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자도 똑 같은 사람이다.

그들도 눈 오면 나중에 잘 걱정은 둘째 문제고 다들 좋아한다.

 

지난 12일은 인사동 '나무아트'에서 열리는 ‘말하고 싶다’전 설치하는 날이었다.

출품작을 챙겨들고 서둘러 나갔는데, 인사동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출품 사진만 관장께 전해주고 강아지처럼 쪼르륵 내려갔다.

눈 치울 일이나 미끄러운 것은 나중 문제고, 왜 그리 좋은지 모르겠다.

날씨가 포근해 내리는 쪽쪽 녹아 내렸으나, 거리를 휘젓고 다녔다.

 

갑자기 노숙자들이 생각나 서울역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눈이 녹아 질퍽한 자리에 종이 깔고 술 마시는 패거리도 있고,

어슬렁거리는 등 평소의 풍경과 별 다를 바 없으나

다들 쌍판데기에 웃음이 만연했다.

 

당장 술 마실 자리조차 불편하고, 얼어붙어 잘 걱정이랑 나중 문제였다.

서울역에 온지 10년차라는 김계열은 온갖 똥 폼 다 잡고 광장을 활보하고 다녔다.

오늘 인터뷰 대상을 계열이로 낙점했다.

 

어디 가서 소주나 한 잔하자며 꼬셨는데,

눈 내리는 질퍽한 자리에 앉아 마시기가 거시기해 식당을 찾아 나섰다.

물주 나타난 것을 눈치 챘는지 곽학봉이가 따라 붙었고,

지난 번 인터뷰 사례금 받았던 최완구도 왔지만,

눈 오는 날 술 한잔하려는 걸 말릴 수는 없었다.

 

그런데 '치킨뱅이'라는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는데, 계열이가 들어오지 않았다.

입구에서 노숙자라며 들어가는 것을 제지한 것이다.

주인공이 빠져서도 안 되지만, 사람 차별하는 데 부아가 치밀었다.

주문 하라지만 다시는 안 온다며 나와 버렸다.

싸가지 없는 집에서 마시면 마음이 편하겠는가?

 

요즘 노숙자들이 구호물품으로 방한복을 얻어 걸친 데다

마스크까지 써 누가 노숙잔지 잘 모른다.

그런데, 계열이는 눈 오는 날 폼 잡는다고

가방 속에 숨겨 둔 허럼한 롱코트로 갈아입은 모양이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였다.

그 곳에선 코트를 벗어 들고 갔으나, 계열이만 못 들어가게 막았다.

얻어먹으려면 옷이라도 잘 입어야 한다는 옛말이 딱 맞았다.

 

차라리 평소대로 가게에서 소주 사와 먹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길거리 서서 소주 마시니, 다리가 아팠다.

우리 동네 아는 식당에서 한 잔 더 하려고 지하도를 건너 왔는데,

계열이와 완구는 어디로 새버리고 학봉이만 따라왔다.

 

중국집에 들어가 잡채하나 시켜놓고 소주 두병 깠는데,

생각치도 못한 학봉이가 인터뷰 상대로 바뀌어, 나는 그를 묻고

그는 나를 묻는 쌍방 인터뷰가 되어 이야기가 길어졌다.

 

환갑을 한해 남긴 학봉이는 마누라와 이혼하고 떠돈 지가 오 년째란다.

지금은 주거급여를 받아 동자동 여인숙에서 지낸다기에,

왜 쪽방에 안 살고 오만원이나 더 들어가는 여인숙에서 사느냐고 물었더니,

쪽방은 아침에 화장실 가려고 줄서는 게 지겨워서란다.

 

한양대를 중퇴하여 미8군에서 통역을 하며 가정을 꾸려갔는데,

아내가 바람 피웠다며 이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판사가 이혼하려는 이유를 물었더니, 신뢰할 수 없어서란다.

아내는 이혼하고 외국으로 이민 가 버렸는데,

이젠 그 미움이 그리움으로 변한 것 같았다.

