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동자동은 한산해서 좋지만, 밥 사먹기가 지랄 같다.
직장인이 없어 쪽방 사람들이 이용하는 광주식당까지 닫아 버린다.
하루 쯤 굶어도 죽지는 않으니, 발길을 공원으로 돌려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원입구에는 여러 사람이 술로 다독이고 있었다.
트랜지스터에서는 ‘돌아가는 동자동’이 아니라 ‘돌아가는 삼각지’가 흘러나왔다.
김상구씨가 잔뜩 어깨에 힘을 실어 장단을 맞추고 있었는데,
직장인 없는 일요일의 동자동은 쪽방 사람들 세상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자리를 지키는 정재헌씨를 비롯하여
구멍가게 주인 강재원씨, 전설로 통하는 전찬우씨,
의리의 사나이 이준기씨, 이법사로 불러달라는 이원식씨,
그리고 김상구, 이태수, 박동구씨 등 여러 명이 있었다.






술과 담배가 바닥나 물주를 기다리는 중이었던지,
소주 세병과 담배 한 갑을 사갔더니, 입이 쩍 벌어졌다.
늘 술자리를 지키며 빈병을 치워주는 황옥선 할매에게도
우유 한 팩 드렸더니, 기분 좋아 노래까지 하신다.
작년 추석 노래자랑에선 상까지 탔는데, 올해도 나간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구멍가게 주인인 강재원씨가 할 말이 있다며 날 좀 보잖다.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냐고 귀를 쫑긋 세웠더니, 나도 생각나지 않는 지난겨울 이야기를 꺼냈다.
내일 줄테니, 소주 한 병만 외상으로 달라 한 것을 거절한 게 아직까지 마음에 걸린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구멍가게에서 외상 주는 곳이 어딨냐고 그랬더니, 그 때는 사람을 잘 못 봤으나, 앞으론 잘 하겠단다.
그리고는 면전에서 내 칭찬을 해대는데, 얼굴이 간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가게에서 십만원치 팔아야 만원도 남지 않는다며, 돈도 잘 빌려주지 않는 땡보 양반의 또 다른 순진한 모습에 놀랐다. 



 


이번엔 이홍렬씨에 이어, 화장을 지운 김은자씨가 나타났다.
난 이 여인을 ‘친절한 금자’씨로 바꾸어 부른다.

김은자씨는 왕년에 룸살롱 마담으로 전전하며, 사내께나 휘어잡은 여인이다.
세월에 밀려 쪽방 촌까지 들어 온, 그 한 많은 사연을 한 번 들어 볼 작정이다.






그 날은 화장을 하지 않아, 나도 사진 찍을 생각을 않았는데,
영문을 모르는 이준기씨는 같이 한 판 찍자며 졸라댔다.
“안 된다는데 왜 그래~”라는 날선 반응에 이해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도 대머리라 모자 안 쓰면 찍기 싫은 거나 마찬가지다”고 했더니, 그때야 알아차렸다.






담장 모퉁이에 올려놓은 조그만 라디오에서는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한다'는 대목에서는 은자씨가 슬퍼하고,
현인의 ’체리핑크 맘보‘에서는 다들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이 것이 사람 사는 재미다.
하잘 것 없는 사연에 울고, 흥겨운 멜로디에 웃는 사람들...
배우고 가진 자들이 서민들의 순수한 이 맛을 알리 있겠는가?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에 사는 김문환(76)씨는 담배와 더불어 산다.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 기초생활 수급비로 사는데,
하루에 세갑을 피우니, 담배 값으로 한 달에 40만원이 날아간다.

담배 값에다 방세 제하면 아무 것도 남는게 없으니, 어떻게 살란말가?






그 분의 생각은 담배도 음식이라 생각하니,
밥 반찬과 담배공초 담긴 큼직한 재떨이 두 개가 함께 공존한다.
그럴 수 있는 것은 담배가 그 분의 유일한 낙이기 때문이다.





아흔이 넘은 골초 할매들이 건강하게 잘 사시는 분들을 시골 장에서 더러 본다.
정영신의 사진처럼 담배 피우는 모습에 진한 삶이 묻어난다.
구름과자 한 대에 서러움 배고픔 다 날려버린다.





