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

손기환展 / SONKIHWAN / 孫基煥 / painting
2018_0404 ▶ 2018_0501



손기환_벽화를 위한 습작-불청객_혼합재료_190×300cm_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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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404_수요일_05:00pm


손기환 화집출간 기념展

1부 / 2018_0404 ▶ 2018_0417 / 1980~90년대 작품

2부 / 2018_0418 ▶ 2018_0501 / 2000년대 작품


관람시간 / 11:00am~06:3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 4층

Tel.+82.(0)2.722.7760


...중략... 손기환은 어째서 '정치적 팝'이라는, 기시감이 들 되 낯선 경향으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것일까. 답을 구하기 전에 먼저 그의 회화와는 다른 단서로 목판화를 거론할 필요가 있겠다. 손기환의 목판화작업은 회화에 비해 서정적이다. 또한 액티브한 칼맛과 이미지는 회화에 비해 표현적이기도 하다. 회화는 소재들과 역사적 의미항들의 재배치로 인한 사회적 사건과 현상을 '진술'하고, 목판화에서는 거기에 개인적 감성을 덧붙여서 '표현'한다. 다루고 있는 장르나 매체에 따라 자신이 정한 내용 전달방식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만화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회화, 정서적인 감수성의 회화적인 목판화, 기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의 혼성적 형식이 손기환의 작업들에서 장르들 간의 속성을 넘나들면서 서사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손기환_불청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80.3cm_1985


미디어마다의 어법이나 조형적 맥락을 달리하듯, 회화에서도 손기환의 소통을 위한 전략적 형식선택은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다큐멘터리사진·만화·카툰·민화·문인화·근대기 딱지본 책표지·딱지·극장 간판 형식 등 이미 기호화되고 양식화된 대중적 시각이미지의 차용에 따라, 비슷한 주제라 하더라도 구사하는 문법과 형식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효과적인 전달을 확장하기 위한 형식 실험을 계속 진행한 것. 적절한 시각적 표지와 이미지를 제시하며 동시대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발언을 해온 것이다.


손기환_타!타타타타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30.3cm_1985


이런 방식은 표현적·서정적 회화가 갖는 작가의 주관적 감성보다는 객관적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중적 기호들을 분단의 기표로 전환시키며 시각적 관습의 해체 및 의미구조의 재생산을 꾀한다. "뻔"한 대중적 기호들을 차용하면서, 그 뻔한 소재들의 의미를 박탈하고 이를 또 다르게 재맥락화하는 데콜라주Decollage 혹은 브리콜라주Bricolage로, 그 의미를 전유하고 또 재전유Re-appropriation한다는 것. 손기환 본인의 사회·역사적 관점을 정치적 통찰로 번안하기 위해 팝적인 소재와 어법들을 전용한 것인데, 이는 기성정치와는 다른 화가의 시점에서 현실을 조망할 때 가능한 일이다.


손기환_우리동네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94cm_1992


손기환_홍길동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3×100cm_2000


대중매체를 통해 소비되어진 보도(광고)사진이나 만화도상들의 차용은 스투디움Studium의 범주에, 그런 소재들을 차용한 재배치는 특정 의미로 작용하는 풍크툼Punctum으로 진화해서 기의화된다. 그러나 여기서의 풍크툼은 보통의 회화들과는 달리 '표현'에 의한 감성적인 '결론'보다는, 공감과 인지적 해석을 통한 내용 전달의 메카니즘을 말한다. 손기환의 작업이 작업내용뿐만 아니라 회화라는 매체의 개념까지, 즉 정치성을 담보하는 소통구조와 기제를 아우르는 인지적 연상과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며 현실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직접적인 선전과는 다른 지점이다.


손기환_DNZ-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200cm_2015


손기환_3。-죽음의 백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584cm_2017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손기환(뿐만 아니라 모든 참여적 작가의) 작품이 당장 정치적으로 기능을 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알제리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필요한 빵 한 조각보다 유용하지 못한 소설쓰기의 무력감을 토로했던 샤르뜨르의 경우처럼, 정치를 다루거나 말하는 작품들도 현실정치에 곧바로 작동될 수는 없다. 현실정치와 문화정치학적 입장으로 개진되는 예술행위와의 간극이다. 작품이 현실정치에 작동하는 것은, 미적 형식의 감상과 함께 작품과 관객 사이에서의 다층적 작용에 의한 해석의 결과로 인해서다. 작가의 기표가 관객의 기의로 콘텍스트화된 메시지가 공감을 통해서 증폭하며 사회적 연대가 될 때, 비로소 그 작품은 현실정치의 영역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중략 (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손기환의 회화 중에서) ■ 김진하



Vol.20180405c | 손기환展 / SONKIHWAN / 孫基煥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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