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김정은 덕에, '은평 평화공원’도 다시 보인다.
지난 토요일, 이청운씨가 ‘평화공원’에 나왔다는 정영신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서둘러 나갔더니, 아내와 딸을 대동하여 봄바람 쐬고 있었다.
여지 것 병석에서만 보다 야외에서 만나니, 예전으로 돌아 온 것 같이 반가웠다.
병원 갔다 오는 길에 공원에서 잠깐 쉰다고 했다.
둘 다 귀가 어두운데다 말도 어눌해 아내가 통역을 했는데,
서로 눈만 쳐다보며 마음 헤아리는 것이 나을 듯 했다.
빤짝이는 그의 눈과 예민한 표정에 기가 살아 있었다.
다시 붓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돌아가는 뒷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재기를 기원했다.
헤어진 후, 전활철씨와 장경호씨를 만나러 기사식당에 가야했다.
같이 식사한 후, 아들 조햇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가기로 약속한 것이다.
먼저 온 전활철씨와 자리 잡았는데, 정영신씨는 이정선씨를 데리고 나타났다.
이정선씨는 ‘열린 시대’와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는 두 가지 월간지를 발행하는
팔방미인의 여장부였는데, 기어이 밥 사주겠다며 함께 온 것이다.
된장찌개, 생선구이, 김치찌개 등 여러 가지를 잔뜩 시켜놓았는데,
장경호씨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했더니, 깜빡 잊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어 밥도 먹지 못하고, 선거사무소로 바로 가겠다고 했다.
아들 덕에, 선거사무소란 곳도 처음 가 보았다.
남의 일에 구호 외쳐가며 지지해 주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아들놈이 도움 준분들을 소개하며, 쪽팔리게 울어 버린 것이다.
그래, 눈물도 날만 할게다.
여지 것 애비라는 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무거운 짐만 지우지 않았던가?
우는 모습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뀌지 않았더라.
개소식이 끝난 후, 정영신, 장경호씨와 녹번동으로 왔다.
바쁜 걸음 치느라 밥도 먹지 못한 장경호씨는 얼마나 술 생각이 간절했겠나?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다, 평소엔 줄 서야하는 울릉도 물회 집에 들어갔다.
막걸리 세병에 소주 한 병 마셨는데, 그 때부터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치 보여 더 앉아 있을 수 없어 가까이 있는 정영신씨 집으로 이동했다.
가져 간 막걸리가 바닥나 상황 버섯주로 끝냈는데, 잘 숙성되었더라.
장경호씨는 햇님이 후원금 주라며 꼬불쳐 둔 비상금을 꺼내놓았다.
편치 않지만, 어찌 성의를 물리칠 수 있겠나?
그 날 하루는 희망을 본 하루였다.
더 이상 회생하지 못할 것 같은 이청운의 기가 살아나고,
바닥에서 몸부림치던 햇님이도 이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이 각박한 세상에, 아직 인정이 살아있음을 장경호가 보여주지 않았던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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