담배는 돈 있는 사람은 오래살고 싶어 절대 피우지 않는다.
힘도 돈도 없고, 명예마저 없는 불쌍한 서민들이 피우는 한숨이다.
그 분들 피 빨아 엉뚱한데 생색내야 하나?
혈세로 잘 사는 놈 더 잘살게 만들어야 하나?






골초들이 담배 한 값에 만원을 한들 피우지 않겠느냐?
배고픔은 참고 넘길 수 있지만, 담배 없이 못 사는 분이 동자동에 수두룩하다.

그런데, 한국당 패거리에서 먼저 내리라니, 정말 세상 좆 같다.
그렇다고 똥을 옥으로 보진 않지만, 계산된 잔머리라도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다.






“담배 값부터 빨리 내려라. 이 나쁜 놈들아”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지난 30일 오후 5시 무렵, 매점을 찾아 나섰다.
저녁에 먹을 빵 사러 나갔는데, 골목 한구석에 남종호씨가 술판을 벌여 놓았더라.
막걸리 두 병과 종이컵 두 개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처음 만난 그의 친구인 셈인데, 대뜸 한 잔하라며 컵을 내밀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바닥에 퍼져 앉았으나
옆집 식당 아줌마 더러 땅콩 몇 조각만 달라고 졸라댔다.
식당 옆에 자리 잡은 것만도 눈에 거슬리는데, 땅콩을 줄 리 있겠는가?






얼른 일어나 구멍가게에서 땅콩 한 봉지를 사 왔더니,
‘몇 알만 있으면 되는데,,,.’라며 겸연쩍어 했다.
종호씨는 나보다 다섯 살 아래지만, 사람을 너무 그리워한다.
술을 좋아해도 많이는 못 마시고, 조금씩 마시는 술에 항상 취해있다.
“방에서 마시지 왜 길바닥에 술상 차렸나?‘고 했더니, 심심해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 만큼 외롭다는 말이다.
거리에 술상을 차리면 아는 술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있으니 잘 모르는 분이 끼어 앉았다.
난, 사진 찍는 조문호라며, 자기의 이름도 적어달라고 수첩을 내 밀었더니,
“不可無一杯酒”라 쓰고는 그 밑에 郭玉泰(57)라 적었다.
없어서는 안 될 한 잔 술을 강조하는 것을 보니, 자기도 술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어디 사느냐고 물었더니 ‘광주여인숙’에서 머무는데,
요즘 하루에 만원씩하는 여관비 대느라 정신없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얼마 전 사고를 쳐 감방에서 한두 달 썩고 나왔더니,
기초생활수급비가 반으로 줄었다며 투덜거렸다.
왜 적게 나오는지 영문은 모르지만, 참 세상 인심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유병철씨가 싱글벙글 나타나 새로 장만한 핸드폰 자랑에 신났다.
핸드폰에다 “구글 구글~, 보지 보지~”라고 말로 검색해 한참 웃었는데,
보여주는 이미지에 아연실색했다.
나도 성개방론자이지만, 그건 쪽팔리는 짓거리였다.
그만두라고 퇴박을 주었으나, “형 카메라보다 이게 더 좋다”며 자꾸 보란다.
아무리 혼자 살아 여자가 그립겠지만, 그건 아니다 싶었다.
세상 정보가 한 손에 들어 있어 좋은 세상인지 모르지만,
몰라도 될 폐해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구멍가게에 일보러 가야겠다며 일어나니,
‘형 같이 놀아줘!“하고 불렀으나 모른척 가버렸다.
가게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다 왔더니,
다들 사라지고 남종호씨만 바닥에 잠들어 있었다.
신발을 베개 삼아 웅크린 모습에 마음이 아렸으나,
겨울이 아니니 그대로 둬야 했다.
다들 술이 취하면 눈 좀 붙였다 들어가는 습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이준기씨와 황춘화씨가 만취해 있었다,
아들 용성이가 달려와, 더 있으려는 황춘화씨를 부축해 갔으나,
다리가 불구인 이준기씨는 내가 데려다 줘야 했다.
간신히 자기 방에 들어가서는 ‘형! 멋진 안경이 생겼으니,
안경 쓴 사진 한 판 찍어 달라“ 했다.






