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詩(몸시) Poem of Body

이쥬展 / LEEJOO / photography

2022_1001 ▶ 2022_1010

이쥬_몸시#어음2리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초대일시 / 2022_1001_토요일_06:00pm

주최,기획 / 갤러리 브레송_아르떼22

후원 / 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

(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고통을 넘어서는 치유와 희망의 미장센 ● 사진과 영상을 전공한 이쥬 작가는 서사(徐事)가 절정의 순간을 치닫는 미장센으로 독자적 사진 세계를 담아낸다. 장면의 앞뒤가 매우 치밀하고 구축적으로 느껴질 만큼 연극이나 영화의 미장센보다 더 극적이다. 그는 서사의 절정을 표현하는 사진 연출을 위해 연극, 연출, 영화를 배우고 극작가로도 활동한다. 그리고 작품은 항상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도시의 풍경을 담았던 「건축과 풍경」(2014)에서는 건축과 사람의 관계를, 몽골의 자연을 담은 「The Ground project」(2016)에서는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자신만의 미장센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다. 특히 강론 감독의 「이소룡을 찾아랏_Looking for Bruce Lee」(2001)에서 영화 속 미장아빔(mise en abyme)형식의 포토로망(사진만으로 만들어진 영화) 「착한 다리를 가진 여자_Object&Portrait」를 선보이며 사진 작업에서 연극적 완성도를 높이고, 은유적 표현으로 내용을 함축시키는 기법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처럼 서사가 명확한 사진을 지향해온 이쥬 작가가 3년 만에 '몸詩'라는 타이틀로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독자성 강한 새로운 미장센을 감상할 기회이다.

 

이쥬_몸시#누운오름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몸詩'의 무대는 제주 4·3과 연관 있는 장소들이다. '어음리, 누운오름, 금오름, 월령선인장 포구, 곽지 앞바다' 등 외형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지만, 제주민들에게는 아픔과 슬픔이 묻혀있는 장소들이다. 작가는 제주의 비극적 장소에 배어있는 슬픔과 고통을 국적이 다른 여러 명의 퍼포머들을 등장시켜 자신이 해석한 4·3을 표현했다. 10대에서 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퍼포머들의 몸짓과 표정은 역사적 아픔과 작가 개인의 슬픔이 오버랩된 미장센이다. 특히 세 명의 퍼포머들은 이번 작품의 배경과 더불어 핵심이다. 이들의 괴이하고 역동적인 몸짓과 표정은 '몸詩'라는 전시타이틀에 부합하는 시어(詩語)와 같다. 4·3의 서사는 퍼포머들의 몸과 얼굴을 통해 절정으로 치닫고 작가의 치밀한 미장센에 담겨 재구축되어 새로운 서사의 장을 열어젖힌다.

 

이쥬_몸시#누운오름_피그먼트 프린트_120×80cm_2021

이쥬 작가는 카메라 앵글 안에 잡히는 모든 장면을 총괄 기획한다. 장소와 인물은 물론 오브제나 날씨, 시간까지 관여한다. 한마디로 사진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연출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콜라보레이션보다는 미장센에 가깝다. 이러한 특징은 전시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전시는 '1부-진혼, 2부-저항, 3부-나비'의 이야기 중심 구성이다. 잔악한 사건으로 희생당한 수많은 넋을 달래는 진혼을 시작으로 부조리한 사건에 당당한 저항의 태도를 견지하고, 그 저항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나비'에 담았다. 곧 '진혼-저항-나비'라는 서사 구도를 바탕으로 '아픔과 상처-저항과 소망-치유와 희망'으로 펼쳐지는 서사시를 완성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비장미가 흐른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모노톤에 슬픔, 고통, 절망 등의 감정이 입혀진 장면들이 화면을 주도한다. ●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산다. 상처의 깊이와 고통의 길이가 다를 뿐이다. 누구에게는 일상의 풍경이 누군가에는 평생의 아픈 풍경으로 기억된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4·3은 죽은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다. 제주 4·3이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재해석되고 재평가되어 역사적 진실이 소환되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쥬_몸시#금악리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이쥬 작가는 4·3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다. 그래서 4·3을 직접 겪은 제주민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깊이와 폭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자칫 주관적 해석에 따른 타인의 시선에 머물기 쉽고, 왜곡된 이해로 표현될 여지도 있다. 이런 경계의 시선은 결국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그는 4·3사건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그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고 역동적 몸짓으로 표현 가능한 퍼포머를 통해 작품의 진정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자신의 미장센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국적이 다른 퍼포머들과 대화를 통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역사의 진실을 공유하고, 퍼포머들 각자의 생각과 해석의 몸짓에 맡겨 제주 4·3의 쓰라린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마치 좋은 배우가 잘 짜인 연출에 의해 완성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는 것처럼.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연극 같은 구성을 지녔다. 이런 느낌은 몇몇 작품에서 확인된다.

 

이쥬_몸시#봉성리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몸시#누운오름」를 보면, 짙은 얼굴 화장의 퍼포머 세 명이 각자 표현한 고통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강렬한 표정이 각기 다른 고통의 순간을 이야기한다. 먼저, 세 사람 중 맨 위 한국의 퍼포머(Ramoo Hong)는 극한의 고통에 절규하는 표정이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외치는 단말마가 전해지는 느낌이다. 아래 일본의 퍼포머(Mushimaru Fujieda)는 두 눈을 뜬 채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외마디조차 내지 못할 정도의 넋이 나간 표정에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고통의 순간이 느껴진다.(여기에는 부토(舞踏) 마스터로 불리는 육체 시인 후지에다 무시마루의 노련함이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 퍼포머(Lucia Sombras)는 고통의 끝을 보여준 표정 같다. 마치 고통 후 맞이하는 죽음과 같은 침묵의 표정이랄까. 오히려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세 사람의 표정과 몸짓은 자신들이 직접 겪은 고통의 순간일 수도, 누군가의 고통을 지켜본 관람자의 감정을 대변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4·3사건을 듣고, 그 비극의 장소에서 느껴지는 역사적 슬픔과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표현한 고통의 몸짓이다. 세 사람의 퍼포머가 각자의 내면에서 내뿜는 미세한 감정선이 보는 이의 마음으로 전이된다. 고통의 표현은 동일 사건이라도 나라, 지역, 사람마다 다르다. 4·3 또한 지역과 사람, 장소와 세대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고 기억한다. ● 작품 「몸시#봉성리」를 보면, 감정선이 달라진다. 이 작품에는 4·3사건의 비극적 역사에 의연한 자세로 저항하는 몸짓이 담겨있다. 3인의 퍼포머가 전방을 응시하며 결연한 표정과 자세로 저항의 태도를 보인다. 비극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감정을 가늠하기 힘든 표정에서 더는 공포와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몸시#금오름」는 언급한 두 작품에 견주어 중의적이다. 메밀밭에서 해괴한 표정을 짓는 퍼포머의 표정은 슬픔을 애써 잊어야 하는 혹은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대처해야 하는 살아남은 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한편으로는 영원히 슬픔에만 잠겨있을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풍자하는 듯하다. 화장 밑 진실의 얼굴처럼 웃음 뒤에 감춰진 슬픔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라는 슬픈 현실을 꼬집는다.

