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조준영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인사동 좋아하는 사람들 얼굴 한번보자는 전화였다.
그러자는 답은 했으나, 몸이 피곤해 한 숨만 자고 갈 생각 이었다
한 시간만 자고 가려했으나, 그만 깊게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전화벨에 눈을 떠보니, 조준영씨 였는데, 오고 있냐는 거다.
시계를 보니, 지금 쯤 도착했어야 할 일곱 시였다.
엉겁결에 거짓말을 했다. 지금 지하철 타고 가고 있다고...






도착하니 조준영 시인을 비롯하여 뮤지션 김상현, 사진가 김수길, 연극배우 이명희,
화가 장경호, 유목민 주인장 전활철, 박혜영, 유진오, 공윤희씨 등 대략 열 명 쯤 모여 있었다.






전활철씨가 갖다 준 깔치조림에다, 허급지급 밥부터 먹었다. 살아남으려고..
한 잔 한 조준영시인의 목청 높은 소리가 밥숟가락 사이로 흘러왔다.






“박근혜는 뭘 모르는 바보지만, 이명박이는 진짜 나쁜 놈입니다.
그 놈은 돈 밖에 모릅니다. 억지로 잡은 대권도, 대권보다 이권이 먼저입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난, 박근혜나 이명박보다 더 나쁜 것들은 언론이라 생각한다.
명색이 대통령으로 나온다면 그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내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무슨 득 좀 보려고, 쉬쉬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수의 국민은 언론이 바람 잡는데로 찍은 것이다.
“얼마나 분하겠느냐? 내 손가락으로 찍은 대통령이 저런 바보였고,
저런 도둑놈이었다는 것이...

” 씨발! 찍은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






정치이야기 하면 열 받으니까, 가요반세기로 돌아갔다.
임희숙의 ‘진정 난 몰랐네“로부터 남인수의 ’비나리는 호남선‘에 이르기까지
김상현씨의 애절한 노래가 슬펐는데,
갑자기 아마추어 가수 전활철씨가 나타나 ’청춘‘을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오랜 울분이 치솟았다.






술자리에서는 아가리 닥치고, 남의 이야기나 듣다가,
술 취하면 조용히 사라질 것을 스스로 약속해 살며시 빠져 나오니,
화가 장경호씨의 술 취한 행복한 노래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뒷동산 아지랑이 할미꽃 피면 꽃댕기 매고 놀던 옛친구 생각난다

그시절 그리워 동산에 올라보면 놀던바위 외롭고 흰구름만 흘러간다

모두 다 어디갔나 모두 다 어디갔나~”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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