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노숙하는 강훈(69세)씨는 다행히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아

지하도 계단에 살아남아 있었다.

자선단체에서 나누어 준 자장면으로 허기를 메우며

‘모진 목숨 죽지 못해 산다’며 살아남음을 위안했다.

 

서울역에 있던 많은 노숙인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실려 갔지만,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없단다,

 

살아남으려면 코로나검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

음성판정이 나와야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

 

나 역시 ‘쪽방상담소’에 가거나 '동자동사랑방'에 가거나

어디를 가도 음성판정 확인이 돼야 갈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노숙인이나 쪽방 사는 늙은이들을 수시로

검사해야 하는 검사원의 불편도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머리도 안감고 세수도 하지 않은 냄새나는 코 구멍을

연이어 쑤셔대야 하니 짜증도 날 것이다.

 

긴 줄에서 한참 만에 검사받을 차례가 되었는데,

내 행색도 노숙자와 다를 바 없는지, 고개를 가까이 대라며 손짓 했다.

유리 구멍으로 손을 내밀어 코 구멍에 면봉을 집어넣는데,

너무 아프게 문질러 고개를 약간 돌렸더니, 푹 쑤셔버렸다.

 

얼마나 아픈지 코에 구멍 난 줄 알았다.

이런 고통을 당하면 누가 검사 받고 싶겠는가?

 

옆줄에는 옆방 사는 최완석군도 검사받으러 와 있었다.

이 친구는 병원 가거나 검사받는 걸 지독히 싫어하지만,

밥이라도 얻어먹어야 하니 어짜겠는가?

 

검사 결과를 받으려면 이틀이 걸려 통보 올 때까지 아무 일도 볼 수 없었다.

동자동 '새꿈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한적할 뿐이었다.

 

요즘은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여,

아는 사람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파지 줍는 노인만 쓰레기 더미를 정리하고 있었다.

 

방에 올라가기 위해 담배 한 갑 사들고 골목을 들어서니,

낯선 여인이 길가에 잠들어 있었다.

술마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배고파 탈진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담배사고 남은 오천 원을 놓고 왔으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거리로 내 몰리는 것은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나 내 몰릴 수 있다는 말이다.

 

다들 삶의 의욕을 잃은 지야 오래지만,

사형수처럼 죽음만 기다릴 수야 없지 않은가?

 

코로나감염에 노출된 노숙인 구제가 시급하다.

노숙인 부터 먼저 백신접종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공유 공간 ‘마인’은 말 그대로 문화를 나누는 곳이다.

 아산시 온천동 상가에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 곳에서 기획, 추진하는 일은 깜짝 놀랄 일이었다.

뭉친 젊은이들의 생각도 올곧지만 의욕도 대단했다.

머지않아 지역문화를 꽃피우며

지역과 지역을 잇는 문화 메신저로서 큰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왜 문화 예술이 서울에 집중되어야 하냐?”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문화 예술은 대중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단다.

팀장인 김선우씨만 50대지, 나머지 세 사람은 20대였다.

정영신씨 말에 의하면 김선우씨 주 특기가 들이대는 것이란다.

아직까지 수익이 없어 다들 무임금으로 일하는 게 안타까웠는데,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했다.

 

난, 공유공간 ‘마인’ 팀과 만나기는커녕 전화도 한 적 없었다.

정영신씨와 협의한 일이라 내용도 모른채, 시키는 대로만 했다.

꼬장꼬장한 영감쟁이라 쓰리쿠션을 친 모양인데,

밥이라도 한 술 얻어먹으려면 정동지 말에 어떻게 토 달수 있겠나?

 

어느 누가 자기 전시한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있겠냐마는 나는 사정이 좀 다르다.

아마 직접 제안 받았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전시할 형편도 되지 않지만, 문제는 어느 한 가지에 집중된 내용이 아니라,

마치 유작전 같은 백화점식 전시라는 것이다.

내 사진은 잘 못된 것을 개선하기 위해 알리는데 목적을 둔 사진들이라

이 것 저 것 떠벌리는 전시는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기획팀들이 어디서 찾아 냈는지, 보낸 이미지가 대략 30여장 되었다

 이미지 목록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원고도 제법 섞여 있었다.

스캔 받지 않은 것도 더러 있었는데, 필름은 손 댈 여력이 없었다.