 

이쥬_몸시#군산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언급한 작품들은 역동적인 몸짓, 강렬한 화장, 격한 표정 등의 색다른 미장센으로 4·3을 표현하고 있지만, 이 사건을 주제로 한 여느 작품들처럼 배경이 비극의 장소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더는 편한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다.(아픔의 역사를 표현한 퍼포머들의 '몸詩'가 그만큼 울림을 지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가는 작품의 이야기를 연출하면서 누구보다 이 부분을 깊이 의식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몸시#금악리」와 같은 작품을 통해 힘들고 불편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싶은 작가 의도를 드러낸다. 「몸시#금악리」는 수십 년간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산 사람들에게 아픔의 순간을 잊을 수 있는(혹은 이겨낼 수 있는) 휴식의 삶을 권유한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쉼' 같은 작품이다. 고통과 슬픔, 죽음과 이별의 기억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이다. 여기에는 3여 년 동안 아버지를 병간호하다 이별한 작가의 경험도 제작 동기로 작용했다. 결국 4·3의 아픈 가족사를 겪은 모든 사람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위로와 치유라는 것을 강조한다. 극한의 고통을 담은 작품들 옆에 '쉼'과 같은 숨 고르는 작품을 배치한 이유가 읽힌다.

 

이쥬_몸시#구두미포구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한편, 월령(선인장마을)의 무명할머니(4.3때 입은 턱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얼굴에 평생 무명천을 두르고 사셨다는 진아영 할머니_실존 인물)를 추도하는 작품 「몸시#월령포구」, 「몸시#구두미포구」는 자연과 인물, 연출과 모델이 조화를 이룬 시적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끈다. 역동적인 몸짓 없이도 고통과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한 추도의 마음이 깊이 전달되는 힘이 있다. 특히 「몸시#구두미포구」에서는 제주 여성의 강건함과 당당함을 드러내고자한 작가의지도 엿보인다.

 

이쥬_몸시#월령포구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사진이 소박한 대상으로 이해되든지 경험이 풍부한 숙련자의 작품으로 이해되든지 간에, 사진의 의미는 그 사진이 얼마나 공명을 불러일으키느냐에 달려있다.' * 라는 수전 손탁의 말처럼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힘을 지닌다. 「몸시#월령포구」, 「몸시#구두미포구」는 사진만으로도 공감 폭이 크다.

 

이쥬_몸시#곽지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전시 작품 중 유일하게 퍼포머들 없이 바다가 품은 희망의 빛을 표현한 「몸시#곽지」는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면서 남은 심상 풍경으로 보인다. 제주 4·3이라는 거대한 아픔은 바다가 삼키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이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빛처럼 어둠을 밝히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신비로운 빛은 아픔의 세월을 견뎌낸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빛이다.

 

이쥬_몸시 메이킹_현장사진

이번 이쥬의 '몸詩'시리즈에서 느껴지는 사진적 효과, 즉 사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디테일한 자연의 표정은 작가의 섬세함과 연극, 영화, 연출에서 축적된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연출과 촬영은 물론 편집과 아날로그 프린팅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직접 제작한 실험적 작업을 통해 쌓은 경험들이 이번 '몸詩' 작품에서도 중요한 밑거름이자 창작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퍼포머와 자연과의 관계, 장소와 역사에 관한 자유로운 표현, 표현대상의 그림자까지 고려한 시간의 선택, 자연의 변화 속에서 원하는 빛을 얻기 위한 숱한 기다림, 그리고 깊은 사색의 순간까지. 한 컷의 결정적 장면을 위해 구성한 미장센에 '몸詩'의 의미를 충분히 담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찾고, 동시에 스스로 삶을 냉정하게 바로 보기 위한 성찰적 무대를 시도한 것은 좋은 작가로 거듭나기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쥬_몸시 메이킹_현장사진

결론적으로 이쥬 작가의 '몸詩'는 제주의 뼈아픈 역사의 고통을 넘어서는 치유와 희망의 미장센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한 전시다. 여기에 더하여 3여 년 동안 아버지를 병간호하면서 '작가로 당당하게 살아가겠다'고 했던 다짐을 실천하는 첫'약속'전의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간절함이 작품 속에 차곡차곡 내재된 함의로 표현된 것이 이쥬의 '몸詩'에서 찾은 성과와 의미이다. ■ 변종필

* 수전 손탁 저, 이재원 옮김 『타인의 고통』 이후, 2011, p.52.

 

Vol.20221002a | 이쥬展 / LEEJOO / photography

 

최인기 '노량진수산시장' 사진집

눈빛출판사, 184, 25,000

 

 

최인기의 노량진수산시장눈빛출판사에서 펴내는 오늘의 다큐일곱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오늘 발생한 사회 제 문제를 사진가들이 어떠한 관점으로 사진에 담아냈는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사진집 총서다.

