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새꿈 공원에도 겨울의 세찬 바람이 분다.
동자동 사람들의 유일한 놀이터나 요즘은 주민들이 잘 나오지 않는다.
술 없이는 못 사는 몇몇만 술기운에 추위도 잊은 채 마실 뿐이다.


나 역시 날씨가 추우면 밖으로 잘 나가지지 않는다.
내가 컴퓨터와 놀듯, 다들 방안에서 티브이 채널 돌려가며 지낼 것이다.






지난 23일은 목요일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밑반찬을 나눠주는 날이었다.
9월7일부터 11월23일까지 열 차례 나눠 준 마지막 반찬 타는 날이다.


타는 사람이야 가서 바로 받아오면 되나 길거리에서 나누어주는
쪽방상담소 직원이나 봉사하는 송범섭씨는 두 시간 동안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추운 날은 실내에서 나누어준다면 덜 미안할 텐데, 받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언제부터 다시 줄지는 모르나, 그동안 쪽방사람들에게 적잖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쪽방에 살려면 쌀과 반찬만 있으면 연명하는 대는 지장 없기 때문이다.
다들 부엌이 없어 라면이나 끊여 먹는 현실에 밥해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을 나누어주니 이보다 더 고마울 수가 있겠나?






이제 김장김치로 겨울을 나겠지만,

반찬 나눔이 쪽방 주민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지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단체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왔지만,
비좁은 방에 살다보니 생활자재들도 자칫 짐이 될 경우가 많지만,
식료품 지원은 곧바로 돌아가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동자동에 들어와 두 번째 겨울을 맞지만,
그동안 가장 고맙게 생각한 것이 바로 밑반찬 나눔과 빵 나눔이었다.






한강교회 ‘브레드 미니스트리스’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주는 빵 나눔은
한시적인 나눔이 아니라 꾸준하다는데 놀랐다.
몇 년 째 눈이오나 비가 오나 같은 시간에 나타나
200여명에게 순서대로 나누어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빵의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하루에 하나씩만 먹으면 일주일 분량이다.
특히 취사도구 없이 돌아다니는 노숙인에게는 최고의 먹거리다.


밥은 얻으면 당장 먹어치워야 하지만, 빵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고,
반찬이 필요 없으니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빵 나눔에는 지역주민들 보다 외지에서 온 노숙인이 더 많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제공하는 김장김치, 밑반찬 나눔이나
‘한강교회’의 빵나눔이나 두 군데 모두 운영에 장단점이 있다.


빵은 누구나 얻어먹을 수 있는 반면 줄을 세우고,
밑반찬은 줄을 서지 않는 대신 사전에 신청된 사람에 한해 나누어 준다는 점이다.





나 역시 일 년 가까이 놓치다, 올 9월에서야 처음으로 신청해 받아먹었는데,
그냥 지나칠 끼니를, 그 때문에 해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고맙고, 고맙다!
내년에는 좀 더 따뜻하게 체감할 수 있는 도움을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8일 서울광장에서 ‘듣고, 보고, 말하다’라는 서울 복지 박람회가 열렸다.
그런데,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추웠다.

‘듣고, 보고, 말하다’ 였지만, 귀도 얼고 입도 얼어 소통이 되지 않았다.

봄 가을, 좋은 계절 다 두고, 왜 이 추운 날 야외광장에 끌어 모았을까?

가난한 서민들은 추워야 제 맛이 난다는 말인가?






동자동 쪽방 주민들도 선물 준다는 미끼에 걸려 50여명이나 나갔으나, 추워 어쩔 줄을 몰랐다.

함께 간 ‘서울역쪽방상담소’ 정수현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나서서 무릎에 덮을 수 있는

담요를 나눠주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별 도움되지 않았다.





도시락도 나누어 주었으나, 너무 추워 목구멍에 넘어가질 않았다.

먹다 말고 덮었는데, 정용성씨가 자기 도시락까지 먹으라며 안겨주었다.

그 추운 가운데도 다들 부스마다 돌아다니며 자질구레한 경품 받느라 바빴다.

가져간들 다 쓰레기에 불과 할 텐데...





복지에 대한 바램을 적어 나무에 메 달면 휴대용 칫솔을 주거나,

뺑뺑이를 돌려 해당된 항목의 프레임을 들고 사진을 찍으면 조그만 견과류를 주는 식이었다.