 

중국집 창 너머는 백설이 휘날렸다.

밖에 나가 학봉이 기념사진도 찍고, 미끄럽지만 동자동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다시 중국집으로 돌아오니 학봉이가 훌쩍이고 있었다.

눈 내리는 걸 보니 옛날 생각난다는 것이다.

 

전화 좀 빌려 달라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어 눈물이 바가지다.

 

하나 남은 친구인 것 같은데, 운다고 떠난 임이 올소냐?

요즘 유행어처럼 “있을 때 잘해”란 말을 사내들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이젠 나에 대한 심문이 시작되었다.

심문의 답은 동자동 쪽방에 들어 온지도 그와 같이 5년째다.

쪽방에 들어 온 후부터 돈 걱정 없이 내 하고 싶은 일 하며 산다고 했다.

 

사진 찍어 뭐 할 것이냐기에 우리 살아 온 책 만들 것이라 했다.

출판사에 원고 넘겨 몇 개월 후에 책 나올 것이라며 떠 벌렸다.

언제까지 동자동에 살 것이냐고 묻기에 다들 떠날 때 까지라 했다.

 

책 나오면 술 한 잔하기에, 서울역광장에서 잔치 벌일 작정도 했다.

광장에서 현수막 전시 했으면 아주 좋겠으나 허락해 줄리 없고,

‘서울역 역사관’에 기획안 넣어 당사자들이 볼 수 있는 전시를 열고 싶다.

 

이젠 술이 올라 쪽방에 올라가야 했다. 4층까지 올라가려면 힘들어서다.

학봉이는 한 잔 더 하고 가겠다기에 주머니 털어주고 먼저 일어섰다.

미끄러운 눈길이라 발에 신경을 많이 써 그런지, 발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자리에 누워 곰곰이 생각하니 남의 일이 아니었다.

부랑자는 타고 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나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사진, 글 / 조문호

 

몇일 전 페친 강명자씨로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며 100만원을 보내왔다.

고맙게 받았으나 어떻게 나누어 주어야 할지 걱정되었다.

물론, 노숙인 쉼터나 밥 나누어 주는 단체에 보내주면 간단한 일이지만,

보낸 사람이 그걸 몰라서 나에게 보냈겠는가?

노숙하는 어려운 분들에게 바로 전달해 주고 싶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결정해야 했다.

그들에겐 현금이 제일 필요한데, 만 원 정도는 가볍게 여긴다.

비상금으로 간직하려면 신사임당 한 장이 딱 좋은데, 20명을 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나누어 줄 수도 없고, 누군 주고 누군 안 줄 수도 없다.

이왕이면 아는 노숙인 주고 싶지만, 자칫하면 갑 질하기 십상이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인터뷰를 하고 사례비로 지급하기로 했다.

말이 인터뷰 사례비지 이름과 나이, 어려운 점 정도만 이야기 해 주면 된다.

거지 적선이 아니고, 당당히 말하고 수고비로 받으라는 것이다.

일단 인터뷰에 응해주는 사람에 한하되, 잘 아는 노숙자나 알콜 중독자는 제외하기로 했다.

 

내일부터 마땅한 사람들을 찾아 나설 계획인데,

서울역광장에 코로나 선별검사소가 생겨 다들 쫓겨났다.

요즘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자정이 가까웠으나 서울역으로 나가 보았다.

 

몇몇 사람은 라면박스를 모아 관처럼 만들어놓았더라.

자는 사람도 있고, 잘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의 제안에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사례비를 준다 해도 인터뷰란 말에 두 사람이나 손사래 쳤다.

돈도 싫어하는 걸 보니,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사기꾼으로 보였던지...

 

강 훈씨 (69세)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올해 69세인 강훈씨와 60세인 이미자씨 인데,

강훈씨는 이혼하고 거리에 나선지가 십 오년이 되었다고 한다.

노가다 판에 나가 벌기도 했으나, 이젠 힘들어 못한단다.