 

 

 

이 책은 서울시민의 집단기억이 숨 쉬고 있는 노량진 구수산시장이 선진화와 현대화라는 미명하에 어떻게 풍비박산되었고,

그곳을 생계의 터전으로 살아온 시장 상인들의 삶이 변모하였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서울시민들에게 수산물을 제공하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의 역사는 멀리 일제강점기까지 올라간다. 1928년 서울역 염천교 근처에 경성수산주식회사가 생겨난 이래 서울의 대표적인 이 수산시장은 1975년 한국냉장()이 시장을 인수해 노량진으로 장소를 옮긴다. 겉으로 보면 싱싱한 해산물의 도소매가 이뤄지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날 것 같은 수산시장이지만 2002년 공기업 민영화가 시작되면서 갈등이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2008년 수산물유통체계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현대화사업이 추진돼 2016년부터는 신시장에서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되었지만 40퍼센트 가량의 구시장 상인들은 신시장 입주를 거부하고 노량진 구수산시장 부분존치와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농성을 벌여오고 있다.

 

 

 

이 사진집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최인기씨가 지난 3년 동안 노량진 구수산시장 상인들의 생업과 투쟁 현장을 기록한 컬러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비린내 물씬한 수산시장과 활기 있는 상인들의 모습을 통하여 그들의 삶의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

 

 

 

킹 크랩을 자랑스레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 손님이 뜸한 틈을 이용해 좌판 옆에서 잠이 든 할머니, 수조에 생선을 넣는 청년 등 수산시장의 일상적인 장면들로 이 사진집은 시작된다. 연탄난로에 발을 녹이는 할머니, 주문한 음식을 머리에 이고 배달 가는 식당 아주머니 그리고 장이 파한 후 한데 모여 여흥을 즐기는 시장 상인들의 모습을 통하여 현대화 이전 구시장의 평온한 모습을 보여준다.

'

 

 

그러나 그들의 생계 터전은 현대화와 법을 앞세운 폭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린다. 경찰의 비호 아래 용역들이 들이닥치고 상인들은 이들과의 힘겨운 공방 끝에 202010월 지하철이 다니는 25천 볼트 고압선 위 육교로 쫓겨나 지금까지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생업에 열중하면서 손님을 맞이하고 주변 동료 상인들과 어울려 살아온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이 갈등과 투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을 사진가는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기록하였다. 결국 이 사진들은 국가와 사회가 소시민의 삶을 보호하지 못하고 투쟁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직권남용에 대한 분노의 서사인 것이다.

 

 

 

지난 64일 오후630분경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최인기의 노량진수산시장사진집 출간을 기념하는 사진전이 개막되었다.

 

 

 

전시장에는 사진가 최인기를 비롯하여 김남진관장,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 엄상빈, 김보섭, 김문호, 정영신, 김동진, 김영호, 곽명우씨 등의 사진가들이 함께하여 최인기의 노량진수산시장전시와 사진집출간을 축하했다.

 

 

 

이 전시에는 다큐멘터리 은석 감독이 촬영한 '시장으로 가는 길' 도 함께 방영되었다.

 

 

 

눈빛의 이규상대표는 작가를 소개하는 인사말에서 사진가이기 이전에 투쟁현장의 전사로서 최인기의 부지런한 모습을 전하며 키가 작아 용역 깡패들 가랑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촬영 한다는 우스개 소리를 했는데, 진짜 그는 못 말리는 전사고 못 말리는 찍사다.

 

 

 

60년대 말 청계천을 기록한 빈민들의 성자 노무라목사의 영향을 받아 사진의 길로 들어선 사진가답게 특정 도시공간 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들을 기록해 왔다3년 전에는 '청계천 사람들'이란 주제로 노점상들의 투쟁을 다룬 전시와 사진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삶의 투쟁을 기록한 이번 사진집 표지 사진은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식칼을 허리 뒤에 감춘 크로즈 업 사진 한 장으로 전체 투쟁의 내용은 물론 사진집에 실린 상인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징적 표현은 작가나 사진기자들이 쓰는 표현 방법이지, 당사자와 같이 살거나 함께 투쟁하는 사진가는 잘 선택하지 않는 접근법이다. 왜냐하면 사진보다 사람이 먼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인기의 표지 사진은 연출이 아니라 실제 상인의 현장 모습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당사자와 함께하는 사진가는 일상적 기록 이외의 사진가적 욕심을 버리는 것이 도리이기도 하지만, 눈에 띄는 사진을 만들기 위해 사진 앵글을 과장하는 트릭이나 연출은 일체 용납할 수 없는 짓거리다.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의 6-70년대 청계천 사진이나 최인기 사진이 대표적으로 당사자와 함께하는 사진인데, 튀는 사진이 없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민중들의 삶은 원래 자극거리가 없어 지루하고 따분하다. 그러나 이런 사진들이 우리에게 너무도 값진 진실 하나를 일깨워주고 있다. 세상에 따분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은 것들은 이상하게도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되고, 또 싫증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은 대개 지루하거나 따분한 것들이라는 사실 말이다.

 

 

 

같은 눈높이에서 찍은 평범하고 소소한 기록들이야 말로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가치를 발휘해 인간 삶의 중요한 역사적 단서와 함께 사료가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출판과 전시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진가 최인기씨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라.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지만 어떤 사진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촉매제가 된다는 것이 제가 지속해서 전시와 출판을 하는 이유입니다. 가난은 드러내 공론화시킬 때 해결이 모색된다는 것도 평소 제가 가진 지론이기도 합니다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는 최인기의 노량진수산시장사진전은 13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 조문호

 

 

 

 

 

손은영의 ‘밤의 집’은 보는 사람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다 다르다.

모든 작품이 다 그렇지만, 관람자의 눈높이나 생각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밤의 집' 손은영 사진집 표지 / 눈빛출판사 / 값 12,000원

 

 

며칠 전 정영신의 ‘장에가자’ 전시에서 다음 전시작가 손은영씨 작품을 알게 되었다.

전에 본 사진과는 또 다른 울림이 있었는데, 마침 인사동 갈 일이 생겨 충무로부터 들렸다.

사진전이 막을 올리는 날이라, 손님 몰리기 전에 빨리 보고 올 속셈이었다.

 

텅 빈 전시장에서 사방을 돌아보니 각양각색의 집들이 마치 무대세트 처럼 정렬되어 있었다.