새파랗게 경직된 이성 구로구청장의 모습도 보였다.

오죽하면 무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말도 간단했다.

서울의 복지정책을 알리기 위해 어제 밤에 잠 안자며 두 시간 동안 쓴 원고지만,

이메일이나 다른 방법으로 전해주겠다며, 인사만 하고 내려갔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대표적인 복지정책을 내놓았다.

양천구는 50대 이상 남성 고독사 방지와 자존감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홍보하였고,

중구는 쪽방촌 공동사업장 ‘꽃피우다’를 소개했다.





광진구는 일과 육아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자녀동반근무제 키즈룸’을 내 놓았다,

그 외에도 복지 관련 협회, 복지시설,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체험‧홍보 부스가 마련되었고, 

복지정책에 대한 법률ㆍ세무상담 서비스도 있었으나 날씨가 추워 제 기능을 못했다.






가수 홍진영씨의 축하공연에 이어 여덟명의 서울형 대표 복지사업 참여자들이 무대에 올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비롯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청년수당,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등

여덟가지 의 ‘복지 이야기’로 다양한 체험 사례를 들려주었으나, 쇠귀에 경 잃기였다.






‘이제 말로 하는 복지정책은 집어치우고,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펴라“


사진, 글 / 조문호






























안산 대부도로 떠나는 아름다운 동행에 함께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지난 17일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오후5시에 끝나는 대부도 생태관광은 동자동 이웃에게 모처럼 주어진

행복한 소풍길이 되었다.



 


서울노숙인시설협회에서 주관하는 아름다운 동행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진행했는데,

노숙인 문화활동지원사업 일환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동자동 주민이 노숙인은 아니지만, 방세 못 내면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하니 노숙인 후보에는 들 것 같았다.

사실, 노숙인들이 소풍 갈 만큼 심적으로 여유롭지 못할뿐더러, 그들을 인솔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소풍 길에 오르게 되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시화호를 찾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재화씨를 비롯하여 정용성, 이홍렬, 송범섭, 이배식, 김장수, 이원식, 김정길, 김정심, 김유례, 문규도씨 등

반가운 이웃 30여명이 나와 있었다.



 


다들 모처럼의 외출이라 말끔한 차림으로 나왔는데, 강남 부자촌에서 왔는지 쪽방 촌에서 왔는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옷만 잘 입으면 신분까지 격상되어 보이는데, 난 그게 잘 안 된다.

옷 잘 입은 거지가 밥도 더 얻어 먹는다는 옛 말처럼 나도 윗도리 하나 장만했으나 어울리지 않았다.

폼 좀 내려다 얼마나 떨었는지, 구입한지 이틀도 안 되어 벗어 버렸다. 아마 새 옷 체질이 아닌 것 같았다.



 


서울역쪽방상담소직원이 버스에 올라 하루의 일정을 안내했는데, 엊저녁 잠을 못자 꾸벅꾸벅 졸리기 시작했다.

눈을 떠 보니, 벌써 안산에 진입하고 있었다.

대부도를 가기위해 시화방조제를 건너가는데, 차창에 펼쳐 진 넓은 바다에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강원도에서 보았던 풍력발전기도 돌아가고 있었다.



 


안산 시화나래 조력문화관에 도착해 75미터 높이의 달전망대에 올라가는 것이 첫 코스였는데,

엘리베이터가 10인승 한대 뿐이라 좀 기다려야 했다.

동자동에서 온 버스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쪽방촌 사람들도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조력 발전의 원리와 달과 물, 생명, 에너지를 이해시키는 체험형 전시물도 둘러보았고,

전망대에서 360도 파노라마 투명 유리바닥을 내려다보는 아찔함을 맛보기도 했다.

그 곳에서 시화호 조력발전시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조력발전소는 연간 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가 아니던가.



 


점심을 먹기 위해 대송습지에 있는 연하연에 들렸는데, 아침에 급히 먹은 빵에 체했는지, 도통 입맛이 없었다.

마침 이원식씨가 감추어 온 소주 한 잔을 마셨더니, 속이 좀 풀렸다. 역시 술은 약이었다.



 


오후에는 시화호와 탄도호를 끼고 탄도방파제를 지나갔다.

