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은 오후1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정선에서 밤늦게 돌아와, 그동안 등진 컴퓨터와 씨름하느라 날밤을 깠기 때문이다.

뭘 좀 먹어야 했으나, 밥 때를 놓쳐버렸다.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라도 한 그릇 사 먹을 심산으로 내려오는데,
2층에서 김정길씨가 봉사하는 학생들을 대동해 짜장면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베푸는 짜장면 나눔이라는 것이다.
쉽게 굳는 짜장면을 배달하는 일이 예사 일은 아니다 쉽었지만,
고맙게 받아들고, ‘얼시구나’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라 다를까 짜장면은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한 올 한 올 풀어 비벼 먹었더니, 꿀맛이더라.
시장이 반찬이란 말도 있지만, 바삐 나누어 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에 더해
먹기 위해 공들인 내 손 맛까지 곁들였으니, 어찌 맛있지 않을소냐?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나니, 인사동으로 나오라는 호출이 연이었다.
인사동 ‘보고사’갤러리에서 정기호씨 전시도 열리고,
평창올림픽을 홍보하는 미녀들도 인사동에 나온단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구와의 술 약속이다.


오늘은 일진이 아주 좋은 것 같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8일 오후 무렵 동자동 새꿈 공원 주변을 한 바퀴 돌았는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만남의 집에서는 독감예방접종을 하고 있었고, 한 쪽에는 술자리가 벌어졌더라.

한 아주머니는 예방접종에 선물 준다는데, 이미 맞았다며 아쉬워했다.


 

공원에서 술 담배를 못하게 되어있지만,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름만 새꿈 어린이공원이지 사실상 노인들 공원이다.

그 날도 공원 술자리에 경찰이 슬며시 다가가 술병을 옮겨 주겠다고 하니,

다들 공원 밖으로 옮겨갔다.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긴다.


 

길바닥에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도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이재화씨는 어디에 다녀 올 때가 있는지 구두를 반질반질하게 닦아 오고,

김정호씨는 골목을 걸어 나오며, 소보로빵 한 개를 전해준다.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지만, 빵 좋아하는 나에게 자기 몫을 내놓은 것이다.

어떤 이는 술 좋아하는 용성이 더러 술 값하라며 돈을 준다.


 

다들 돈은 없지만, 사람 냄새나는 곳이 동자동이다.

때로는 세상 풍파에 달라붙은 욕설이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소통 없는 요즘 세상에, 시시콜콜 속내 털어 놓으며, 서로 사는 것을 확인한다,

술이나 담배, 심지어 돈까지도 나눈다.

어쩔 수 없어 돈을 체념했는지 모르지만, 욕심을 버렸으니 사람다워지는 것이다.


 

살 부대끼며, 이렇게 정 나누는 달동네가 요즘 어디 있나?

, 그래서 동자동이 좋다.

 

 

사진, / 조문호
















 







기온이 내려가 그런지, 술을 마셔 그런지, 오래된 통풍이 도져버렸다.
오른쪽 다리 뒤 곱이 댕겼지만,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통풍이 심할 때는 온 몸이 마비될 것 같은 통증에 시달려야 하는 몹쓸 병이다.

지난 12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실시하는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무료진료서비스가
있다기에 성남교회로 찾아갔다. 그동안 통풍으로 두 차례나 무료진료소를 찾았지만,

‘자이로닉’이란 통풍 약은 없었다.

40명이나 진료를 기다리고 있어, 번호 표 나누어주는 분께 여쭈어 보았다.

약제실에 통풍약이 준비되었는지 한 번 알아봐 달랬더니,

의사선생님과 약제실 담당자가 나오지 않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와 약제실에 일하는 두 분은 약속된 진료시간 보다 40분이나 늦게 나왔다.

물론, 근무지에서 늦게 끝났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인지 모르지만, 약속시간은 지켜야 한다,

어긴 사람은 40분일지 모르지만, 40명의 40분을 합한다면 결코 작은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봉사라 대수롭게 여기거나, 빈민들이라 우습게 본다는 생각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뒤늦게 나왔지만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진료하기 시작했다.