다시 보내 온 이미지마저 수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몇 명이 달라붙어 내 자료를 샅샅이 뒤진 것 같았다.

 사진집은 물론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과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 까지 뒤져, 모든 것을 알았다.

여러 명이 찾아낸 이미지를 펼쳐놓고 협의하여 선택한 사진이라 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선택하였으니, 어쩌면 더 객관적일 수도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사진을 모두 찾아주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일을 추진하는 그런 열성에 어찌 감복하지 않겠는가?

 

나야 시키는 대로 이미지를 찾아주는데 그쳤지만,

정동지가 프린트하면 내가 잘라야 하고,

액자 맡기러 가면 따라가야 하니 같이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비용 줄이려고 삼각지 액자집에 맡겼다.

사업 전모는 뒤늦게 알았지만, 협력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사진 사이즈가 크지 않아 아담한 전시가 되겠지만,

타지역으로 이어가며 계속 다른 전시로 확대시키는 릴레이 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협동조합도 추진하고 있단다.

이번에는 지자체에서 작품제작비 정도 지원했다지만,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사업이 틀림없었다.

 

타 지역도 마찬가지다.

큰 미술관이 아닌, 사람들이 쉽게 드나드는 곳에 공간을 만들어

작은 예산으로 지역민과 예술이 친숙해져,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드디어 공유공간 ‘마인’팀과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지난 27일, 맡겨 둔 액자 찾아 가는 길에 경의선 책거리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김선우 팀장 따라 온 김 온 군과 양햇살 양도 믿음직했다.

일찍 장가갔으면 딸과 손자 뻘 되는 어여쁜 청춘이었다.

다들 싱글 벙글 웃어 기분이 좋았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지껄여 실수는 안 했는지 모르겠다.

기념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같이 먹었다.

다섯 명이라 두 팀으로 나누어, 땀을 흘려가며 육계장을 먹었다.

 

오랜만에 경의선 책거리에 있는 ‘눈빛출판사’ ‘예술산책’에도 들렸다.

'마인' 전시공간에 작가의 책은 물론 좋은 사진집도 함께 전시, 판매한단다.

사진집 목록에 따라 책 구입을 한다지만, 책 구경 하러 간 것이다.

 

'예술산책'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제법 많았다.

전시장 입구에는 새로 나온 사진집도 진열되어 있었다.

김보섭씨의 ‘자유공원’사진집이 눈에 띄었다.

‘그 곳에서 정영신의 ‘장에가자’ 전시가 진행 중이라, 장터 책도 골고루 구입하더라.

 

이제 ‘공유공간 마인’이 하는 사압에 불 지필 일만 남았다.

“자! 돌리고 돌리자, 코로나 이놈을 문화예술로 녹여버리자“

 

사진, 글 / 조문호

 

정영신사진

'이숲' 출판사에서 홈리스와 쪽방촌에 대한 책 편집을 마무리 중이다.

4년6개월 동안의 기록을 정리한 책이 가까운 시일내에 나올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책 이름을 정하지 못해 고민이다.

출판사에서 가제목으로 정한 이름은 “노숙인, 길에서 살다 죽다”인데,

썩 내키지 않는다.. 혹시 좋은 이름 생각나시면 알려주세요.

 

부족함은 많으나 노숙인 구할 법안 마련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다.

 

서울역 노숙인들은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와중에 맞은편 쪽방 촌은 국토부의 공공주택 개발 소식으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키운다.

개발되어도 돈바람에 밀려나겠지만, 꿈에라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쪽방 없는 노숙인들은 꿈은 커녕 죽음과 사투를 벌인다.

밥집이나 쉼터가 문 닫아 춥고 배고픈 것도 미칠 지경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감염의 온상이라는 혐오대상이 되어

어디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가 없다.

 

지난 3일에는 서울역 주변에서 90여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나며

잘 곳도 씻을 곳도 없는 노숙자들의 밥줄마저 끊겨버렸다.

마지막 남은 밥집 ‘따스한채움터’도 문 닫았고

노숙인 쉼터 ‘드림시티’와 서울역 응급대피소와 희망지원센터 등

대부분의 시설들이 문 닫아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더러는 구멍가게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메웠다.

 

다음 날부터 음성판정 확인자에 한해 받아 들였으나,

절차가 까다로워 춥고 배고파도 참고 견디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역 노숙인을 전염병의 온상으로 보는 시민들의 불만도 거세다.