대송습지에는 갈대와 해오라기, 백로, 고니 등 수많은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난 사람은 좋아 하지만, 새는 좋아하지 않아 사진은 한 장도 찍지 않고 구경만 했다.

그런데 안내원의 퀴즈가 재미있었다.

새 중에서 제일 무서운 새가 뭔지 아십니까?’ 물었는데, 대뜸 짭새라는 정답이 돌아왔다.



 


이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기로 탄성을 일으키게 하는 동춘서커스관람도 있었다.

오랜 향수에 가슴 설레기도 했으나. 그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기예는 더 세련되었지만, 사람 냄새나는 풍류가 없었다.

풍악과 함께 웃기기도 울리기도 했던 곡예 뒤에 펼쳐지는 극이나 가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요즘 젊은이들이 잘 모르기도 하지만, 그들은 풍류보다 기예에 더 관심이 많을 테니까...



 


아무튼, 쪽방 사는 덕택에 좋은 구경을 했는데, 왜 주민들의 참여가 적었을까

 기껏 방에 앉아 티브이나 보고 있을 텐데,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더구나 한국사람 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짜가 아니던가.

아마 마음이 각박하다 보니 문화에 대한 관심마저 멀어졌나보다.


동네방네 나발 불어야 겠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서로 갈려고 줄서도록 만들어야지... 



사진, 글 / 조문호






























































이제부터 70년 전통을 가진 한국 곡예사의 자존심이라는 동춘서커스’로 안내합니다..























































동자동에 사는 정재헌씨는 여자 없이는 살아도 술 없이는 못 사는 알콜 중독자였다.
동자동 새꿈공원 입구만 가면 항상 술 취한 정재헌씨를 만날 수 있었다.
취하여 바닥에 드러 누워 있기 일 수였고, 몸을 가누지 못해 누군가 도와주어야
4층 방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그래도 매번 곤드레만드레 취했다.



지난 9월, 새꿈공원에서 술에 취해 잠든 정재헌씨



그런데, 최근 들어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병이라도 난 게 아닌가 걱정되어 한번 찾아 볼 작정을 했는데,
지난 번 동자동 잔치에서 말끔한 모습의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어디 갔다 왔냐고 물었더니, ‘술을 끊었다’고 말했다.




-지난 번 지역축제에서 만난 정재헌씨-


한편으론 술친구를 잃어 서운하기도 했으나,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유난히 알콜 중독자가 많은 동자동이다.

용산구에서 ‘술 끊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장애 검진, 건강음주 캠페인 등

여러 가지 절주사업을 벌이기에, 어떤 도움을 받아 결심 했는지 궁금했다.





심한 중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황춘화, 정용성씨 모자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술을 좋아하지만, 혼자서는 마시지 않는 스스로의 약속으로 버티지만,
그들은 시도 때도 없이 돈만 있으면 마시는 분들이라 절제가 안 된다.






지난 16일 오후 연락도 없이 정재헌씨의 방을 방문했다.
이제 술 끊은 지 2개월째 접어들었다는데, 특별한 일 없으면 외출을 삼간다고 말했다.
술 마시는 사람 보면 술 생각이 난다는 걸 보니, 아직은 미련이 남은 듯 했다.
끊게 된 동기란 심한 복통으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끊었다고 했다.





외출도 하지 않고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더니, 티브이만 끼고 산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티브이를 보니, 군것질을 많이 한다고 했다.
군것질 값이 술값보다 더 많이 든다는 푸념도 했지만,
죽어서 가져 갈 돈 아니니, 아끼지 말고 많이 사 먹으라고 했다.






술을 끊는다는 것은 고통에 따른 것이든 어떻던, 본인의 강한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저 불쌍한 두 모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9일은 강경호씨가 ‘새꿈공원’ 입구에 술자리를 폈다.
아무리 아껴도 엉뚱한데 날아가니 술이나 마시자며 중국집에 짬뽕 국물까지 주문했다.
사연인즉, 화가 나 땅바닥에 내던진 술병으로 벌금을 190만원이나 물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유는 모르겠으나, 상대방에 피해 주지 않은 것 치고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건으로 입건되어, 모아 둔 돈 탈탈 털어 벌금 냈다는 것이다.






강경호씨만이 아니라 착하기 그지없는 정용성씨도 경찰서 출석통지서를 받았다고 했다.
아마 취중에 또 실수를 저지른 듯 했다.

