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간의 외유가 끝나면 습관적으로 인사동을 들린다.
늘 그렇고 그런 거리풍경인데다, 약속하지 않으면 아무도 만날 수 없으나 나간다.
마치 출근부 도장 찍듯 사진 몇 장 찍고 인사동 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군에 입대하는 정영신씨 조카 김희중이 저녁 식사 모임에 갔다.
역촌역 인근에 있는 그 고기 집은 한 사람 당 11,900원을 내면

원하는 고기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어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가는 곳이다.
난, 별로지만 따로 놀 수 없었다.






옛날에 비하면 요즘의 군대생활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엄마 되는 정주영씨는 마음이 편치 않은 듯 했다.
‘군대 가기 전에 총각 딱지는 떼고 가야하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떨고 있는데,
김명성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인사동 ‘유목민’으로 나올 수 없냐는 것이다.






술 마실 일도 아니고, 뭔가 의논할게 있다기에 안 나갈 수 없었다.
가능하면 정영신씨와 함께 왔으면 좋겠다는 부탁에 그만 일어나야했다.
인사동을 하루에 두 번 걸음 하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목민’에 들렸더니, 김명성, 전활철, 이상훈씨를 비롯하여
요즘 잘 보이지 않았던 화가 전인경씨와 허미자씨도 있었다.
술집 안주를 제쳐두고 중국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있었는데,
무슨 요리인지 모르지만 맛있게 먹었다.






김명성씨의 이야기로는 도봉산 입구에 매장을 차리는데,
주말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냐는 것이다.
이벤트의 성격을 띤 옛날 사진관을 재현하여
등산객들에게 옛날식으로 사진을 찍어 주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한 곳에 메이는 것이 마음이 걸렸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하니, 갑자기 의욕이 솟구쳤다.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초상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사람들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나이에 돈벌이 한다는 자체가 신나는 일이지만,
또 한 가지의 프로젝트에 메일 수 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일이었다.






그러나 주말에 꼭 가야할 곳들이 생길 일이 난감했다.
그래서 동지 정영신씨를 끌어들여 공동 작업으로 해 볼 생각을 한 것이다.
정영신씨는 학비를 벌어야 하니, 일을 나누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었다.
정선에 있는 옛날식 뷰카메라를 가져와 개조하기로 하고 일어났는데,
이상훈씨가 여비하라며 신사임당 두 장을 찔러 주었다.
몸이 피곤하던 차에 택시비까지 주어 편안하게 돌아왔다.





돈은 사람을 악마로 만드는 원흉이라 욕하지만, 사람을 편하게는 하였다.
그러니 돈의 중독성에 빠져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일까지 종종 생기지 않는가?
과연 욕심을 버리고 적당히 번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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