인적 끊긴 집의 형태에서 텅 빈 무소유를 느끼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어떤 이는 밤의 집에서 사람의 체취나 온기를 느낀다고도 했으나

인간애가 담긴 삶의 공간으로서 보다 문명비판적 시각이 더 앞섰다.

 

요즘 치솟는 아파트 가격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집값 아니더냐?

벌집 같은 아파트 한 채가 몇 십억을 호가하니, 이미 집은 주거공간에 앞서 부의 상징이다.

사진을 보는 분의 평가도 다르듯이, 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 보일 수밖에 없다.

 집 없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납작한 지붕의 슬라브 집이 꿈의 궁전처럼 보일 것이고,

돈 많은 부자의 입장에서는 측은하면서도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정작 작가는 아무런 단정 없이 감상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내가 볼 때 손은영의 ‘밤의 집’은 기록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작업이다.

단순한 집의 외관을 통해, 삶의 회억에서 부터 사회적 경제논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내며 반성의 단초를 제공한다.

 

마치 건축도면처럼 깔끔하게 보정한 작업에서 엿볼 수 있듯이,

차거운 톤을 이룬 밤의 색조와 집의 조형미가 어우러져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 같았고.

집에 대한 향수도 집에 대한 욕심도 아닌 물질문명에 망가진 인간의 자화상이었다.

하나의 도구로 사진을 채용했을 뿐, 작가의 묵시적 메시지다.

 

작가는 한 때 고성에서 산불 난 집을 찾아다니며 찍은 적도 있고, ‘길에서 만난 사람’도 찍었다.

사람조차 집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많았는데, 유독 집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불 타버린 건물의 앙상한 자취를 특유의 인화로 황량한 느낌을 강조하기도 했고,

이 땅에 의지해 살아 온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강인한 정신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작업은 또 다른 시도였다.

창으로 흘러나오는 불빛에서 희망의 여지는 남겨두었으나

어둠 속에 감도는 무거운 침묵, 바로 그 것이 이 사진의 매력이다.

 

작가의 창작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여린 여성의 입장에서 밤 고양이처럼 밤에만 쫓아다녔다.

나즈막한 슬라브 집들을 초상사진 찍듯 다박다박 찍어 낸 것이다.

마치 파파라치가 사람 몰래 촬영하듯 남의 집들을 밤에만 기록했다.

그리고는 집의 조형미에 따라 도식화시켰다.

 

티끌 한 점 남기지 않는 후 보정 작업으로 사적인 감정이 개입할 여지를 없애 버린 것이다.

색깔도 창백한 톤으로 정리하는 등, 인간과의 연결고리나 단서조차 말끔히 지워버렸다.

집에서 번져오는 희미한 불빛으로 여운을 남겼는데,

그 여운은 작가가 부여잡고 싶은 실오라기 같은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손은영씨처럼 작업 한다고 한 번 가정해 보자.

늦은 밤까지 기다리다 지쳐 술부터 한 잔 마셨을 것이다.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집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진다.

 

다들 깊이 잠든 늦은 시간에 공부하느라 머리를 싸맨 학생도 있을 것이다.

어떤 집은 불꽃 튀기는 사랑의 전쟁을 벌이는 곳도 있을 것이다. 

 

달콤한 생각에 이르니, 옛날 파출소 부근에서 민방위 보초 서던 시절이 떠오른다.

한 밤 중 보초서다, 신음소리에 끌려 보았던 귀가 막힌 장면이 생각나서다.

한 쌍의 야생마 같은 부부의 뒤틀린 몸짓과 거친 숨결에 온 몸이 달아올랐다.

그 깊고 오묘한 장면 장면을 어찌 세치 혓바닥으로 다 이야기 하겠나?

 

갑자기 이런 잡스러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잡놈은 잡것만 생각나고, 돈에 중독된 놈은 돈만 생각나고,

새로운 것을 찾는 작가는 오로지 작품만 생각한다는 말이다.

 

바로 손은영씨가 보여 준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낸 집은 무언의 시대적 증언이다.

물질문명에 의해 인간성이 상실된 오늘의 사회상이고, 묵시적 가르침이다.

비록 후 보정이라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지만, 생각이 한 발자국 앞 선 것이다.

일 년 넘게 고생하며 이룬 손영은의 또 하나의 성과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씨는 손은영 ‘밤의 집’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사진은 가장 보편적이고 익숙한 사진에서 출발하지만

동시에 그 비근한 소재에서 찾아낼 수 있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지점을

예민하게 지각시켜주는 사진이다. 무엇이라 설명하기 힘들고 규정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과 모종의 기운이 어둠 속에서 밀도 있는 공기의 층으로,

몸으로 휘감기는 안개처럼 잔뜩 피어오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 전시는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10일까지 열린다.

전염병으로 전시장 다니기가 불편하시다면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눈빛사진가선 시리즈66호 손은영의 ‘밤의 집’ 사진집을 보라.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1일 개막된 정영신의 ‘장에 가자’ 사진전이 10일간의 일정을 잘 마무리했다.

 

그동안 전시를 하면 아는 분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거나 여러 통로로 알려왔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예전과 달라 별도의 초대를 하지 않았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때라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가 있어 페이스 북으로만 알렸다.

 

그래서인지 인사동과 관련된 오래된 지인들이 많이 빠졌다.

그러나 전시 작품을 보러 오거나 책을 구입하기 위해 들리는

순수한 수요층이 많았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성과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찾아주시거나,

책을 구입하는 등 성원해 주신 많은 페친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덕분에 ‘장에 가자’ 책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아래 사진은 지난17일부터 전시가 마무리된 20일까지 방문한 분의 모습과 전시장 풍경이다.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전시장에 들린 분들을 모두 기록하려 했으나, 미처 빠트린 분도 많았다.

받은 것만큼 돌려 드린다는 다짐으로 꼼꼼히 챙겨왔으나 말처럼 쉽지 않았다.

 

지난 17일은 사진을 찍기 위해 뒷걸음질 치다 턱에 걸려 뒤로 넘어지는 봉변을 당했다.

넘어지며 오른 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오른 손에 잡혀있던 카메라가 바닥에 부딪혀 렌즈가 망가져 버렸다.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몸은 별로 다치지 않았다.

카메라를 놓았다면 그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욕심이 일을 키운 셈이다.