그러고는 술 한 잔 대접하고 싶으나 술이 없는데다 너무 취해 움직이기 힘들다며,
설합에서 오천원을 꺼내서는 내려가다 한 잔 하고 가란다.
걱정말라며 사양했으나 막무가내였다.
"그래, 이 돈으로 다음에 술 한 잔 사겠다"며 받아 나왔으나, 코 끝이 찡했다.

이게 사람 사는 정이다.






내방에 돌아와 폐북을 뒤적거리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가 쓴
‘쪽방촌 사진족에 몸살’이란 기사에 분노가 치밀었다,
물론 생각 없이 쪽방촌을 기웃거리는 무례한 아마추어 사진인 부터 탓해야겠지만,
사진족이란 말에 부풀린 뉘앙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뚫어진 문살에 눈만 나오게 만든 사진이미지도 도둑촬영을 의미했는데,
뉴스를 만들기 위해 기사를 썼다는 생각이 앞섰다.



‘사진은 본 기사와 상관없음’이라며 실은 /뉴스1 사진


여지 것 동자동에 살면서 한 번도 아마추어 사진가들을 만나지 못해 그런지 모르지만,
두 부부의 이야기만 거론 한 것으로 보아, 사실보다 부풀린 내용인 것 같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포토그래퍼 윤모씨라는 분의 인터뷰 내용도 몇자 적었는데,
그렇다면 이름을 정확하게 밝혀야 했다.
자신의 이름 하나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나서지 말아야 했다.
사람 사는 게 구경거리냐?는 글도 구경거리를 만들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윤리적인 잣대를 앞세워,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울타리에 가두고 금기시하는 자체가
그 사람들을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소외된 약자로 만든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인들도 가시적인 풍경이 아니라,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다면,

사진에 앞서 인간적인 접근이 우선되어야하고,
필요할 때는 본인의 양해 아래 연출 없이 찍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상을 당하거나 특별한 일이 생기면,
다들 이름 석 자 중 한자는 빼고 적었는데,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평소 본인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릴 사정이 있다면, 이름을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대표하는 이름을 숨기는 자체가 당사자나 망자를 모독하는 짓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평등의 말처럼,
제발 평범한 사람으로 봐 주길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얼마 전, 미술감독 안애경씨가 핀란드 친구들을 데려와 만들어준 침대 덕에,
한 동안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용하다보니 탁자와 의자가 좀 불편했다.
장시간 일하다 보니 탁자에 물 컵 하나 놓을 자리도 없고,
의자는 등받이가 없어 온 몸에 주리가 틀렸다.
욕심 부리느라, 정선 집에 있는 탁자와 의자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 27일, 매월 한 번 씩 들리는 정선 집으로 떠났다.

궁상맞게 비까지 내려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군불 지피며 했던 생각이 "죽으면 이 많은 짐을 어떻게 하며,
엄마 무덤은 어쩔까?" 쓸데없는 걱정도 해댔다.

2박 3일이 금세 지났는데, 할 일도 많았다.
말벌에게 두방이나 맞아 어깨는 묵직한데, 정영신은 봉숭아 꽃잎 따오라지,
구름은 왔다 갔다 하며 놀자고 약올리지,
창수엄마는 조씨네 집으로 술 마시러 오라지...






그런데, 이튿 날 서울 갈 짐을 차에 실어려니, 탁자가 실리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차 지붕에 올려놓고 끈으로 칭칭 묶었는데, 꼴이 가관이다.
끈을 고정시킬 수 없어, 빽밀러에도 묶었는데,
타고 내릴 때는 차창으로 끈을 풀고 내려야 했다.

우려와 달리, 서울 동자동까지 잘 도착했다.
탁자는 물론 설합장까지 들여놓으니, 쪽방이 가득 찼다.
보따리에 싸 두었던 옷가지도 챙겨넣고,
집기들도 한 곳에 모아 놓으니, 훨씬 지내기가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왠지 아늑한 정감이 없다.
마치 사람 사는 방 같지 않고, 무슨 사무실 같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옆 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영신씨를 데려와, 어떤지 한 번 봐달라고 했다.
한 마디로, 희망이 있는 방과 없는 방의 차이 같다며,
마치 쪽방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무실 같다는 것이다.