바쁜 사람더러 통풍약이 준비되었는지 차마 물어 볼 겨를조차 없었다.

한 시간이나 지나서야 순서가 돌아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이로닉’은 없었다.

약제사들은 약 찾느라 구석구석 뒤졌으나, 통풍약이 없어 진통제만 처방 받았다.

물론, 일반병원 가면 되겠지만, 문제는 환자들 속으로 다가가는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약이 없으면 메모해 두어, 다음에는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작은 일 하나에도 신경을 쓰야 한다.

환자 돌보는데, 돈 있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이 다를 수 없고, 봉사를 하려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다.

오후 9시가 넘어서야 허탈한 심정으로 성남교회를 빠져 나왔는데,

어느 한 노숙인은 교회 옆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고물상 조인형씨는 늦은 시간에 폐지 줍느라 바빴다.

산다는 것이 결코 녹녹치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살아 움직이는 것 자체를 고맙게 생각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작정한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가난한 이들의 춥고 힘들어 하는 목소리가 서울 장안에 울려 퍼졌다.


‘빈곤과 불평등의 도시를 고발한다! 빈곤을 철폐하자!’는 빈곤철폐 퍼레이드가

지난14일 오후1시부터 4시까지 동대문에서 출발하여 광화문광장까지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건강세상 네트워크’를 포함여여 50여개 민간단체들이 참여한

‘2017 빈곤 철페의 날 조직위원회’에서 빈민들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은 DDP에서 종로와 광화문사거리를 지나 세종문화회관 앞까지 행진하며 장애등급제 폐지,

노점상 강제철거 중단, 공공주택 확충과 전·월세 상한선 도입 등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시종일관 빈곤을 철폐하라는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쿨레칸의 신나는 춤판도 벌어졌.






목적지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쿨레칸의 춤 외에도 민중가수 안상호씨의 ‘청계천8가’도 들었다.
발언자로 나선 이는 ‘노점상연합’ 중부지역장 우종숙씨, 용산지역장 백화영씨, 권익옹호활동가 권영은씨, ‘홈리스야학’ 림보,

‘성소수자인권연대’ 김수환씨, ‘민노총’ 위원장직무대행 최종진씨,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의장, ‘전국빈민연합’ 심호섭 의장,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씨 등 많은 분들이 나와 부당한 사례를 고발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날 홈리스야학 학생회장 김종언씨 발언문 일부를 한 번 들어보라.


“2011년부터 서울역은 홈리스들을 내 쫓고 있다. 보증금 없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쪽방은 계속 철거되거나,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로 바뀌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마저 서울역 고가를 서울로라는 공원을 만들면서, 홈리스들이 공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노숙행위’를 제한하도록 조례를 내놓기도 했다. 반발에 부딪혀 삭제하였지만, 여전히 그 조례는 ‘악취’, ‘혐오감’ 등을 제한하기로 한 조항이 남아있어 언제든 홈리스는 서울로에서 퇴거될 수 있다. 서울시의 조례는 홈리스를 마치 범죄자나 문제아로 취급해 사회에서 따돌려 버리기에 심각한 문제라는 거다. 홈리스 문제는 이렇게 분리시킨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억누른다고 해결될 가난이었으면, 가난 때문에 목숨 끊고, 가난 때문에 고독사하는 일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홈리스를 분리하는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홈리스 복지를 강화하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제일 먼저 서민들의 삶부터 챙길 것으로 여겼으나, 아직 감감소식이다.
적폐청산도 중요하지만, 사람부터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빨리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챙겨주길 바란다.


복지제도 자체를 바꿀 일이 한 둘은 아니지만, 최소한 집에서, 거리에서, 일터에서 쫓겨나지 않는 세상부터 만들어 다오.
그리고 더 시급한 문제는 거리에 내 몰린 홈리스 문제다. 당장 날씨가 추워졌지만, 그들은 대처할 능력조차 없다.