시민들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더러운 벌레 보듯 피해 다니는 게 더 서럽단다.

 

서울역 뿐 아니라 노숙인의 왕래가 잦은 동자동도 한바탕 난리를 쳤다.

‘동자동사랑방’에서 확진자가 생겨 문 닫았고, 접촉자들은 모두 자가 격리되었다.

남은 쪽방 주민들도 대부분 외출을 자제하니, 자가 격리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오갈 데 없고 가진 것 없는 노숙자다.

그냥 죽기만 기다려야 하는가?

노숙인 최씨는 배가 고파 말할 힘도 없다며

“굶어 죽기보다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 죽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재난의 맨 앞자리에 선 부랑자들은 이제 천국행 열차만 기다린다.

그들이 모두 전염병에 걸려 죽거나,

굶고 얼어 죽는다면 노숙자는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천만에 말씀, 아이엠 에프 때 노숙인이 많이 생겼듯이

전염병이 끝나면 더 많은 노숙인이 생겨 날 것이다.

노숙인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빈부격차가 커져 노숙인은 더 많다.

 

노숙인들은 영양 결핍과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여러 질병에 시달린다.

건강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재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이란 사치스런 말장난에 불과하다.

 

노숙자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중에 깜짝 놀랄 소식이 터졌다.

쪽방 밀집 지역 동자동에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2410가구를 건설한다는데,

기존 쪽방 주민들은 그대로 살 수 있게 한다는 거다.

 

국토부에서 발표한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계획에 의하면

동자동에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 민간분양주택 960가구를 짖는데,

쪽방주민이 살게 될 공공임대주택부터 먼저 지어 입주 시킨 후,

40층으로 올릴 민간분양아파트는 그 뒤에 짓는 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주도의 재개발을 추진해왔으나

쪽방주민들의 이주대책 부족으로 무산되었는데,

이번에는 해당 지역 땅 주인과 건물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과 어떤 협의나 의견 수렴도 이루어지지 않은 일방적인 내용을

정부가 사전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그 외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양동 쪽방 주민 417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대부분 한 푼도 없는 빈민들이라 보증금 부담으로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시행 전에 당사자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있었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하자 처음엔 좋아하는 주민도 많았으나,

이틀 만에 열띤 관심은 식어버렸다.

마련 할 전세금이나 당장 옮겨 갈 집도 문제지만,

긴 세월 얽히고설킨 지주나 건물주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동네 소문에 빠른 정선덕씨 말은 달랐다.

문제점이야 있지만 영등포처럼 추진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단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소문 없이 추진해 온 사업 같다”며,

‘새꿈공원‘ 맞은편에 있던 ’서울역쪽방상담소‘를

지난 년 말 여인숙 골목으로 이전한 것도 그 쪽 지역을 먼저 개발하여

주민들부터 이주시키려는 방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떠도는 소문에는 3년 이상 거주한 주민에 한해 입주권을 주는데,

입주권을 포기하면 2천만원을 준다는 말도 따랐다.

세상이치를 훤히 아는 김씨 영감에게 “쪽방촌 재개발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거지 내세워 생색내고 투기꾼 불러 돈 장사하는, 도랑치고 게 잡는 귀 똥 찬 발상”이란다.

“쪽방 팔아 표 얻긴가? 쪽방 팔아 돈 먹긴가?’며 혼자말로 빈정거렸다.

이 문제로 온 매스컴이 떠들썩했던 것도 서울역 요지 아파트 분양에 대한 관심이란다.

 

결국 돈바람에 쪽방 사람들은 밀려나게 될 것이다. 다, 없는 것이 죄다.

쪽방도 쪽방이지만, 당장은 노숙인 문제가 급하다.

 

짐승처럼 천대받지만,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정부는 노숙인 구할 방법부터 마련하라.

 

사진, 글 / 조문호

 

5일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LH주택공사에서 바라본 국토부 주관 서울역 쪽방촌 정비방안 계획부지. 

 

 

국내에서 가장 큰 쪽방 밀집 지역인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 일대가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2410가구 규모의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거듭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5일 이같은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쪽방 일대 4만7000㎡에 쪽방 주민들 모두 재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와 함께 민간분양주택 96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해 공급하게 된다.