이미자씨는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더라.

연신 깡통에 침을 뱉으며 횡설수설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에게 사례비로 오 만원씩 드리고 돌아왔다.

 

이미자씨(60세)  

 

내일은 아침식사 배급할 때 나가봐야겠다.

아무쪼록 자선한 분의 따뜻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어

노숙하는 분들에게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 조문호

 

서울역광장 주변에 모여 있는 노숙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함께 어울려 놀아도 아무도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 없다.

행인들이 노숙자들을 지렁이 보듯 피해 다니니, 코로나에 감염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밥 주는 사람이나 복지사들 뿐이다.

슬픈 일이기는 하나, 한편으로 전염병 유입을 막을 수 있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22일의 동자동 풍경은 몇몇 사람만 거리를 오갈 뿐 한산했다.

만물상 차량과 식료품 파는 차량이 골목골목 대기하고 있었지만, 찾는 손님은 없었다.

 

큰 길가에는 두 내외가 끌고 다니는 폐지 수집하는 삼륜차가 서 있었지만.

동자동 안쪽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쪽방촌에는 폐지 수거하는 분들이 많아 그들의 밥벌이를 침해하지 않겠다는 배려리라.

 

흔한 일이기는 하나, 누군가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도 나 붙었다.

‘식도락’ 문에 고)옥남일씨 부고가 붙었는데, 한창 나이에 무슨 병으로 죽었을까?

장례 날자가 정해지지 않은 걸 보니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것 같았다.

 

동자동 주변에는 대형 건물들이 많아 점심시간에는 젊은 회사원들로 붐빈다.

주차장 옆 공터에는 항시 흡연족들로 넘쳐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어울려 담배를 피워도 누구도 제재하지 않는다.

코로나가 담배연기를 싫어할까? 아니면 흡연족은 사람도 아닐까?

 

나 역시 담배를 피우지만, 흡연자의 공중도덕은 심각한 지경이다.

무심코 던진 담배공초가 바닥을 잔뜩 어지럽히고 있었는데,

그 쓰레기를 쪽방 촌 노인들이 치운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요즘은 서울역광장에 중구 코로나 선별검사소가 생겨

그 곳에 모여 있던 노숙자들이 모두 쫓겨났다.

 

지하도나 서울역 인근 구석구석에 틀어박혀 숨죽이고 있다.

가난할수록 전염병에 의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그중에서도 노숙자는 코로나의 최대 피해자다.

 

밥 주는 집이 문 닫는 곳이 많아 끼니 해결도 어렵지만,

적선하는 손길조차 그들은 피해 다닌다.

 

어저께는 페친인 강명자씨로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노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선이라 고맙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막상 나누어주려니 누구를 선정할 것이며, 주는 방법도 걱정이다.

그들에겐 돈이 제일 필요하지만,

알콜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온 몸이 쏙 들어가는 침낭이 제일 필요하지만,

새 침낭을 주면 남대문시장에 가져가 싼값에 팔아버리니 그게 문제다.

 

일단 만나 그들의 의중부터 살펴보아야겠는데.

사람 만나는 일이 잦은 내가 전염병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전지역에 있는 그들에게 전염병을 감염시켜 줄 초상 치루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서울역광장의 선별검사소에 가서 코로나 검진부터 받았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으나, 대부분 젊은이 뿐이었다.

 

노숙자나 쪽방 촌 주민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기야! 노숙자들은 그렇다 치고, 대면을 기피하는 쪽방촌 주민보다

상대적으로 외부접촉이 잦은 젊은이들의 검사가 더 필요할 것 같다.

 

검사결과가 언제 통보될지 모르지만, 그 때까지 기다려보자.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시가 ‘서울역쪽방상담소’ 규모를 2배 이상 확장하여 기존 시설에서 약 100m 떨어진 용산구 후암로 57길 9-12로 이전해 지난 12월 10일 개관했다.