파지 박스 한두 장에 몸을 맡기고, 거리에서 벌벌 떨며 잠 못 드는 노숙인부터 먼저 생각하라.
물론 ‘노숙인 쉼터’란 걸 만들어 놓았으나, 통제나 내부규칙 때문에 외면하는 이들이 더 많다.
수용이란 말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자유롭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냥 일인용 침낭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 그 걸 맡길 수 있는 보관함부터 만들어 다오.
이 일은 어렵지 않은 문제로 생각하니, 빨리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이 날은 ‘동자동 사랑방’에서도 많은 분들이 나왔더라.
김호태씨를 비롯하여 김원호, 선동수, 김정호, 강병국, 조인형씨와 사진하는 후배 최인기씨도 만났다. 


최인기씨는 노동과 세계사진기자로 일하는 변백선씨를 소개해 주며, 광화문 고깃 집으로 안내했다.

덕분에 소주 한 잔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좋은 자리가 되었다.





사진, 글 / 조문호



































































































밤이 되면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간다.
추워지면 거리로 내 몰린 노숙인 들이 문제다.

얇은 옷에다 박스지에 의지해 온 대부분의 노숙인 들은
급변하는 날씨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






술기운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는 자들이 늘려 있고,
바람 피하려 폐지박스로 사방을 가린 노숙인도 있다.

여태껏 말로만 복지 국가를 외쳐댔지만,
벼랑에 내 몰린 빈민들의 삶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새 정부에는 기대 했으나, 하나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제일먼저 관심 가져야 할 게, 서민들의 복지개선 아니던가?

최소한, 거리에 내몰린 노숙인들의 잠자리부터 해결하라.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다.






짐승도 저렇게 떨지는 않는다.
더 추워지기 전에 발 빠른 대처를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사람이 참 간사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덥다고 난리치더니, 하루아침에 춥다며 웃옷을 찾는다.


사실, 쌀쌀해지면, 술 맛 나는 계절 아니던가?
술 생각에 새꿈 공원으로 나갔더니, 여기 저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구멍가게 강재원씨는 이미 맛이 가버렸더라.
어머니 몰래 소주 몇 병을 빼돌려 놓고 허풍을 떨어댔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자락에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었다.
이남기씨의 빠진 이빨 사이로 즐거움이 넘쳐 흘렀다.






이홍렬씨는 소주파가 아니라, 주위만 맴돌았다.
내가 막걸리 한 병을 사서 자리를 만드니,
그 때야 한 잔 하시며, 옛이야기를 꺼냈다.
아마 추석명절의 쓸쓸함이 유난히 길어, 그 때가 그리운 것 같았다.






20여 년이 지난 추석 전 날, 공중화장실 청소를 하다 돈뭉치를 주웠다는 것이다.
거금 백만원이나 들어있는 쇼핑빽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그 날 청소하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코가 비틀어지게 마시고,
남은 돈은 명절 보너스 로 나누어 가졌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냐마는, 없는 사람들 적선했으니, 아마 복 받았을 거다.
그래도 혼자 챙기지 않고, 함께 나누었으니 인간적이지 않은가?
신고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도리지만, 어찌 혼자 독식하는 야박함에 비할소냐.





지난 해 동자동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린 다섯 쌍 중의 두 내외도 나와 있었다.
이기영, 홍홍임씨 내외와 김만귀, 이경희씨 내외는 찰떡궁합이다.
그 날도 두 내외가 짜장면으로 정분을 나누었는데,
김만귀씨 아들 정훈이가 동내재롱 다 부린다. 동자동의 유일한 기쁨조다.






이 날은 ‘구글 보지’로 통하는 유씨도 등장했다.
사실은, 이름보다 별명이 더 잘 기억된다. 옆에서 나누는 이야기도 그랬다.
“꼭다리 옆방이 짹짹이 방이잖아” 이름은 얼른 기억나지 않지만, 별명은 바로 나온다.
날 어떻게 부르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찍새로 불러다오.






그날의 화제는 어딜 가나 지갑 분실사고 였다.
지난 추석 전 날, 이모씨가 지갑을 분실한 모양인데, 그 일로 뒷말이 많았다.
CCTV에 줏는 사람 모습이 찍혔다며 경찰까지 개입했으나,
아무도 이씨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만큼 동내에서 인심을 잃은 것이다.