 

국토부는 공공임대단지와 복지시설이 들어서면서 쪽방 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은 5.44평(18㎡) 공간에 현재 15% 수준으로 저렴한 보증금 183만원·월세 3만7000원 수준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신혼부부나 청년 등을 위한 민간분양주택과 편의시설도 공급된다.

 

서울역 쪽방촌은 1960년대 도시 빈곤층이 몰리며 형성됐다. 30년 넘은 건물이 80%를 차지해 정비 필요성이 크지만 이주대책 부족으로 민간 주도 재개발이 무산되곤 했다. 지금까지 1007명이 거주하며 국내에서 가장 큰 쪽방촌으로 남았다. 주민들은 주거 면적이 0.5~2평(1.65∼6.6㎡)인 방에 약 24만원 임대료를 내며 단열, 난방, 위생상태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선이주 선순환 방식 개념도 /국토부 제공

 

공공임대단지에는 쪽방 주민 자활과 상담을 지원하는 복지지설이 들어선다. 공공주택단지에는 입주민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국공립유치원, 도서관 등이 설치된다. 상가 내몰림을 방지하기 위해 소상공인·청년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상업용 건물 ‘상생협력상가’도 단지 내 마련한다. 서울시는 민간분양주택은 최고 40층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사업기간 중에도 쪽방 주민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을 적용한다. 먼저 공공임대·분양주택이 들어설 지역을 철거하고, 공공주택 건설 후 기존 거주자가 재정착을 마치면 나머지 부지를 정비해 민간주택을 공급한다. 먼저 철거될 지역에 거주 중인 쪽방 주민 150여명은 공공주택 입주 전까지 사업지구 내 게스트하우스 등을 활용한 임시 거주지에 머물게 된다. 해당 지역의 일반 주택 100여 가구도 원하는 경우 인근 지역 전세·매입임대로 임시 거주지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용산구, 쪽방상담소 등이 참여하는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TF’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주민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올해 지구지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 지구계획 및 보상을 거쳐 2023년 공공주택단지를 착공 후 2026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된다. 2030년에는 민간분양 택지 개발을 끝낼 계획이다.

 

 

서울역 쪽방촌 현재와 미래 조감도 /국토부 제공

 

 

홈리스행동과 동자동사랑방 등이 모인 시민단체 ‘2021 홈리스 주거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계획 발표를 매우 환영한다”면서도 “쪽방 주민에게 ‘집다운 집’을 제공하려면 주민 당사자들 목소리를 계획에 더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는 서울역 쪽방 주민을 포괄하는 물량이지만, 일반주택 세입자까지 포함하는 물량으로 보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발표된 사업 지구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양동 재개발 지구 쪽방에 사는 주민도 함께 입주할 수 있는 규모의 임대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했다.

 

단체들은 ‘2019년 서울시 쪽방촌 거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역 쪽방에 1158명, 양동 쪽방에 417명이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금 부담으로 입주 포기 사례를 만들지 않도록 세입자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 김희진기자

최치권의 ‘구미호-불리지 않은 신화'사진집이 ‘눈빛사진가선67’호로 발행되었다.

출판을 기념하는 사진전이 지난1월 15일부터 24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렸으나 차일피일하다 포스팅이 늦어버렸다.

 

다들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시장 출입을 꺼리는 시절이라

사진집을 구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늦게나마 소개하게 되었다.

 

그동안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눈빛사진가선’은 책자가 적어 소장이나 휴대하기도 좋지만,

책값도 12,000원 정도의 부담 없는 금액이라 아무리 돈이 없는 나도 빠짐없이 구해보았다.

여지 것 다섯권의 사진집을 냈으나 ‘눈빛사진가선’으로 출판한 ‘청량리588’만

유일하게 재판을 찍었다는 것만으로 ‘눈빛사진가선’의 인기도를 알 수 있다.

 

그 사진집은 출판사에서 엄선하여 발행하는 책이라

신진 사진가들의 다양한 작업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데다,

'눈빛사진가선'이 우리나라 사진의 흐름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난, 페친인 최치권씨가 사진가인지는 몰랐다.

그 날 전시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여

서일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한다는 것과

‘대한민국 전도’,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등 여러 차례 비슷한 주제의

사진전을 가졌다는 것도 사진집에 적힌 이력을 보고서야 알았다.

 

사진들은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인간 본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최치권만의 어법으로 형상화한 전시였다.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예리하게 채집하여 그만의 내러티브를 담아냈는데,

욕망과 탐욕이 이글거리는 인간 내면의 암울한 해학도였다.