정영신사진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제 와서 어쩌랴?
몸과 마음을 더 내려놓는 수밖에...

사진, 글 / 조문호














토요일엔 서둘러 공원에 나갔다.
남의 밥그릇 뺏는 일이라
몇 주째 빵 배급을 놓쳤더니,
뱃속을 비우는 경우가 잦다.




천성이 밥하는 것을 싫어하는데다,
혼자 사먹기도 그러니, 어쩌랴?
아슬아슬하게 받은 번호표가 199번,
한 장이라도 남았으니, 다행이다 싶다.

 



갑자기 자괴감이 밀려온다.
착한 아내 버려두고, 왜 여기 왔나?
뭘 위해, 도대체 누굴 위해 사는 것이냐?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를 위해 사는 것 같았다.




엊 저녁엔 노을조차 심상찮았다.
마치 날 비웃는 것 같았다.
이제 그만 끝내라고...




사진,글/ 조문호









지난 22일은 하루 종일 쪽방에서 죽쳤다.
하는 일이래야 컴퓨터와 노닥거리다 잠자는 것뿐이다.
마침, 맞은편 방에 사는 김응수씨가 소주 한 잔 하잖다.
소주 세병과 소시지 세 개를 사왔지만, 방에 들일 수가 없었다.

침대에다 책상까지 들여 놓았으니 방이 좁아 앉을 자리가 없었다.

하는 수 없어 문턱에다 술상을 차려 손님을 맞았는데, 그와는 처음 갖는 술자리였다.

나이는 일흔 셋인데, 그 날은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의 기미가 보인다며 약간 고무되어 있었다.





부산에서 아들과 아내가 살고 있지만, 사업자금 융자받으러 상경해 쪽방에서 체류한지가 삼년이 되었다고 한다.

경남 고성이 고향인 그가 고성에다 대규모 야시장을 개발하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었는데,

서류 갖추고 보완하느라 3년이 흘렀단다, 그런데 융자 신청액이 무려 300조가 넘는 엄청난 규모였다.

이포 용지에 적힌 확인서 비슷한 내용을 보여주었는데, 너무 큰 금액이라 믿기지 않았지만, 한 번 물어 보았다.

야시장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냐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서냐 물었더니 당연히 돈 때문이라고 했다.

그 나이에 엄청난 일을 꾸며 벌어본들 어디에 쓸 것이냐고 물었더니, 아들과 손자를 위해서란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돕는 것이라며 말을 끊었더니, 이번엔 정치이야기를 꺼냈다.

박정희의 경제 성장론을 늘어놓으며, 삼년만 더 했다면, 세계 최고의 경제국가가 되었을 것이란다.

더 이상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화장실 가는 송범섭씨를 불러 앉혔다.

이 친구는 아래층 사람들과 복도에 둘러앉아 한 점에 백원짜리 고스톱을 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결말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돈 따는 것보다 시간 보내는 놀이였다.

후래삼배라며 석 잔을 연거푸 따라 주었으나,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던지 서둘러 내려가버렸다.






이번에는 옆방에 사는 최완석군이 나타났다. 이 친구는 막걸리만 마셔 끼일 형편도 아니지만,

이미 취해 들어왔다. 내년이면 50에 접어들지만,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틈틈이 괴성을 질러 옆방 사람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건물 관리하는 정씨로부터 숱한 욕을 먹으며 구박 당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런데 방에서 조그만 컵에다 물고기를 키우는데, 하루에 몇번이나 물을 갈아주었다.

유일한 친구인 냥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티브이도 물고기가 노는 화면을 자주 틀어놓았다.

다들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쪽방 촌에는 별의 별 사연의 사람들이 많지만, 하나같이 힘들어하는 것은 소외감이고 외로움이다.

문제는 이웃과 어울리거나 공원에 나와 사람을 만나는 분은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다들 혼자 사는데 익숙해 사람 만나는 것을 기피하는 것이다.

