데.
댓글 올라오는 것 보니, 의외로 통일에 겁먹은 사람이 많더라.


갑자기 죽은 김용태씨가 생각나, 이차로 ‘낭만’으로 옮겼는데,
그 곳에는 성기준씨 패거리가 큰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김보영, 박영애씨 두 모녀를 세워두고, 죽은 용태한테 보낼 사진이라며 한 장 박았다.
그런데, 나올 때 박영애씨가 술값을 받지 않더라. 거지라 불상하게 여겼을까?
그나저나, 용태 주소를 몰라 어디로 부쳐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 3차는 ‘유목민’에 들려 임경일씨와, 임태종씨를 만났는데,
다들 기분 좋아 싱글벙글했다.
경상도 성주장 갔다 오는 정영신씨를 불러들여 마지막 축배로 끝냈다.




김정은이 덕분에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멋진 놈 인줄, 진정 난 몰랐네.


이러다 내가 받들어 모시는 교주 바뀔지도 모르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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