 

구미호란 전설에 나오는 꼬리가 아홉 개나 달린 여우를 말하나,

인간성을 잃어 사악해진 인간을 빗댄 말이다.

물질문명의 탐욕에 휩싸여 영악하기 이를 데 없으니,

늙은 여우에 다름 아닐 것이다.

 

작가는 거리에 흩어진 이미지를 채집하는 사냥꾼에 다름 아니었다.

지나치는 거리 모퉁이에 놓인 사물이나 간판 등 하잘 것 없는 오브제를 언어로 끌어들였다.

조간신문의 한 문구나 이미지마저 자신의 메시지로 활용했다.

다들 숨은 그림처럼 못 알아채고 지나쳤던 것들을 찾아 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포착한 도시의 풍경이나 피사체가 낯설지 않았다.

 

거리를 지나치다 부딪친 대상을 적절히 잘라내어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적 센스가 날카로웠고,

피사체를 관조적으로 보는 시선도 남달랐다.

 

 80년대 초반 내가 서울 올라 온 후, 한동안 외도한 적이 있었다.

물질문명에 의한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은유적인 소재로 기계 이미지를 택한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민식선생의 영향으로 줄 곳 인간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당시는 대상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찍히는 문제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기계를 통해 물질문명을 비판하며 인간성 회복의 기치를 세우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청계천 주물상가나 마장동 폐차장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차겁고 육중하거나 날카롭게 보이는

형상들을 채집하여 사진잡지에 연재하기도 했으나, 그 역시 성에 차지 않았다.

다시 돌아선 것은 반대어법의 소구력이 약해서였다.

스스로 아무리 강한 느낌을 받아도 상대가 느끼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작가의 주관적 작업보다 사료로 남을 수 있는 객관성에 무게 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주변이 정리된 단편적인 오브제는 그 울림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한계도 느꼈다.

 

아무튼, 다시 사람을 찍으며 적극적인 방법으로 접근했으나,

상대와의 소통을 위해 함께 어울리다 보니 많은 세월이 흘러버렸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그런 경험이, 최치권씨의 ‘구미호’가 남달리 다가 와서다.

 

작가가 던지는 전체적인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되었고,

몇 몇 사진에서는 발길을 멈추게 하며 다시 한 번 사람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작가의 의도가 적중했다는 말이다.

 

‘최치권 스타일 다큐’라는 제목의 해설을 쓴 오혜련씨의 마지막 글로 마무리한다.

 

“‘구미호-불리지 않은 신화’시리즈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는 작업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다움, 인간 가치에 대해 묻는다.

작가는 그의 작업노트에 ‘구미호’에는 그것을 보고 있는 구미호가 있고,

사진을 보고 있는 우리가 있다.“라고 얘기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반은 인간이고 반은 여우인 구미호는 인간인가? 여우인가?

사진을 보고 있는 우리는 인간인가? 여우인가?

가치혼돈의 요지경 시대에 우리의 구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우리도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광장에 있는 노숙인 지원시설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와

‘서울역 응급대피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불똥이 동자동 쪽방 촌에도 떨어졌다.

서울역 노숙인들의 왕래가 잦기 때문이다.

 

어제에 이어 이틀 동안 동자동 새꿈공원에 임시선별검사소를 마련해 놓고,

감염자를 찾아내려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지금까지 서울역 노숙인 관련 시설에서 감염된 사람은 시설 종사자를 비롯한 41명이다.

서울시가 노숙인 등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실시한 결과인데,

아직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설상가상으로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보건소 직원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아

13명은 자가 격리돼 업무차질도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노숙인들이 카드는 물론 휴대전화가 없어 역학조사가 어렵고,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 2명도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역학조사가 지연될수록 노숙인들 사이에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오 무렵 동내 사정이 궁금해 쪽방 계단을 내려오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도시락 나눠주는 일을 맡은 원희룡씨가 기다리고 섰다. 

 

복도 계단이 너무 좁아 일방통행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마운 온정의 손길은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

 

새꿈공원 입구에 있던 구멍가게 주인장이 사진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한다.

마스크가 무슨 패션인지, 마스크 쓴 사진으로 찍어달라네.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받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공원 주위로 자주 오가는 몇몇 외는 다들 외출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쪽방 안에서 티브이나 끼고 알을 까니,

그보다 확실한 격리가 어디 있겠나?