다들 순간적으로 성질을 부려 일이 꼬인 것이다.
술기운에 저질러 놓고 뒷감당 못해 쩔쩔 메지 말고, 술을 끊던지 아니면 성질 좀 죽여라.






그 날은 이른 시간인데도 강경호씨 외에는 대부분 취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취해도 혈육의 끈끈함이나 살기 위한 밥그릇 챙기기엔 강한 집착력을 보였다.
특히 정용성씨와 황춘화씨 두 모자는 똥 오줌 못 가릴 정도로 만취해 있었다.






어떤 이가 지나치며 장난삼아 용성이 머리를 툭 치고 가니,
용성이 엄마가 쏜살같이 달려들어 상대방을 혼찌검 냈다.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사람이 어디서 저런 순발력이 나오나 싶었다.






목요일은 밑반찬 타는 날인데도 취해 있어 밑반찬은 탔냐고 물었더니,
그 때야 생각 난 듯 용성이가 벌떡 일어나 반찬 나눠주는 배급소로 달려갔다. 
개가 물어뜯어 반 토막 난 바지자락을 끌고 달려가는 용성이의 뒷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




 

그러나 두 모자가 허구한 날 술이 취해 걱정스럽다. 술 값에 드는 돈도 돈이지만, 망가지는 몸 때문이다.

당장 아파 드러눕게 된다면, 그 뒷 감당은 어떻게 할까?
술을 끊게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 같다.

사진,글 / 조문호















‘동자동 사랑방’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마을 대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 무렵의 ‘동자동 사랑방’사무실 앞에는
김정길, 김정심, 김정호, 김호태, 선동수, 유영기, 조인형씨 등 12명의 이웃들이 나와 있었다.
이번이 69회째인 마을 대청소는 강요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나서는 일이라 그런지,
매번 20여명의 적극적인 주민들만 활동하고 있다.

나 역시 늦잠 자는 게으른 탓으로 14개월 만에 두 번째 참여한 것이다.
이 날은 서둘러 나갔으나, 다들 빗자루로 완전무장 한 채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기념사진부터 찍고,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물론 구석에 감추어진 쓰레기들을 쓸어 담았는데,
문제는 맨홀 밑으로 밀어 넣은 담배 꽁초였다.
차라리 그냥 버리지, 왜 맨홀 틈으로 집어넣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지저분한 것을 감추고 싶은 본능인지 모르지만, 흡연자들은 각성해야 한다.
기어히 맨홀에 버릴려면, 차라리 자기 코 구멍에나 쑤셔 넣어라.


사진,글 / 조문호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위안잔치인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 한마당’이 지난 8일 오후1시부터 4시까지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렸다.

남영동과 ‘남영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마련한 이날 축제는 늦가을의 낙엽이 흩날리는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려 가을 정취가 한층 더 했다.

주민 300여명이 나와 함께 어울린 흥겨운 잔치였다. 




  


맨 먼저 구인선씨를 비롯한 7인조 난타그룹의 춤추는 난타가 공원을 들썩이며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사회자 이상훈씨의 내빈소개로 단상에 오른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위로하며,

도덕과 예의가 땅에 떨어진 오늘의 현실을 걱정했다.

 



  


행사장에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만이 아니라 남영동 주민들도 더러 참석했다.

이 날은 신명나는 공연만이 아니라 다양한 봉사도 이어졌다.

‘용산보건소’에서는 어르신들의 혈압, 당뇨체크 및 건강 상담을 하며 응급체험관을 운영했고,

‘쎄아떼미용전문학원’ 봉사단들은 주민들의 머리손질하기 바빴다.

 




한쪽에선 스리랑카 음식 체험도 하고, ‘남영동새마을부녀회’에서는 우동과 녹두전의 음식 나눔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는 인형, 매듭, 향초, 차 등 공예품을 내놓았고,

‘소망을 찾는 교회’는 한지공예품과 무공해농작물을 판매하는 등 프리마켓을 열어 온 공원이 시끌벅적했다. 



  



무대에서는 은지노래와 백댄서 춤이 어우러지는 색스폰 연주로 어르신들을 흥겹게 만들었고,

김기환씨는 최백호의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를 트럼펫으로 구성지게 불어 쓸쓸한 가을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최현선씨를 비롯한 4인조의 오카리나연주에 이어 가수 한경아, 김영남, 김시연씨가 나와

다들 좋아하는 트로트 곡으로 분위기를 잔뜩 띄웠는데,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인기곡이 ‘내 나이가 어때서’였다.