 

2014년 6월 문 연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주민들의 복지나 인권 등 애로사항을 들어 지원 사업을 펼쳤으나, 고질적인 주민 줄 세우기 등 주민편의 보다 운영편의에 치중해 주민들의 많은 불만을 사기도 했다.

주민 공동이용시설이자 복합 커뮤니티 센터로 탈바꿈한 ‘서울역쪽방상담소’는 그동안 ​여러 곳에 흩어져있던 세탁실, 샤워실, 화장실, 쉼터, 자활작업장 등을 한 건물 안에 조성해 원스톱 통합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서울시내 쪽방상담소(서울역, 남대문, 돈의동, 영등포, 창신동) 5개소 중 하나로 서울역 인근에 있는 동자동 쪽방 주민 약 천 백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용수요가 가장 많은 상담소이자 이용자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다.

 

​서울시에서는 쪽방상담소 이전을 위해 인근 건물을 지난 해 새로 매입했다고 한다. 여인숙이 밀집한 골목건물을 매입하여 1월부터 건물 구조 보강, 엘리베이터 설치 등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해 11개월 만에 공사를 마쳤다. 이전한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지하2층~지상4층으로 기존 상담소 보다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

​지하1층의 ‘돌 다릿골 빨래터’, 지하2층 샤워실은 위생 관리가 어려운 쪽방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다. 인근 쪽방 주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같은 층에는 쪽방 주민이 모여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자활작업장도 설치했다.

 

​지상1층에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여 쪽방 주민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꾸몄다. 2층 상담실에선 복지상담, 정서지원, 생필품 후원 연계 등 주민들의 욕구에 맞는 맞춤형 생활안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상3~4층에는 쉼터, 프로그램실, 정보화교육실 등을 설치했다. 쉼터는 에너지 취약계층인 쪽방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추위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다. 프로그램실, 정보화교육실에서는 쪽방 주민들에게 건강, 인문교양, 컴퓨터 활용법 등 다양한 교육을 지원하게 된다.

 

이전한 장소는 여인숙들이 밀집한 골목이다,

 

​상담소 운영을 담당하게 될 서울시 복지정책실의 김선순 실장은 “쪽방주민들은 열악한 주거와 생활환경에 노출돼 있고 대부분 취약계층으로 공공의 복지서비스가 가장 절실한 분들이다. 새롭게 문을 연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충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층별 시설개요>

4층 정보화교육실, 프로그램실, 다목적실

3층 프로그램실, 쉼터, 문서고, 화장실

2층 사무실, 상담실, 화장실

1층 안내데스크, 커뮤니티 공간, 주차장

지하1층 안내데스크, 돌다릿골 빨래터, 장애인 화장실, 창고

지하2층 샤워실, 자활작업장, 화장실

 

본래 장소인 새꿈어린이공원 옆의 희망나눔센터가 멀리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하는 이 위중한 시기에

줄 세우는 김치 나눔이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있었다.

 

자선단체에서 보내 온 김치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나누어 주는 연례 행사인데,

쪽방 주민들에게는 겨울을 날 수 있는 유일한 부식이라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기다린다.

이번엔 량이 많지 않았는지 알리지도 않고 나누어 주었다.

김치 나누어 주는 것을 몰랐는데, 옆방의 정씨가 공원에 줄섰다고 귀띔해 주었다.

 

아무리 전염병으로 외부 출입을 자제하지만, 안 나갈 수 없었다.

다들 어떻게 알았는지, 많은 사람이 줄서 있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먹을 것 찾는 사람들을 보니, 사는 게 전쟁이었다.

 

그렇게 줄 세우지 말라고 노래를 불러도 듣지 않더니,

한동안 코로나가 그들의 나쁜 버릇을 고친 줄 알았다.

편리한 시간에 찾아가는 방법이 서서히 정착돼 가고 있었는데,

왜 줄 세우는 병이 다시 도졌는지 모르겠다.

 

수량이 일정하지 않으면 구역이나 등급별로 주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많은 김치를 건물 안으로 들이는 어려움이야 있겠다.

