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연휴가 이어진 7일의 동자동 '새꿈 공원'은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한강교회’에서 나온 빵 나눔 봉사자들이 일을 마치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지만,
대개의 쪽방사람들은 빵보다 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연휴가 이어져, 밥 배급 차는 물론 ‘식도락’까지 문을 닫아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
김원호씨와 유정희씨가 단골식당도 문 닫았다며 투덜대어, 가끔 들린 적이 있던 된장집으로 안내했다.
백반 3인분과 막걸리 두병으로 허기를 메우고 있는데, ‘식도락’을 돕던 난순 여사도 식사하러 오셨더라.
모처럼 함께하는 식사라, 꼬불쳐 둔 비상금으로 밥 한 끼 대접했다.
식당에 둘러앉았으나, 다들 말이 없었다.
다들 먹고 싶어 먹는 것이 아니라, 살기위해 먹는 것 같았다.
밥 보다는 막걸리가 더 술술 잘 넘어갔다.
밥 얻어 먹기가 힘들지만, 어쩌겠는가?
명절날이라 차례도 올리고 가족들과 지내야 하니, 누가 오갈 때 없는 이를 도울 수가 있겠는가?
원죄가 뭔지는 모르지만, 막장까지 내 몰린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추석명절 날에 집에도 가지 않고 공동차례상을 차리며, 도시락을 나누어 준
“서울역쪽방상담소‘ 직원들이 참 고마운 것이다.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반가운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따라 공원에서 술 마시는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식당에서 마신 술이 부족하여, 내가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가 공원 한 구석에다 자리를 깔아놓았는데, 이기영씨가 막걸리 값 모우기 화투 한판 치자는 것이다.
난, 칠 줄을 몰라 남은 천 원짜리 석장을 밑천으로, 이원식이 한테 달라 붙어, 따기도 잃기도 했다.
시간 보내기는 좋았지만, 술 한 잔 얻어마시기는 힘들었다.
유행가 가사 한 소절이 생각나 바꾸어 불러본다.
“세상을 원망하랴~ 네 팔자를 원망하랴~
한 푼 없는 독거들아, 행복하게 살아다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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