이미 술이 취해 있었는데, 인사동에서 술친구들이 날 불러 재꼈다.
인사동‘툇마루’로 자리옮겨 마시느라, 지갑에 만원짜리 한 장 달랑 남겼는데,
그마저 임자가 따로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서울역에서 지하계단을 올라가다 옆방에 사는 최완석씨를 만났는데,
구석에서 노숙자 한 사람이 손을 흔들어댔다.
자세히 보니 “소주 한 병과 김밥 한 줄이 소원”이라던 이상구씨였다.






몇 달 만에 만났는데, 얼굴도 많이 상했지만, 다리를 다쳐 목발을 옆에 두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찾길래, 한 장밖에 남지 않은 지갑을 마저 털어야 했다.
누구에게 구제 금융을 요청하던, 그건 내일 일이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든 이상구씨의 고마워하는 표정에 내일 걱정까지 사라지더라.






“돈은 돌고 도는 것이 아니던가”


사진,글 / 조문호




페이스북 친구가 된 김길석씨와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내 손이 잛아 나는 반토막만 나왔네



































 

명절연휴가 이어진 7일의 동자동 '새꿈 공원'은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한강교회’에서 나온 빵 나눔 봉사자들이 일을 마치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지만,

대개의 쪽방사람들은 빵보다 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연휴가 이어져, 밥 배급 차는 물론 ‘식도락’까지 문을 닫아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

 

김원호씨와 유정희씨가 단골식당도 문 닫았다며 투덜대어, 가끔 들린 적이 있던 된장집으로 안내했다.

백반 3인분과 막걸리 두병으로 허기를 메우고 있는데, ‘식도락’을 돕던 난순 여사도 식사하러 오셨더라.

모처럼 함께하는 식사라, 꼬불쳐 둔 비상금으로 밥 한 끼 대접했다.

 

식당에 둘러앉았으나, 다들 말이 없었다.

다들 먹고 싶어 먹는 것이 아니라, 살기위해 먹는 것 같았다.

밥 보다는 막걸리가 더 술술 잘 넘어갔다.

 

밥 얻어 먹기가 힘들지만, 어쩌겠는가?

명절날이라 차례도 올리고 가족들과 지내야 하니, 누가 오갈 때 없는 이를 도울 수가 있겠는가?

원죄가 뭔지는 모르지만, 막장까지 내 몰린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추석명절 날에 집에도 가지 않고 공동차례상을 차리며, 도시락을 나누어 준

“서울역쪽방상담소‘ 직원들이 참 고마운 것이다.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반가운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따라 공원에서 술 마시는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식당에서 마신 술이 부족하여, 내가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가 공원 한 구석에다 자리를 깔아놓았는데, 이기영씨가 막걸리 값 모우기 화투 한판 치자는 것이다.

난, 칠 줄을 몰라 남은 천 원짜리 석장을 밑천으로, 이원식이 한테 달라 붙어, 따기도 잃기도 했다.

시간 보내기는 좋았지만, 술 한 잔 얻어마시기는 힘들었다.

 

유행가 가사 한 소절이 생각나 바꾸어 불러본다.

“세상을 원망하랴~ 네 팔자를 원망하랴~
한 푼 없는 독거들아, 행복하게 살아다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문화투데이] 2017년 10월 07일 (토) 00:06:29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지난 어버이날 이어 두 번째 빨랫줄 전시 추석날에도 열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명절날이면 모처럼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온 집안이 시끌벅적 웃음소리가 나지만 명절이지만 더 외롭고 쓸쓸히 보내는 이웃들이 있다.

다행히 이번 추석은 서울시가 쪽방주민에게 고향방문을 지원해 일부는 고향을 찾아갔지만, 쪽방촌에 남아 있는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공원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 동자동을 기록하고 있는 조문호 사진가 Ⓒ 정영신



다큐멘터리 사진가 조문호씨가 오갈 데 없는 쪽방 사람들을 위한 두 번째 위안의 자리인 '동자동 사람들' 사진 나눔전을 지난 4일 동자동 새빛공원에서 열었다.