그렇지만, 동사무소에서 주는 나눔은 절대 줄 세우지 않는다.

메시지를 보내오면 틈나는 시간에 찾아 가면 되지않던가?

 

왜 쪽방상담소란 조직을 만들어 거지 길들이는 악역을 맡겼는지 모르겠다.

 

다들 점염병에 주눅 들었으나 모처럼 동네사람 만나니 반갑긴 반갑더라.

모처럼 동자동 새꿈 공원에 웃음꽃을 피웠다.

 

옛날 유행가 자락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방역을 따르자니 정이 울고, 정을 따르자니 방역이 운다.”

 

김정심씨를 비롯하여 몇몇 사람이 어울려 술을 마셨는데, 

황춘화씨는 나를 보더니 죽은 서방 만난 듯 반색하며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잡은 손에 카메라를 들이대니, 옆에 있던 김정심씨 말이 걸작이다.

“이제 큰 일 났다. 저 사진 올라가면 조작가 색시 한데 머리 다 뽑힌다”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에 안 서러웠다.

술친구이자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빈자리가 너무 큰 것 같았다.

모처럼 이웃 만나 기분 좋았으나, 나를 보니 아들 용성이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용성이 따라 가고 싶단다.

 

하기야! 힘든 세상 무슨 미련이 있어 감옥살이 해가며 살고 싶겠나?

모진 목숨 스스로 끊을 용기가 없을 뿐인데, 코로나 따라 가는 것이 어쩌면 편할지도 모르겠다.

 

난, 동자동에서는 주식이 라면이라 김치가 없으면 안 된다.

어렵사리 김치는 탔으나, 김치 들고 사진 찍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전염병으로 마음도 편치 않아 먼저 들어왔는데,

오는 길에 홈리스 자활센터 최성원 목사를 만나 기념사진도 찍었다.

 

 낑낑거리며 4층까지 올라오긴 했는데, 방이 좁아 들여 놓을 곳이 없었다.

매 년 김치 탈 때마다 후회하는 것이 냉장고다.

 

오래 전 동자동에 입주할 때 정영신씨와 중고 냉장고를 사러갔는데,

내가 우겨 제일 작은 사무실용 냉장고를 샀기 때문이다.

좁은 방에 큰 냉장고가 버티면 너무 답답할 것 같은 배 부른 생각을 한 것이다.

 

살다보니 냉장고가 작아 냉동은 물론 반찬도 제대로 넣을 수 없었다.

냉장고를 비워 억지로 밀어 넣긴 했는데,

냉동 칸에 닿은 부분이 얼지 않을까 모르겠다.

 

나눔 덕분에 올 겨울 부식은 해결했으나, 걱정도 따랐다.

한 사람이라도 확진자가 있었다면, 동자동에 줄 초상난다.

하기야! 노숙자들이 그렇게 무방비로 어울려도 걸린 사람이 없었으니,

코로나가 거지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제발 줄세우는 짓은 그만 끝내라.

 

사진, 글 / 조문호

 

한 때 서울역전을 떠돌던 부랑자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동지 날 보고 처음이니 일 년 가까이 된 것 같았다.

내복도 안 입은 행색을 보니 정신이 온전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기야!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 해도 용타 싶다.

 

한 보름 가까이 장돌뱅이 정영신씨 '장에 가자‘ 따라다니느라 바빴다.

덕분에 술도 제밥 얻어 마셨고 반가운 분도 많이 만났다.

코로나가 번진 일 년 동안 만난 사람에 버금갈 정도다.

그렇게 많이 만나도 별탈 없는 걸 보니, 아직 죽을 때는 아닌 것 같다.

 

동지 덕에 먹고 자는 문제도 쉽게 해결되었다.

낮 시간은 충무로와 동자동을 오갔지만, 밤에는 녹번동에서 개겼다.

 

다시 복귀했으나, 환경이 바뀌어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쪽창을 여니, 시베리아 벌판같은 찬바람이 몰아쳤다.