 

니콘AS센터에 갔더니, 단종된 카메라라 렌즈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혹시나 알 수 없어 카메라는 두고 왔으니, 이젠 사진도 찍을 수 없게 되었다.

정영신씨 카메라로 가끔 찍었지만, 총 잃은 병사에 다름아니다.

 

정오 무렵에는 ‘눈빛’의 이규상대표가 전시장을 방문하여

김남진관장과 함께 충무로 ‘뚝배기집’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그 날 이규상씨로부터 듣게 된 따끈한 소식은 홍대부근에 개장한

‘예술산책’ 책방에다 고객을 위한 작은 갤러리를 만든단다.

그 곳에서 정영신의 ‘장에 가자’전을 다시 열자고 했다.

 

시나리오 작가 최건모씨는 불광서점에서 사인회를 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 것 저 것 가리지 않고 책 판매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작정이다.

 

그날은 짐 때문에 차를 끌고 나와, 온 종일 주차문제에 시달려야 했다.

충무로는 타 지역보다 주차비가 비싸 전시장을 지키고 싶어도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동자동으로 이동하여 빈자리에 차를 세우고 모처럼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컴퓨터 켜기가 무섭게 예술감독 안애경씨가 전시장에 들렸다는 연락이 왔다.

 

차를 두고 지하철로 달려갔는데, 인사도 나누기 전에 차 빼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안애경씨가 주차한 곳까지 태워 주었는데,

손님에게 굳은 일을 시키는 부담을 안기고 말았다.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오니 에니메이션감독 주흥수씨와 화가 유준씨가 전시장을 찾아왔다.

주감독과 만날 약속은 일찍부터 한 터라 저녁식사라도 함께 할 작정이었으나,

약속이 겹쳐 잔시장을 비울 수가 없었다.

 

뒤늦게 나타난 조준영교수와 저녁식사를 하러 갔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차 때문에 술 한 잔 마실 수도 없었는데, 하루 종일 저 놈의 차가 내 발목을 잡았다.

 

전시기간 동안 동자동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 내가 없는 사이 다녀간 분도 많았다.

사진가로는 헤이리에서 ‘갤러리 움’을 운영하는 권홍, 이경희부부를 비롯하여

제이 안, 양시영, 윤성광씨가 다녀갔고, 화가 전인경씨와 전인미, 조경석, 심금숙, 심경애, 김인숙,

문금희, 박상문, 조한곤, 류순이, 강선준, 한동일, 김지욱, 이창수, 박성득, 이경애. 정진택,

박경애, 유현동, 한승훈, 김순남, 채재웅, 김욱수, 권병준, 조영기, 조용모, 정혜령씨 등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다녀갔더라.

 

그 이틀 날은 사진가 김수길씨와 이민씨를 전시장에서 만났는데,

김수길씨는 어디가 아팠는지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아마 이화마을 빨래줄 전시를 치르느라 힘들었던 모양이다.

 

늦은 시간에는 고향 후배인 사진가 하재은씨가 찾아왔다.

요즘은 페북에 통 보이질 않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는데,

그 사이 목동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등 바쁜 일이 많았단다.

이사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던 앱숀 프린트기도 처분했다고 한다.

 

하재은씨는 한 때 외국 시장을 주제로 작업을 했으나,

지금은 고향의 사계를 집중적으로 기록한다고 했다.

그 날 드론으로 공중 촬영된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고향인 영산의 가을이 그토록 아름다운 줄은 미처 몰랐다.

 

지난 19일은 공윤희씨와 최석우씨가 찾아 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최석우씨가 전시장 바로 옆에 있는 일식집으로 가자는데, 평생 일식집은 처음이라 망설여졌다.

유별나게 일본을 싫어해 그동안 일본여행은 물론 스시집 마저 철저하게 외면했지만,

손님의 배려를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음식 값이 비싸기는 해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정영신씨 말에

한 번도 데려가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전시가 끝나는 20일은 정오 무렵에야 전시장에 나갔는데,

아들 조햇님과 ‘진인진출판사’의 김태진 대표가 와 있었다.

아마 정의당 동지로서 가까운 사이 같았다.

 

김태진씨는 ‘장에 가자’ 책 내용이 좋아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분에게

선물할 책을 여러 권 구입해 와서 서명을 받아 갔다.

많은 책을 구입해 준 것만도 고마운데, 작품까지 한 점 사주었다.

인사치레만이 아니라 고향을 그립게 하는 정감도 한 몫 한 것 같았다.

 

이번 전시의 작품판매는 곽명우씨가 사간 작품에 이어 두 번째인데, 너무 고마웠다.

여지것 살아오며 많은 전시를 치러 왔으나, 손해 보는 줄 알면서도 치루는 병중의 큰 병이다.

경제적 손실보다 그 곳에 쏟아 붓는 공력 또한 여간 아니기 때문이다.

난, 전시를 열어준다고 해도 한사코 손사래를 쳐 왔으나, 정영신씨 경우는 달랐다.

어렵사리 책을 내준 출판사 사정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진집으로 대중성을 갖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지만,

이 책은 따뜻한 이야기 거리가 담겨있어 대중성에 기대 걸만도 했다.

다행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사는 정이 그리운 때라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것 같았다.

 

출판사의 주도면밀한 접근으로 일단은 출판 몇 일만에

재판에 들어갈 정도로 잘 팔리는 책으로 낙점 되었다.

 어쩌면 이 전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뒤 이어 사진가 이동준씨와 강정효씨가 나타났는데,

제주에서 온 강정효씨는 다음에 전시할 작가였다.

남태영씨의 도움을 받아 작품 철수에 들어갔는데, 액자가 없으니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저녁에 전시를 끝낸 기념파티를 ‘뮤아트’ 김상현씨가 마련한다는데,

점염병이 기승을 부려 지인들을 마음 편히 초대할 수도 없었다.

 

아무튼, 전시를 추진한 김남진관장을 비롯하여

도움준 많은 분들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사진: 정영신 / 글: 조문호

 

'장이 가자' 책을 소개한 신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blog.daum.net/mun6144/5805

 

 

 

 

 

 

경향신문 / 문주영기자  (20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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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속 이미지] 문화의 옷을 입은 장터

 

장에 가자/정영신 글·사진/이숲/246쪽/1만 8000원 

 

게 다리를 집어들고 싱싱함을 강조하는 할머니의 표정이 활기차다. 시골 장터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온기가 아닐까 싶다.