포크가수 주석렬씨의 정겨운 노래에 이어 마지막으로 등장한 노숙인밴드 ‘민들레’는 최헌의 ‘오동잎’을 연주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 날 주민들에게 신바람을 일으켜 어께를 들썩이게 한 것은 단연 음악이지만,

한데 어우러지며 즐겁게 한 것은 가위바위보 등 다양한 게임을 벌여 주민들을 무대로 끌어들인 레크레이션이었다.

많은 경품을 준비한 효과도 있었지만, ‘신바람 나는 복지 공동체 만들기 사업’이라는 취지와 같이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정 나누고 협동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정해진 공연 중간 중간에 주민들의 장기자랑을 넣어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잘 모르는 가수들의 틀에 박힌 노래를 들으며 구경하는데만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

다소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친근한 주민들의 노래와 장기자랑도 함께 어우러진다면 금상첨화겠다.



  



모처럼 ‘서울역쪽방상담소’와 ‘동자동사랑방’ 등 민관이 협력하여 만든 멋진 동네잔치였다.

쪽방에 갇혀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겠는가?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는 동네 분들의 모습에서 진득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오층 집 옥탑 방에 사는 황춘화, 정용성 모자는 참 착하게 산다.
눈을 벌겋게 뜨고 설쳐도 살기 어려운 세상에, 착한 사람의 인생이란 보나 마나다.
이리 당하고 저리 당하며, 동대문에서 양동으로 마지막 쫓겨 온 곳이 동자동 옥탑 방이다.






통장에 돈 한푼 없지만, 기초생활수급비로 겨우겨우 산다.
두 사람이 매일 마셔대는 소주 값도 장난 아니다.
한 달에 70만원 받아 23만원 방세 제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술값으로 날아간다.
이 험악한 세상에 취하지 않고 어찌 버틸 수 있으랴!






술이 슬픔을 날려주니, 매일 웃고 살 수 있는 것이다.
마흔여섯이나 된 아들이지만, 여자라고는 엄마 밖에 모른다.
밤 낮을 술친구로 엉켜 사니, 두 모자는 늘 행복하다.
엄마 품보다 더 따뜻한 품이 어디 있겠냐?






지난 7일은 이른 시간부터 두 모자가 취해 있었다.
정용성씨가 나를 보자 자랑부터 해댔다.
“20킬로 쌀을 두 포나 받았어. 19일에는 김치도 10킬로 준대”
돈만 생기면 술값으로 탕진하니, 집구석에 먹을 게 남을 리 만무했다.






올 겨울을 날 수 있는 쌀과 김치를 해결했으니, 너무 좋았던 모양이다.
아무리 술이 좋아도 목구멍에 풀칠은 해야 살지 않겠나.
기분이 좋은지, 엄마는 술이 남은 데도 소주를 두병이나 사오고,
용성이는 담배 값 없다는 사내의 투정에 남은 삼천 원마저 꺼내 준다.



 


동자동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있는 사람이 베풀며, 하루를 다 같이 즐기는 것이다.






두 모자가 주연으로 나온 술자리는 여러명이 조연으로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한 쪽에서는 내일 벌어 질 축제 준비하느라 바빴다.
김정호, 김정길, 유영기씨가 무대에다 레드 카펫을 깔고 있었고,
'동자동 사랑방' 선동수간사는 차를 끌고와 짐을 실어갔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술 취한 두 사내가 싸움이 벌어졌다. 
가끔 있는 일이긴 하나, 스트레스 푸는 운동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싸우다 금방 술을 나누기도하니, 원한도 감정도 없는 그런 싸움이다.
그래도 싸움 판은 말리는 사람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황춘화, 정용성 두 모자가 달라붙어 열심히 싸움을 말리는데,
사발통문 돌리던 쪽방상담소 정수현소장 까지 거들기 시작한 것이다.
연약한 여인네가 취객의 주먹질에 맞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나설까?
기어이 두 사람을 때어 놓으니, 죄 없는 술병에 분풀이를 해댄다.





시멘트 바닥에 축포처럼 터트린 맥주병으로 '동자동 블루스'의 막을 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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