지난 5월 어버이날에 처음 시도한 빨랫줄전시는 주민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는데, 이날도 그들에게 즐거운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 빨래줄 전시를 구경하는 주민의 모습 Ⓒ 정영신



동자동 사람들은 빨래줄에 걸린 사진을 보면서 “어! 여기 용성이 사진 있네, 라면 먹고 있잖아”, “준기 썬그라스 죽이는데!” 등 사진을 들여다보며 마치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듯 이야기꽃이 피우기 시작했다.

또한 동자동 ‘나눔의 집’에는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마련한 추석한가위 합동제례가 열리고 있었는데, 한 사람 두 사람 차례대로 들려 술을 올리며 조상에게 큰 절을 올렸다. 고향을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조상을 찾아뵙지 못한 불효 때문인지 침울해 보였다.

    

▲ 추석한가위 합동제례에 함께한 주민이 절을 하고 있다 Ⓒ정영신



쪽방은 도시 빈민 주거형태로 1997년 IMF 이후 저임금 단순일용직 도시빈민이 발생하면서 노숙의 위기에 처한 빈곤 계층의 마지막 숙소다. 쪽방하나에 대락 15만원에서 23만원에 이르지만 돈만 있으면 곧바로 입주가 가능한데, 서울에만 다섯 군데의 쪽방촌이 있다.

    

▲ 도시락을 받아와 딸과 밥을 먹는 엄마의 모습 Ⓒ정영신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점심시간에 맞춰 주민들에게 도시락과 붉은 사과 한 알씩 나눠 주기도 했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뒤에는 도시락과 사과를 안고 흐뭇해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쪽방에서 일년남짓 살았다는 김모씨(65)는 처음에는 먹는 것 때문에 줄서는게 부끄러워 굶는 쪽을 택했다가 옆방의 동생이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후로는 일상처럼 편해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세번까지는 부끄럽던게 나중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더라”고 했다.



    

▲ 점심시간에 맞추어 도시락을 받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정영신



한쪽에서 한 여인이 도시락을 펼쳐 딸아이 입에 밥을 넣어주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빨래줄 사진전에서 이변이 생겼다. 작은 남자 한 분이 나타나 전시된 곳을 돌아다니며 사진 몇 장을 골라 '도끼로 목을 친다'는 등 끔찍한 욕설을 입에 담아가며 박박 찢고 있었다.

그런데 그 현장을 지켜보던 김원호 어르신이 화를 내며 사진을 찢는 사람더러 나무라기도 했으나 조문호 사진가는 제지시키기는 커녕 빙그레 웃고 있었다.



    

▲ 본인의 사진을 들고 좋아하는 김용만씨 Ⓒ 정영신


사진가 조문호는 쪽방사람이다. 일년 전부터 동자동쪽방촌으로 이주에 살면서 사진작업을 해오고 있다. 일년이라는 시간을 그들과 함께 했는데도 불구하고 초상권을 빌미로 시비 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한참 소동을 부리던 사람이 떠나자, 또 다른 사진 주인공들이 나타나 싱글벙글 자기 사진을 골라갔다. 동자동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조문호 사진가에게 앞으로 작업에 대해 물어보았다.



    

▲ 본인의 사진을 들고 있는 이기영씨 Ⓒ 정영신


그는 “일년으로 동자동기록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솔직히 사진쟁이로서 욕심도 생겼다. 빈민들이 사는 쪽방촌이 서울에만 5군데라고 하는데 동자동을 거점으로 다섯 군데 다 기록하고 싶다. 한 지역을 2년만 잡아도 10년이란 세월이 걸린다. 그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지만 쪽방촌을 기록하고 싶다. 또한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빨래줄 전시도 매년 어버이날과 추석날로 정해, 앞으로도 전시를 계속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쪽방에 들어앉아 책만 본다는 조장섭씨 Ⓒ 정영신



쪽방촌 사람들은 술과 담배를 친구삼아 살아간다. 제아무리 멀쩡한 사람도 쪽방에서 일년만 지내면 반쯤은 미친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인생의 마지막 정거장이 쪽방촌이라며 외로움을 이기지못해 자살도 시도하고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차별없이 존중받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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