34년간 시골 장터만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한 5일장 풍경을 모았다. 담양, 예천, 영암, 청양, 순창, 남원 등 전국 22개 장터에서 찍은 흑백사진이 가득하다. 아무런 기교도 부리지 않고 특정 설정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있는 그대로 모습을 담았을 뿐인데 작가의 따뜻한 시선까지 느껴진다. 장터 풍경, 사람들 모습뿐 아니라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본다. 오일장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함께 소개한다. 포토 에세이로, 혹은 장터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서울신문 /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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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정영신 글·사진.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34년 동안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이번 책은 전작들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 취재한 게 아니라 그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도 함께 돌아봤다.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전국 22개 장터와 그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한 것이다. 흑백사진은 물론 글 또한 향수 어린 시골의 정감이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게 묻어난다. 저자는 '움직이는 박물관, 시골장터'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저자는 책의 출간을 기념해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사진전을 연다. 이 전시회에서는 저자와 방문객이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숲. 248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 임형두 기자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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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정영신, 전국 장터 모습 담은 책 '장에 가자' 펴내

 

정영신, 담양장. 제공|이숲

 

사진가 정영신 작가가 시골장터의 사람내음 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책으로 담아냈다.

정영신의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다. 34년 동안 전국의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포착해낸 사진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라고 밝혔다.

이 책은 장터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문화유적과의 연관성을 살펴본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봄에는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온 풋풋한 초록 푸성귀를, 여름에는 따가운 햇볕 아래 농익은 과일과 채소를,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들판에서 익어간 곡식을 가져온 여인네들의 삶이 아름다운 색과 냄새와 맛과 소리와 함께 진열된다”고 밝혔다.

한편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을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개최한다.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한 장터난장 총 77점이 전시된다.


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202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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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문화일반

 

장터사진가·소설가 정영신 '장에 가자' 출간...사진전도 개최

 

11~20일 갤러리 브래송,  77점 전시 

 

[서울=뉴시스] 장에 가자  (사진=이숲 제공) 

 

전국 곳곳에서 열린 5일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책으로 나왔다.

34년전부터 시골장터를 다닌 장터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63)의 '장에 가자'는 작가의 전작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보고 장터가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한다.

저자는 지역의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의 주제를 통해 전국 장터 22곳과 지역별 문화유적을 탐방하면서 찍은 사진을 한 권에 모았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내가 이전 책들에서 다룬 적이 없었던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라며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라고 말한다.

구수한 지역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어 맛깔 나는 글과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봤던 흑백의 풍경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국 장터의 특징과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소개한 이 책은 포토 에세이 작품으로, 주말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제안과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다.

한편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이 11~20일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한 장터난장 총 77점이 전시된다.

34년 전 장터모습과 오늘의 장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필름작업의 흑백사진과 디지털 작업의 컬러사진을 혼용하여 오일장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물건을 파는 난장에서부터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 모습 등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장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위축된 현실을 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준다246쪽, 이숲, 1만8000원.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202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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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영신 사진작가, 전국 5일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장에가자

 

34년간 전국 시골 5일장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 그대로
해당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도 담아
흑백의 풍경 마음 깊은 곳에 향수 불러일으켜

 

시장은 대형 마트,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전국각지에서 열리는 시골 5일장은 해당 지역의 인심과 푸근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34년 간 오로지 시골 장터만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정영신 사진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한 작품들을 모아 <장에가자>(이숲)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전국의 5일장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특히 전북의 순창장, 남원장, 정읍 샘고을 시장, 부안장, 무주 반딧불 시장, 완주 고산장, 고창장 등 전북의 5일장의 모습도 담겼다.

이 책의 도드라진 특징이 있다면, 단지 시골 오일장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보고 장터가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데 있다.

작가는 그렇게 각 지역의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를 통해 전국 22개 장터와 각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했다.

무엇보다도 구수한 지역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어 맛깔 나는 글과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보았던 흑백의 풍경들이 마음 깊은 곳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각 장의 특징과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소개돼 있다.


1989 순창장

2018 남원 춘향골시장

이 책은 포토 에세이 작품으로 감상해도 좋고, 주말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제안과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이다.

정영신 사진작가는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34년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 600여 개를 모두 기록한 장돌뱅이사진가이자 소설가다. 장터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각 지역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사짓는 초기부터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국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왔다. 장마당의 풍정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장터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과 장마당을 고리지어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전북일보 / 최정규기자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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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 장터사진작가 ‘장에 가자’  출판기념 사진전 개최

 

- 대한민국 모든 5일장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
- 시골장터의 모습과 지역 문화유산 소개


34년 동안 우리나라의 오일장을 모두 기록한 장터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여/63세) 작가는 오는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장에 가자’ 출판기념 사진전을 개최한다.

 

1988년 진안장을 가는 모습(사진=정영신작가)


이번 사진전은 사라져 가는 시골장터와 지역 문화유산을 사진과 글로 담은 정 작가의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으로, 책에 소개된 오일장과 문화유산을 주제별 섹션별로 구성하여 총 77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2019년 담양장 모습(사진=정영신작가)

77점의 사진 속에는 34년 전의 장터모습과 오늘의 장터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필름작업의 흑백사진과 디지털 작업의 컬러사진을 혼용하여 오일장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건을 파는 난장에서부터 집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 모습 등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장면들로 코로나19로 위축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힐링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1986년 옥천장의 모습(사진=정영신작가)

 

특히 시골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닮고 있는 오일장터의 모습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향기와 정(情)을 담고 있다. 이러한 오일장의 모습을 통해 각박해진 현실을 장터난장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한편 정영신 작가는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34년째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 600여개를 모두 기록한 장돌뱅이사진가이자 소설가다. 장터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각 지역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사짓는 초기부터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국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왔다, 장마당의 풍정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장터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과 장마당을 고리지어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한국농어촌방송 / 양평호기자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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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펼쳐보는 신간

 