그러니 먹는 것조차 부실할 수 밖에 없어 결국은 건강마저 잃어버린다.

혼자 살다 비참한 죽음을 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은 고사하고 언제 사망한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 이어 급증하는 고독사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시대가 만들어 낸 사회적 병이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경우, 지난달부터 한국 야쿠르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개인정보제공을 조건으로

3회씩 야쿠르트 배달원들이 홀몸노인 가구를 방문해 음료를 전달하며 안부까지 확인하기로 했는데, 정말 잘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극소수의 사람들이 신청했고, 그것도 외부 출입이 잦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아무 조건 없이 해당되는 분은 주기적으로 방문해주었으면 좋겠다.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하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실시한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무료진료서비스가

지난 20일 오후2시부터 4시까지 ‘청운고시’지하 새꿈나눔터에서 진행되었다.

내과와 안과, 그리고 통증과 치과 진료가 있었는데,

임시병원으로 지정된 ‘새꿈나눔터’에는 많은 주민들이 대기하거나 진료 받고 있었다.






치과와 내과에 진료 받으러 나갔으나, 그 날 치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내과에 들려 통풍으로 고생해 약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통풍약도 준비 되지 않았다고 했다.

병의 종류가 하도 많으니 한꺼번에 다 준비할 수 없는지는 몰라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내가 일 년 가까이 동자동에 살았지만 무료진료를 찾은 건 지난겨울 ‘성남교회’에서 실시한 무료진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 갈 때마다 같은 사정이었다. 치과는 하지 않으려면 공지하지 않으면 될 일이고,

통풍은 그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 진료가 필수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웬만한 진료는 의료보험 혜택으로 일반병원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으나,

보험공단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무료진료를 찾는 분도 많다.

그동안 ‘명성의료봉사단’과 ‘드림의료봉사단’에서 교대로 봉사활동을 했는데, 하려면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 한다면 일하는 사람 편한데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가 없어 못보는 진료야 어쩔 수 없겠지만, 마음만 있다면 통풍 약 정도는 우편으로도

보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성심껏 돌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두 번이나 헛걸음을 쳐 허탈하게 나오니, 마침 이준기씨가 지나가고 있었다.

반가워 어디 가느냐고 물었더니, 시내에 볼일이 있다며

‘형! 날도 선선해 졌으니 언제 소주한 잔 해요“라며 지나갔다.




’새꿈공원‘에는 이른 시간부터 정재헌씨가 술이 취해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담배 피우느라 공원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선 김용만씨도 만났다,

줄담배 피우는 그는 그 많은 담배 값을 어떻게 대는지 모르겠다.





”담배 좀 줄여라“며, 하나 마나인 소리를 지껄이고 방으로 올라가려니,

사진 찍히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이기영씨 내외가 걸어오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들 정겨운 사람들을 만나니, 서운함도 금세 잊혀졌다.






그래, 다들 힘들게 남을 돕는데, 사소한 불만은 집어치우자.
단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진심으로 주민들을 보살펴 달라는 것뿐이다.


사진, 글 / 조문호








갑자기 날씨가 서늘해지니,

봄이 찾아온 것 보다, 더 반갑다.
올 여름 쪽방 더위는 지긋지긋했다.
이보다 지독한 여름은 없었다.

날씨 덕에 노숙인의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
깔판을 등짝에 붙인 노숙인의 패션도 재밋다.
쿠숀이 있어 노숙하기 안성마춤인데,
몇 겹으로 접을 수 있어 옮기기도 편하다.

옛날 거지는 얻어먹을 밥통이 필요 했지만,
요즘 거지는 자리 깔 박스용 판지가 필요하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노숙인은 빈 몸으로 떠돌아,
자리 깔려면 그 흔한 박스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복지, 복지, 입이 아프도록 나팔 불어대지만,
노숙인을 위한 복지 한 번 생각해 본적 있는가?
그들을 위한 물품 보관소 부터 만들어주라.
폐품을 사용하는 노숙자라 사람도 폐품이던가?

제발, 인간 폐품도 재활용 방법 좀 연구하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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