 

서울역 지하도를 건너가니, 노숙인 선교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 ‘드림시티’는 문이 잠긴 체 화분으로 막아 놓았고,

옆에 있는 밥집 “따스한 채움터”는 음성 확인 받은 자에 한해 입장시켰다.

다들 24시 매장 부근에 서성거리는 건 컵라면이라도 먹기 위해서다.

 

서울역광장은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찬송가소리로 요란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잘 가라는 장송곡인가?

나도 저렇게 한 번 미쳐보았으면 좋겠다.

 

서울역 광장 외곽에 자리 잡은 노숙인 희망지원센터로 갔다.

이곳에서 하루 평균 70여명의 노숙자에게 응급 잠자리를 제공하나

잠자리는 물론 쉼터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부터 음성 판정을 받은 자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입구에서 들어가려는 사람과 제지하는 종사자와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검사받은 지가 며칠 지났거나, 판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자들 때문이다.

 

노숙인의 불만은 컸다. “추워서 못 잔다. 차라리 감방에 처넣어라”

서울시에서 갈 곳 잃은 노숙인들을 위해 고시원 등에

응급 숙소를 마련한다고 하나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거리로 내 몰린 것도 서러운데, 이젠 세상 밖으로 내 몰릴 처지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에서 노숙자 코로나 감염이 확인되어 비상이 걸렸다.

지난 26일 서울역 노숙자 시설에서 종사자 2명과 노숙자 3명 등 5명의

코로나 감염이 확인된데 이어 용산역과 영등포역의 노숙자 감염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서울역광장의 노숙인 시설인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의 운영이 중단되었고

밀접접촉자인 종사자 24명이 입원 또는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문제는 다들 핸드폰이 없고 거처가 일정치 않아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이지요.

 

노숙자를 수용하는 다시서기 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많은 노숙인들이 거리로 내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따스한 채움터’를 비롯한 무료급식소의 밥 나눔도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다.

 

지난 27일 서울역광장에 갔더니, 다들 겁먹어 마스크는 잘 쓰고 있었다.

식권을 얻기 위해 길게 줄서 있었는데, 밥 얻어 먹기도 힘들어졌다.

노숙인 쉼터보다 거리노숙을 고집하는 최씨는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체념했다.

 

동자동 쪽방촌 풍경은 대조적으로 썰렁했다.

골목을 돌아 다녀도 유한수씨 등 몇 명 밖에 만나지 못했고,

공원에는 이대영씨를 비롯한 세 명이 시간 죽이고 있었다.

 

누군가 나누어 먹으라고 빵을 갖다 놓았으나 먹을 사람조차 없었다.

있는 사람이라도 챙겨 가면 좋을 텐데, 다들 욕심 부리지 않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갖다놓아도 딴 사람을 배려해 한 두 개만 가져간다.

이젠 그놈의 코로나에 주눅 들어 다들 방안에서 티브이나 끼고 지내는 게 생활화 되었다.

 

쪽방촌 사람들은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만, 오 갈 때 없는 노숙자가 문제다.

여지 것 노숙자들은 접근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여겼는데,

방역에 구멍이 뚫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노숙자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빈부 격차가 큰, 잘 사는 나라일수록 더 많은 현실이다.

전 세계에 1억명이 넘는 노숙자가 있다는데,

이 수치가 정확하다면 인구 60명당 1명꼴이 노숙자인 셈이다.

 

빈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방세 낼 돈보다 먹을 것을 살 수밖에 없다.

노숙자들은 불규칙적인 식사에 의한 영양 결핍과 만성적인 수면 부족

갖가지 요인에 의해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건강과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재난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이란 사치스런 말장난에 불과하다.

 

더구나 공공역사를 거점으로 신분증의 매매, 명의 도용, 위장결혼, 강제철거에 동원되는 등

노숙상태를 악용하는 자들도 많아 인권이 침해당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정해진 수급비를 받는 것은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도 많지만,

여기 저기 떠돌아 신청할 주소지가 없기 때문이다.

 

대개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다 노숙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부모에 의해 가난이 대물림 되었다는 말이다.

더러는 사업실패나 이혼으로 집나온 사람도 있으나,

절반 이상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내일은 날씨마저 영하20도라는데, 거리에서 어떻게 잘 수 있겠나?

신이 과연 계시다면 말씀 좀 해주세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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