11월의 책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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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간 11월 2째주

 

▲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정영신 글·사진.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34년 동안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이번 책은 전작들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 취재한 게 아니라 그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도 함께 돌아봤다.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전국 22개 장터와 그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한 것이다. 흑백사진은 물론 글 또한 향수 어린 시골의 정감이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게 묻어난다. 저자는 ‘움직이는 박물관, 시골장터’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이숲. 248쪽. 1만8000원.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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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명문장] 소설가 정영신의 ‘시골장터’ 『장에 가자』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내가 어릴 적에 장(場)이 열리는 날이면 온 마을 사람들은 잔칫날처럼 들썩거렸다. 안동 아재의 소달구지가 동구 밖에 이르면 깨순이 엄마 보따리가 제일 먼저 실렸다. 뒤이어 마을 사람들 보따리가 하나둘 올라가면 사방이 초록으로 덮인 신작로 길을 빠져나갈 때까지 뒤따라가다가 돌아왔다. 봄이면 들판에 앉아 있던 자연도 덩달아 장에 나와 그 지역만의 삶의 이야기를 초록빛으로 품어냈다. 후미진 장 골목에서는 갈퀴와 도리깨, 체와 쟁기를 만들었고, 정월 보름을 앞두고 농악놀이에 쓸 짚신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았다.

대장간 앞에는 날이 무뎌진 호미와 낫을 벼르려고 노부부가 앉아 있었고, 텃밭에서 뜯어온 채소와 농로에서 잡은 미꾸라지를 가지고 나온 박씨 아짐은 생산자이면서 판매자였다. 또한 장터 끝 골목에는 엄마 따라온 삼식이가 새끼 돼지가 도망갈까 봐 새끼줄을 붙들고 동그마니 앉아 있었고, 털북숭이 복숭아를 머리에 이고 온 순덕이, 소금물에 우린 감을 베어 먹던 주근깨투성이 깨순이도 있었다.

이렇게 장은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나온 푸르디푸른 이야기가 살아 있어 움직이는 박물관이 됐다. 지금 장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그러나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민들이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가는 농민 장터가 살아야 한다. 장은 단순히 뭔가를 사고파는 장소를 뛰어넘어 인간의 삶과 정이 생생히 살아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 장을 통해 소통하는 백성의 삶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오일장은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34년째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장터를 장터답게 만들 계기는 무엇일까 숱하게 고민했다. 사진 한 컷 촬영하지 못하고 파장 무렵까지 장꾼들과 장에 나온 농민들과 이야기만 하다 돌아오기도 했다.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도 자신이 사는 곳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는지 책이나 텔레비전에 소개된 것 말고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다. (중략)

이 책은 내가 이전 책들에서 다룬 적이 없었던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여기 소개한 장 말고도 지금 작업 중인 장이 열 곳이 넘는다. 30여년 전 흑백필름으로 작업했던 예전 장터 모습과 요즘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30년 세월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으나 장에 오는 사람들이나 장에서 파는 물건들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더 크게 말하자면 장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불과 55년 전인 1965년에는 버스비가 1원이었고, 쌀 한 말 값이 360원이었다. 우리 사회가 근대화 이후 엄청나게 발전했음을 여기서도 알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장터에 가면 고향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을 느끼고 싶어 구경하러 나온 사람처럼 장을 몇 바퀴나 돌며 헤집고 다닌다. 어떤 물건이 새로 나왔는지, 난전에서 무엇을 파는지 알고 싶다. 계절 따라 파는 물건이 다르기에 사계절 모두 장에 가봐야만 그 생리를 알 수 있다.

겨울철 구례 산동장에 가면 산수유 열매로 장 안이 온통 새빨갛다. 이처럼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5~7쪽>

『장에 가자』
정영신 지음│이숲 펴냄│248쪽│18,000원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 전진호기자 / 2020년 12월2일

 

정영신의 ‘장에 가자’ 사진 산문집 출간을 기념하는 전시가 2020년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립니다.

 

전염병으로 특별한 오프닝 행사는 없지만, 전시기간동안 빠짐없이 작가가 지키고 있어 저자와 대화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많은 관람있기를 바랍니다.

 

‘경향신문’의 사람과 사람 인터뷰 기사에 이어 어제는 국악방송에서 한 시간에 걸쳐 생방송을 하는 등 정영신씨가 요즘 바쁘게 불려 다니는데, 출판된 ‘장에 가자’ 책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습니다. 출판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재판을 찍어 베스트셀러 후보군에 들 정도입니다. 아마 코로나로 대인관계가 단절되니 사람 사는 정이 그립나 봅니다.

 

장돌뱅이 사진가 정영신씨가 그동안 장터에 관한 책을 여러 권 펴낸바 있지만, 이번에 나온 책은 시골 오일장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장터와 유적을 연관시켜 장터가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하였는데, 각 지역별 역사와 인물, 특산물 등 일곱가지 주제로 분류해 전국 22개 장터를 다루었습니다. 찍어둔 기존의 장터 사진을 두고 다시 발품팔아 찍은 따끈 따근한 사진들입니다.

 

책값은 18,000원이지만 인터넷에서 구입하면 10% 활인된 16,200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 오실 때 구입한 책을 가져오시면 서명은 물론 작품사진(5X7) 1장도 증정해 드립니다.

 

네이브에 '정영신 장에 가자'를 검색하니 책에 베스트 셀러라는 빨간 딱지가 붙었네요. 

‘갤러리 브레송’에서 기획한 ‘The Last Dreamer’ 섹션2가 열리고 있다.

‘갤러리브레송’과 ‘스마트협동조합’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본 전시는 김지욱, 남영주, 모지웅, 류엘리, 변성진씨 등 젊은 사진가 다섯 명이 참여했다.

 

김동진, 김문호, 김장욱, 안명현, 최치권씨가 참여한 섹션1은

지난 10월2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바 있다.

 

‘The Last Dreamer’는 코로나에 주눅 들어 사는

사회현상을 형상화한 사진가들의 시각적 연대기다.

 

김남진관장은 ‘코로나 사태 전후에 새롭게 제작되거나

미발표 상태에 있던 작품들을 모아 재구성했다고 한다.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창작 활동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등

관람객들에게 코로나의 장기화에 따른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섹션1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망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려는 시도였다.