나야 문만 닫으면 얼어 죽을 염려는 없지만, 노숙자들은 어떻게 버틸까?

아무리 생각해도 얼어 죽는 사람도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정오 무렵에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역전으로 갔다.

허급지급 허기를 메우는 자도 있고,

여기 저기 웅크려 잠들었거나, 드러누운 사람도 있었다.

간밤의 추위에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었겠는가?

 

노숙왕 김지은씨 한데 물었다. “간밤에 얼어 죽은 사람 없냐?‘고...

“사람이 그래 쉽게 죽나? 어젯밤은 맛배기에 불과한데...‘

 

몇 일 사이 김지은씨를 비롯한 몇 몇 부랑자의 움막이 모두 철거되고 없었다.

하필 추운 날 골라 철거하는 것은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모진 목숨,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사는지 모르겠다.

죄가 있다면 배우지 못해 사기를 제대로 칠 줄 모르는 죄뿐인데...

 

나도 어디가서 뭘 좀 먹어야 했다.

마침 엊그제 쪽방상담소에서 배급 탄 식권 두 장이 있었다.

한 장은 ‘한강오리탕’집 만원짜리 식권이고, 한 장은 ‘청국장’집 팔천원짜리 였다.

둘 다 13일까지 사용할 수 있어 비상식량으로 꼬불쳐 둔 것이다.

 

그러나 동자동 ‘청국장’ 집에 들어가다 문전박대 당했다.

“한 시 반 이후에 와요. 점심시간은 안 돼요”

쪽방 촌 거지행색에 앉기도 전에 쫓아 낸 것이다.

그 자리에서 식권을 찢어버렸다.

 

어떠한 이해득실로 식권을 발행했는지 모르지만,

위선의 자선이라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두 번째는 후암시장 부근에 있는 ‘한강오리탕’으로 갔다.

이집은 지난 여름에 갔더니, 친정아버지처럼 살갑게 챙겨주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 대하는 태도는 똑 같았다.

주인의 곱고 아름다운 천성이 몸에 베어있었다.

 

옆에 있는 ‘경향신문’을 가져다보니, 죽일 놈의 전두환이가 일면에 나왔더라.

밥맛 떨어 질까봐 얼른 넘겼는데, 정말 신문 볼 것 없었다.

 

이어 정갈한 밥상이 나왔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오리탕을 먹었다.

코에서는 콧물이 눈에서는 눈물이 범벅될 정도로 맛있었다.

 

고맙다! 이게 온정이고 자선이다.

얻어먹는 각설이도 언젠가는 그 빚을 갚는다.

시간 맞추어 가족사진이라도 한 장 멋지게 만들어드려야겠다.

 

부디 ‘한강 오리탕’이 대박 나길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돈이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돈 앞에는 혈육도 친구도 없는 비정한 세상이다.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 생각한다.

 

강남에 사는 부자가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쪽방 사는 빈민들이 다 불행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다보니, 돈 때문에 망가지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복권에 당첨되어 흥청망청 쓰다 쪽박 차는 경우도 보았고,

소박하게 살던 사람이 개발로 졸부가 되어 돈 장난으로 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돈이 권력으로 바뀌어 망가지는 명사도 숱하게 보아왔다.

 

인사동에서 건물을 몇 채나 가진 부자가 돈 밖에 모르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관광객이 사라져 그만 두었지만, 싸구려 잡화상 하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이 많은 아내와 공부해야 할 자식까지 동원해 장사에 매달렸다.

살날도 많지 않은데, 그 돈이 아까워 어떻게 죽을지 모르겠다.

 

나도 그렇지만, 대개의 쪽방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배짱은 편하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이전에는 돈에 쫒겨 허둥댔지만,

세상에서 밀려나 욕심조차 놓아버리니, 얼마나 홀가분하겠는가?

 

며칠 전 동자동 새꿈공원으로 모처럼 동네 마실을 갔다.