섹션2에서는 세상과 사회에 시선을 돌린 일군의 작가와는 달리

인간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불안과 우울을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이번 기획전에 대한 안내를 보아 대략의 내용은 알았으나,

요즘에는 전시장에 잘 다니지 않는다.

사람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기로 한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또 하나 이유는 나이값 좀 하라는 주위의 충고도 한 몫 했다.

전시장 사진찍어 리뷰까지 올려주는 짓을 왜 하냐는 것이다.

소개하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한다는 것을 모르냐?고 되물었다.

맞는 말이지만, 성질이 모질지 못해 끌려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2일 ‘갤러리 브레송’을 찾게 된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정영신씨와의 약속에 따라 차를 가지고 그 녀를 데리러 갔다가

입구에 서 있던 김관장에게 붙들려 버린 것이다.

그 날이 2부 개막식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갔는데,

어찌 정영신씨만 데리고 나올 수 있겠는가?

 

전시만 보고 포스팅은 하지 않기로 했으나, 습관적으로 찍은 사진 때문에 또 올리게 되었다.

전시장에는 김문호씨와 이윤기, 곽명우씨 등 잘 아는 사진가도 여럿 보였다.

전시작가인 모지웅씨로부터 사진집을 받았는데, 마음은 편치 않았다.

책은 절대 공짜로 받지 않기로 했지만, 거절하는 게 더 어려웠다.

 

전시작들을 돌아보니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벽에 걸린 이미지가 주는 불안감이었다.

 

성 소수자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지웅의 ‘More’,

자신의 불안한 모습을 드러낸 류엘리의 ‘Blue Portrait’,

대면의 자유를 갈구하는 남영주의 ‘코로나 시대의 사랑’,

욕망과 속박을 선이라는 매개를 빌려 몸에 투영한 변성진의 ‘hide & seek or YOU’,

깊은 내면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김지욱의 ‘미궁’ 등,

각기 다른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정신적으로 피로한 시기에 열린 좋은 전시였다.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The Last Dreamer’ 섹션2는 오는 10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1일부터 '갤러리 브레송'에서 김동진의 ‘Another City 2’ 사진전이 열렸다.




김동진의 ‘또 다른 도시’는 인간성이 상실되고 개인주의로 치닫는 심각성을 비판하며 고발하고 있다.




정상보다 비정상이 판치는 세상을 살아가지만, 때로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마저 혼란스럽다.

삶의 구조가 비정상으로 치닫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비정상이 정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그 구분 자체가 인간이 규정해 길들어 온 것이겠지만, 그 기준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인간성일 것이다. 




소외와 박탈, 욕망, 갈등 등 현대인들의 심리적 불안상태와 비정한 도시의 단면을 형상화하여,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개막식에는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를 비롯하여 김남진관장, 사진가 김문호, 이수철, 이윤기,

김영호, 정영신, 함인선, 하춘근, 이세연씨 등 20여명이 참석했지만,

같은 시간대에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개막된 중국사진가 왕칭송 전시에는 200여명이 참석하였단다.

너무 대조적이다. 그 전시는 3개월이나 열린다는데...




이수철, 이광수, 김문호, 김남진씨가 차례대로 나와 사진에 대한 감상평과 격려의 말을 전해 주었고,

작가 김동진씨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서로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전시작이 작년에 전시된 사진보다 더 좋아진 것은 틀림없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사진 평을 해 주신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사진비평가 이광수씨의 표현으로는 사진이 더 독해졌다고 말했고, 김문호씨는 사진이 진득하게 찰지다고 표현했다.


 

난, 김동진씨가 주제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되었다.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세상인지라 모든 게 찍을 대상이 아니겠는가?

사진가 김문호씨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작업도 비틀어진 사회상의 기록이지만, 그 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주제는 비슷하나 김문호씨의 사진이 동적인 편이라면 김동진씨 사진은 정적이다.




개막식이 끝난 후, 다들 충무 해물탕 집에 몰려 가 뒤풀이를 했다.
전시작가 김동진씨도 부산사람이지만, 이광수씨도 부산서 올라 와 더 반가웠는데,

이광수교수의 시원시원한 입담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오기로 한 이규상씨가 빠져 다들 아쉬워했다.

바쁜 분이 후배들 사진전을 위해 마음 써주는 것이 고맙기 그지없는데, 다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김남진관장이 이차로 안내한 곳은 후미진 골목 안쪽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의 통행이 없는 골목인데, 분위기가 오붓해 좋았다.

더구나 술 마시며 담배까지 피울 수 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었다.




뒤늦게 사진가 고정남씨도 찾아 왔는데, 술 마시다 사진 촬영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초상권 문제로 사람은 물론 거리스냅도 어려운 실정이 아니던가?

김문호씨는 카메라 파인더를 보지 않고 찍는 노 파인더 기법을 많이 활용한다고 했다.

이젠 숙련되어 대부분 의도한 화각을 얻어낼 수 있단다.




가로등이 조는 어두컴컴한 골목 풍경도 김문호씨가 놓칠 리 없었지만,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사랑 놀음하는 남녀가 타깃이 되기도 했다.




그 날 김동진씨가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자리했었는데, 결혼하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남편 될 김동진씨의 사진 작업에 매력을 느낀다니, 찰떡궁합인 것 같았다.

다들 축하하는 자리가 되었다.




그런데, 김남진관장과 김동진씨가 나란히 앉았는데, 찬찬이 살펴보니 너무 닮았더라.

이름까지 비슷한데, 혹시 숨겨 논 아들이나 동생은 아닐까?




다들 술이 취했으나 삼차로 호프집을 찾았다.
김남진 관장이 앞으로 추진할 사진기획을 말했는데, 이광수교수도 흔쾌히 돕겠다고 했다.



헤어지기 아쉬워 계속 마시다 보니, 자정이 가까워 전철이 끊어 질 시간이었다.

부산사람들은 여관을 잡아 놓았으나, 멀리 가야할 김문호씨가 걱정이었다.

택시비로 주머니 좀 털렸을 거다.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다




이 전시는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10일까지 열린다,
안 보면 손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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