가을 흔적만 뒹구는 공원에는 사람들이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입구에서는 누군가 빵을 한 상자 가져와 여럿이 둘러 서 나누어 먹었다.

대개 없는 사람들이 정이 많아, 뭔가 생기면 나누는 걸 좋아한다.

 

한 쪽 구석에는 나와 같은 건물 사는 서씨 혼자 앉아 소주를 깠다.

소주 한 병 사들고 가서 술 친구가 되었다.

서씨는 평소에 말이 없어 혼자 노는 경우가 많아, 나도 딱 할 말은 없었다.

소주 석 잔 마시는 동안 말 한마디 없이 침묵만 흘렀다.

 

심심해 내가 먼저 영양가도 없는 말을 꺼냈다.

“서형! 한 가지 물어 봅시다”, “뭔데요?”

‘만약에, 서형이 복권에 걸려 일억이 생긴다면 뭐부터 하고 싶소?‘

 

한 참을 머뭇거리다 하는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가 없네”

손가락을 꼬무락거리더니, 1억을 100명에게 주면 얼마지?“

내가 ‘백만원 아니요’ 했더니,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났단다.

 

"밤중에 서울역 가서 노숙하는 사람들 자리에 백 만원씩 두고 싶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돈을 보면 얼마나 좋겠나?.

어떤 사람은 쪽방에 들어와 같이 살 수도 있고, 밥도 굶지 않고...”

 

정말 귀 똥 찬 생각이라, 서씨가 갑자기 달리 보였다.

없는 사람이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 생각이었다.

돈 맛을 알아 돈에 중독된 사람은 절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다.

서씨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복권 한 장 사보자!

그 아름다운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위하여...

 

사진, 글 / 조문호

 

이제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쪽방이라도 있는 사람은 걱정할 것 없으나, 길바닥에서 자는 노숙자들이 걱정이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진다는데, 그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26일은 자정이 넘도록 잠이 안와 밖에 나가 보았다.

골목매점 앞은 잘 모르는 사내가 마스크를 이마에 걸친 채 자고 있었다.

아마 술 마시다 잠든 것 같은데, 거리로 내 몰린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서울역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다들 광장 구석에서 두더지처럼 자고 있었다.

 

오래된 고참 노숙자들은 나름의 움막이라도 있어 찬바람은 피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 정도 움막 하나 짓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것도 언제 철거될지도 모르는 움막이 아니던가?

 

두 번째는 이불 하나라도 기어이 사수하는 대개의 노숙자다.

온 몸을 이불에 돌돌 말아 잠드니 죽고 사는 문제는 하늘에 맡길 뿐이다.

 

문제는 갑자기 쫓겨 나 아무 대책 없는 초짜 노숙자들이다.

아무리 잠들고 싶지만, 추워서 잠이 오겠는가?

문제는 그 고통을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노숙자들 중에 유독 알콜 중독자들이 많은 것은

육체적 고통은 물론 모든 걱정까지 잊어버리고 싶어서다.

 

해마다 거리에서 죽어나는 무연고자가 300명을 넘는다.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개 생활전선에서 쫓겨 난 부랑자들이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그들은 국민이 아니고, 사람도 아닌가?

 

온 세상이 다 보는 서울역 광장 상황을 정치인들이 몰라서 방치할까?

알고도 외면한다면 간접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기초생활수급자 규정을 보완하여 그들도 쪽방에서 살게 하라.

 

여러분들도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을 만나면 관심 좀 가져주세요.

하나님과 부처님께 바칠 돈 삥땅쳐서라도 그들에게 적선하세요.

하나님도 부처님도 그걸 원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직업처럼 손벌리는 앵벌이는 물론

술에 절어있는 알콜 중독자에게는 절대 돈 주지 마십시요.

알콜 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빨리 죽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들은 강제 수용시켜 치료받게 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즉각 그들을 수용하여 치료하라.

 

다들 무슨 전생의 죄가 그리 많아 짐승보다 못하게 사는지 모르겠다.

신이시여! 제발 세상 조율 좀 해주세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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